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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눈과 마음에 담는 달항아리의 풍요로움, 현대百 《마음에 달을 품다, 문 위시(Moon Wish)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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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눈과 마음에 담는 달항아리의 풍요로움, 현대百 《마음에 달을 품다, 문 위시(Moon Wish)전》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3.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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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달’은 변함없는 그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고대부터 ‘고마운 천체’였으며, 동양에서는 ‘길한 징조’로 생각해 밝은 달이 뜬 밤에 정화수를 떠 놓고 소원을 비는 풍속이 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풍요와 복을 채운다고 해서 풍수지리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다이소에서 출시한 달항아리 화병이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만큼 달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
 

전시장 전경 / 전은지 기자
전시장 전경 / 전은지 기자

달을 닮은 달항아리를 보며 힐링할 좋은 기회가 있다.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에서는 《마음에 달을 품다, 문 위시(Moon Wish)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는 18세기 조선시대 달항아리 백자호부터 ‘달’을 모티브로 한 회화 등 5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문화홀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달항아리를 감상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예술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소중한 소망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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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멤버 RM이 소유하고 있다는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 이번 전시의 포토존이라고 한다 / 현대백화점 제공
BTS의 멤버 RM이 소유하고 있다는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 이번 전시의 포토존이라고 한다 / 현대백화점 제공

특히, 이번 전시가 화제가 된 이유는 일명 ‘방탄 투어’라고 할 정도로 BTS의 멤버 RM이 소장하거나 콜라보레이션한 작가의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을 맡은 조선앤틱 김용재 대표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RM 덕분에 BTS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RM이 달항아리를 안고 찍은 사진을 보고 온 분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항아리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 / 전은지 기자
달항아리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 / 전은지 기자

《문 위시(Moon Wish)》전에서는 전통의 달항아리부터 작가의 개성을 담은 다양한 달항아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볼거리다.

보통 백자나 청자라고 하는 도자 작품은 물레로 한 번에 빚어내 굽는다고 알고 있지만, 달항아리는 무게나 크기 때문에 상하 부분을 따로 만든 후, 가마에서 구워 붙이고 다시 깎아서 형태를 완성한다. 때문에 완전히 동그란 형태보다는 비대칭이 생기기도 한다. 달항아리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간단히 설명돼 있어, 이 점을 보고 전시를 감상한다면 즐거운 감상이 될 듯하다.
 

송지호, (가운데) Smile doodle, 백자, 38×38×40cm, 2024(오른쪽) The mini moon jar is not mini, 백자, 40×40×42cm, 2023 / 전은지 기자
송지호, (가운데) Smile doodle, 백자, 38×38×40cm, 2024
(오른쪽) The mini moon jar is not mini, 백자, 40×40×42cm, 2023 / 전은지 기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송지호 작가였다. 송지호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달항아리에 고양이나 자동차 마크, 스마일 등 키치한 무늬를 그린 유니크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캐릭터인 ‘TOKKI’를 그린 달항아리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송지호, 백자 만묘문호, 백자, 38×38×41cm, 2023 / 전은지 기자
송지호, 백자 만묘문호, 백자, 38×38×41cm, 2023 / 전은지 기자

달항아리가 가진 고유의 풍요로운 느낌보다는 귀여운 느낌을 주는 현대식 달항아리라는 점에서 재밌는 작품이었다. 파란색의 세라믹 펜슬로 일일이 그려넣은 만큼, 고양이의 표정이나 모습이 미묘하게 다른 점도 매력적이다. 송지호 작가는 평소 미니멀한 형태를 선호하며, 좋아하는 것을 그려 넣어 경험하는 즐거움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왼쪽) 김윤재, 역경을 딛고, 떠오르다, 배합토, 여주흙을 이용한 분장, 물레성형, 장작가마소성, 50×53cm, 2017(오른쪽) 함윤정, 다시 보름달, 배합토, 여주흙 분장, 코일링기법, 장작가마소성, 49×30×52cm, 2016 / 전은지 기자
(왼쪽) 김윤재, 역경을 딛고, 떠오르다, 배합토, 여주흙을 이용한 분장, 물레성형, 장작가마소성, 50×53cm, 2017
(오른쪽) 함윤정, 다시 보름달, 배합토, 여주흙 분장, 코일링기법, 장작가마소성, 49×30×52cm, 2016 / 전은지 기자

김윤재, 함윤정 작가는 부부 도예가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현대적 세련미를 더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진영 도슨트는 “소박한 것을 중요시하는 작가님들이다. 투박해 보이지만, 접근하기 쉽고 일상적인 것들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위치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함윤정 작가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위치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함윤정 작가의 작품 / 전은지 기자

특히, 함윤정 작가의 작품은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데, 보는 위치마다 작품이 보름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초승달로 변하기도 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양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점이 독특하다.
 

이동식, 입호, 34×41.5cm, 2021 / 전은지 기자
이동식, 입호, 34×41.5cm, 2021 / 전은지 기자
이동식, 달항아리, 48×51cm, 2023 / 전은지 기자
이동식, 달항아리, 48×51cm, 2023 / 전은지 기자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이 담긴 달항아리를 만드는 작가들도 많았다. 이동식 작가는 장작으로 가마에 불을 때는 것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완성도 높은 작업을 위함이다.

전통적인 완전한 구 형태의 달항아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입호'처럼 자연스럽게 이지러진 달의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정적인 도자 작품이지만, 달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생동감을 주는 작품이다.
 

강민수, 달항아리(Moon jar), Yanggu whith porcelain and wood kiln firing, 59.8×57×21cm, 2003 / 전은지 기자
강민수, 달항아리(Moon jar), Yanggu whith porcelain and wood kiln firing, 59.8×57×21cm, 2003 / 전은지 기자

달항아리가 얼마나 만들기 어렵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강민수 작가의 작품도 그중 하나다. 보통 인식하는 달항아리는 달처럼 구형체의 동그랗고 매끄러운 모양이지만, 이 작품은 옆면이 약간 일그러진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담겨있으면서도, 어떻게 큰 작품을 만들었을지 경이롭다.
 

전문환, 철문백자대호, 백토, 장작가마소성, 44×44×47cm / 전은지 기자
전문환, 철문백자대호, 백토, 장작가마소성, 44×44×47cm / 전은지 기자

달항아리가 항상 동그란 모양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작품도 있다. 전문환 작가의 철문백자대호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달항아리 같지만, 실수로 물감을 흘려버린 듯한 무늬와 가마 속에서 약간 탄 듯 색이 누렇다.

전문환 작가는 추상표현주의 속에서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를 나타낸다고 한다. 단순하고 미묘하게 비틀린 형태와 흙의 물성에 가깝게 접근해 옛것에 대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이렇듯 달항아리의 얼룩과 일그러진 모양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조선앤틱 김용재 대표는 “달항아리 표면이 지저분하지만,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생길 수 있는 실수나 오점들을 너그럽게 용서해 줄 수 있는 풍요로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달항아리의 좋은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달항아리의 얼룩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강준영, (왼쪽) “O”와 “X” 그리고 “우리” (I was born to love you!) series, Oil painting on wood 100호 F, 161×131cm, 2023(오른쪽) “O”와 “X” 그리고 “우리” (I adore you!) series, Oil painting on wood 100호 F, 161×131cm, 2023 / 전은지 기자
강준영, (왼쪽) “O”와 “X” 그리고 “우리” (I was born to love you!) series, Oil painting on wood 100호 F, 161×131cm, 2023
(오른쪽) “O”와 “X” 그리고 “우리” (I adore you!) series, Oil painting on wood 100호 F, 161×131cm, 2023 / 전은지 기자
강준영, “O”와 “X” 그리고 “우리” (you are a very loving person and your life will be filled with romance!) series, Ceramic, Glazed gold, 53×50×50cm, 2023 / 전은지 기자
강준영, “O”와 “X” 그리고 “우리” (you are a very loving person and your life will be filled with romance!) series, Ceramic, Glazed gold, 53×50×50cm, 2023 / 전은지 기자

강준영 작가는 최화정, 블랙핑크 로제 등 유명 연예인들이 콜렉팅할 정도로 사랑을 받는 작가다. “O”와 “X” 그리고 “우리” 시리즈는 위로받고 싶은 따뜻한 글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도슨트 설명에 의하면, 유학 생활을 하던 강준영 작가는 고국이 그리운 마음에 할머니의 장독대를 생각했고, 책을 읽으며 감명받았던 문구를 함께 접목해 만든 것이 이 시리즈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에 적힌 문구 모두 감상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 사랑을 전해주는 것들이라 보는 것 자체로 사랑스럽지만, 컬러풀한 부분이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100호 대형 캔버스에 그린 작품은 모두 핑거페인팅으로, 작업 기간만 1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손으로 물감을 짜서 칠하고 말리고 굳힌 뒤에 다시 칠하는 작업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정성과 노력이 마띠에르로 드러나면서 평면적인 작품이지만, 입체감이 돋보이기도 하다.
 

김상현, (왼쪽) 홍나비당초문, Mother-of-Pearl, Mixed Mediea, Gold, 67×65cm(오른쪽) 우주푸른점, Mother-of-Pearl, Mixed Mediea, Gold, 52.5×52cm / 전은지 기자
김상현, (왼쪽) 홍나비당초문, Mother-of-Pearl, Mixed Mediea, Gold, 67×65cm
(오른쪽) 우주푸른점, Mother-of-Pearl, Mixed Mediea, Gold, 52.5×52cm / 전은지 기자

김상현 작가는 자개와 달항아리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다. 자개 작품을 40여 년 해온 작가는 어릴 적 어머니가 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모습을 떠올리며 달항아리를 생각했고, 자수를 놓으시던 모습을 자개로 승화시켰다. 그래서인지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정협, 분청철화송문달항아리, 75×57cm, 2023 / 전은지 기자
이정협, 분청철화송문달항아리, 75×57cm, 2023 / 전은지 기자

동양화가이자 도예가인 이정협 작가는 자신의 작품인생을 달항아리에 그대로 담았다. 달항아리에 그려진 소나무의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곧은 절개와 함께 긴 세월 풍파를 맞으며 성장한 소나무의 인생이 눈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느낌이다. 항아리 안쪽까지 소나무가 이어지는 것도 인상적이다.
 

문찬석, 달항아리 40×42(h)cm, 2015 / 전은지 기자
문찬석, 달항아리 40×42(h)cm, 2015 / 전은지 기자

여주시 제9호 도예 명장인 여산 문찬석 작가는 도예 작업에 대해 “흙장이인 내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작업 과정의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성취를 활용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작업이 달항아리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찬석 작가의 달항아리에는 붉은 반점과 같은 무늬가 있는데, 의도적인 표현이라고 한다. 가마에서 도자를 구울 때, 산소의 투여량에 따라 무늬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문찬석 작가가 말한 ‘생명을 불어넣은 자국’이 아닐까 싶다. 마치 꽃이 피어난 듯하다.
 

최재혁 (위) Still life #158 (백자대호), Oil on canvas, 97×97cm, 2024(아래) Still life #159 (백자대호), Oil on canvas, 97×97cm, 2024 / 전은지 기자
최재혁 (위) Still life #158 (백자대호), Oil on canvas, 97×97cm, 2024
(아래) Still life #159 (백자대호), Oil on canvas, 97×97cm, 2024 / 전은지 기자

최재혁 작가의 〈Still life〉 연작은 민족성을 대표하는 존재가 된 달항아리의 가치를 전통의 ‘책가도’처럼 평면 위에 정물화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라고 한다. 국보인 달항아리가 소중하게 품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평면 작품이지만, 조명에 빛이 반사되면서 멀리서 보면, 실제 달항아리가 있는 듯 입체적이다.
 

유지안, MOONLIGHT NO.103, Mother-of-pearl, Mixed Media, 155×135cm, 2023 / 전은지 기자
유지안, MOONLIGHT NO.103, Mother-of-pearl, Mixed Media, 155×135cm, 2023 / 전은지 기자
유지안, (왼쪽) THE MOON_WHITE 39, Mother-of-pearl, Mixed Media, 37×37cm, 2023(오른쪽) THE MOON_WHITE 27, Mother-of-pearl, Mixed Media, 25×25cm, 2023 / 전은지 기자
유지안, (왼쪽) THE MOON_WHITE 39, Mother-of-pearl, Mixed Media, 37×37cm, 2023
(오른쪽) THE MOON_WHITE 27, Mother-of-pearl, Mixed Media, 25×25cm, 2023 / 전은지 기자

유지안 작가는 ‘바다’를 주제로, 밤바다에 달빛이 비친 윤슬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표현했다.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이면서, 시간의 흐름이자 작가의 인생이 담겼다. 자개 특유의 끊기 기법을 사용한 듯, 중간중간 점선처럼 끊어져 이어지는 선이 있는가 하면, 평탄하게 이어진 직선도 있다. 이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처럼, 겪을 수 있는 고난과 그를 극복해 낸 의지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강민성, Moon In Space(Buncheong), Mixed clay, Glass, 26∅×52cm, 2023 / 전은지 기자
강민성, Moon In Space(Buncheong), Mixed clay, Glass, 26∅×52cm, 2023 / 전은지 기자

강민성 작가는 유리공예와 달항아리를 접목해 현대적인 감각과 함께 이질적인 물성의 결합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꼭 앉아서 작품과 시선이 수평이 되어야 한다. 마치 무언가 담겨있는 듯, 투명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김대성, (왼쪽) Moon jar Oriental, Steel casting Power coating, 60×60×18cm, 2023, Limited30(오른쪽) Moon jar Oriental mini_Yellow, Steel casting Power coating, 22×23×6cm, 2023, Limited30 / 전은지 기자
김대성, (왼쪽) Moon jar Oriental, Steel casting Power coating, 60×60×18cm, 2023, Limited30
(오른쪽) Moon jar Oriental mini_Yellow, Steel casting Power coating, 22×23×6cm, 2023, Limited30 / 전은지 기자
최정호, 풍선달항아리, 29×29×31cm, 2023 / 전은지 기자
최정호, 풍선달항아리, 29×29×31cm, 2023 / 전은지 기자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재밌는 작품들이다. 김대성 작가는 공간과 어우러지는 항아리를 ‘선’ 형태로 그려냈다. 기존의 달항아리가 무언가를 담아내는 풍요로움을 상징했다면, 김대성 작가의 달항아리는 선 안과 밖 모두를 포용하는 듯한 느낌이다. 작품이 놓인 배경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독특함이 있다.

최정호 작가는 달항아리의 풍만함과 자연스럽게 이지러진 모습에 반해, 이를 대체할 소재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풍선이었다. 석고캐스팅 기법을 사용해 풍선이 가진 팝적인 모던함과 전통의 우아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을 계속 보고 있으면, 묘하게도 달항아리 느낌이 나는데, 묶여있는 풍선 입구를 보고 피식 웃게 된다.
 

윤주철, (왼쪽) Cheomajang181009, 32×29×29cm, 2018(오른쪽) Cheomajang210214, 45×30×30cm, 2021 / 전은지 기자
윤주철, (왼쪽) Cheomajang181009, 32×29×29cm, 2018(오른쪽) Cheomajang210214, 45×30×30cm, 2021 / 전은지 기자

윤주철 작가는 자신이 만든 독창적인 첨장 기법을 활용해, 매끄럽고 유려한 달항아리를 독특하게 표현했다. 작품을 가마에 굽기 전, 침으로 모양을 하나씩 뽑아내듯 작업한 후, 금칠을 해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국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침으로 하나씩 표현한 모습에 만지지 않아도 따가운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18세기 백자호 / 전은지 기자
18세기 백자호 / 전은지 기자

현대 작가들이 만든 달항아리 외에도 18세기 전통 그대로 만든 달항아리도 볼 수 있었다. 투박하면서도 둥그런 곡선이 보름달의 모양을 그대로 담은 듯 아름답지만, 다양한 기술이나 도구 없이 표현한 옛 장인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고재권, (위) Essence. b23 – 106, Oil on canvas, 54×45.5cm, 2023(아래) Essence. b23 – 105, Oil on canvas, 72.7×60.6cm, 2023 / 전은지 기자
고재권, (위) Essence. b23 – 106, Oil on canvas, 54×45.5cm, 2023(아래) Essence. b23 – 105, Oil on canvas, 72.7×60.6cm, 2023 / 전은지 기자

고재권 작가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달항아리를 캔버스에 담았다. 배경의 색감과 어우러지면서, 항아리 하단에는 마치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그려냈다. 평면적인 그림이지만, 거친 붓질에서 입체감이 함께 느껴진다.
 

최영욱, KARMA 2023, Oil on canvas, 152×138cm, 2023 / 전은지 기자
최영욱, KARMA 2023, Oil on canvas, 152×138cm, 2023 / 전은지 기자
최영욱 작가가 세세하게 그려낸 빙렬 / 전은지 기자
최영욱 작가가 세세하게 그려낸 빙렬 / 전은지 기자
작품 속 산수화 / 전은지 기자
작품 속 산수화 / 전은지 기자

최영욱 작가의 〈Karma〉 연작은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인 화법으로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묘미이자 포인트는 ‘빙렬’을 손으로 모두 그려냈다는 점이다.

빙렬이란 도자기를 가마에서 굽는 과정에서 산소량에 따라 생기는 균열을 말한다. 작가는 수없이 이어지고 끊어지는 빙렬을 통해,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과 인생사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 다른 볼거리는 항아리 하단에 그려진 산수화다. 어스름한 새벽, 멀리서 바라본 어느 산의 풍경을 담아냈는데, 옅게 그렸지만, 여러 개의 산봉우리가 겹친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속이 탁 트이는 느낌에 편안해진다. 이 작품 역시도 입체감이 있어 그림보다는 부조같다는 느낌을 준다.
 

권대섭, Moon jar, whith Porcelain, 55(h)×54cm, 2023 / 전은지 기자
권대섭, Moon jar, whith Porcelain, 55(h)×54cm, 2023 / 전은지 기자

이번 전시의 포토존이자 큰 사이즈에 속하는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다. 이 항아리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BTS의 RM이 소유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완벽한 곡선보다는 투박함이 느껴지지만, 어딘가 따뜻하다. 이는 권대섭 작가의 40년 작품 활동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권대섭 작가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작가는 경남 진주, 하동산의 고령토에 백토, 점토 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섞고, 강원도산 소나무를 엄선해 작업을 한다고 한다. 작품 재료를 만드는 과정부터 어려움이 느껴지지만, 완성된 작품은 세계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현대적이다.
 

조병호, 설백달항아리, 50×50.5cm, 2017 / 전은지 기자
조병호, 설백달항아리, 50×50.5cm, 2017 / 전은지 기자
설백달항아리의 안쪽을 들여다본 모습 / 전은지 기자
설백달항아리의 안쪽을 들여다본 모습 / 전은지 기자

여주 1대 도예 명장인 고성 조병호 작가의 설백달항아리는 ‘눈(雪)’처럼 유독 하얀 달항아리로, 크고 아름다웠다. 은은한 매끄러움이 달빛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아름다움은 내부를 들여다볼 때였다.

2개의 반구를 접합해 만드는 달항아리 특유의 작업 방법을 볼 수 있는 무늬도 볼 수 있지만, 조명이 달항아리 입구를 비춰 생기는 그림자가 여러 개의 달을 만드는 듯 아름다웠다. 달은 1개이지만,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원형이 달빛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듯하다.
 

달멍 라운지 / 전은지 기자
달멍 라운지 / 전은지 기자
이바나 판티의 작품 영상 / 전은지 기자
이바나 판티의 작품 영상 / 전은지 기자

전시를 둘러보기 전이나 둘러본 후에는 ‘달멍 라운지’에서 1년간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달항아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상은 이탈리아 사진작가인 이바나 판티(Ivana Fanti)의 작품으로, 지난해 떠오른 열세 번의 보름달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것이다.
 

전시장 입구 / 전은지 기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 전시장 입구 / 전은지 기자

달의 풍요로움으로 가슴이 꽉 차는 느낌을 받고 싶다면, ‘문 위시’ 전을 추천한다.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진행되니 빠르게 달려가길. 관람 시간은 월~목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금~일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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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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