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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단청 부실공사 사태로 보는 전통 안료 복원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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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단청 부실공사 사태로 보는 전통 안료 복원의 중요성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8.2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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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숭례문 / 핸드메이커
사진 = 숭례문 / 핸드메이커 2022.08.18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단청을 복구하면서 천연안료 대신 값싼 화학안료를 사용한 홍창원 단청장과 그의 제자 한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이민수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정부가 홍 단청장과 제자 한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은 공동으로 9억 4550여 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2017년 3월 홍 단청장과 한 씨를 상대로 숭례문 단청의 전면 재시공에 필요한 11억 8천여 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홍 단청장은 2012년 8월∼2013년 2월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맡아 진행했다. 홍 단청장은 전통 복원에 자신 있다고 문화재청에 밝혔지만, 전통 기법으로 단청을 복구해 본 경험은 1970년 스승이 하는 공사에 잠시 참여했던 것이 사실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처음 한 달여 동안 천연안료와 전통 접착제를 사용하는 전통 기법을 썼지만,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았고 날씨가 추워지자 전통 접착제인 아교가 엉겨 붙었다. 그러자 홍 단청장과 한씨는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계약을 어기고 화학 안료 지당과 화학 접착제 아크릴 에멀전을 사용했는데, 이들은 감리를 피해 주로 새벽 시간대 작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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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단청장은 주로 새벽 시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몰래 화학 재료를 섞은 혼합재료를 만들었고, 기술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혼합재료를 사용해 단청 공사를 마쳤다. 단청은 공사가 끝난 후 3개월 만에 벗겨졌다.
 

사진 = 벗겨진 숭례문 / 핸드메이커
사진 = 벗겨진 숭례문 / 핸드메이커 2022.08.18
사진 = 복원된 숭례문 / 핸드메이커
사진 = 복원된 숭례문 / 핸드메이커 2022.08.18

재판에서 홍 단청장과 한 씨는 "화학 안료를 섞어 썼기 때문에 단청이 벗겨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실험과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숭례문 단청의 균열 및 박락이 피고들의 재료 혼합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결정한 전통 재료를 사용해 단청공사를 시공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화학재료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문화재청이 당초 계획했던 전통기법대로의 숭례문 복원에 어긋나고, 하도급 계약에서 정한 공사 내용에도 위배된다”며,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한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전통 재료로 시공된 구간에서도 일부 단청이 벗겨진 점, 문화재청은 홍 단청장이 전통 재료만을 사용해 단청을 시공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점, 문화재청이 공사를 빠르게 완성해 달라고 요구한 점 등을 감안해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숭례문 복구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꾸준히 잡음이 있었다. 2019년 7월 국회에서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는 “숭례문 단청이 일본산 소재를 뒤집어 쓴채로 국보 1호의 위상과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7년째 방치되고 있지만 문화재청은 2013년에 발생한 박락 사건이 재연될 것이 두려워 복원 사업을 미루고만 있다”란 말도 나왔다. 

사실 이전부터 숭례문은 방화 소실 이후 총 260여 억원을 들여 복구되었으나 '전통 방식으로 복원'이란 적극적인 홍보와는 달리 재료에 일본산 소재 사용, 단청의 변색·박락 등의 현상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2014년 '숭례문 복구 계획'을 세우고 2018년 이후 복원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재청은 2014년부터 전통 단청 연구와 시범 적용을 진행했고,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는 전통소재를 개발해 2018년부터 ‘전통소재 시범단청사업’에 적용 중이다. 
 

창경궁 명정문 단청 전 모습 /문화재청

그리고 3일,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창경궁 명정문'을 대상으로 12월까지 전통 단청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궁과 조선왕릉을 지칭하는 궁능문화재 가운데 숭례문 복구 이후 전통 단청을 적용하는 것은 명정문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이미 숭례문의 전통 단청 복구 과정에서 충분한 연구 없이 진행하다 부실시공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전통 단청 연구는 전통안료와 접착제인 아교 제작 방법 복원, 안료 품질기준과 시공 방법 마련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2018년부터는 안성 청룡사 대웅전, 서울 탑골공원 삼일문 등 건축물 20여 건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이 수행되었다.

전통 단청은 19세기 말부터 화학 안료가 유입되면서 전통 안료의 생산과 기술이 단절되어 문화재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전통 안료는 화학안료에 비하여 내구성, 시공성 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고 하지만 천연 돌가루, 흙 등 자연 재료를 이용해 채색하므로 외부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뿐만 아니라 고색창연한 아름다움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경궁 명정문 /문화재청

문화재청 측은 "이번 사업은 전통 단청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숭례문 이후 궁능 당해 문화재에 처음으로 실시한다는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전통 단청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전통 재료 생산 기반 시설 설치비용 지원(8억)과 기능자 전문교육 등의 노력을 통해, 전통 재료가 문화재 수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숭례문 단청 관련해 이번 재판에서 홍 단청장은 2015년 화학안료를 사용하고 공사비를 빼돌린 혐의(사기)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고, 문화재청은 2017년 홍 단청장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을 박탈했다. 단청 복원 과정에서 화학 안료를 쓴 단청장의 책임이 주요하지만, 문제는 재판부가 정부의 책임도 20%로 남겨 두었다는 점이다.

이미 전통 안료 기술과 생산의 맥이 끊긴 상황에서 당시 정부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전통으로의 복원'으로 홍보했고, 그 과정에서 단청장 또한 기한을 맞추려 화학 안료를 섞어 공사를 진행했다. 왜 정부의 책임이 20%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창경궁 명정문을 시작으로 전통 안료의 복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숭례문의 단청은 10여 년 전과 그대로다. 변색과 박락 현상이 진행 중이며 일본산 재료와 뒤섞여 일종의 '혼종'이 된 상태다. 이번 숭례문 단청장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부디 제대로 된 복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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