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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 장인 전성규의 〈나전칠 산수문 탁자〉 서울공예박물관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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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 장인 전성규의 〈나전칠 산수문 탁자〉 서울공예박물관서 본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3.13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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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미학적 가치 높아…국가등록문화재 등록 신청 예정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나전 칠공예 전통을 이어온 장인 수곡 전성규의 작품인 〈나전칠 산수문 탁자〉가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됐다. 이번 작품 기증을 통해, 근대공예 연구 학술자료는 물론, 나전칠기의 전통과 위상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 됐다.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정은덕 기증)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정은덕 기증)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서울공예박물관은 근대 시기 천재적인 공예가이자 나전 칠공예의 혁신을 주도한 수곡(水谷) 전성규(全成圭)의 대표작 〈나전칠 산수문 탁자〉를 기증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수곡 전성규는 쇠퇴해가던 조선의 나전 칠공예의 전통을 잇고, 이를 근대적으로 발전시킨 장인이자 교육자·계몽운동가이다. 특히 1925년, 제자 김봉룡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 장식미술 및 공업박람회》에 유일한 조선인으로 작품을 출품해 은상과 동상을 수상하며, 식민지 치하에서도 우리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나전 칠공예 작업 과정에서 공업용 실톱을 처음으로 도입해 여러 장의 나전을 정교하게 오릴 수 있는 ‘주름질 기법’을 사용, 나전칠기 대량생산의 길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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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121.5×89×37.5cm, 1937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121.5×89×37.5cm, 1937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이번에 기증받은 〈나전칠 산수문 탁자〉는 전성규가 1937년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입선한 작품으로, 현전하는 전성규의 약 10여 점 작품 가운데 제작연대가 정확하고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탁자의 상판에는 전성규 특유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된 산수무늬가 있다. 전성규는 1923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묵화로 입선할 정도로 빼어난 그림 실력을 지니기도 했는데, 이 탁자 위에 그의 그림 솜씨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나전칠 산수문 탁자' 도안. 조각조각 복사된 도안을 디지털화해 맞춤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나전칠 산수문 탁자' 도안. 조각조각 복사된 도안을 디지털화해 맞춤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상판 그림은 ‘남종화 풍’의 영향을 받아, 깊은 산속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고즈넉한 사찰이 자리 잡았고,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강 위로는 백조 세 마리가 날고 있다. 뒤편으로는 웅장한 산세가 원근감 있게 묘사되어 있으며 좌측 상단에는 화면과 어울리는 한시가 적혀져 있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산수 도안은 이전 시대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김봉룡, 송주안, 심부길 등 전성규 제자들의 초기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 작품에는 특이하게 나전으로 ‘수곡 전성규(水谷 全成圭)’라는 작가의 호와 이름, 그리고 수결(오늘날 서명 혹은 사인)이 표시되어 있다. 작품에 작가의 이름과 수결을 넣는 것 또한 근대 나전칠공예에서는 처음 보이는 사례로서 주목할 만하다.

기증된 작품은 국내에 전성규의 작품이 매우 희귀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만큼, 근대공예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학술자료가, 시민들에게는 한국 근대 나전의 전통과 위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품을 기증한 정은덕 여사는 일제강점기 부산과 목포를 무대로 활동한 실업가이자 사회사업가 김명오(金明五)의 외손녀로, 이 작품은 그의 외조부 김명오가 자택 사랑방에서 오랜 기간 사용하던 작품이다.

기증자 정은덕 씨는“한 평생 기부의 삶을 사신 외조부의 뜻을 이어 공예사적으로 의미가 큰 그분의 애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해 많은 시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나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나전칠 산수문 탁자의 역사적·미학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판단, 전성규의 수제자인 김봉룡의 맏아들 김옥환씨가 지난해 박물관에 기증한 전성규의 도안 20여 점과 함께 향후 국가등록문화재로 일괄 등록 신청할 방침이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전성규를 비롯한 근대 나전칠공예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과 도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우리나라 전통공예를 대표하는 나전칠공예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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