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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러스트 트렌드 담은 원화 작품 400여 점 한 눈에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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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러스트 트렌드 담은 원화 작품 400여 점 한 눈에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4.01.2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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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볼로냐는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중세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가 존재하고 역사, 예술 등 다방면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CXC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되는 전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볼로냐의 세계적인 그림책 축제 <볼로냐 아동 도서전>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1967년 첫 번째 열린 후 올해 57번째를 맞았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문화박람회인 만큼 핵심 전시 프로그램인 원화전 역시 해마다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80여 개국의 3,000명이 넘는 작가들이 매해 작품을 접수하고 있으며, 이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가 만이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어 원화전을 통해 관람객을 만날 수 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이번 57번째 원화전에는 91개국에서 4,325명의 작가가 작품을 접수했고, 이 중 80명의 작가가 최종 선정되어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보여주는 최신 일러스트 트렌드는 어떤 모습일까. 알록달록한 색감 속에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러스트들을 직접 감상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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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작품과 떠나는 여행

첫번째 공간에서는 ‘여행’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본격적인 작품 감상이 시작되기 전 전시 설명에서는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는 경험을 쌓고 폭 넓은 시선을 가지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 가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 해당 공간은 이러한 여행이 가진 감정을 그림을 통해 담고 있다.

이란 작가 알리레자 골두지안의 작품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는 몽환적인 풍경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당긴다.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강아지의 이름은 나일팅게일이며, 그는 뼈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매번 도달하지 못하고 이를 찾지 못해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윤미지 기자
알리레자 골두지안의 작품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윤미지 기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결국 나일팅게일이 뼈를 발견하지만, 다른 짐승들이 뼈를 찾지 못하도록 숨기는 상황 속에서 마땅히 두어야 할 곳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며 관람객에게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일본 작가 사치에 사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컷아웃 방식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그날의 기억> 역시 컷아웃을 통해 정교하게 그려낸 그림이다.
 

/윤미지 기자
사치에 사부의 작품 <그날의 기억> /윤미지 기자

흑과 백으로 이뤄진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이나 펜을 통해 그린 것이 아닌, 종이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 혹은 늑대의 형상을 하고 있는 미지의 동물이 숲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모여주고 있는데, 나뭇잎이나 들풀이 펼쳐진 숲 혹은 기하학적인 배경을 컷 아웃 기법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몽환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포르투가 작가 이네스 비에가스 올리베이라의 작품 <결투>는 멀고 추운 나라에서 말다툼하는 두 남자의 모습을 담은 동화다. 작품 설명에 의하면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말다툼을 벌여 왜 이 싸움이 시작됐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며 결국 해결책을 찾는 대신 결투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네스 비에가스 올리베이라의 작품 <결투> /윤미지 기자

진정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아니카와 겁을 먹고 자라는 돼지>는 독일 작가 루이제 미르디타의 일러스트다. 위의 그림에서는 신비로운 소문을 접하는 내용 그리고 아래 그림에서는 이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내 안의 두려움과 맞서며 스스로 지키는 법을 배워 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루이제 미르디타의 작품 <아니카와 겁을 먹고 자라는 돼지> /윤미지 기자

라일라 에크보아르 작가의 작품 <고요한 밤>은 어딘지 모를 곳의 이국적인 밤 풍경을 담고 있다. 달이 뜬 늦은 밤 어딘가로 은밀하게 출발하는 인물의 행적을 담고 있어 미스터리 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진다.
 

라일라 에크보아르 작가의 작품 <고요한 밤> /윤미지 기자

대만 작가 량신황의 작품 <바다에서 산으로>는 각각의 그림을 통해 바다에서 산으로 이동하는 연출을 담고 있다. 대만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다. 그림 역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멈춰 있는 그림이지만 시선을 통해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에서 산으로 향하는 여정에 직접 동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량신황의 작품 <바다에서 산으로> /윤미지 기자

작품 <열쇠>는 스웨덴 작가 마리아 존슨의 일러스트 그림이다. 닫힌 집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캐스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열쇠 다발을 가지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캐스터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며, 집을 잃었지만 집 열쇠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나히드 등도 등장한다.
 

/윤미지 기자
마리아 존슨의 <열쇠> /윤미지 기자

첫번째 섹션이 끝나가는 한 켠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전시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지금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여행에 대해 직접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각각의 종이에 가고 싶은 여행지를 기록해 전시 현장에 남겨둘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금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에 대한 메모를 작성하는 어린이 관람객들 /윤미지 기자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전시장을 찾은 어린 아이들은 앞서 그림 속에서 봤던 공간 혹은 작가가 태어나거나 활동하고 있는 국가 등에 대해 떠올리며 가고 싶은 여행지를 기록하기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동물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면 ‘동물들’이라는 테마로 두 번째 섹션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동물을 키워드로 그들의 시선에 담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특히 곳곳에 전시를 찾은 관람객 등이 직접 그림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포토존이 있어 어린이들의 몰입도를 높인 모습이 눈에 띈다
 

전시 포토존 /윤미지 기자
전시 포토존 /윤미지 기자

인간에게 밀접한 동물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의 강력한 힘>은 이탈리아 작가 로렌조 산지오의 작품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모리스로 쥐를 유인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모리스는 쥐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유인하기도 결정하는데,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할 캐릭터를 상상하는 모습과 열심히 글을 쓰는 모습 등 앙증맞은 모습 등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다.
 

로렌조 산지오의 <이야기의 강력한 힘> /윤미지 기자

또 다른 그림에서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스페인 작가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의 작품 <고양이 룸베르>는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고양이 룸베르는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로, 시인, 변호사, 농부로서 다양한 모험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찾아가는 모습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있다.
 

아파리시오 카탈라의 작품 <고양이 룸베르> /윤미지 기자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물이 떠나는 여정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담아 동화책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파블로 알바레즈가 그린 작품 <길>에서는 귀여운 토끼가 등장하면서 그가 움직이는 여정을 통해 오리 친구와의 만남, 동화 속 들판, 그리고 꿈을 쫓는 모습을 표현한다.
 

/윤미지 기자
파블로 알바레즈의 <길>/윤미지 기자

제임스 바커의 작품 <태초에>에서는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함께 등장한다. 실루리아 시대, 고생대 시대 등 당시의 동물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으며, 공룡으로 보이는 목이 긴 동물이나 바다에 사는 생물들, 얼룩말이나 앵무새의 형상을 한 동물들이 각 프레임 속에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주로 자연, 자연사, 문학 작품 등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제임스 바커의 작품 <태초에> /윤미지 기자

마치 인간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있다. 일본의 작가 치에코 테라자와의 작품 <일상>에서는 어른의 일상을 살아가는 귀여운 동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림 속에서 동물들은 위스키를 마시거나 커피를 기다리고, 여행을 하기도 하며 목욕하는 등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치에코 테라자와의 작품 <일상> /윤미지 기자
치에코 테라자와의 작품 <일상> /윤미지 기자

또 다른 일본의 작가 유미 키무라의 작품 <특별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매일>은 맑은 수채화 작업을 통해 그려낸 동물들을 보여준다. 배가 동그란 새, 큰 뿔을 가진 사슴 그리고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아기자기한 새, 떨어진 달을 바라보는 말의 신비한 모습까지 맑고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동물들의 귀여움을 작품 안에 담고 있다.
 

유미 키무라의 작품 <특별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매일>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해당 공간에서는 작가 디파초가 파티를 즐기는 새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 <옛날 옛적에 새가 있었어요>와 스위스의 작가 캐시 베네티의 작품 <재규어의 전설> 등 다양한 동물들의 시선을 담고 있는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디파초의 작품 <옛날 옛적에 새가 있었어요> /윤미지 기자

세상과의 연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커다란 책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공간을 넘어가면 세 번째 전시 섹션이 펼쳐진다. 이 공간에서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많은 이들과의 연결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삶 속에서 다양한 그룹 안에 속해 있고 또 그 안에서 많은 역할을 한다. 해당 공간의 작품들은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추며, 소통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보여준다.

중국의 작가 디안디안 후의 작품 <곰과 작은 초록 물건>은 곰과 작은 녹색 물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작은 녹색 물체는 곰이 가만히 있도록 설득하고 나무가 되어 대화를 해주거나 침입자들로부터 곰을 보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따뜻함과 안전을 보장받게 되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이 녹색 물체가 녹색 나무로 변화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미지 기자
디안디안 후의 작품 <곰과 작은 초록 물건>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마치 낙서를 한 듯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콜롬비아 작가 산티아고 게바라의 작품 <산책과 대화에 관한 메모>는 그림 속에 무언가 단서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상형문자를 그린 듯 사람의 얼굴, 동물 그리고 여러가지 사물들을 낙서처럼 그리고 있어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림이 가진 의미를 유추하게 된다.
 

산티아고 게바라의 작품 <산책과 대화에 관한 메모> /윤미지 기자

또 작가 벤자민 필립스는 작품 <오래된 것들>을 통해 유대인의 정체성, 세대 구분, 차이의 극복 가능성 등을 이야기한다. 전시된 일러스트는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대형 여객선과 그 앞에 몰려든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그린 장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손이 등장하는 장면, 여럿이 모여 춤을 추는 장면 등을 보여준다.
 

벤자민 필립스 작품 <오래된 것들> /윤미지 기자

아르헨티나의 작가 마리아 호세 데 텔라리아는 작품 <미스터 월데마르>를 통해 평범한 산책이 특별한 모험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월데마르 씨는 그의 삶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해외에서 수년간 살고 있는 성인 아들을 둔 중년 남성이다. 그는 아들의 방을 걷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상을 살고 있다.

또 다른 아르헨티나의 작가 크리스티안 투르데라는 작품 <신입생>을 그렸다. 남다른 존재감을 갖춘 예의 있는 신입생이 몇 년이 지나도 계속 6학년으로 돌아오는 스토리로, 신입생이 숨기고 있는 비밀에 대해 관람객은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크리스티안 투르데라의 작품 <신입생> /윤미지 기자

글 없이 오직 그림만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 율리아나 리트케이의 작품 <무엇인가 성장하고 있어>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주지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 독특한 부분은 특이한 사건의 소재다. 바로 싹이 트는 감자 이야기로, 그 안의 다양한 벌레 캐릭터들의 등장과 작물의 성장을 따라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윤미지 기자
율리아나 리트케이 작품 <무엇인가 성장하고 있어> /윤미지 기자

해당 섹션에서는 체코의 작가 테레자 시클로바의 작품 <거인>을 전시하고 있는데, 전시의 한 공간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느린 거인 캐릭터가 크게 그려져 있어 어린이 관람객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느린 거인은 인간처럼 하루를 일로 시작하고 때로는 휴식을 하기도 한다. 그림 속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 보기도 하며 공존하는 느린 거인은 결국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테레자 시클로바의 작품 <거인> /윤미지 기자
테레자 시클로바의 작품 <거인> /윤미지 기자

콜라주를 통해 작품의 몰입도를 더한 작가들의 그림도 있다. 타카코 아오키 작가의 작품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는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나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고양이 등 다양한 모습이 콜라주 되어 있다. 또 스페인의 작가 마이테 로젠테의 작품 <동물과 함께 생활하기>는 콜라주 작업으로 여러 동물들과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타카코 아오키 작가의 작품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윤미지 기자
마이테 로젠테의 작품 <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윤미지 기자

작가 카타리나 소브랄은 연극을 좋아하는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 <퉤퉤퉤, 행운을 빌어!>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다섯 친구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주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퉤퉤퉤’는 긴장한 아이가 입으로 내는 소리이며, 관람객은 이 아이들이 무사히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 기대하며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카타리나 소브랄의 작품 <퉤퉤퉤, 행운을 빌어!> /윤미지 기자

붉은색과 귀여운 팬더 캐릭터 등 다양한 모티브를 통해 한눈에 중국 작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도 발견할 수 있다. 민루 왕 작가의 작품 <후루 찻집>은 바쁜 일상 속에서 연휴가 되어 가족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또 노점상, 거리에 있는 사람 등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선호하는 중국 작가인 포레스트 샤오 린의 작품 <놀자>도 만나볼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민루 왕 작가의 작품 <후루 찻집> /윤미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적인 모습을 담은 작품도 있다. 아르헨티나 작가 율리아 트레리타나는 작품 <전쟁일기>를 선보였다. 작품은 폐허가 된 도시와 전쟁으로 인한 화재를 목격하는 사람들, 웃음을 잃은 이들의 얼굴,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대피소에 모인 이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윤미지 기자
율리아 트레리타나의 작품 <전쟁일기> /윤미지 기자

정겨운 일상을 담은 그림들

마지막 공간에서는 정겨운 일상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일상 속 장면들은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을 유독 편안하게 해주는 특별한 풍경들이 기억 속에 남는다. 작품들 이러한 순간들을 담고 있다.

중국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펭 우의 작품 <아빠의 보물상자>는 일상 속 가족이 가지는 따뜻한 모습을 그림 속에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속에서 한 소녀는 아빠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아빠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벼룩시장에 다녀오기도 한다.
 

펭 우의 작품 <아빠의 보물상자> /윤미지 기자

이란의 작가 아니타 모타기는 작품 <단순히 비가 오는 날>을 통해 다양한 일상 속 비 내리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은 농사를 짓는 시골이나 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도시 풍경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니타 모타기의 작품 <단순히 비가 오는 날>/윤미지 기자

세상의 시선보다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프랑스 작가 마크 마조스키의 작품 <나는 나비야>는 나비가 되어 날고 싶은 한 아이의 시선을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마크 마조스키의 작품 <나는 나비야> /윤미지 기자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웨이 슈안 첸 작가의 작품 <과일 파라다이스>는 대만 출신으로 일본 도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과감한 색채는 물론 경쾌한 붓 터치가 그의 그림의 특징이며 주로 동식물, 일상의 풍경 등 소박한 모티브들을 특별하게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웨이 슈안 첸 작가의 작품 <과일 파라다이스> /윤미지 기자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 2022 우승자 특별전도 펼쳐져

이번 원화전은 전시 공간 중 미디어 존과 포토존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채색할 수 있는 공간 등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했다. 또 전시 후반부에는 2022년 개최된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의 우승자 안드레스 로페즈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디어관, 볼로냐 페어 투어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윤미지 기자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은 어린이 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2022년 우승자로서 상을 수여 받은 작가 안드레스 로페즈는 멕시코 출신으로 2018년과 2020년에는 이베로아메리칸 대회에 작품을 출품해 선정됐으며, 작가의 책 『Pantera』는 2019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100권의 베스트 도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또 2022년에는 그의 일러스트 작품이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미지 기자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의 우승자 안드레스 로페즈의 작품 /윤미지 기자
/윤미지 기자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의 우승자 안드레스 로페즈의 작품 /윤미지 기자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의 작품은 <다시보기>다. 하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남자가 등장하는 그림으로, 하늘에 대해 무수히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했으나 바쁜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전시는 다양한 국가에서 참여한 작가들이 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일러스트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와 접근을 담고 있다. 또 아기자기한 그림과 스토리가 어우러져 있는 만큼 아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로 방문해도 좋을 만한 전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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