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21:50 (토)
[기자생각] 점점 확대되는 '술방', 친근해지는 음주 문화를 경계하라
상태바
[기자생각] 점점 확대되는 '술방', 친근해지는 음주 문화를 경계하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0.2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명특급의 새 방송 티저 /문명특급 - MMTG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가수 이영지가 주최자로, 가수나 연예인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의 유튜브에서는 BTS의 진이 등장해 3일 만에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했다. 구독자 185만을 자랑하는 SBS 문명특급은 지난 20일 티저와 함께 “문명특급 영업재개 안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포도주 전문점을 콘셉트로 하며 사장인 재재와 게스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취지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은 공통점이 있다. 요즘 가장 핫한 유튜브 프로그램이라는 것과 두 곳 모두 술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진행자와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재미를 주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그 옆엔 필수 반찬처럼 들어가는 것이 있다. '술'이다.
 

술 /문화재청

옛날부터 친구나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한 번쯤은 빠지지 않고 곁들여지는 게 술이었다. 조선시대에서도 술은 모든 의례와 풍속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일을 할 때에도 사람들은 탁주를 마셨는데 이를 '농주'라 부를 정도였다. 한 잔부터 시작해 계속 마시다 보면 알딸딸해지고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술은 말 그대로 동전의 양면이 있는 음식이다.

술을 적당히, 알맞게 마신다면 잠을 부르고 피의 순환을 좋게 하며 식욕을 돋우고 스트레스나 욕구불만을 부드럽게 한다. 또 신진대사를 높여 피로를 푸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음하는 순간 대뇌피질의 작용을 저하시켜서 긴장상태를 해이시키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숙취로 고생을 하게 된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술에 함유되는 알코올은 위에서 흡수되어 피 속에 들어가서 간에서 효소에 의하여 분해될 때 아세트알데히드라는 유해한 물질이 생긴다. 이 성분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알코올이 계속 흘러 들어오면 해독작용이 따라오지 못한다. 알코올에 취했다가 깬 뒤에도 아세트알데히드가 미처 분해되지 못할 때는 또 숙취만 남게 된다. 
 

아이돌의 술방 /더보이즈 유튜브

몸에 좋을 때도 있지만 냉정하게 따져 본다면 몸에 결국 좋지 않은 게 술이다. 자신의 몸을 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게도 피해를 주거나 영향을 주는 것 또한 술이기 때문이다. 이 술이 방송에서도 필연적으로 등장했다. 적당히 쓴다면 좋은 아이템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보면 거의 없으면 안 될 정도의 대세가 된 느낌이다.

대개 아이돌이나 배우가 공백 기간을 가지고 새로운 작품이나 앨범으로 컴백을 할 때 방송에서 나와 홍보를 하게 되는데, 팬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에 술을 곁들여 하는 것이 많다. 술을 마시는 방송이라 하면 옛날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유롭게 술을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대중들에게 좋게 다가오는 모양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래퍼 이영지가 진행자로 나와 게스트와 함께 취중진담을 나누는 것을 포함해 유튜브 웹 예능만 해도 벌써 시즌제가 나오는 등 인기가 많다.

아이돌이나 배우가 '술방'에 출연해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자체 콘텐츠에 술방을 쓰는 일도 많다. 더보이즈, 아스트로, 우주소녀 등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이미 자체 구단 콘텐츠로 술방을 선보이며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인기가 많았다. 공교롭게도 콘텐츠의 내용 덕분인지 술방이라는 특이한 환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술이 끼는 방송은 대체적으로 반응이 좋았다. 이영지의 '차쥐뿔'은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몇백만의 조회 수가 기본이며 아이돌 그룹 세븐틴 같은 경우는 구독자 수가 840만으로, 술방 콘텐츠 조회 수는 460만 회가 넘었다. 
 

술자리 /flickr

코로나19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문화는 예전보다 확실히 정착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맥주나 소주에서 와인, 위스키 등 사람들은 다양한 술을 찾아 즐긴다. 개인뿐만 아니라 이미 드라마나 영화 같은 미디어에서도 술 마시는 장면들이 일상으로 나온지는 오래 됐다. 흔히 볼 수 있는 TV에서, 컴퓨터에서 유튜브에 검색만 해 봐도 술방은 흔히 볼 수 있다. 

왜 술일까?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면 사람의 자세는 편해지고 풀어진다. 취중진담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술이 들어가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이나 진심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딱딱한 분위기에서 술을 권하는 이유도 약간의 풀어짐을 의도하는 것도 있을 테다. 그러나 꼭 분위기를 풀고, 사람과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드는 데에 술이 필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닐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 1회 방영당 직접 음주장면 노출 현황 /한국건강증진개발원

9월 5일 한국건강증진 개발원이 발표한 '2021년 주류광고 및 음주 장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능에서 출연자가 술을 마시는 장면의 분량이 1회 방영 분당 약 2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해당 결과는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시청률 상위 1위에서 20위까지의 인기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음주하는 장면을 모니터링한 것이다. 특히 유튜브 같은 경우는 인기 있는 영상들의 조회 수가 평균 80만 회를 넘어 꽤 많은 사람들이 술방에 노출되어 있거나, 찾아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같은 경우는 민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만 19세 이상부터 마실 수 있다. 따라서 술이 들어가는 술방이라면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노출되어서는 안 되지만, 유튜브 같은 경우는 근거법령이 없는 상태다. 또 '정보통신심의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 영상에 대한 신고를 해야 영상에 대한 심의가 이뤄진다. 그러나 애초에 신고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청소년 유해 매체물 등급도 유튜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OTT 플랫폼이라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지만 술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 또한 너무나 자유롭다. 제재할 기준도 아직 없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강창범 한국건강증진 개발원 건강증진사업실 실장은 “최근 TV보다 상대적으로 표현에 더 자유로운 OTT, SNS 등의 채널에서 음주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인기”라며, “이러한 콘텐츠는 음주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음란·폭력 장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관련 사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련 사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기준과 제재 등 본격적인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는 TV나 유튜브 등 OTT에서 나오는 술방을 성인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동이나 청소년들도 인터넷을 하고 여러 OTT 플랫폼들이 만연한 시대에 음주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록 정작 보는 사람들에게는 술이란 게 친근해질 수밖에 없다. 2021년 한국건강증진 개발원에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에서 묘사한 음주 장면을 시청한 후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를 설문한 결과 약 20% (TV 프로그램 23.0%, 유튜브 방송 17.9%)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먹방 같은 경우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술도 같은 이치다. 스타가 방송에서 친근하게 술을 마시는 장면을 계속 보고 있다면 저절로 음주 욕구가 들 테다. 욕구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실제 음주로까지 이어지는 게 문제다. 청소년들은 아직 덜 자란 만큼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을 쉽게 모방할 수 있다. 아이돌 같은 경우는 어린 팬들이 많아 자신의 스타가 음주를 하는 모습을 멋있게, 특별하게 볼 수도 있다.

한국건강증진 개발원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으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음주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음주 장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음주 장면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넣지 말아야 한다든지,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든지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음주 장면은 그 영향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묘사해야 하며 폭음, 만취 등 해로운 음주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러나 요즘 술방들을 보면 이 기준들이 무의미한 느낌이다. 
 

우리에겐 익숙해진 술방 /차쥐뿔 유튜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주 콘텐츠야말로 소재와 방식이 자유로운 유튜브에 최적화한 콘텐츠”라면서도 ”유튜브는 1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이니만큼 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아이돌을 내세우는 콘텐츠에서는 과도한 음주의 유해성을 늘 경계하는 제작진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소설가 김영하가 출연, 자신이 읽었던 '금주 다이어리'라는 책 구절을 인용했다. "다른 약물은 그걸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끊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유독 술만큼은 끊은 사람이 이상해보이고 그걸 하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인다."는 구절이다. 흡연을 하는 장면은 TV에 나올 수 없지만 술을 마시는 장면은 거리낌이 없다.

술을 곁들여야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분위기나 관행이 이제는 슬슬 식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맥주 대신 오렌지 주스로, 포도주 대신 포도주스로 대화를 나눠도 상관없지 않은가. 쓴 소주를 마시고 감탄사를 내뱉는 것이나, 탄산수를 마시고 탄산 때문에 감탄사를 내뱉어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술이라는 것을 편하게, 안이하게만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데, 재미있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 과연 술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깊게 생각해 볼 때도 됐다. 누구나 당연하게 술을 마시고 권하는 모습을 서슴없이 방송에 내보내고 있고, 그 방송을 보는 건 음주라는 것에 보호받아야 할 10대 청소년들과 미성년자들도 있다는 걸 실감해야 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