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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한 조각가의 꿈이 창조한 알레브리헤의 도시, 오악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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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한 조각가의 꿈이 창조한 알레브리헤의 도시, 오악사카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1.18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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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에 등장하는 페피타는 멕시코의 알레브리헤이기도 하다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영화 '코코'에서 미구엘을 지켜주는 '알레브리헤'가 두 마리가 등장한다. 한 마리는 리베라 가족의 명령으로 미구엘을 찾아다니던 페피타, 또다른 한 마리는 영혼의 안내자인 단테이다. 단테는 미구엘이 진실을 마주하기 이전,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동물이며 미구엘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코코'에 나오는,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 알레브리헤들은 형형색색을 자랑하는, 환상의 동물들이다.

알레브리헤는 뿔, 날개, 송곳니, 지느러미, 비늘뿐만 인간의 몸도 같이 합성해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알레브리헤는 쨍한 색감과 복잡한 무늬를 자랑하며, 예술가들은 알레브리헤를 제작할 때 섬세한 무늬와 줄무늬, 기하학적인 모양, 꽃이나 불꽃 모양을 그린다. 많은 알레브리헤는 과장되어 있거나 뒤틀린 모습, 일그러진 얼굴을 갖고 있으며 표정은 평화로우면서 장난기 많은 것에서부터 불길하거나 기분 나쁜 것까지 다양하다. 
 

알레브리헤 조각들 /flickr

멕시코에서 악마의 기운을 몰아내고 가정을 보호해 준다는 '알레브리헤'는 오늘날 주로 마분지, 종이 또는 나무로 만들어진다. 알레브리헤는 멕시코 초현실주의 예술의 중요한 한 요소로 여겨지며 다양한 색의 동물, 신화적인 기원을 가진 생물들의 형태는 더 화려하고 더 강해 보일수록 악령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목적에 딱 맞아떨어진다.

멕시코 오악사카 도시의 많은 가게들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의 관광객들과 미국, 캐나다, 유럽의 예술 상인들에게 알레브리헤를 판매하며, 지금도 150개 이상의 상점이 알레브리헤를 만들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알레브리헤, 계속된 진화 

페드로 리나레스 /flickr

알레브리헤는 환상의 동물들을 형형색색으로 칠한 멕시코의 민속 예술 조각상으로써, 최초의 알레브리헤는 멕시코 시티 출생의 페드로 리나레스가 만들었다. 리나레스는 1936년, 병으로 고열을 앓다가 환각을 보았다고 한다.

꿈에서 그는 바위와 구름이 있는 숲 속에 있었고, 주변에 있던 것들이 갑자기 처음 보는 색깔을 가진 동물과 식물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물체들은 각기 날개와 뿔, 꼬리와 사나운 이빨을 가졌다. 리나레스는 꿈을 꾸는 내내 '알리브리헤' 라는,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을 반복하는 생물체들의 소리를 들었고 병이 나은 후 그는 종이와 판지를 사용해 그가 봤던 물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알리브리헤의 시초이다.

리나레스는 죽기 2년 전인 1990년 대중 예술과 전통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다른 알레브리헤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리나레스의 작품은 멕시코 외 다른 나라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가 직접 작품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리베라는 리나레스 이외에 자신이 원하는 형상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평가한 적도 있다. 디에고 리베라가 멕시코 시티의 코요아칸에 조성한 아나우아칼리 박물관에는 리나레스의 관련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누엘 히메네스 /mexican-folk-art-guide

원래 리나레스는 그의 모든 알레브리헤를 판자와 종이로 만들었지만, 멕시코 시티를 떠나 오악사카의 아라졸라 마을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많은 장인들과 그의 알레브리헤를 공유했다. 이때 목각가 마누엘 히메네스는 리나레스와 그의 알레브리헤를 알게 됐고, 마누엘은 처음으로 종이 대신 목재로 알레브리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후에 예술가의 순수한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오악사카를 대표하는 화려하고 세밀한 동물 모양의 나무 조각이 된다. 마누엘은 알레브리헤가 어떤 특정한 의미를 갖는 게 아닌, 꿈과 환상의 표현이며 자신의 창조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마누엘 히메네스의 알레브리헤 /mexican-folk-art-guide

옛날 아라졸라의 마누엘 지메네스, 틸카헤테의 이사도르 크루즈, 라 유니온의 마틴 샌디에고 같은 조각가들은 어린 시절 종종 잡일을 하면서도 동물을 조각하는 일을 하곤 했다. 1960-1970년대 들어 조각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판매했고, 멕시코의 다른 지역에도 해외 딜러들이 농장을 방문하면서 사자와 코끼리 등 외래 동물의 접촉이 많아지며 비로소 무역이 시작된다. 전통적 물감들은 아크릴에 자리를 내주었고, 1970년대 오악사카 도시에서 개최한 경연대회는 조각가들이 상을 타고 박물관들에 작품을 팔기 위한 과정이 되었다. 

1970-1980년대 초 조각가들은 대부분 오악사카의 가게 주인들에게 작품을 팔았고,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도매상과 상점 주인들이 오악사카에서 알레브리헤를 직접 거래하기 시작했다. 외국 상인들의 희귀한 동물 모습에 대한 열망, 새로 유행하는 모양의 알레브리헤가 시장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아라졸라와 틸카헤테 도시의 대부분의 가게들은 목공예품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목공예업도 활기를 띠었다. 
 

판매 중인 알레브리헤 /Culture Trip

이 호황은 커다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고, 아라졸라와 틸카헤테의 경제는 농업에서 목공예로 옮겨갔다. 이것은 만들어지고 있는 조각에도 영향을 주었고,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며 조각의 모양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화려해졌다. 1990년대, 도로의 건설과 함께 오악사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조각을 하게 됐고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오악사카를 방문하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알레브리헤를 다양한 루트로 접할 수 있다. 장인으로부터 직접 주문할 수도 있고 멕시코와 해외의 백화점, 시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유니크한 조각은 딜러에게 독점적으로 판매되며 값비싼 작품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 유럽이나 고급 휴양지의 민속 공예품 가게로 팔려간다. 조금 더 저렴하며 대량 생산되는 물건들은 무역 박람회나 일반적인 관광 상점에서 판매되고, 조각의 가격들은 품질이나 색깔, 크기, 독창성이나 장인의 평판에 따라 달라진다.  
 

화려한 모양의 알레브리헤 /flickr
알레브리헤는 화려하면서도, 섬세하다 /flickr

종이에서 시작된 알레브리헤가 마누엘에 의해 나무 조각으로 바뀌면서, 이 예술품들은 여러 마을로 퍼져나갔고 특히 틸카헤테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다. 오악사카 도시에서 펴져나간 알레브리헤는 여러 도시에서 마틴 샌디에고, 줄리아 푸엔테스, 자코보 엔젤레스 등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해냈다. 


알레브리헤에 쓰이는 목재 

코팔 나무를 채취중인 사람 /flickr

오악사카의 알레브리헤를 만드는 목재는 코팔 나무를 사용한다. 코팔은 일반적으로 오악사카의 이웃 주의 건조한 열대 숲에서 채취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틸카헤테의 이시드로 크루즈는 상아화를 썼고, 마누엘 히메네스는 과테말라에서 수입한 열대 삼나무를 썼다고 한다.

원래 목공들은 숲에서 스스로 나무를 구했다. 코팔나무는 짧고 작게 자라 모든 부분이 조각에 다 쓰였다. 그러나 목공예가 성행하며 숲에 사는 야생동물이 먹을 물이 부족해졌고, 틸카헤테와 아라졸라 근처의 많은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오악사카에는 곧 코팔나무 전용 시장이 생겼고, 목재를 채취하는 절차는 복잡해졌으며 몇몇 도시는 목재 판매를 거부하기도 한다. 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상인들은 목재를 얻기 위해 종종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는 경찰들과, 이런 형태에 분노에 찬 지역 주민들을 상대하는 등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알레브리헤를 만드는 과정 

알레브리헤를 만들고 있는 관광객들 /culture trip

알레브리헤는 조각의 크기와 디테일에 따라 몇 시간에서 몇 달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재료로 사용되는 코팔 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에 따라 나뭇가지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예술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각 작업은 칼과 끌 같은 공구로 이루어지며, 그림이 그려진 가지를 잘라내거나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톱을 쓰는 경우에는 더 정교한 도구들을 쓴다.

조각 후의 형태는 전체 조각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 최대 10개월 동안 마를 때까지 건조시킨다. 코팔 나무는 특히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말린 조각들은 종종 석유에 담가 놓거나 곤충의 알을 파괴하기 위해 불에 태우기도 한다.

만약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칠한다면 균열이 생기기 쉬우며, 생긴 균열은 작은 코팔 나무 조각과 톱밥 등의 혼합물로 채운다. 1985년 이후 대부분의 장인들은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고 계속 씻어도 유지가 되는 아크릴로 칠을 하지만, 일부 고객들의 취향 때문에 아닐린 페인트를 쓰곤 한다. 
 

알레브리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 /flickr

원래 목공예는 보통 남자들이 혼자 하는 작업이었지만, 1980년대 들어 매출이 급증하며 가족 구성원들도 같이 일을 하게 됐다. 대개 남자들은 조각을 하고, 아이들과 노인들은 평평하게 깎는 작업을 하며, 여자들은 그림을 그린다.

대부분의 경우 알레브리헤에 대한 작업은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대량 주문을 받을 시 친척을 동원하거나 외부에서 사람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꽤 유명한 장인들의 경우 노하우 유출을 우려해 사람을 따로 고용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하트 모양의 알레브리헤를 만드는 과정

 

알레브리헤 작업 과정 /NOVICA 유투브 캡쳐 

1. 적당한 나무를 골라 자르고 다듬는다.
 

알레브리헤 작업 과정 /NOVICA 유투브 캡쳐 

2. 조각을 다듬어 하트 모양으로 윤곽을 대강 잡는다.
 

알레브리헤 작업 과정 /NOVICA 유투브 캡쳐 

3. 도구를 골라 하트 모양으로 섬세하고 반질반질하게 깎는다.
 

알레브리헤 작업 과정 /NOVICA 유투브 캡쳐 

4. 전체적인 칠을 하고 봇으로 그림을 그린다.
 

알레브리헤 작업 과정 /NOVICA 유투브 캡쳐 

5. 그림을 다 그렸으면 깔끔하게 마무리 작업을 한다.
 

알레브리헤 작업 과정 /NOVICA 유투브 캡쳐 

6. 완성, 귀여운 알레브리헤 악세서리가 만들어졌다.


매년 펼쳐지는 알레브리헤 퍼레이드 

퍼레이드에서 보이는 알레브리헤 /flickr
엄청난 크기의 알레브리헤 /flickr

2007년부터는 멕시코 대중 예숙 박물관의 후원 아래 멕시코 시티에서 '알레브리헤 퍼레이드'가 매년 10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린다. 멕시코 국민들은 철사줄, 목재, 옷감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알레브리헤 모형을 만들고 멕시코 시티 중앙 광장인 소칼로에서 독립기념탑을 지나 혁명 광장까지 총 5.5㎞를 행진한다. 멕시코의 수공예와 민속 예술을 계승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 퍼레이드는 이제 멕시코의 커다란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멕시코의 인기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공연과 함께 퍼레이드가 끝날 무렵, 알레브리헤 모형들은 심사를 위해 레포르마 거리에 2주간 전시된다. 2010년 열린 알레브리헤 퍼레이드는 멕시코 독립 200주년 및 멕시코 혁명 100주년 기념과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멕시코 대중 예술 박물관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국제 도서 박람회에 3미터 높이의 알레브리헤를 세우는 등의 후원을 했다. 이 박람회에는 150여개의 크고 작은 알레브리헤가 전시되었다. 


알레브리헤의 도시로 거듭난 오악사카 

한 조각가의 꿈이 그의 도시를 예술로 만들었다 /flickr

오늘날, 페드로 리나레스와 마누엘 히메네스와 후손들은 여전히 종이 마개, 조각된 나무, 페인트를 사용해 알록달록한 알레브리헤를 만들고 있다. 오악사카뿐만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도 그들만의 알레브리헤를 만들면서 알레브리헤는 멕시코의 민속 예술의 일부가 되었다. 예술가들은 알레브리헤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예술로 승화시켰고, 예술적 수요와 공급에 기반을 둔 오악사카의 경제 또한 활성화시켰다. 

한 조각가의 꿈에서 탄생한 알레브리헤는 이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품 중 하나가 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장의 동물, 농부, 천사 등 단순하고 자연적인 세계를 다뤘던 알레브리헤는 이제 더 많은 상점과 갤러리, 박물관과 연결되서 관광객들을 도시로 끌어모으고 있다. 지금도 오악사카 외곽에서는 알레브리제 워크샵과 전시회가 열리며, 예술가들과 공예가들은 자신들의 후손에게 목각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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