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핸드메이드 라이프
감즙으로 물들인 갈옷, 제주도 사람의 지혜가 담기다통기성·자외선 차단·피부 진정 등으로 현대에도 각광받는 제주 갈옷의 우수성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7.09 17:34
  • 댓글 0
제주 갈옷 [한국민속박물관 제공]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폼이 넓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이 고동색의 옷은 제주도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입어온 '갈옷'이라는 전통 의상이다. 이 갈옷은 제주도에서 구하기 쉬운 열매인 감즙으로 옷 염색을 했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방영된 TV조선의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197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은희'가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은희는 그동안 제주 갈옷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갈옷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썼다고 한다. 제주도는 은희의 고향이기도 했다.

갈옷 만드는 방법

갈옷은 목화를 삶아 만든, 광목천이나 무명을 주 옷감으로 사용한다. 이 옷감에 풋감을 으깨서 골고루 묻혀주고 주물러서 흠뻑 적시는 과정으로 물들인다. 감물을 들이면 옷감이 빳빳해지기 때문에 바느질이 쉽지 않다. 때문에, 감물을 물들이기 전에 미리 옷을 만드는 것이 좋다. 물론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원단을 염색해서 좀 더 다양한 옷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요즘에는 믹서기 등을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감즙을 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방망이로 직접 으깼다고 한다. 감즙을 들이는 감은 가장 많은 음력 6~7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막 딴 떫은 풋감(땡감)을 써야 물이 잘든다고 한다. 그리고 물들인 옷은 물을 적시고 발로 밟아 펴주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출처- pixabay]

그리고 옷에 묻은 감 찌꺼기를 잘털어낸다. 그 다음, 옷을 뒤집어 다시 주름을 펴주고 방망이 등으로 잘 두들겨준다. 그렇게 작업이 끝나면, 뜨거운 햇볕에 잘 말리면 된다. 흐린 날씨에 말릴 경우,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햇볕에 쨍쨍 말린 옷은 점차 황토색 빛깔이 짙어지고, 빳빳해진다. 하지만 완성된 옷을 몇 번 입으면 금세 부드러워지며 몸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다. 또한 갈옷은 더러움도 덜 타며 질기고 통풍이 잘되어 시원하다. 물이 귀했고 날씨가 더웠으며, 힘든 노동을 일상으로 삼아온 제주도인들에게 갈옷은 실용적인 옷으로서, 일상복과 노동복으로 활용됐다.

제주도 사람의 일상이었던 갈옷

제주도 사람들이 언제부터 갈옷을 입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감물로 옷을 염색하는 방법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사용된 방법이다. 따라서, 제주도의 갈옷도 아마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제주도 만큼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감으로 염색한 옷을 입어온 지역은 드물다.

제주도 사람들은 가정마다 감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감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갈옷을 만드는데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갈옷은 제주도인의 생활 그 자체였다.

갈옷은 남자 옷은 갈적삼과 갈중이, 여자옷은 갈적삼과 갈굴중이라 부르는데, 시대에 따라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며 발전했다. 1930년대에는 당시 유행했던 여성용 몸빼용 바지에 감즙을 물들이기도 했다. 50년대까지 갈옷은 제주도에서 아주 흔한 일상복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80년대부터는 점차 갈옷을 입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갈옷을 입은 제주도민의 일상 [출처- karendotcom127]

과학적 연구로 입증된 갈옷의 우수성

오늘날에는 여러 과학적 연구를 통해 갈옷의 다양한 효능이 증명되었다. 먼저 감즙이 옷과 만나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한다. 땀을 흘리거나 때를 타도 쉽게 옷감이 상하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갈옷은 떫은 감에서 나오는 탄닌 성분 덕분에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천연 재료로서, 향균성이 뛰어나 아토피 등 피부 알레르기에도 좋다. 또한 옷 소재에 감즙이 섞이면 코팅막이 형성되면서 옷의 내구성과 발수성(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성질)도 좋아진다. 그러면서도 통기성이 좋고 열전도율이 좋아 무더위에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다. 

이러한 감즙의 놀라운 기능으로 인해 갈옷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이제 전통 의상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디자인의 옷과 액세서리에도 갈옷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옷뿐만 아니라 침구류나 생활용품, 실내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용되어 관련된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도 감즙을 이용한 새로운 관광상품과 실용성 있는 제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제주 갈옷의 우수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과학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감즙의 역할을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옛 조상들의 삶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오늘날 발전한 화학 기술과 공장 생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대에 들어 천연 재료로 직접 만든 제주갈옷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한복이라고 하면 화려한 궁중의 한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한복은 지역마다, 계층마다 특성에 맞는 다양한 옷을 입었다. 제주 갈옷은 제주도의 환경에 적응해온 사람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옷이라고 할 수 있다.
 

갈옷과 감즙을 들인 모자 [출처- karendotcom127]

매년 제주도에서는 '제주감귤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제주감귤박람회는 오는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 동안,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열린다. 박람회에서는 제주 감귤과 관련된 다채로운 홍보·행사와 함께 갈옷과 관련된 패션쇼와 체험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는 매년, ‘제주 천연염색 체험·홍보 행사’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갈옷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직접 갈옷 염색 체험도 해볼 수 있고, 다양한 제품도 구입해볼 수 있다. 이 밖에 제주민속촌박물관, 감귤박물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에서도 갈옷을 만나볼 수 있다.

가까운 전라남도 나주시는 천연 염색의 고장으로 유명하며, 천연 염색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에 비하면, 아직까지 인지도와 홍보 면에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갈옷 기술을 보존 및 계승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상품 개발 등도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갈옷의 독특한 이미지와 우수함은 돌하르방을 이어 제주도의 대표 관광 상품으로서 충분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저작권자 © 핸드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강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도자기의 세계 여행] 조선인 도공에서 유럽까지, 일본 '이마리 자기'의 탄생
[도자기의 세계 여행] 조선인 도공에서 유럽까지, 일본 '이마리 자기'의 탄생
'새로운 무령왕릉 나올 수 있어', 공주 송산리고분서 백제 고분 흔적 확인
'새로운 무령왕릉 나올 수 있어', 공주 송산리고분서 백제 고분 흔적 확인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