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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모루공예, '모루인형' MZ 가방을 장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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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모루공예, '모루인형' MZ 가방을 장식하다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4.02.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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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인형 키링이 가방에 달린 모습 /인스타그램 '됸만희' 계정 갈무리(@store.donman)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요즘 번화가를 걷다 보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가방에 작고 소중한 무언가를 달고 다닌다는 것. 작은 동전지갑부터 인형, 아크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모루인형’의 유행도 여기서 시작됐다. 어딘지 엉성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이 자체를 귀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모루인형이 MZ세대 가방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아기자기한 모루인형을 하나씩 달고 다니는데, 자세히 보면 예쁜 액세서리와 옷으로 꾸며져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모루인형은 대체 뭘까. 원단으로 만든 헝겊인형이나 도톰한 솜인형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모루인형과 모루공예에 대해 알아봤다.

‘모루’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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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의 작고 소중한 모루인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루’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모루는 ‘모루실’, ‘모루철사’라고도 부르는데, 털실이 감겨 있는 철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술용 교구로 쓰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 때도 사용되어 이를 접해본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슈가데코
다양한 색상의 모루철사 /슈가데코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언뜻 보면 포근한 실처럼 보여서 힘을 못 받을 것 같지만 내부에 중심을 잡고 있는 얇은 철사 덕분에 손이나 전용 도구를 사용해 쉽게 모양을 잡을 수 있다. 전용 도구로는 곡선 가위 등이 쓰이며 이 가위는 모루 작업을 완성한 이후에 작품 테두리를 다듬어 형태를 잡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또 일반 공예에 사용되는 니퍼, 평집게도 흔히 쓰인다. 이외에도 철사를 감고 있는 털실이라는 재료 특성 상 공예에 쓰이는 접착제를 사용해서 원하는 형태로 이어 붙이는 것 또한 가능하다. 털을 빗어줄 수 있는 빗도 필요한데 일반 미용실에서 사용되는 꼬리 빗을 써도 큰 문제는 없지만, 솔 형태로 되어 있는 모루 전용 빗을 쓰기도 한다. 털을 풍성하게 해주고 싶을 때 빗어주거나 모루를 감아 작품을 완성한 후 경계면을 풀어줄 때도 이 모루 빗이 쓰인다.
 

모루 빗 상용 모습 /슈가데코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모루는 주로 구부리거나 동그랗게 말아서 형태를 잡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 덕분에 난이도가 높지 않고, 초보자도 쉽게 다루기 좋은 재료다. 특히 쉽게 모양이 잡힌다는 점에서 만들고 싶은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모루인형이 인기를 끌면서 모루를 판매하는 곳도 관심을 받고 있다. 모루는 온·오프라인 공예샵이나 동대문 부자재 상가, 일반 문구점, 다이소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다양한 색상, 두께로 판매되고 있고 철사에 감겨 있는 실의 종류도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털 길이, 질감에 따라서 표현되는 느낌에도 차이가 있다. 복실거리거나 뽀글거리는 등 털의 재질이 다양한 만큼 작업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선택하면 된다.
 

슈가데코
다양한 색과 질감을 가진 모루. 사진은 곱슬거리는 털이 특징인 푸들모루 /슈가데코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엉성하지만 귀여운 ‘모루인형’

올해 들어 다소 주춤한 듯 보이지만 검색 데이터 분석서비스 블랙키위에 따르면 이달 1일을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네이버에서 ‘모루인형’이 검색된 숫자는 13만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16만의 검색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MZ세대에서 다수 사용되는 한 SNS에서도 지난 1일 기준 ‘모루인형’을 태그한 게시물은 약 3.5만 개로 나타난다.
 

복슬복슬한 털이 귀여운 모루인형 /인스타그램 '됸만희' 계정 갈무리(@store.donman)
@yorumoruu
작고 소중한 모루인형의 모습 /인스타그램 '요루모루' 계정 갈무리(@yorumoruu)

이처럼 젊은 층의 트렌드로 떠오른 모루인형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엉성한 듯한 외관이 어딘지 아쉽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이 역시도 모루인형의 특징이다. 완벽한 느낌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뻗어 있는 팔과 다리의 형태에서 의외의 귀여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고, 보송보송한 재질의 털 역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bebe_moru
MZ세대의 트렌드로 떠오른 모루인형 /인스타그램 '모루인형 공장장'계정 갈무리 (@bebe_moru)

또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출시한 인형 키링의 인기가 모루인형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의견도 존재한다. 브랜드 ‘모남희’ 키링이 대표적이다. 보송보송한 인형 키링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절대적으로 디자인이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모루인형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모루를 이용해 몇몇 브랜드의 인형 키링을 비슷하게 재연했다는 후기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결정적으로 모루인형의 대표적인 인기 요인은 개성에 있다. 모루인형 유행 초반에는 공방이나 소품숍에서 작가가 제작한 제품을 구매해 가방에 달고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루인형을 직접 만드는 사례도 늘어났다. 핸드메이드 모루인형의 경우 다루기 쉬운 재료가 쓰이는 덕분에 비교적 간편하게 완성 가능하면서, 제작 과정 중 자신만의 개성을 담을 수 있다. 완성된 모루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것 외에도 핸드메이드 인형 옷이나 액세서리를 만들어 꾸며주는 것 또한 하나의 개성 표현 방법으로 선호되고 있다.
 

귀여운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모루인형 모습 /인스타그램 '모루인형 공장장'계정 갈무리(@bebe_moru)

동물·꽃 등…. 자유로운 표현 가능한 모루공예

최근 가장 많이 알려진 영역은 모루인형이지만 모루를 재료로 한 공예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모루공예라고 지칭하기도 하지만 털로 감은 철사를 구부리거나 꼬아서 만든다는 점에서 이를 ‘철사공예’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한다.

모루는 움직임이 자유롭고 형태를 잡아가는데 한계가 없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모루를 재료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소재는 각종 식물과 꽃이다. 특히 꽃을 주제로 한 모루 공예 작품을 다수 접할 수 있으며 튤립, 은방울꽃, 라벤더, 장미, 데이지, 수국, 백합, 해바라기 등 모루로 표현할 수 있는 꽃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haru_moru_
모루꽃, 인테리어 소품으로 두기도 좋다 /인스타그램 '하루모루' 계정 갈무리(@haru_moru_)
@haru_moru_
모루로 만든 은방울꽃 /인스타그램 '하루모루' 계정 갈무리(@haru_moru_)

가장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모루꽃은 튤립과 데이지다. 두 꽃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접하기 쉬운 소재다. 유튜브 등의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이 두가지 꽃을 만드는 방법을 가장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모루를 구부려 접어주거나 기다란 볼펜 등 도구를 사용해 돌돌 꼬아주는 방식으로 간단한 과정을 거친다.
 

@davin_dry
모루로 튤립을 제작하는 과정 /인스타그램 '다빈드리' 계정 갈무리(@davin_dry)

모루로 제작한 인형이나 꽃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되고 있다. 주로 공방 등을 찾아 전문가와 함께 모루를 이용한 작품 만들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레슨이 구성되어 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여러가지 모루꽃을 만들어 보거나, 이를 한데 모아 꽃다발로 만드는 체험 등이 이뤄진다. 또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모루인형과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기도 하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은 유아미술의 한 형태로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는 자유 작품을 만들기 수업도 존재한다.
 

@have__wisdom
모루꽃다발 /인스타그램 '슬기의공간'계정 갈무리(@have__wisdom)
@have__wisdom
다양한 모루꽃으로 구성된 꽃다발 /인스타그램 '슬기의공간'계정 갈무리(@have__wisdom)

모루 공예 인기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도

모루공예가 MZ세대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참여 가능한 분야인 만큼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행사나 공공기관 등에서도 시민들이 모루공예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 고양이 전문 박람회 ‘가낳지모 캣페어’에서도 모루공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해당 행사에서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클래스를 운영했으며, 오일파스텔·레진공예와 함께 모루인형을 만들어보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낳지모 캣페어' 홍보물 /메쎄이상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20회 ‘경상남도공예박람회’에서는 무료체험 부스를 통해 아이들이 지역 공예인들과 함께 자신만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펜던트·클레이 소품·도자기 악세사리·한지사각접시 만들기 등과 함께 모루인형 키링 만들기 체험도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같은해 10월 화순군 화순열린도서관에서 진행된 독서문화진흥행사에서도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을 주제로 한 체험으로 뜨개팟·팔찌 만들기 등과 함께 모루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모루공예, ‘집콕’ 취미로 떠오르기도

모루공예를 전문가에게 직접 배워보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집에서 독학으로 만들어 보는 사례도 있다.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 않기 때문인데 유튜브 등을 통해 모루공예를 배울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새로운 ‘집콕’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슈가데코
DIY키트를 통해 제작할 수 있는 병아리 모루인형 /슈가데코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또 모루 공예를 독학할 수 있는 도서도 있다. 출판사 북스토리가 2019년 출간한 도서 『모루 공예 레슨』(저자 아틀리에엠)은 일본 모루 공예전문가의 노하우가 담긴 레슨북이다. 재료가 가진 특성인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을 잘 살린 작품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으며, 모루를 다루는 여러가지 방법과 응용법 등을 알려주는 도서라 혼자 모루공예에 도전해 보는 이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또 출판사 달고양이가 2017년 발행한 도서 『작고 귀여운 모루인형 만들기』(저자 쿠니모토 마사유키)도 있다. 저자 쿠니모토 마사유키는 일본에서 인기 모루인형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모루 베어 아티스트로 유명하다고 한다. 도서에서는 만드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완성된 작품을 장식할 작은 액세서리를 만드는 방법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집에서 간편하게 모루공예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최근에는 모루 인형이나 꽃을 만들 수 있는 재료로 구성된 DIY 키트도 판매되고 있다. 초보자의 경우 작품을 만드는 법 외에도 어떤 재료를 준비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키트를 구매하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모루의 색상이나 털의 질감, 필요한 양 모두 키트에 구성되어 있고, 인형에 붙여야 하는 부자재, 인형을 키링으로 매달 수 있는 줄이나 키링, 가위, 접착제 등 모두 한 번에 구매가 가능하다.

누구나 쉽게 도전하기 좋은 모루공예

완성된 모루인형은 트렌드에 따라 가방이나 파우치에 걸 수 있어서 의외로 실용적인 아이템이 된다. 또 모루로 만든 인형은 물론 꽃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 좋고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귀여운 펭귄 모루인형 /인스타그램 '요루모루' 계정 갈무리(@yorumoruu)

특히 모루공예는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작품을 완성하는 것까지 비교적 난이도가 낮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서 작업 과정을 즐기며 힐링할 수 있고, 어떤 형태 든 자유자재로 완성해 개인의 개성이나 창의성을 담기 좋은 작업인 만큼 초보자라 할지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도전해봐도 좋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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