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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술로 흥하고, 술로 망가지는 이들... 술에 관대한 사회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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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술로 흥하고, 술로 망가지는 이들... 술에 관대한 사회를 경계하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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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술방'을 검색했을 때 /유튜브 캡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신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거나 할 때 술이 빠지지 않게 되었다. 맨정신으로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다며, 술의 힘을 빌려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됐을 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술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친근해진 소재가 됐다. 

일반인들뿐만이 아니라, 방송에서도 술은 드라마든 영화든 오히려 안 보이면 이상한 게 되었으며 요즘은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유튜브에서도 술은 빠질 수 없다. 특히 '술'을 콘텐츠로 삼아 연예인과 아이돌, 가수, 배우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술방' 또한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 '술방'이라고만 검색해도 다양한 콘텐츠, 다양한 연예인들이 등장해 비슷비슷한 포맷으로 나오는 걸 알 수 있다. 대개 사회자가 게스트를 초대해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게스트도 취한 모습을 보이게 되고, 흐트러지거나 풀어진 모습에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술방 '차쥐뿔',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높은 콘텐츠다 /유튜브 캡쳐

연예인들이 단순히 술만 마시는 것 뿐만이 아닌, 자신이 홍보하는 술을 가져오거나 협찬받은 주류를 내보이는 간접광고(PPL)도 술방에서는 가능해 인기가 많다. 특히나 이런 술방은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가 없이, 미성년자든 어린 아이든 시청할 수 있다. 특히나 인기 많은 술방은 조회수가 몇천 만을 기록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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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어린 아이돌들이 이미지 관리나 시선 때문에 방송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의 유튜브는 방송과는 달리 자유롭고, 시청자들도 아이돌들이 술을 마시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위기다. 특히나 예쁘고, 멋있는 아이돌들이 술에 취해 풀어지거나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 모습이 귀엽다며 소위 '앓고 있는' 모습들도 영상 댓글에 흔히 보인다.

'술방'이 아이돌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덕질'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 것도, 술방이 확실히 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대표적인 술방 '차쥐뿔'의 경우 조회수들만 봐도 엄청나다. 몇 십, 몇 백만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건만 몇 천만이 넘어간다는 건 해외 시청자들까지 합쳐도 정말 많은 인구가 보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돌이야 어쩌면 이 콘텐츠에서 더 좋은 이미지를 얻어 갈 수도 있고, PPL이 있다면 주류 홍보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술 /pixabay

누군가에게는 이 술방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전체를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모니터링 대상 유튜브 영상의 90%가 문제가 있는 음주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지난 해 발표한 유튜브 음주 영상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의 음주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방송 매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가 가능하지만 유튜브, OTT와 같은 통신매체는 법적 규정이 없고 자율 규제로 인정되고 있어 조치가 어렵다"고 전했다.

유명한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어린 팬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떤 콘텐츠에 나왔다면 당연히 찾아보기 마련이다. 그런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술방이라는 콘텐츠는 술이라는 소재를 긍정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은 음주에 관대한 사회라는 평을 받고 있는 와중에 말이다. 

생각해 보면 담배나 술이나 똑같은 기호 식품이다. 그러나 담배는 대개 배척하는 분위기지만 술은 반대로 자랑하듯 마시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특히 술이 들어가는 자리라면 마냥 재미있어 보이고, 활발하고 신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니 어린 아이들이라도 당연히 그 분위기가 궁금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정말 술을 마시면 저런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본 기자는 지난해에도 '술방'콘텐츠와 음주 문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반년이 훌쩍 넘은 지금, 여전히 음주로 인한 문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술방을 진행하다 초대를 받은 게스트의 시계를 술에 담그거나, 게스트를 향한 무례한 문구로 인해 빈축을 샀다. 또 아프리카TV의 한 BJ는 술에 취해 생방송 진행 중 119에 장난 전화를 걸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제 대회가 열리는 동안 세 선수는 음주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KBO 공식 SNS

최근에는 음주 때문에 그동안 착실히 쌓아 두었던 평판이 한 번에 무너지는 충격적인 일이 터지기도 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기간 중 세 명의 선수가 음주를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김광현, NC 다이노스의 이용찬, 두산 베어스의 정철원 등 세 명은 최근 각각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이들은 술을 마실 때 여성 접대부가 동석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평범한 술집이 아닌 여성 접대부들이 대부분 존재한다고 알려진 '스낵바'에 출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국제 대회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은 대표 소집 기간 국가대표로서 명예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KBO 규약 국가대표 운영 의무 규정을 어긴 셈이다. 당분간 경기에서 이 세 명의 선수들은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이렇듯 무분별한 음주로 인해 이런저런 문제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술방들은 승승장구 중이다. 네티즌들은 방송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조성되어 있는, 술에 대한 온화한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또한 술에 대한 경각심 자체가 없다고 꼬집는다. 사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얼마든지 편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꼭 술을 끼워 넣어야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술은, 결국은 유해하다 /flickr

술을 마시면 사람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커지고, 톤도 높아진다. 자신의 스타가 술로 인해 흐트러지는 모습 또한 술방을 좋아하는 이들은 귀엽고 재미있다고 좋아한다. 이 모습 자체가 사람이 술에 취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비출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한 것이다. 특히 술방은 어린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아이돌들이 재미있고 털털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술'이 필수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아직 어린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술을 먹어야 저렇게 편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도 충분하다.

술로 인해 방송이든 개인이든 알음알음 문제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은 이제 사람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당장 KBO에서도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선수들이 술 때문에 비난을 받았고, 하루에도 음주 운전으로 걸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또 한쪽에서는 광고나 콘텐츠에서 적극적으로 술 광고를 하며 술을 미화하는 콘텐츠들이 미디어에 남발되고 있다.

술방은 유명한 아이돌들이 많이 나오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이러니 어린 팬들이 많은 아이돌들에게 자신들의 영향력을 생각해, 술로 인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콘텐츠를 적당히 걸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솔한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를 꼭 술을 마셔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아이돌들은 취한 모습이 팬들에게는 귀엽고 재미있다는 '포인트'로 소비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방송에서 술이 마냥 좋은 것으로만 나오게 되면 아직 판단력이 제대로 서지 못한 어린 팬들은 술이 나쁜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심지어 술이란 소재에 무뎌지게 될 수도 있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나오는 편한 분위기, 편한 언행들은 대중들에게 절대로 자랑스러운 부분이 아니다. 심지어 대중들에게 보란듯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술을 마시고 판단력이, 정신이 흐려져 나오는 언행과 행동들이 정말 자랑스러운가? 공인이라 여겨지는 스타들의 취한 모습이 이제는 팬들에게, 어쩌면 대중들에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며 포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음주에 대해 선택적으로 너그러워지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요즘 들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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