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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업사이클 아트&디자인 플랫폼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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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업사이클 아트&디자인 플랫폼 ‘23.4’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1.0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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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지난 12월 25일부터 모든 주택에서 투명 페트병을 따로 분리 배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이렇게 배출된 투명 페트병은 섬유로 재활용해,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드는 데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환경보호에 한발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업사이클’이라는 단어도 이제 익숙해졌고, 버려진 것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에도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기성품보다 개성있는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MZ세대도 업사이클 제품을 선호하면서 하나의 문화처럼 굳어지고 있다.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업사이클 아트 시장을 활성화해 작가의 다양한 창작활동이 가능하게 하며, 친환경 예술환경과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23.4’는 업사이클 아트&디자인 제품 소개와 관련 전시&마케팅 기획,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업사이클 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지구를 생각하는 차별화된 업사이클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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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아트&디자인 플랫폼 ‘23.4’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신생 플랫폼이지만, 이름부터 정체성이 확고하다. 23.4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인 23.44°를 의미한다고 한다. 브랜드 BI에 적용된 기울기도 똑같이 23.44°다.
 

브랜드 BI / 23.4 제공
브랜드 BI / 23.4 제공

하지만 23.4가 단순히 지구를 생각한 플랫폼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것, 차별화된 것, 개성 넘치는 ‘아트 & 디자인’을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나간다는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업사이클’이 단순한 재활용 개념을 넘어 ‘예술’이 될 수 있으며 하나의 소비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개성 넘치는 제품을 구매하면서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착한 소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요즘 세대를 타깃으로 한 플랫폼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업사이클 아트 시장’은 아티스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핸드메이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전문 플랫폼이 있고, SNS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할 방법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업사이클처럼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찾기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은 많지만, 온라인에는 한 부분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려 23.4와 같은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23.4에서 기획한 업사이클 관련 전시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23.4에서 기획한 업사이클 관련 전시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23.4의 탄생은 이곳을 운영하는 23.4LAB의 노하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23.4LAB은 ㈜도넛피치의 기업부설연구소로 ‘지속가능한 환경 가치’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및 소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업사이클 연구소 ‘린파 연구소(Laboratorio Linfa)’와 연계해 ‘국제업사이클아트위크’를 함께 운영하기도 했으며, 친환경 작품에 대한 연구·개발 및 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23.4의 손승영 대표는 마케팅 등 행사 경력이 18년이나 되는 배테랑이며, 2019 혁신 에코디자인 공모전 장려상, 2018 광명 업사이클 예술 축제 총감독 등 관련 분야에서 이력을 갖고 있다. 또한, 함께 일하는 이들도 업사이클 아트 전시나 환경 모티브 아트상품 디자인 경력을 갖춘 전문가라는 점을 봐도 23.4가 얼마나 업사이클 아트 분야에 진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플랫폼을 오픈하면서, 온라인 샵과 업사이클 아트 컬렉션, 체험 키트 판매를 시작한 23.4는 올해 기관, 박물관, 학교 등에 아트 체험 키트를 통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관련 콘텐츠나 전시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추후에는 친환경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과 제휴해 캠페인을 운영하는 등 업사이클 아트를 대중화하고, 아티스트와 소비자, 기업을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목표를 갖고 있다.

온라인 전시를 보는 듯한 작품 소개

아트 플랫폼 후발주자인 23.4는 업사이클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업사이클 아트’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가장 큰 특징이 전시를 보는 듯한 큐레이팅이다.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홈페이지에서 ‘ART & DESIGN’ 메뉴를 보면, 업사이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작가, 브랜드와 만든 제품을 소개해 놓았다.

단순히 제품의 외형만 보고 소비자가 정보를 접하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며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지를 알 수 있도록 인터뷰와 작품 설명을 정리해두었다. 팬데믹 시대에 늘어나는 온라인 전시를 관람하듯, 업사이클 아트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업사이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 보통 업사이클이라고 하면, 버려진 쓰레기 중에서 쓸모있는 것을 재사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쓰레기로 만든 것을 왜 쓰느냐’하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작가가 만든 작품의 개념으로 다가가, 독창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그 안에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에, 일반 기성 제품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업사이클이 가진 ‘버려진 것’이라는 이미지를 좀 더 고급화시킬 수 있다.
 

23.4의 대표 작품들 / 23.4 제공
23.4의 대표 작품들. (왼쪽부터) 김하늘 작가의 마스크 재활용 의자, 포리 심 작가의 정크 아트 토이, 박상빈 작가의 실버 하운드 / 23.4 제공

현재 23.4에서는 9명의 작가와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해서 ‘의자’라는 새로운 오브제를 탄생시켜 유명해진 김하늘 작가의 ‘Stack & Stack’, 버려진 양말목으로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박진이 작가, 폐전자제품을 분해해 재가공해 로봇 형태의 ‘정크 아트 토이’를 만드는 포리 심 작가, 병뚜껑이나 알루미늄 컵, 자전거 거치대 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양영완 작가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작품과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보면서, 업사이클이 어떤 것인지, 환경 보호가 왜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업사이클 작품 구매 기회…작가에게는 수익 창출 기대

여느 전시가 그렇듯, 원하는 작품은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23.4 역시 큐레이팅과 함께 ‘SHOP’에서 작품을 구매할 기회도 제공한다. 작가에게는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샵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샵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판매되는 작품을 살펴보면, 디자인이 독특하다. 헌책을 활용한 김준혁 작가의 ‘갓등 모던’, 폐섬유로 만든 박진이 작가의 ‘무지개 카펫21’,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디자인 스튜디오 뉴탭-22(newtab-22)의 ‘웨이브 인센스 홀더’, 버려진 페트병, 캔버스 등을 활용한 김경란 작가의 ‘새옹지마’, 폐섬유와 생두 통으로 만든 박진이 작가의 ‘꼬리스툴21’ 등이 있다.

대체로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폐자원을 활용한 ‘작품’이라는 점, 디자인은 같아도 사용하는 재료가 매번 달라진다는 ‘희소성’을 따진다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나 쓰레기로 쉽게 버렸던 것들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한다는 점도 놀랍지만, 발상의 전환을 엿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LP판을 활용해 만든 노트. 1월 31일까지 구매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은품도 업사이클 제품이다 / 23.4 제공
LP판을 활용해 만든 노트. 1월 31일까지 구매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은품도 업사이클 제품이다 / 23.4 제공

작품을 구매한 이들에게 증정되는 사은품도 업사이클이다. 23.4가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1월 31일까지 선착순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에서는 ‘23.4 레코드 노트’를 증정한다. 이 노트는 LP판을 업사이클한 제품으로, LP판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과 23.4의 디자인을 결합했다.

23.4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는 업사이클 산업의 대중화와 시장의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다양한 친환경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만들어질 업사이클 제품은 어떤 것이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업사이클에 관심이 많은 작가나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수시로 협업 문의를 받고 있으며, 기업에서 작품과 전시 의뢰 등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 진행을 원한다면 컨설팅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

업사이클 경험을 심어주는 키트 개발

코로나와 함께 많이 늘어난 것이 있다면, 직접 집에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키트 상품을 빼놓을 수 없다. 23.4도 업사이클 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키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유도영 작가의 생태예술체험 키트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유도영 작가의 생태예술체험 키트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현재는 유도영 작가의 업사이클링 생태예술 체험 KIT ‘생태에 속한 나’와 박진이 작가의 ‘양말목 물병 가방’ 키트를 판매 중이다. 키트에는 작가 소개와 함께 작품에 필요한 재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제작 설명서가 함께 포함된다.

유도영 작가의 ‘생태에 속한 나’ 체험 키트는 나뭇조각, 빨대, 전선, 단추, 블록 등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것을 활용해 바다나 숲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곤충과 동물을 만들어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버려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지구에는 인간만 살고 있지 않고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박진이 작가의 양말목 물병 가방 키트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박진이 작가의 양말목 물병 가방 키트 / 23.4 홈페이지 캡처(www.234.or.kr)

박진이 작가의 양말목 물병 가방 키트는 양말을 만들며 버려지는 양말목 100g을 엮어서 텀블러 형태의 물병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양말목은 양말을 만드는 데 필요하지만, 쓸모가 없어 버려지는 것 중 하나다. 보통은 소각되지만,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박진이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여러 색상들이 조합되어 엮어진 실들의 작은 조각들은 점차 사라져가는 존재들과 잘 어우러졌으며, 조금씩 소멸되어가는 나의 시간들과 닮았다”고 말했다. 쓸모를 다한 폐섬유에 불과한 양말목이지만, 그것들을 엮다 보면 ‘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교훈 같은 제작 키트다.

향후 23.4는 해당 키트를 활용해 만드는 영상을 제작한 후, 유튜브나 VOD 채널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팬데믹 시대에 ‘집콕 취미’로 활발해진 온라인 취미 플랫폼과 같은 서비스라는 점에서 업사이클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매해 유행할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하는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2’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와 MZ세대보다 앞선 X세대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40대인 이들 역시 요즘 MZ세대처럼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10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한다고 한다.

건강, 자연환경과 가까운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면서, 과거처럼 개성을 중시했던 성향이 살아난다면, 버려진 것을 새롭게 활용하는 업사이클 아트의 취지에도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와 감각있는 트렌드를 추구하는 ‘23.4’와 같은 플랫폼도 주목받지 않을까 싶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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