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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음력 설은 우리에겐 '설날'일 뿐....'Chinese New Year'이라는 주입식 악몽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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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음력 설은 우리에겐 '설날'일 뿐....'Chinese New Year'이라는 주입식 악몽에서 벗어나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1.25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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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맞아 윷놀이를 하는 아이들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대체휴일까지 낀 4일간의 설 명절 연휴가 끝났다. 전 세계는 그레고리력(양력)을 표준 달력으로 써서 공식적인 새해 첫날(양력 1월 1일)은 이미 지났지만,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설로 보낸다. 우리나라는 음력을 썼던 전통에 따라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하며 보통 구정, 음력설이라 부른다.

양력 1월 1일인 새해 첫날은 'New Year’s Day'라 하지만 음력 1월 1일은 'Lunar New Year’s Day'라 부르는 게 맞다. 그러나 이 4일간 중국에서 음력 설은 무조건 'Chinese New Year'라 표기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과, 그에 편승해 아무렇지도 않게 '중국 설'이라 표기하는 곳까지 뜻하지 않은 전쟁이 벌어졌다. 
 

'포닝'에 올라온 다니엘의 '중국 설' 표기 논란 /포닝

지난 19일,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멤버 다니엘은 소통앱인 '포닝'에 중국 설에 무엇을 하느냐는 글을 남겼다. 당시에는 논란이 안 됐는지 조용했다가, 설이 되고 나서야 다니엘이 중국 설이라 표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21일 다니엘은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수를 깨닫고 바로 삭제했지만 이미 많은 분께 메시지가 전달이 됐고, 돌이킬 수 없게 됐다”며, “음력 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기념하는 명절이기 때문에 저의 표현은 부적절했고 이 부분에서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SNS에 올라온 사과문 /다니엘 공식 인스타그램

사과문만 보면 같은 기획사 계열인 엔하이픈 제이의 '한국 역사는 단편소설 같다'발언 이후 '어찌 됐건 사과드린다'라는 첫 사과문보다는 나은 편이다. 어쨌든 다니엘의 사과문에서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밝혔고, 반성하며 앞으로의 방향까지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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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우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애초에 조금만 더 조심했다면, 중국의 동북공정이 날뛰는 데 또 하나의 빌미를 주지 않았다면 하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나 두 그룹 모두 유명한 스타고, 이들의 발언 하나하나는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아직 어려서, 실수여서라고는 하지만 그렇기엔 이들의 인지도와 미치는 영향은 이들의 생각보다 너무나도 크다. 어쩌면 개인이 실감하지 못할 정도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 그룹의 멤버처럼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이지만 중국 공산당을 향한 충성을 숨기지 않으며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스스럼없이 방송에서 말해도 반성 하나 없이 당당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중국은 K-팝, 정확히는 한국 아이돌 그룹 속 중국인들을 중화사상, 동북공정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획사들 또한 그저 중국 시장과 중국 자본이 탐이 나 중국인을 계속 그룹에 발탁하고 있다.

자연히 해당 중국인 멤버들이 중국 정부를 지지하며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을 찬성하는 글을 올려도 묵인하는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팬이 되면 해당 중국인 멤버가 문제 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했어도 정정은커녕 원래 그렇게 배웠으니 어쩔 수 없다고, 중국인들이 중화 사상을 드러내는 것을 오히려 편 들어 주는 기이한 현상도 생긴다.
 

UN 기념 우표, 중국 설이라 표기되어 있다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설을 앞두고 UN을 포함한 국제기구나 글로벌 기업에서 음력 설을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한다며 중국 설 대신 '음력 설'(Lunar New Year)로 표기하자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UN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설 기념우표를 보면 제목에 '음력 설'을 중국 설로 표기하고 있다.

서 교수는 “서구권 주요 도시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설을 맞아 큰 행사가 진행되어 왔고, 이로 인해 주요 뉴스의 한 장면으로도 많이 소개가 되어 ‘Chinese New Year’로 인식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라며, 중국에서 음력 설을 '춘제'라 부르는데 이것은 설날과 유래부터 의미까지 완전히 다른 명절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21일, 서 교수는 SNS를 통해 "중국 누리꾼들이 SNS로 몰려와 댓글로, 특히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차단한 중국인들의 계정과 디엠까지 합치면 약 1만여 개는 될 것이라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설날 축하 영상 /BANGTANTV 공식 유튜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최근 설 명절을 축하하는 SNS 영상을 올리며 제목을 'BTS (방탄소년단) 2023 해피 설날 그리팅(Happy Seollal Greeting)' 표기를 했다. 음력 달력 자체가 자신들 것이라며 억지를 쓰는 중국인들이 'Lunar New Year' 자체가 ‘Chinese New Year’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 마당에 방탄소년단은 그냥 우리가 평소에 부르는 '설날'을 제목에 썼다. 문제는 음력 설이라 표기하지도 않고 그저 우리가 쓰는 '설날'을 말했을 뿐인데 중국인들의 댓글 테러는 여기서도 지속됐다는 점이다. 그냥 단순하게 중국인들은 음력 설이든 설날이든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중국 설'이라 표기하라고 악을 쓴다.

비단 음력 설 뿐만 아니라 김치, 한복, 갓 등 모든 것들을 자기들 것이라 우기는 동북공정을 진행 중인 중국의 행동 강령은 이제 지긋지긋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댓글부대'를 포함해 '우마오당'을 운영한다는 말이 있다. 2007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인터넷의 사상과 여론 기지 건설을 강화하고 여론 주도권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이후 댓글부대 구성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SNS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는 어떻게 접속을 해서 들어온 건지 중국인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영박물관이 올린 설맞이 게시물 / 대영박물관 공식 SNS
대영박물관은 설맞이 행사 글을 삭제하고 새 게시물을 올렸다 / 대영박물관 공식 SNS

대영박물관은 20일(현지시간) 한국 전통 공연 행사를 홍보하는 문구에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 설)라 게시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이 득달같이 몰려들어 테러를 가했고, 대영박물관은 22일 한국 행사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중국 설을 뜻하는 ‘Chinese New Year’라 적으며 청나라 시대 여성의 그림과 함께 새 게시물을 올렸다.

결과가 어찌 됐든 중국인들은 '한국의 설날' 이라 표기된 게시물이 없어져서 만족한 모양이다. 대영박물관 쪽이야 더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 삭제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국인들은 이로써 더 기세등등해진 듯 하다. 자신들이 하는 말이 틀렸어도 무조건 몰려와 분탕질을 치면 자신들의 말을 들어 주기 때문이 아닐런지.
 

'Lunar new Year'라 씌어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공식 SNS
라인프렌즈도 마찬가지, 'Lunar new Year'라 표기했다 /BT21 공식 SNS

바야흐로 2023년이다. 서양에서도 이젠 중국 설이 아닌 음력 설 'The Lunar New Year'로 부르는 곳도 많고, 현지 교포들도 음력 설로 부르자는 움직임도 많다. 즉 이제 '음력 설'이라 쓰고, 바뀌는 추세라는 얘기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공식 SNS에 'Happy Lunar New Year'라 적었으며 라인 프렌즈도 공식 SNS에 'Happy Lunar New Year'라 썼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 설이라 표기하는 곳들도 많다. 
 

애플의 영상 목록, 중국 설이라 표기한 영상이 그것도 두 개나 /APPLE 공식 유튜브
 손흥민이 속해 있는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FC의 설 축하 게시물, 'Lunar new Year'라 써 놓고 정작 일러스트는 중국인들의 인사인 한 손으로 다른 손 주먹을 감싸는 모습에 배경 또한 중국풍까지. 결국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게시물 /공식 SNS

'중국 설'이라 표기하는 건 중국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서 음력 설은 중국 설이지 하며 쓰는 곳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음력 설을 보내는 나라들이 많은 만큼 각 나라마다 음력설을 지칭하는 어휘가 있다. 몽골에서는 '차강사르'라 부르며, 태국에서는 '쏭끄란'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설날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에서 중국인이 중국 설이라 하든, 춘절이라 하든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있겠는가. 중국에서 춘절을 보낸다고 하는데 왜 설날이라 부르지 않냐며 윽박지르는 한국인들은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로 한국 설 연휴를 한국인들이 보내는데 왜 '중국 설'이라 쓰지 않냐며 시끄러워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세계에서 자신들만 음력 설을 쇠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유난을 떠는지에 대해서는 결국은 그들의 뿌리 깊은 중화사상에 있다. 서경덕 교수는 이를 두고 "중국인들의 삐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이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중국만의 문화인 양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만 할 것"이라 전했다. 
 

''Lunar new Year'라 썼다가 역시나 댓글 테러를 받은 가수 서현 /서현 인스타그램

그들은 앞으로도 매년 설이 돌아올 때마다 꾸준히 세계 곳곳이든, 우리나라든 밀고 들어와 왜 ‘Chinese New Year’를 'Lunar New Year'라 부르냐며 영혼 없이 외칠지도 모른다. 한쪽에서는 중국인들이 각 나라들마다 독자적으로 지내는 설 표기를 모두 ‘Chinese New Year’라 부르라며 주장하고, 또 한쪽에서는 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무지성으로 들어 주거나 또는 최소한의 사고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중국 설이라 표기한다.

그러나 확실한 건 옛날과는 다르게 음력 설 'The Lunar New Year'라 부르는 곳도 늘고 있고, 음력 설을 으레 당연히 중국 설로만 알았다 해도 이제 바꿔 써야 함을 아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모르고 눈 감고 귀 막은 채 그저 몰려다니며 무조건 모든 게 자신들 것이라며 우기는 게 그들이다. 애초부터 그릇된 이해를 발판으로 뭉친 이들의 말은 마치 산에서 반짝 울렸다 사라지는 메아리처럼 공허해 누구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들어줄 필요도, 받아줄 필요도 가치도 없다. 한국인이 음력 설이라고, 설날이라고 쓰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이젠 ‘Chinese New Year’의 악몽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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