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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무지출 챌린지, 인스턴트 문화...가난을 강요당하는 MZ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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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무지출 챌린지, 인스턴트 문화...가난을 강요당하는 MZ 세대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9.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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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요즘 일명 'MZ 세대'라 불리는 시민들은 한없이 치솟는 물가에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은 편의점을 향해 삼각김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노리고, 10원이라도 덜 쓰고 10원을 더 얻을 방법을 찾아 헤맨다.

저렴한 밥집, 저렴한 구내식당이 인기를 끌고 MZ 세대 사이에서는 돈을 아끼는 방법들이 공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지출 챌린지'란 말이 떠돌고, MZ 세대가 집을 사지 못하는 이유가 MZ 세대들의 소비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에서 MZ 세대라고 하면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중반 출생의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정도면 그냥 20대에서 40대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소비층 중 하나다. 요즘의 MZ 세대는 자의든 타의든 현재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MZ 세대 연령대의 금융자산은 2012년 동일 연령대의 금융자산에 비해 증가(1.3배 수준) 하였으나 전 기간(2001~18년) 대비로 보면 거의 정체되었다고 한다. 이는 취업난 등으로 MZ 세대 연령대가 금융자산 축적을 위한 종잣돈 마련이 쉽지 않았던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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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MZ 세대의 소득, 자산, 부채, 소비 등 주요 경제 상황을 살펴본 결과 MZ 세대의 경제 상태가 X 세대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MZ세대 연령대의 근로소득은 2000년 동일 연령대의 근로소득과 비교하여 크게 높아졌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X세대의 근로소득 증가폭을 하회했다.

최영준 연구위원은 "MZ 세대의 취약한 경제 상황은 향후 경제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에서는 MZ 세대의 생활방식, 취향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점검하는 한편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 동 세대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편의점 도시락 /BGF리테일

환율은 1400원을 넘었고, 코스피는 2년 2개월 만에 2200선도 무너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하반기 국민 소비 지출 계획’을 발표했는데,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7%가 올해 하반기 소비 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 침체 우려로 소득 불확실성은 확대되는데 식료품 등 생활 물가는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대출 이자는 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황이 이러니 MZ 세대, 경제의 주요 소비층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일상이 됐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고, 쇼핑을 하더라도 대용량을 구매한다. 직장인들이 많은 여의도의 관련 직장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저렴하면서 외부인도 출입할 수 있는 구내식당을 찾는 글들도 올라온다. 최근 8월 2일 문을 연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은 외부인도 식권을 55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일명 '가성비 식당'으로 유명해졌다. 국회 박물관 구내식당 관계자는 "하루 평균 400~500명 정도 이용하는데, 그중 150~200명 이상이 외부인"이라고 귀띔했다.  
 

대용량 생필품 거래액 추이 /위메프

쇼핑을 해도 한 번에 대량으로, 유통기한이 길어 장시간 보관이 쉬운 상품들을 구매하는 비율도 늘었다. 위메프는 8월 27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최근 한 달간 주요 대용량 생필품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늘었다고 밝혔다. 대용량 치약(378%), 대용량 비누(69%), 대용량 샴푸(15%) 등의 위생 용품과 대표적인 생활용품인 대용량 세제(78%)·휴지(63%)의 거래액이 고르게 올랐다. 또 대용량 커피(215%)와 대용량 과자(31%) 등 기호식품도 높은 가성비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는 고물가, 경기 불황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직장인들의 필수 '포션'인 커피도 고가 브랜드보다 저가 브랜드들의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 25’의 매출이 7월 30.7%, 8월 33.5%에 이어 9월에는 38.8% 증가했다. 직장인들의 커피 수요가 높은 오피스 상권 매출은 9월 기준 전년 대비 49.3% 올랐고, 저가형 커피 브랜드인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 등의 앱 이용자 수는 각각 40.5%, 51.8% 증가했다. 직장인들의 커피 수요가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커피 빈 등 고가 커피 브랜드에서 저렴한 편의점 커피나 저가형 커피 브랜드로 쏠리고 있다. 
 

포인트를 모으는 것도 좋고, 캐시백 받는 것도 좋겠지만.... /기재부

물가를 잡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나 딱히 어떤 정책도 나오지 않고 도움도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뭐든지 아끼며 '가난'에 가까워지는 사람들에게 한쪽에서는 오히려 '가난'을 강요하고 있다. 시발점이 된 건 8월 19일, 기재부가 공식 SNS에 올린 카드 뉴스 형식의 '무지출 챌린지'다.  “지출 0원에 도전하기, 가능하신가요. 요즘 MZ 세대 사이에서 열풍인 무지출 챌린지 한번 도전해보실래요?” 라며 무지출 챌린지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해당 이미지들이 떠돌았다.

기재부가 소개한 ‘무지출 챌린지’의 방법은 첫째, 점심에는 도시락을 싸와서 해결하고 퇴근 후에는 집 밥을 먹는 것으로 외식비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둘째, 걸으면서 운동하고 앱을 통해 포인트를 모으거나 리뷰를 남겨 캐시백을 받아 커피값을 해결하기, 셋째, 중고거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부수입을 챙기거나 무료 나눔을 받기 등이다. 아마 기재부는 이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라는 말이 떠돌면서 여러모로 뭐든지 아끼고 과소비를 하지 않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는지, MZ 세대가 이런 걸 하고 있다고 하니 그 흐름에 끼고 싶어서였는지 이유는 모른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이유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느낌이다.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한 건 애초부터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어도 못 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아낄 수 있는 것이라도 아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물가는 오르고, 코스피는 떨어지고 환율도 매일매일 올라가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쓰던 걸 줄이거나, 사지 않거나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가 감당이 안 되니 돈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

집 밥을 먹으라는 것도 일종의 허상이다. 집 밥을 먹으려면 냉장고에 식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누가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냉장고에서 뚝딱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집 밥을 만든다면 결국 식재료를 마트에서 사 와야 하는데 애호박이 3천 원이고 오이 하나에 2천 원이 넘는 요즘, 식재료 사서 집 밥을 해 먹는 것보다 차라리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 두 개를 사는 게 더 저렴하다. 
 

현재는 삭제한 무지출 챌린지 콘텐츠 /기재부 

무지출 챌린지는 어떻게 보면 촌극이다. 오르지 않는 월급,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가 삶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들을 농담처럼 하던 말들이 사람들 사이에 떠돌았고 기재부는 그 흐름을 마치 MZ 세대의 놀 거리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다. 하염없이 가볍고, 또 가볍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흐름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기재부는 그 '무지출 챌린지'를 독려해야 하는 대상 자체가 아니다. 한 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는 기재부가 소비자들에게 소비를 아끼라고 한다는 것부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소비를 독려해야 하고, 소비가 있어야 경제도 돌아간다. 소비로 경제를 돌리는 정부가 할 말도 아니거니와, 소비자들이 단순히 이게 재미있어서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것도 아니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원성에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SNS 이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주제에 대해 설명해 주는 취지”라 해명하고, 콘텐츠를 삭제했다. 기재부가 올렸지만 기재부의 입장은 아니라는 전형적인 해명문에 콘텐츠 삭제까지 이 흐름 자체가 한 편의 촌극이 되었다. 

사람이 삶을 지속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는데, 내집은커녕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며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한 경제 전문 유튜브에서는 MZ 세대가 월세와 반전세를 전전하는 이유를 '인스턴트 문화' 때문이라 언급한 일이 있었다. 기재부의 무지출 챌린지와 결이 비슷하다. 결국은 집을 사려면 과소비를 하지 말고, 절약하고 저축하면 전세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돈이 있다면 누구나 월세나 반전세 대신 전세라도 살고 싶을 것이다. 다만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의 차이로 마진을 남기는 '예대마진'도 치솟고 있으니 전세 대출이자를 갚기도 힘들고, 대출제한으로 전세금도 마련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월세와 반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도 월세라도 있으면 다행이고, 오피스텔과 고시원을 찾는 젊은 사람들도 허다하다.

그 사람들은 명품과 카 푸어 등에 빠져 과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학자금을 갚아야 해 알바를 뛰어다니는 평범한 대학생들과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있다. 월급 200만 원 언저리로 받는 사람들이 달마다 모든 금액을 저축하고 돈을 모아도 대출을 해 3억짜리 전세를 살려면 몇 년이 걸린다. 모든 금액을 저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전세가 몇 년 후에도 3억으로 유지될 일도 당연히 없을 테다.
 

가치소비, 그리고 가성비 /기재부
수제버거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은 이쯤되면 무슨 죄 /기재부 

무지출 챌린지 카드 뉴스로 논란이 있었던 기재부는 이후 8월 24일, 수제버거를 사 먹는 일이 과소비라는 취지의 카드 뉴스를 제작해 올렸다. '프리미엄화가 불러온 나비효과'라는 주제로 만든 이 콘텐츠는 ‘조금 비싸도 줄 서서 먹는 수제버거’와 ‘거품 뺀 가격으로 대형마트에서 싸게 나오는 햄버거’라는 표현을 썼다. 또 수제버거를 '강남에서 3시간 동안 기다려서 드디어 햄버거 겟(get)” ‘#다리아픔 #더움 #그래도행복함’이란 문구로 표현한 반면 일반 햄버거는 “샴푸 떨어진 김에 떨이로 필요한 거 다 삼. 나 살림 좀 잘하는 듯” ‘#내돈내산 #이월상품 #합쳐서 3만원’이란 표현을 썼다.

편의점 도시락과 영수증으로 하루에 10원, 20원 버는 성실한 MZ 세대에겐 수제버거 또한 사치나 과소비니 일반 햄버거를 먹으라고 한다. 이쯤되면 수제버거 먹을 돈 아껴서 무지출 챌린지를 하라는 요량인 듯싶다. 

MZ 세대라는 사람들에게 이미 가난은 일상에서 속박으로 작용한다. 이들에게 어느 쪽에서는 수제버거 하나도 사치라며 이월 상품을 사고, 합쳐서 3만 원이면 싸게 샀다고 생각하라 말한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 제대로 된 한 끼 대신 라면을 선택하는 이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라 말한다. 수제버거가 과소비라고 손가락질하기 이전에, 지금보다 더욱더 가난해지라고 강요하기 이전에 지금의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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