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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6명의 신예 작가들의 개성과 실험 정신을 담아,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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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6명의 신예 작가들의 개성과 실험 정신을 담아,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3.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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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展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국은행은 5월 5일까지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展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젊고 실력있는 청년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자 신진작가 공모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2024년 한국은행 신진작가 공모전은 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공사로 인해 2017년부터 중단되었다가 무려 8년만에 재개된 뜻깊은 행사다.

이번 공모는 동덕여대 김상철 박물관장을 비롯해 이화여대 송희경 교수, 서울시립미술관 강세윤 학예사가 심사숙고해 심사한 끝에 김우주, 박지수, 설진화, 이현지, 이혜진, 허현숙 등 총 여섯 명의 작가를 최종 선정하게 되었다. 선정된 작가들은 연말 연초도 반납, 작업에만 매진했고 새롭게 그려 출품한 신작 30점을 모아 전시를 열 수 있게 되었다.
 

김우주 작가의 작품들 /김서진 기자
좌측부터 <야생초 콜라주 2024-17>, <야생초 콜라주 2024-13>, <야생초 콜라주 2024-16> /김서진 기자

야생초 콜라주 작업은 김우주 작가의 어린 시절 밭일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야생초를 채집하고 콜라주로 회화를 완성한다. 하루에 일기를 쓰듯 집 근처에 피어 있는 야생초와 꽃, 씀바귀, 명아주 등등 다양한 풀과 꽃을 채집한 다음 캔버스 조각에 그린 후 그 조각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이어가며 하나의 회화를 만들어 간다. 무수히 작은 캔버스 천 조각에 그려진 야생초와 꽃은 군집으로 보이기도 하며, 한 포기 각기 다른 풀로 개성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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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콜라주 2024-14> /김서진 기자

이러한 작가의 작업 방식은 버려진 주변에 대한 집착적 관찰이며, 각기 다른 야생초들이 그려진 캔버스들이 콜라주 형식으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규칙적이지 않으며 혼돈에서 오는 편안함과 시끄러움이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분열적 자신의 모습이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도시로 유학을 오게 된다. 시골과 도시라는 다른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사유의 왜곡을 막연한 호기심과 환상으로 채워가고 있다. 그렇기에 도시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야생초는 작가 자신의 조각이며, 야생초를 채집하여 콜라주 형태로 서로를 조화시키는 작가의 회화는 도시의 환경과 시골의 목가적 환경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지만 사유의 줄기로 묶여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Black wave 결 6>, <Black wave 결 7> /김서진 기자
 <Black wave 결 9> /김서진 기자

흑백의 작업을 통해 이현지 작가는 색의 혼란함을 벗어나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무채색에 집중함으로써 그는 이미지의 먹먹함과 웅장함, 그리고 유동성을 표현한다. 검은색은 작품의 밑바탕이 되고 흰색의 결은 작가가 나타내고 싶은 이미지를 그려낸다.

흔히 볼 수 있는 바다와 파도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캔버스 위에 검은색을 바르고 조각칼로 스크래치를 하며 검은 화면 속에서 흰색의 면을 찾아간다. <BLACK WAVE> 연작들은 유화 물감이 마르기 전 바로 긁어내는 무수히 반복되는 행위들을 통해 오로지 이미지에만 집중하며 또다른 작가의 바다, 또다른 작가의 우주의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기차에서 2401>, <기차에서 2402> /김서진 기자
<수창동 2304> /김서진 기자

이혜진 작가는 장소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수집하여 회화적 기록을 남긴다. 도시 곳곳의 오래 되고 낡은, 그래서 눈길이 쉽게 닿지 않는 장소, 도시의 경계에서 밀려난 풍경으로부터 수집의 대상을 찾는다. 시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장소를 거듭 찾으며 점차 사라져가는 흔적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채집과 재구성, 그리기, 찍어내기, 떠내기와 같은 방식으로 기록한다.

그 수집과 기록에는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에 거쳐간 그 무엇의 자취가 스며 있다. 사라져 가는 존재의 흔적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이질적인 공간이 서로 겹치거나 경계를 이루며 만드는 시간의 겹을 탐구한다. 작가는 중첩된 시간을 배회하며 흔적에, 그리고 시간에 실체를 부여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瞬_0111> /김서진 기자
<瞬_1230>, <瞬_0114> /김서진 기자

(순) 시리즈는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가속을 더한 자연의 성질을 바탕으로 한다. 움직임이 동반된 이동 중의 기록은 실재하는 공간을 담고 있으나 끊임없이 변하는 시야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선사한다. 찰나를 통해 더이상 명명할 수 없게 된 공간은 고유한 이름을 잃어버린 익명의 장소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이동 시간과 거리, 그 앞에 펼쳐진 공간의 면적은 어떠한 느낌들로 압축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는 설진화 작가가 독일에서의 시간 가운데 여행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였던 만하임(Mannheim)으로 돌아가는 중에 마주했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 퓌센(Fussen)에서의 자취이다. 색에는 특유의 감각이 있어 특정지은 순간의 장면이 색으로 회상되기도 하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황색과 청색으로 드러난다. 우연한 혼색이 형태를 해체해서 짐작할 수 없는 순간이 표현되기도 하고, 본래 색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와 에너지로 실재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瞬_0113> /김서진 기자

작가는 감정적 경험과 시각적 자극의 결합에 따라 연출된 채색을 활용하여 운동성을 갖춘 속도감 있는 터치로 살아 숨쉬는 자연의 영속성을 담았다. 여기에 겹겹이 중첩되는 선을 통해 존재했던 시간을 쌓아 올려 기억의 잔재를 남기는 작업을 반복한다. 매일매일을 1년 365일로 표현하곤 한다.

계속해서 진행 중인 작업은 하루하루를 축적하는 과정 중에 있다. 모든 행위의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레 스치고 반복되기도 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각각의 나날들로 구성된다. 이는 찰나의 누적이 지속되어 일상의 365作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가 있었다 (once upon a time) Ⅰ> /김서진 기자
 <우리가 있었다 (once upon a time) Ⅳ> /김서진 기자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도시작업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사이자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다. 사라지고 새롭게 지어지는 도시의 모습을 관찰하며 생활 공간의 변화, 즉 가장 기초적인 공간인 '집'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생활을 기록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재현된 '집'의 집합체는 그들의 일상을 표현하기도 했고, 일련의 사회적 기록이기도 하며, 더불어 기록되지 못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once upon a time'은 찬란하게 빛나는 지금을 의미한다.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굳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기록한다. 그 누군가의 시선보다 개개인의 오늘을 응원하고 나아가는 빛나는 순간을 표현하고자 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오늘 이 순간이 찬란했던 '옛날 옛적'이었길 기원하며 시간과 공간을 담는다.
 

<선의 풍경> /김서진 기자
<샘(Spring)> /김서진 기자

어떤 대상이 있고 하나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하나의 장치이며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이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대상은 존재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답게 자리한다는 것은 어떤 모양일까. 이처럼 박지수 작가는 일상적인 관계들로부터 정의되는 대상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정체성의 갈등들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사유를 떠올린다.

'상실, 소외, 고립으로 인해 파생되는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대상의 순수한 정체성과 존재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실존적인 물음을 던져 있는 그대로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오염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자연적 이미지를 재현함으로써 서정적인 사유를 담아내고 있다.
 

 <비움 풍경(Empty Landscapes)> /김서진 기자

화면 속 재현된 풍경들은 흐르는 동시에 비워지는 현재의 시간의 풍경이며 생멸하는 자연의 순환만이 존재한다. 변화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자연의 실존적 이미지를 포착하고 재현하는 회화 작업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영위하는 자연적 대상의 존재 가치를 내세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저마다 지니는 잠재된 가능성을 드러내기를 소망한다. 풍경은 어떠한 지위도 갖지 않음으로써 비워지고, 정의되지 않은 무명의 공간, '비움 풍경(Empty Landscapes)'으로, 존재에 대한 수동적인 맥락에서 오는 고정된 정의들에 대한 고요한 저항의 장소로 구현된다.
 

<검은 숲> /김서진 기자

자연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저마다의 생을 스스로 시작하고 마감한다. 자연은 이상향이 아닌 우리와 함께 실존하고 유기적이고 동등한 관계로서의 '유연한 타인'이다. 보편적인 일상에서 포착되는 '고립'되고 '흔들리며', '홀로'된 자연을 재현한 화면은 상실된 존재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사유를 담은 풍경으로 환원된다.

풍경은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이라는 분리된 개념들을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동등하게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장소가 되고, 그 속에 재현된 자연적 소재들은 고정된 정의로부터 해방하여 일의적인 가치로 다시 자리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신진 작가들의 신작들로, 한국은행 측은 작가 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참신한 실험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갤러리 측은 "이번 공모에 선정되어 작품을 출품해 준 여섯 분의 젊은 작가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아쉽게도 선정되지는 못했으나 지원해 준 모든 작가들에게도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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