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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한지, 자수, 테라코타로 그려낸 한국의 아름다움, 《그리고, 만들고, 짓: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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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한지, 자수, 테라코타로 그려낸 한국의 아름다움, 《그리고, 만들고, 짓:다》 展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2.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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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이지숙, 온실 작가 그룹전시…2월 26일까지 진행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한 번쯤은 방문하는 삼청동은 북촌한옥마을과 함께 한국을 알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장 전경 / 전은지 기자
《그리고, 만들고, 짓:다》 전시 전경 / 전은지 기자

청엠아트컴퍼니는 지난 26일 《그리고, 만들고, 짓:다》 전을 오픈했다. 이 전시는 다양한 표현 기법과 재료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는 정혜련, 이지숙, 온실 작가의 그룹 전시다.

청엠아트컴퍼니 관계자는 “매년 첫 전시는 새해를 맞아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작가님을 초청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한지, 테라코타, 자수 등으로 각기 다른 재료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판다곰 ‘몽다’와 함께 행복, 꿈, 건강을 그리다 – 정혜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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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작가는 한지 위에 채색 물감을 사용해 자신만의 행복과 꿈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정혜련 작가의 작품은 제목에 ‘HDH’라는 약자가 들어가는데, 이는 ‘행복합시다! 꿈을 가집시다! 건강합시다!(Be happy! Have a dream! Stay healthy!)’라는 의미로, ‘HAPPY’, ‘DREAM’, ‘HEALTHY’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정혜련, HDH. Present, 한지에 채색, 30×30cm, 2022. 2개 작품의 제목과 크기가 같다.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DH. Present, 한지에 채색, 30×30cm, 2022. 2개 작품의 제목과 크기가 같다. / 전은지 기자

이 두 작품은 제목과 크기가 같다. ‘선물(Present)’이라는 이름처럼 여러 가지 과일이 꽃다발처럼 한지 위에 그려졌다. 보통 과일바구니는 아픈 지인에게 병문안을 갈 때나 좋은 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선물로 가져간다. 이 작품은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듯하다. 견고한 한지 위에 원색 느낌의 과일이 담겨 있는 모습은 선물처럼 설레게 만든다.
 

정혜련, HDH. HILL, 한지에 채색, 72.7×60.6cm, 2022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DH. HILL, 한지에 채색, 72.7×60.6cm, 2022 / 전은지 기자

이 작품은 정혜련 작가의 시그니처가 포함된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몽다(夢다)’라는 이름을 가진 판다는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행복을 전달하는 배달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수호천사이지만, 수줍음이 많다고 한다.

색깔에 따라 사랑스러운 분홍색의 ‘핑쿠몽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주황색의 ‘비타몽다’, 자기애가 넘치는 초록색의 ‘초록몽다’, 맑고 순수한 하늘색의 ‘아가몽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무지개색의 ‘베리(vary)몽다’라고 부른다.

이 작품에는 건강함을 상징하는 ‘비타몽다’가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를 타고, ‘행운’이라는 꽃말을 가진 세잎 클로버를 들고 날아가고 있다. 그 아래에는 잘 익어 탐스러운 한라봉, 오렌지, 귤 등 비슷한 과일이 쌓여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언덕(HILL)’ 같다. 주변에 클로버 잎이 흩날리는 듯 표현한 모습이 비타몽다가 거북이와 함께 건강함, 행복을 뿌리고 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정혜련, HDH. HILL, 한지에 채색, 45×45cm(왼쪽), 72.7×60.6cm(오른쪽), 2022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DH. HILL, 한지에 채색, 45×45cm(왼쪽), 72.7×60.6cm(오른쪽), 2022 / 전은지 기자

‘HILL’이라는 이름의 작품은 많다. 왼쪽의 ‘HILL’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무지개색 ‘베리몽다’ 3마리가 함께 높은음자리표 모양의 배를 타고 클로버 언덕을 지나가고 있다. 다양성을 상징하는 판다답게, 연주하는 악기도 나팔, 탬버린, 북으로 다양하다. 음악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느낌이다. 클로버도 1개의 잎만 붉은색으로 표현했는데, 사랑의 ‘하트’를 떠올리게 한다.

오른쪽의 ‘HILL’에도 베리몽다가 있다. 행복을 배달하는 수호천사답게 망토와 무지개 클로버(Rainbow clover)를 요술봉처럼 들고, 반짝이는 별이 달린 고깔모자를 쓰고 구름을 타고 날고 있다. 정혜련 작가는 무지개 클로버를 두고 “꿈과 희망, 삶의 활력, 소소한 행복이라는 긍정에너지가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작품에 담고 싶은 행복, 꿈, 건강이 모두 포함된 상징적인 도구인 셈이다.

언덕처럼 쌓인 선물상자에도 ‘From. Happy’, ‘From. Dream’이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는데, 받는 사람은 ‘To. Me’다. 작품을 그린 작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이 ‘나’라는 일인칭으로 시점으로 본다면, 모두에게 행복과 꿈, 건강이 선물과 함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정혜련, HDH. Turtle, 한지에 채색, 30×30cm(왼쪽), 30×30cm(오른쪽), 2021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DH. Turtle, 한지에 채색, 30×30cm(왼쪽), 30×30cm(오른쪽), 2021 / 전은지 기자

거북이가 그려진 이 작품은 데칼코마니를 떠오르게 하듯, 닮은 듯 다르다. 이 거북이 역시 ‘거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클 거(巨), 복 복(福) 자를 사용해, ‘큰 복덩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작품에 대해 정혜련 작가는 “거북이처럼 조금은 느릴지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을 가지고 앞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자세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마음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다”라고 설명했다.

왼쪽의 ‘거복이’는 무지개 클로버가 등껍질 한가득 그려져 있고, 그 주변에는 세 잎 클로버가 자리하고 있으며, 오른쪽 ‘거복이’는 등껍질 주변에 예쁜 구슬 같은 장식이 무지개색으로 자리하고 있다. 비가 온 뒤 맑은 하늘에 떠오르는 무지개처럼, 우리 인생도 힘든 시간을 견디고 나면 좋은 날로 이어진다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정혜련, HDH. Universe, 한지에 채색, 45×45cm, 2022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DH. Universe, 한지에 채색, 45×45cm, 2022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appy Dreambox, 한지에 채색, 30×30cm, 2020 / 전은지 기자
정혜련, Happy Dreambox, 한지에 채색, 30×30cm, 2020 / 전은지 기자

‘Universe’라는 작품은 제목처럼 마치 우주 속 하나의 행성처럼 무지개 클로버가 뭉쳐있고, 그 사이에 ‘베리몽다’가 수줍게 얼굴만 내밀고 있다. 그 주변 배경은 우주인 것을 상징하듯 어두운 배경에 여러 개의 별이 떠있다. 몽다와 함께 우주까지 행복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빅픽쳐’가 아닐까 생각된다.

‘Happy Dreambox’는 동그란 박스 안에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가 담겨 있다. 정지된 평면작품이지만, 마치 뚜껑이 열리며 폭죽이 터지고, 몽다들이 손뼉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것 같은 입체감이 느껴진다. ‘생일’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나타낸 듯하다. 특히, 이 작품은 한지의 거친 느낌이 그대로 느껴져 더 매력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책가도, ‘책 권유도’를 만들다 – 이지숙 작가

20여 년이 넘게 작품활동을 해온 이지숙 작가는 흙으로 형상을 만들고 구워,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더한 테라코타 작품으로, 조선시대 유행했던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책 권유도’를 만들고 있다. 평면의 책가도가 입체적인 책 권유도로 재탄생해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작가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듯한 특별함이 느껴진다.
 

이지숙, 매화가 있는 방-킨,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54.3×44.3×6.6cm, 2021 / 전은지 기자
이지숙, 매화가 있는 방-킨,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54.3×44.3×6.6cm, 2021 / 전은지 기자

각 작품은 화분, 과일 등의 사물과 함께 책이 그려져 있는데, 작가가 읽고 감명받은 듯한 책이 한 권씩 그려져 있다. 사군자에서 매화는 ‘사랑’을 상징하고, 민화에서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과일’, ‘아름다운 여성’, ‘이상향’, ‘장수’를 뜻한다.

함께 그려진 옥타비아 버틀러 작가의 장편 소설 ‘킨’은 100여 년의 시간을 타임슬립하는 흑인 여성 다나를 중심으로 인종, 노예, 젠더, 권력 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역시 흑인 여성으로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았다.

매화, 복숭아와는 이미지가 반대인 책이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인종, 성별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한 이에게 전하는 꽃다발과 같은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지숙, 부귀영화-쓸모인류,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75×42cm, 2020 / 전은지 기자
이지숙, 부귀영화-쓸모인류,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75×42cm, 2020 / 전은지 기자

이 작품에도 하얀색 매화와 석류가 있고, 그 위에 귀중한 것이 담긴 듯한 상자와 서책 등의 문구류가 놓여있다. 독특한 것은 ‘쓸모인류’라는 책과 함께 뚜껑 열린 립스틱이 놓여있다는 점이다.

‘쓸모인류’라는 책은 15년간 기자로 일한 강승민 작가가 일흔이 넘은 ‘가회동 집사 빈센트’를 만나 그의 삶과 인생을 보며 ‘어른의 쓸모’는 무엇인지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지숙 작가의 작품 속 등장하는 물건은 자신이 사용해 온 것들이거나 어머니에게 물려받는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지숙 작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듯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쓸모인류’라는 책을 읽고 느낀 인생과 그 안에서 부귀영화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느낌이다. 빨간색 립스틱이 마치 인생 속 ‘부귀영화’를, 붉은 석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여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지숙, 백자가 있는 방-일곱 해의 마지막,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52×46×4cm, 2021 / 전은지 기자
이지숙, 백자가 있는 방-일곱 해의 마지막,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52×46×4cm, 2021 / 전은지 기자

이 작품은 자개장 위에 책과 모과, 그 앞에는 백자가 놓여있다. 사물도 책의 내용도 모두 오래된 것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모과는 노랗게 후숙시키며 그 향을 즐기는 과일이며,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백자도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예술 작품이다. 백자에 꽂힌 식물도 오랜 시간을 거쳐 바싹 바른 듯한 모습이다. 자개장 역시 요즘은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귀한 물건이다.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 역시 한국전쟁 이후 급변한 세상을 살고 있는 시인 ‘기행’의 삶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작품 속 ‘기행’은 1930~40년대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던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시인들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백석의 삶을 ‘기행’이라는 인물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지숙 작가 역시 책을 읽고, 시인 백석의 기구한 삶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가 알만한 오래된 물건들을 모아 하나의 책 권유도를 만든 것은 아닐까.
 

이지숙, 좋은 소식-천리향과 자기만의 방,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58×33×3cm, 2019 / 전은지 기자
이지숙, 좋은 소식-천리향과 자기만의 방,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 채색, 58×33×3cm, 2019 / 전은지 기자

‘천리향’은 향이 천 리(千里)를 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에 은은한 향을 내는 모과까지 그려졌다. 멋진 꽃을 담은 자개함, 조선시대 분합을 떠올리게 하는 화장품이 놓여있어 ‘여성’의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다.

여기에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자기만의 방’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를 다룬 에세이로, 페미니즘 비평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지적해, 19세기 여성으로 살아오며 느낀 그녀의 삶이 간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살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지만, 그 시대 여성은 가지기 어려웠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요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만큼 ‘좋은 소식’이 천리향처럼 전해질 것이라는 작가의 바람이 작품 속에 반영된 듯하다.

창경궁 대온실과 비원의 아름다움, 실크와 실로 짓:다 – 온실 작가

온실 작가는 10여 년간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을 토대로, 온실의 안과 밖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크를 활용한 플라워 아트,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놓는 자수, 아름다움을 더하는 채색이 어우러진 작품이 매력적이다.

온실 유리창의 투명함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점도 온실 작가만의 특징이다. 온실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하나의 작품을 위해 수십 번 창경궁 대온실을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돋보기를 가져가서 살펴보거나 물 위에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 떨어진 꽃잎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온실 작가의 작품은 마치 온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 따스함이 느껴진다.
 

온실, 창경궁 대온실 5, 6, 7, 실크에 염료, 채화 및 견사 자수, 23.5×23.5×23.5cm, 2023 / 전은지 기자
온실, 창경궁 대온실 5, 6, 7, 실크에 염료, 채화 및 견사 자수, 23.5×23.5×23.5cm, 2023 / 전은지 기자

작가의 창경궁 대온실 연작은 온실 유리창의 전체적인 모습과 그 안에서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다 보아야 온실 하나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창경궁 대온실 5, 6, 7’은 동백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실크플라워 아트로, 송이째로 떨어지는 모습과 꽃잎이 떨어진 나무의 모습을 자수로 표현했다.

온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지는 때를 아는 그 꽃을 온실에 데려와 처음 봤던 대한제국 황제의 마음엔 어떤 색들이 물들었을지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황제가 동백꽃을 보며 느꼈을 감정과 마음속의 색은 동백의 붉은색 자체였던 듯하다. 채색된 실크 배경이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온실, 비원, 실크에 염료, 채화 및 견사 자수, 40×53cm, 2024 / 전은지 기자
온실, 비원, 실크에 염료, 채화 및 견사 자수, 40×53cm, 2024 / 전은지 기자

창덕궁 ‘비원’은 온실 작가의 신작이며, 연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비원’이 일제강점기 때, 후원을 낮춰 부르기 위한 명칭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창덕궁 깊은 곳, 비밀스럽게 숨어있는 그 모습은 이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작가는 “다가올 봄이면 노란 꽃이 가득할 임금의 뱃놀이 연못인 관람지를 연작의 첫 번째로 정했다. 관람정은 부채꼴 형태의 곡선을 자랑한다. 쉽게 갈 수 없었던 투명한 정원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다”며 “공식적으로는 창덕궁 후원으로 불리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Piwon, the Secret Garden’이라는 별칭처럼 역사적 쓰임과 정원의 자연 보존도를 고려해 허락된 자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금원(금지된 정원)’이자 비밀스러운 정원의 이름이 계속 불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작품에 비쳐있다”고 설명했다.

온실 작가의 ‘비원’은 정말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모습 그 자체다. 자수로 놓아진 꽃이 비원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듯하다. 관람지의 관람정과 노랗게 피어있는 꽃만 보이는 풍경이 비밀스러운 정원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 이후의 연작이 궁금해진다. 정해진 시간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작품에서도 단아하고 정갈한 정원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온실, 창경궁 대온실 12-1(왼쪽), 창경궁 대온실 12-2(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과 실, 32×41cm, 2024 / 전은지 기자
온실, 창경궁 대온실 12-1(왼쪽), 창경궁 대온실 12-2(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과 실, 32×41cm, 2024 / 전은지 기자

‘창경궁 대온실’ 연작 중 12-1과 2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대온실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는 보기 어렵지만, 유리창에 살포시 앉은 눈 결정의 모습, 온실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인 동백꽃이 온실을 가득 채우듯 흩날린 모습이 매력적이다.

두 작품을 함께 옆에 놓고 보니, 대온실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온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대온실을 여러 번 방문해 눈을 수집하고, 현미경으로 살펴보기도 했으며, 수십 번의 붓질로 온실의 투명함을 표현했다. 이 작품을 보고 대온실을 방문하면 유리창을 더욱 유심히 보게 될 것만 같다.
 

전시 포스터 / 청엠아트컴퍼니 제공
전시 포스터 / 청엠아트컴퍼니 제공

각기 다른 재료와 표현 기법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리고, 만들고, 짓:다》 전은 오는 2월 27일까지 펼쳐진다. 전시는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정오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월, 일요일은 휴무다.

갤러리의 큰 창으로 비치는 햇살과 함께 작품을 감상한다면, 겨울 추위도 극복할 수 있을 듯하다. 따스한 한국의 미를 느끼고 싶다면, 삼청동으로 향하길 추천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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