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22:10 (토)
[매일매일 특별한 OOTD]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에포트리스 시크'
상태바
[매일매일 특별한 OOTD]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에포트리스 시크'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4.03.08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픽셀스
흐트러진 듯 시크한 에포트리스 시크 /픽셀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로고플레이가 지겨워질 때쯤 등장한 올드머니 룩이 지난해 패션 트렌드를 장악했다면 올해는 ‘미니멀’이다. 패션 업계에 의하면 올해도 단순한 디테일과 실루엣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재가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세련된 패션의 정의는 단순하고 차분하면서도 심플한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꾸민 듯한 느낌 보다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러운 패션)’를 지향한다. 너무 치밀하게 계산된 아웃핏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에포트리스 시크(Effortlessly chic)’는 이런 패션 트렌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용어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멋있어 보이는 에포트리스 시크는 꾸안꾸가 가진 편안한 느낌과 동시에 세련된 이미지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어야 에포트리스 시크를 완성할 수 있을까.

노력 없이 세련된 ‘에포트리스 시크’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에포트리스 시크의 정확한 정의는 ‘노력하지 않아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의 에포트리스(Effortlessly)와 시크(chic)를 합한 말로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픽셀스
꾸미지 않고 스타일리쉬 하기, 가능할까 /픽셀스

에포트리스 시크는 자연스러워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화려한 디테일은 배제된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디테일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클래식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는 지난해 유행했던 올드머니 룩과도 닮아 있다. 정제된 디자인과 심플한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스타일이 에포트리스 시크의 핵심이다.

여기까지 보면 에포트리스 시크의 중심적인 기조는 ‘꾸안꾸’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에포트리스 시크는 그렇게 단순하지 만은 않다. 수수하고 편안한 옷차림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연스러움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노력없이 세련된’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세련된 느낌을 원래부터 타고나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픽셀스
단추를 채우지 않고 아랫부분만 질끈 묶어준 모습, 꾸민 것 같지만 흐트러진 모습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픽셀스

그렇기 때문에 에포트리스 시크는 꾸몄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되 멋스러워야 한다. 이는 꾸미지 않은 상태와는 다른 말이다. 일반적으로 너무 과하지 않은 스타일링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과하다고 하더라도 마치 그 옷을 입고 태어난 듯 자연스럽게 보여진다면 이 역시 에포트리스 시크라고 볼 수 있다. 또 어떤 옷을 완벽하게 멋있는 모습으로 소화하는 것 보다 흐트러져 있지만 그 자체가 편안하고 멋있어 보이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프렌치 시크’와 다른 점은?

언뜻 이러한 설명은 ‘프렌치 시크(French Chic)’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이 두 가지 개념은 꽤 닮은 구석이 있다.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추구하며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 두 패션 트렌드 모두 클래식한 느낌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
 

자유
자유로우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 /픽셀스

하지만 에포트리스 시크와 프렌치 시크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두 패션 트렌드는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스타일의 강조점이 다르다. 무심하게 툭툭 걸쳐주는 느낌은 일부 동일하더라도 추구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에포트리스 시크는 스타일링적으로 무언가를 지향하려고 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멋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특정한 느낌을 닮고자 하지도 않는다. 그저 옷을 몸에 걸칠 뿐이라는 태도로 자연스러운 흐트러짐을 통해 그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멋짐을 즐길 뿐이다.

프렌치 시크는 프랑스 그 자체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을 말한다. 파리지앵이 가진 우아한 느낌과 세련미를 반영한 스타일링으로 무심하면서도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이미지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자연스러운 느낌이 에포트리스 시크와 닮아 있긴 하지만 프랑스의 멋 그 자체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프렌치 시크는 프랑스의 예술적 삶의 태도, 무드 등을 담은 패션이다 /픽셀스

즉, 무심한 듯 세련된 이미지 자체는 비슷한 점이 있으나 프랑스가 가진 자유로운 삶의 모습 등을 패션에 녹여낸 프렌치 시크와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며 자연스러움에 기인한 에포트리스 시크는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닮은 듯 다른 에포트리스 시크와 프렌치 시크 /플리커
닮은 듯 다른 에포트리스 시크와 프렌치 시크 /플리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에포트리스 프렌치’ 등의 단어로 두 가지 개념을 동시에 아울러 사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파리지앵이 가진 고유의 감성을 노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deepskyobject
에포트리스 시크와 프렌치 시크를 아우르는 그녀 제인버킨 /플리커(@deepskyobject)
deepskyobject
에포트리스 시크와 프렌치 시크를 아우르는 그녀 제인버킨 /플리커(@deepskyobject)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한 배우이자 모델, 가수인 제인버킨(Jane Birkin)은 프렌치 시크로 대표되기도 하는 한편, 에포트리스 시크를 설명할 때도 언급된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 트렌드가 매우 닮아 있으며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는다.

에포트리스 시크, 어떻게 입어야 할까

에포트리스 시크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노력하지 않은 멋이기 때문에 과한 액세서리나 화려한 디테일을 가진 의상은 어울리지 않는다. 몸매를 보정해주기 위한 거추장스러운 속옷도 필요 없다. 마치 옷을 신체의 일부분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한 아웃핏이 에포트리스 시크를 완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단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그 착장을 편안하게 느껴야 한다.

그렇다면 기본 아이템 위주로 꾸안꾸 무드를 내주면 에포트리스 시크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 에포트리스 시크는 단순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옷을 입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스타일링을 하던 그것이 계산된 것 같지 않으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무드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꾸안꾸, 놈코어룩의 정석이지만 벨트 착용, 정돈된 느낌이 형식적인 느낌을 준다, 이 경우 에포트리스 시크라고 보기는 어렵다 /픽셀스
꾸안꾸, 놈코어룩의 정석이지만 벨트 착용, 정돈된 느낌이 형식적인 느낌을 준다, 이 경우 에포트리스 시크라고 보기는 어렵다 /픽셀스
픽셀스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묶은 듯한 자연스러움 등이 에포트리스 시크를 완성하기도 한다 /픽셀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에포트리스 시크는 기존 꾸안꾸에 비해서는 조금은 더 과감해도 된다. 과감한 스타일이더라도 헝클어진 머리나 채워지지 않은 단추 등을 통해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입고 싶은 대로 입되 지나친 장식만 피하면 되는 것이다.
 

xxxibgdrgn
과감한 듯 하지만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모습 /지드래곤 인스타그램(@xxxibgdrgn)
xxxibgdrgn
과감한 듯 하지만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모습 /지드래곤 인스타그램(@xxxibgdrgn)

예를 들면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의 패션도 여기에 해당한다. 오바마는 격식을 갖춘 정장의 상징인 재킷을 입지 않고 무심하게 걷어 올린 셔츠 소매, 노타이(no-tie)룩 등의 패션으로 자신의 스타일리시함을 보여줬다. 흐트러진 패션을 통해 자신이 가진 쿨한 정치적 신념, 열정, 성실 등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는 철저하게 계산된 흐트러짐이라는 점에서 에포트리스 시크에 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권위를 내려놓고 열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격식을 갖춘 차림을 내려놔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직접 움직이고 행동하는 정치에서 거추장스러운 타이나 움직임에 불편을 주는 재킷 등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으로 자신의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보여줬던 오마바 /플리커
Matt B
그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정치인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플리커(@Matt B)

한 논문1)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계획적 무심’으로 표현한다. 논문1)에 따르면 에포트리스 시크는 르네상스 시대에도 존재했는데 16세기 후반 영국 상류 사회 남성복에서 유행이 시작되며 값비싼 의복을 무심하게 입는 것을 우아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17세기에 이르러 이런 유행이 더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누더기 바지, 느슨한 가죽조끼, 커다란 소매가 달린 무늬 없는 셔츠, 큰 모자와 망토, 느슨하게 찬 칼 등 30년 전쟁과 영국 청교도 혁명 기간에 가장 주목받았던 전사의 의복에서 기인한 헝클어진 스타일 등이 유행을 선도했다고 한다.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Portrait of Anne Louis Goislard de Montsabert, Comte de Richbourg-le-Toureil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또 18세기 여성 의상에서도 이러한 에포트리스 시크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다. 가슴을 가리기에 충분하지 않은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의도적으로 유두를 노출하는 스타일링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에포트리스 시크 스타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우연함, 불균형 등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맨투맨 아래 무심하게 받쳐 입은 셔츠가 밖으로 삐져나오거나 혹은 아예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의 충돌 등 다양하게 에포트리스 시크를 완성할 수 있다. 평범한 의상을 통해 무심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닌 격식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아웃핏이 무드를 결정한다.

만약 에포트리스 시크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이라면 무채색이나 기본 아이템을 잘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레이어링을 하는 과정에서 자칫 너무 과한 패션을 시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에포트리스 시크를 처음 시도해본다면 장식적이지 않은 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에게 가장 편한 아웃핏을 선택하면 된다.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플리커

아울러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 역시 완벽함보다는 흐트러짐을 추구한다. 메이크업은 투명할수록 에포트리스 시크 특유의 느낌을 잘 보여줄 수 있다. 피부의 결점을 완벽하게 숨기려고 하기 보다 잡티를 그대로 살려주거나 오히려 부각하는 방식으로 메이크업을 해도 좋다. 연한 립이나 블러셔를 이용해 가볍게 혈색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으로도 적용 가능

에포트리스 시크는 고도로 발전한 패션 스타일링이면서 한편으로는 삶의 태도와도 연관시킬 수 있다. 타인에게 멋있어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무심한 스타일링을 고수하기 때문에 패션에 있어서 지나치게 신경을 쓴 듯한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는 즉 유행에서의 해방을 의미한다.
 

쇼핑 보다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헤맬 필요 없는 에포트리스 시크 /픽셀스

유행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덕분에 자신을 꾸미기 위한 불필요한 소비도 필요치 않다. 오히려 지나친 소비로 인한 치장은 이 자연스러운 무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개인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옷 혹은 오래된 빈티지를 활용해 무심하게 코디해주는 것이 이를 잘 구현하는 방법이다.

완벽함을 벗어나 흐트러짐 속의 미학을 보여주는 에포트리스 시크는 시대에 한정되지 않은 세련된 스타일링인 만큼 많은 아이템은 필요치 않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저 의복을 몸에 걸칠 뿐이라는 인식을 통해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완성하다 보면 어느새 무심하고 시크한 패션인 에포트리스 시크를 시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Nam, H. J., & Ha, J. (2017, December 31). A Study on Effortless Chic in Modern Fashion.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lothing and Textiles. The Korean Society of Clothing and Textiles. https://doi.org/10.5850/jksct.2017.41.6.994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