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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면 잠드는 시애틀의 밤... 미국 Z세대 '소프트 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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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면 잠드는 시애틀의 밤... 미국 Z세대 '소프트 걸' 트렌드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4.02.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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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에 드는 미국의 Z세대 픽사베이
일찍 잠에 드는 미국의 Z세대들, 젊은 세대의 수면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미국 시애틀로 이민해 거주하고 있는 40대 여성 김 씨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집을 얻었다. 밤 9시만 되면 불이 꺼지는 시애틀의 생활에서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양국을 오가며 발생하는 항공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그럼에도 국내에 한 번씩 입국해 시간을 보내는 것을 큰 낙으로 여긴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 Z세대에서 ‘소프트 걸(Soft girl)’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 걸은 휴식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찾고, 보다 느린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며 성공을 찾고자 노력했던 기성세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가는 소프트 걸의 삶이 전반적으로 휴식을 지양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9시면 잠에 드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면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얻는 것이 부정적인 현상은 아니라 여겨진다.

다만 소프트 걸 트렌드는 이처럼 단순한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 걸이 되고자 하는 미국의 Z세대는 왜 안락한 휴식을 추구하게 됐는지, 휴식하는 삶을 통해 이들이 그리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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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Z세대의 ‘소프트 걸’ 트렌드

‘소프트 걸’이라는 표현은 패션 용어로 먼저 쓰였다. 파스텔톤, 부드러운 직물, 드레이프 된 형태의 스커트나 팬츠, 프릴 디테일 등의 의상을 소프트 걸 패션이라 일컬었다. 가수이자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아리아나 그란데나 배우 시드니 스위니의 소프트 걸 패션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소프트 걸 패션 픽셀스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소프트 걸 패션 /픽셀스

현재 미국의 Z세대가 주목하는 ‘소프트 걸’ 트렌드는 패션 같이 보여지는 외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처음 시작은 2021년 한 여성이 업로드한 틱톡 영상에 의해서다. 미아 존스(Mia Jones)라는 여성이 직장을 가진 이후 올린 것으로, 그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이상 ‘걸보스(Girlboss)’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걸보스가 아닌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미아 존스(Mia Jones) /미아존스의 개인 SNS 영상 중 갈무리  

여기서 걸보스는 소프트걸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걸보스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면 ‘커리어우먼’과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사회에서 성공해 명예와 부를 가진 여성 혹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성취와 만족을 얻고 이를 통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 여성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사업가, 정치인 등이 걸보스에 속한다 /픽셀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사업가, 정치인 등이 걸보스에 속한다 /픽셀스

걸보스가 되고 싶지 않다는 그녀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가 바로 소프트 걸이다. 이들은 복잡한 사회 속에서 주어지는 자본주의적 성공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슬로우 라이프로 가득 찬 매일을 살겠다고 말한다. 미아는 “걸보스가 되고 싶지 않고, 허둥대고 싶지도 않고, 그저 천천히 살면서 연인과 함께 이끼 침대에 누워 남은 삶을 즐기며 책을 읽고, 예술을 창작하고, 내 삶 속에서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고 언급한다.

여유 추구하며 자신을 돌보는 ‘소프트 걸’

소프트 걸 문화는 이러한 미아의 생각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삶은 직장을 가진 여성의 삶과 크게 다르다. 직장인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 준비를 시작하며 하루를 열지만, 소프트 걸은 이 시간에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대신할 스무디를 준비해 마시고, 건강을 위해 운동 등을 한다.
 

스무디를 만든는 모습,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스무디를 만든는 모습,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또한 자기관리에 열심히 인 것도 소프트 걸의 주요한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은 여성으로서 건강한 신체와 삶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스킨 케어를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힐링하며, 일찍 잠에 들고 일찍 기상하는 등 여유롭고 건강한 삶의 루틴을 가진다.
 

자기 관리를 통한 힐링을 얻는 소프트 걸,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자기 관리를 위해 수면 시간에 변화를 주는 트렌드는 또 있는데 바로 ‘미라클모닝(Miracle morning)이라는 개념이다. 2016년 미국 작가 할 엘로드의 자기계발서를 통해 처음 등장한 단어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독서나 운동, 공부 등의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미라클 모닝 역시 성공보다는 자기 계발과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소프트 걸과 일부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미라클모닝은 바쁜 사회 속에서 일과를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 보다 이른 아침을 여는 것에 가깝다. 미라클모닝의 경우 온전히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는 개인 시간을 확보하고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한 것이지만 소프트 걸 트렌드는 행복한 삶과 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을 돌본다.

즉 소프트 걸들이 일찍 잠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자기계발 보다는 건강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면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요한 논점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인 일과 시간 보다 더 빨리 기상해 생산적인 시간을 누리는 미라클모닝과는 다르다.
 

이른 기상을 통해 자기 계발 시간을 가지는 미라클 모닝과는 다르다 /픽셀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자고, 행복을 위해 원하는 만큼 휴식하는 시간을 보내는 소프트 걸에게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여유’다. 여유로운 삶을 위협할 수도 있는 사회적인 경력, 성공 등은 그들의 관심 밖이다. 소프트 걸은 여유 속에서 자신을 돌보고, 자신이 원하는 운동, 여가시간, 취미 등에 집중하곤 하는데 이러한 삶의 태도가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여성성을 포용한 삶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

이들이 ‘소프트 걸’이 된 이유는

요즘 시대에 직업을 가지지 않고 자신의 여가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것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여성은 더 많은 권리를 누리기 위해 싸워왔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 시대 여성들은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중요한 역할을 맡기 위한 투쟁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파루구트 광장(Farrugut Square)에서 레이페트(즉, 라파예트)까지의 여성 해방 행진, 레플러, 워렌 K.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파루구트 광장(Farrugut Square)에서 레이페트(즉, 라파예트)까지의 여성 해방 행진, 레플러, 워렌 K.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렇게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뤄지며 수많은 걸보스들이 등장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란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모습이지만, 여성은 사회에서 바라는 여성상, 출산하고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은 ‘번아웃’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1970년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리천장’이라는 말을 썼다. 현대 사회의 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며 이를 깨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번아웃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대부분의 여성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정 속에서, 과거 걸보스의 삶을 지켜봤던 현재의 Z세대들은 이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더 높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때로는 가정에 소홀해야 한다는 죄책감을 가지기 보다 여성의 삶을 포용하고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다.
 

사회 생활 속 존재하는 유리천장, 번아웃 등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사베이

이는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최고로 여기는 사상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성공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며 경쟁과 그 안에서 무수히 자신을 단련해 나가며 발생할 수 있는 고통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소프트 걸로서 평온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소프트 걸에 대한 다양한 시선

하지만 소프트 걸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Z세대에게 이러한 경제적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프트 걸이 자신의 낭만적인 삶의 태도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력을 가진 부모 혹은 배우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소프트 걸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가정주부가 되길 희망한다. 남편을 외조하고 요리하고, 엄마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의 여가를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이상향이 되고 있다. 사회에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커리어우먼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소프트 걸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가정주부가 되길 희망하기도 한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미국의 Z세대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소프트 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이들을 옹호하는 입장은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여성의 고군분투는 삶의 고통일 뿐이며 이제는 경쟁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유로운 삶의 추구가 사회적 활동을 적대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이들은 소프트 걸 트렌드가 개인의 경제적인 독립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아실현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때로는 경제적 의존이 필요한 소프트걸의 삶이 자연스럽게 현대적인 ‘성평등’의 개념과 충돌하며 이는 여성의 권리를 후퇴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정을 돌보는 행복을 통한 자아실현도 존재한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아울러 중립을 지키는 이들도 있다. 성별을 떠나 부드러운 일상과 사회적인 자아실현 모두 삶에서 필요한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노동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사회에서 이뤄가는 성취를 통해 기쁨을 얻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돌보고 휴식하는 일 역시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당신도 ‘소프트 걸’ 되고 싶나요

꼭 모두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회적인 성취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충분한 휴식과 여가 생활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우리의 삶의 내면이 풍족해지기 위해서는 일과 휴식 모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기사 초반에 등장했던 미아는 현재 직장인으로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슬로우 라이프 자체를 등진 것은 아니다. 미아는 일하는 동시에 여전히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소프트 걸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여러 SNS를 통해 다양한 관련 게시물들이 업로드 되고 있다. 댓글들을 통해 소프트 걸의 삶을 선망하고 추구하는 의견과 이에 대립하는 이들의 입장이 팽배하게 갈리는 가운데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소프트 걸 트렌드가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대되어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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