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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신한은행 장애 예술 작가 그룹 전시회 《무성해지는 순간들(Lush Mo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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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신한은행 장애 예술 작가 그룹 전시회 《무성해지는 순간들(Lush Moments)》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3.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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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해지는 순간들(Lush Moments)》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신한은행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신한갤러리에서 장애예술작가 김형수, 이진솔, 정의철 작가의 그룹전, 《무성해지는 순간들(Lush Moments)》 전시를 개최한다.

신한은행은 서울문화재단과 지난 2018년 문화예술 지원 협약을 맺은 이후 매년 소속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연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23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인 레지던시로 시각예술 작업실 운영을 중심으로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한 순수창작 활동과 발표를 지원하고 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무성해지는 순간들(Lush Moments)》 전시회는 작가들이 자신의 신체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에 적응하면서 파생된 또 다른 언어를 치열하게 형상화하고 있으며, 작가 자신이 느끼는 감각을 타인과 공유할 수 없기에 그 간극에서 오는 오독과 마찰의 순간들을 무성하게 생성하여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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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계자는 "감각이란 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는 본인의 신체와 감각들에 대한 하나의 언어를 만드는 데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이다"며, "오류라든지, 오독이란 것에 있어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 인식하고 존재와 세상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순간들이 무성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전시 제목을 《무성해지는 순간들(Lush Moments)》이라 지었다"고 밝혔다.
 

정의철 작가의 얼굴 시리즈 작품 /김서진 기자
정의철 작가의 몸 시리즈 작품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1전시실, 2전시실, 3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다. 1전시실은 정의철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정의철 작가는 사람의 얼굴과 몸에 주목, 보이는 모습과 그 이면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는다. 작가는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림에 담길 바라며 아스테이지 판 위에 그림을 그린 뒤 물감이 굳으면 전체 덩어리를 떼어 앞뒤를 뒤집은 뒤 패널에 붙이는 '거꾸로 그린 그림'의 독특한 방식을 선보이며 불확실한 얼굴과 몸의 모습들을 고유한 시각 언어로 작업한다.
 

정의철 <나를 잊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김서진 기자
정의철 <두 개의 얼굴-1> /김서진 기자

반전된 예상치 못한 얼굴의 이미지는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표상하는 듯하며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이러한 상(像)을 담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보편적인 인간의 얼굴이자 기호로서의 인간의 얼굴”인 동시에 “얼굴 너머로 깊은 곳에서 보여지는 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또 다른 나”라고 말한다.

최근 작가는 30호 크기의 캔버스에 몸의 실루엣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며 실험적 태도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변화의 지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공간에 서 있으면 어디선가 들리는 이진솔 작가의 <불완전한 마찰> /김서진 기자

1전시실 옆 작은 공간에는 세 작가의 작품을 모아 놓았다. 한 가지 특별한 건 이 작은 공간에 서 있으면 간헐적으로 들리는 사운드다. 이것은 이진솔 작가의 <불완전한 마찰> 사운드 작업으로, 전시 관계자는 "이진솔 작가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되는데, 본인이 듣는 소리의 감각들에 어느 순간 누군가와의 소통을 하다 보면 마찰이라든지 오독의 지점이 발생하는 순간이 있다. 실제로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도 따라서 신체적인 반응을 가져갔으면 해서 작업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불완전한 마찰> 작업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순간들을 시시각각 공감각적으로 만들어내며 신체를 둘러싼 웅성거림, 어떤 소음, 마찰 등이 마구 뒤섞이거나 퍼져 관람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신체적 마찰을 일으키며 모종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진솔 작가의 드로잉 작품 /김서진 기자

"이 공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운드의 등장은 관람자의 시각적 감상을 방해할 수 있다. 여기서 관람자의 감각에 갑자기 개입하는 사운드의 방해가 작업의 주요 의도이다. 전시공간의 앞, 뒤, 옆면 모든 지점이 드로잉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게 어디선가 들린 시간 간격을 맞추고 높낮이에 따라서 사운드의 울림이 들려 준다.

눈에 보이는 드로잉의 영역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운드의 영역까지 선택의 순간이 있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작가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 작업을 멈출 것인지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가지 영역의 사이는 서로 마찰이 일어나는 관점에서 고민하며 두 가지의 작업이 서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한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다른 영역 사이의 관계에 대한 조합을 할 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혹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어떤 시도를 보여줄 수 있는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하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서 결과적으로 본 작업은 다원의 매체를 이용해 관람자들에게 일종의 마찰을 주는 것이다."  -이진솔 <불완전한 마찰> 사운드 작업 작가노트-
 

김형수 작가의 작품들 /김서진 기자

김형수 작가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을 작업에 투영시켜 보이는 것과 그 이면의 본질적인 것들을 연구하며 다양한 재료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한다. 그는 자신의 삶의 무게로 기인한 하나의 언어로 완결되기 어려운 무언(無言)의 감정들과 그로 인해 파생된 순간의 파편들을 묵묵히 작업에 담아낸다.
 

김형수 <틀-잔상殘像> /김서진 기자
김형수 작가의 작품들 /김서진 기자

작가는 겹겹이 쌓인 세월의 궤적들을 한 화면에 응집하려는 듯이 물감 외 돌가루와 젯소, 붕대, 철사 등 재료의 물성을 활용하여 마티에르를 살려 호소력 있게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작업에 사용된 돌가루로 인해 고르지 못한 표면은 시각적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기인하며 이는 거친 세상 속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가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리하여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짊어진 삶의 무게와 연관된 묵직한 시각적 울림을 선사한다.
 

이진솔 작가의 작품 /김서진 기자
이진솔 <The oscillator> /김서진 기자

이진솔 작가는 전기 신호로 보내주는 음향기기를 통해 감각하는 소리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방법론을 끊임없이 실험하며 소리 형태를 읽어 시, 청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진행, 이를 변환하는 과정은 애초에 오독의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사이를 끊임없이 분절 혹은 연결하며 자신의 작업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작품은 작가의 신작으로, 진동 위 판을 올리고 철가루를 뿌려 본인이 듣는 청각의 시각적인 일환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이진솔 <스스로의 리듬> /김서진 기자
이진솔 <Part timeⅠ,Ⅱ,Ⅲ,Ⅳ> /김서진 기자

이진솔 작가는 “눈에 보이는 회화의 영역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운드의 영역까지 서로 마찰이 일어나는 관점에서 고민하며 두 가지의 작업이 서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한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편 작가는 최근 호흡이나 심장 박동 등 신체 상태에 따라 반복, 차이가 나며 변화하는 리듬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의 상관관계와 연관지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처럼 세 작가는 작업에 몰두하며 각자의 세상을 진솔하게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표출한다. 자신의 신체를 기반으로 느끼는 감각과 감정들이 쌓여 마구 뒤섞이는 과정에서 작업은 명확한 해석의 지점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말과 생각이 무성해지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세 작가 모두 자신의 작업이 단일한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음을 긍정한다. 이는 필연적인 오독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때론 낯설고 불편하여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감각과 생각의 층위들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그로 인해 관습적인 사고 체계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며 의문을 던진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전시 관계자는 “세 명의 작가 각자의 작품에 합치되는 해석의 지점을 찾기보다는 작품 각각에서 표현하려고 하는 다양한 말과 생각이 무성해지는 순간들을 느끼는 게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장애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의 ESG 전략에 따라 문화예술의 긍정적 영향력을 전파하고 우리 사회의 상생 및 선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파 클래식 유망주 육성을 위한 ‘신한음악상’, 중·고등학생 연주자 대상 공연장 무료대관 프로그램 ‘신한라이브클래식’ 등 다양한 메세나 프로그램을 이어 나가고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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