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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1인 가구들의 하루를 차곡차곡 모아 작품으로 만들다 《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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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1인 가구들의 하루를 차곡차곡 모아 작품으로 만들다 《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2.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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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 /김서진 기자

"사람들이 집어넣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하루는 백 개의 주머니도 가지고 있다" -'529, 하루의 길이' "제9장 혼자 있는 사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Ⅰ』,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402쪽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금천문화재단이 기획전시 《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를 3월 28일까지 금나래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42%에 달한다. 특히 금천구의 1인 가구 비율은 서울시 자치구 중 네 번째로 높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1인 가구가 일상인 시대를 맞아 ‘혼자’인 인간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다채로운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해와 달의 길항작용으로 만들어지는 하루는 공간도 시간도 정확하게 나뉘어져 있지 않은 여러 하루들로 이어지고, 이 여러 하루들은 일상적이면서 생명의 거대한 순환으로까지 연결되는 물질들에 대한 이야기다. 세세하게 연결되어 있거나 철저하게 독립되어 작동하며 궤적을 쌓는다. 그 궤적에서 '혼자 있는 사람'에 대한 명상으로 전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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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함께 살고 있는 시공간의 하루에 대한 존재 형식을 다섯 명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발견해 보는 과정이다. 전시 제목인 《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영감을 받아, 각자가 어떠한 조건과도 상관없이 누구나 다 살고 있는 같은 시공간의 '하루'에 대해 성찰해 보는 시간을 전시로 기획한다. 
 

<의자 프로젝트_목소리의 길> /김서진 기자

로비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만나는 문해주 작가의 공간 설치 작품 <의자 프로젝트_ 목소리의 길>은 사람이 신체적으로 잠깐 쉬거나 오랜 시간을 앉아 있기 위해 사용하는 '의자'라는 오브제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노쇠한 의자와 몸을 병치시키며 개인의 역사를 유추해 본다. 
 

<의자 프로젝트_목소리의 길> /김서진 기자

금나래아트홀 로비에 설치한 <의자프로젝트_목소리의 길>작품은 사람과 사물 주변에 함께 하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역사성과 관계성으로 보이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들을 작가의 작업으로 풀어내는 장소 특정적 작품이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본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교차되고 서로 다른 의자 조각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의자와 연결된 선들과 금속조각들의 부딪침은 지금까지 금천에서 들은 사람들의 '목소리의 길'을 파동으로 표현했고 다시 공간과 연결된다. 2019년부터 사람과 지역의 관계들 속 보이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들로 진행중인 '의자 프로젝트'는 금천, 영등포, 은평, 성북 지역의 버려지거나 방치된 길거리에 의자를 사진과 경위도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인간 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 /김서진 기자

갤러리에 들어와서 모니터로 만나는 큐알코드는 양숙현 작가가 금나래아트홀에서 삼일간만 펼치는 <인간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라는 생성인공지능 라이브 프로젝션 작품을 암시하며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물질 차원에서 인간 탄생 정보를 기반으로 명리학과 인공지능 기술의 이질적인 결합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그 자체를 탐색한다. 

작가는 비과학적이고 미신이라 배척된 동양의 명리학 일부와 인공지능의 상상력을 활용해 만든 가설인 인간 물질론에 기반한 존재도를 작품으로 선보인다. 필연적으로 거대 언어 모델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동양의 만세력을 통해 개인에게 주어진 물질의 목록, 그 객체와 객체 사이 우연의 시각성을 인간의 사변적 감각과 인공지능의 합성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 <시간-오브제> /김서진 기자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면 조소희 작가의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와 <시간-오브제> 시리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감탄사 형태의 위 제목은 17세기 중국 문예평론가 김성탄이 절에 갔다가 장마로 열흘 동안 갇히면서 인생에서 '행복한 한 때'에 대해 쓴 33절의 각 절마다 마지막에 붙인 추임새 같은 문구이다. 고해의 인생에서 감각하는 것이 곧 행복인냥 읊어 내리는 한 평론가처럼 작가는 수십 년의 작품들을 다시 매만지고 감각하며, 미세하고 고요하게 웅장한 하루의 겹겹을 덩어리째 공간 설치미술로서 보여준다.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 <시간-오브제> /김서진 기자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 <시간-오브제> /김서진 기자

작가는 작업의 키워드인 ‘하루, 매일매일, 시간’으로 시간의 분절적 단위이자 연속과 흐름의 매개적 ‘영원’을 주제로 수십여 년 창작을 하고 있다. '하루'는 시간적 삶의 최소 단위이다. '하루'는 짧고 가벼운 분절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라는 지속의 의미가 더해지면 시간의 연속과 집적으로 인해 상당한 무게감을 갖는다.

<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와 <시간오브제>시리즈는 월 드로잉과 축적된 시간의 결과물인 다양한 <시간오브제>시리즈가 조합된 설치작품이다. '하루'의 가벼움과 '하루하루'의 지속과 집적이 만들어낸 덩어리들을 통해 시간의 결을 시적인 조형으로 구성한다.
 

<별 헤는 밤>, <지평분체 (地平分)> /김서진 기자

갤러리의 오른켠 도릭 양식의 기둥인 <지평분체 (地平分體)>와 쟁기질을 떠올리게 하는 원형의 <별 헤는 밤>은 장용선 작가의 작품이다. 사회에서 폐기되는 것들에 대해 곱씹어보는 작가는 음식점에서 소비재로 쓰이고 버려진 소뼈를 소각하여 바닥에 흙과 같이 뿌려두거나 문명의 상징인 도릭 양식 기둥에 뿌리면서 마치 자연에 대한 진혼곡을 연주하는 듯 진중하고 묵직한 자세를 보인다. 
 

<지평분체 (地平分)> /김서진 기자
바닥에 깔린 뼛조각들 /김서진 기자

'지평(地平)'은 평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이고 '분체(分體)'는 한 개체가 거의 같은 크기의 둘 이상의 개체로 나뉘어 느는 일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건축양식(도릭 양식)의 기둥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육중한 무게를 떠받치듯 가루(먼지)가 되어 뼛조각들이 나뒹군다. 뼛조각들은 인간에 의해 희생되어 음식이 되어버린 가축(소)의 뼈이다. 뼛조각들은 가루가 되어 먼지처럼 보잘것없이 존재하며 인류 문명의 상징으로 기록되는 기둥의 몸체와 바닥에 흩어 뿌려진다. 
 

<별 헤는 밤> /김서진 기자

삶-죽음, 가치-무가치, 자연-도시, 현실-이상의 대립된 가치의 갈등,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인식에 대한 질문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는 수년간 수집해 온 재료(설렁탕, 갈비탕 등 음식 재료로 쓰였던 뼈)들을 1100~1250℃ 온도로 가스 가마로 소성한 뼈와 뼛가루를 소재로 설치작품을 창작한다.
 

<기억극장 : 미생물 편> /김서진 기자
모니터로 보이는 미생물의 생장 기록 /김서진 기자

갤러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소보람 작가가 <기억극장 : 미생물 편 >작품을 선보여, 몇 계절을 보내며 식물성 재료인 차와 당을 결합한 발효 실험을 통해 생분해되는 식물성 가죽을 추출하여 우리 몸과 연결시켜 사유해보도록 한다. 1인 극장형태로 만나는 비가시적인 형태의 미생물의 생장 기록을 통해 가족 체계는 해체되고, 미생물 생장 수준의 물질 세계에서 나의 몸, 나의 시간, 나의 하루들을 만난다. 
 

<드로잉 Ⅰ>, <드로잉 Ⅱ>, <나무로 제작한 풍수나경> /김서진 기자
<드로잉 Ⅱ> /김서진 기자

<기억극장 : 미생물 편>은 16세기 이탈리아 철학자인 길리오 카밀로과 범신론과 애니미즘, 그리스 로마신화에 기대어 상상한 기억극장(1519-1544)의 건축적 모델을 차용해 자연계의 기억극장으로 재구성했다. 서로 다른 계절에 가공한 식물성 가죽과 그 생장 기록을 1인 극장으로 배치하고 무형으로 탄생해 성장하고 풍화의 단계로 나아가는 미생물의 역사를 전달한다. 작가는 우리 몸과 관계성을 연결시켜 가족 체계가 아닌 이산화탄소의 굴절로 축적된 미생물 생장의 반복 과정에서 작품을 풀어낸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인간'과 '삶',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무엇인가'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 문화의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는 관계성부터 시작하여 수행적인 몸의 시간성, 한정된 시간을 사는 인간 신체를 데이터베이스 측면의 미생물 군집체 관점에서 풀어내는 작업까지 ‘하루’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예술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가 될 예정이다.

전시 측 관계자는 "백 개, 백만 개 이상의 주머니로 만들어지는 '하루'라는 상상적인 시공간에서 다섯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서 나는 어떻게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오늘은 무엇인지, 하루와 오늘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삶의 양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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