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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정적에 묻힌 죽은 자의 도시가 현대의 감미로운 사랑의 도시로 부활하다,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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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정적에 묻힌 죽은 자의 도시가 현대의 감미로운 사랑의 도시로 부활하다,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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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현대백화점은 2024년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5월 6일까지 더현대 서울 6층 알트원(ALT.1)에서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를 열고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소장한 조각상, 프레스코화 등 유물 120여 점을 선보인다.

그리스와 로마 문명은 서구 세계의 문화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역사와 사상, 사고방식에 깊이 스며들었다. 남부 이탈리아의 고대 도시 폼페이는 이러한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영향 아래 상당한 규모의 도시로 성장했던 폼페이는 화산재에 묻히기 전까지 발전된 경제를 바탕으로 놀라운 도시 문화를 꽃피웠다.

폼페이 시민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융합해 세련된 생활 방식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수단을 통해 삶의 모든 측면을 깊이 이해하고 음미했다. 폼페이 시민들에게 호사로움은 단순히 부유함과 안락함을 과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만들어내는 삶의 태도, 즉 영원한 완전성이라는 이상을 향한 거의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사상을 성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러한 이상주의적 태도를 이해해야 한다. 이번 전시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사랑, 호사, 아름다움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고 미와 사랑을 궁극적인 이상으로 추구하던 시대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삶의 흔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워지기 마련이지만 사랑의 힘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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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 초에 세워진 폼페이는 기원전 89년 로마인들에게 정복되었다. 이후 폼페이는 도시의 규모를 확장하면서 그리스와 로마의 요소가 융합된 세련된 문화를 발전시켰다. 동시대 로마나 아테네 같은 대도시와 비교할 수는 없겠짐나 폼페이와 인근의 헤르쿨라네움 역시 큰 도시였다. 급속도로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증가했으며 높은 수준의 예술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폼페이는 몇 시간만에 잿더미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두터운 화산재 아래에서 이들의 집과 일상용품, 프레스코화, 예술 작품 등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채 정지된 시간 속 조용히 갇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당시 로마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훌륭한 유물이 되었다. 
 

앉아 있는 헤르메스 (현대 복제품) /김서진 기자

헤르메스는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청년으로 묘사된다. 왼손에 쥐고 있는 짧은 막대는 그가 들고 다니는 카두케우(뱀이 휘감고 있는 날개 달린 지팡이)의 잔해로 추정된다. 날개 달린 샌들인 탈라리아만을 신고 있는데 탈라리아는 헤르메스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신들의 전령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주는 장비다. 시선을 내리깐 고요한 표정으로 그가 휴식을 취하며 사색에 잠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다의 아프로디테 /김서진 기자

사랑은 고전 시대의 영원한 주제였다.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의 조상들은 사랑에서 비롯된 열망, 집착, 고통, 혼란을 신화 속에 녹여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한명 한명을 둘러싼 일족들은 사랑이라는 원대한 주제를 풍부한 층위와 깊은 함축을 통해 전달한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 사랑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와 사상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아프로디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로마 사회에서는 비너스로 불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몸과 얼굴을 지닌 그는 사랑을 육신화한 존재다.

이번 전시 섹션에서 선보이는 이 여신의 모습은 바다에서 탄생한 찬란한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고요한 얼굴을 한 아프로디테는 우아한 자태로 물에서 떠오르는데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에 큰 영향을 끼쳤던 고전적인 이미지다. 에로테스로 통칭되는 아프로디테의 아들들은 네 가지 사랑을 대표한다. 에로스는 신적인 사랑을, 히메로스는 육체적인 정욕을, 안테로스는 응답된 사랑을, 포토스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상징한다.
 

포토스 /김서진 기자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포토스 조각상은 사랑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열망, 더 정확하게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닿지 못하는 후회, 갈망, 기대 등 사랑의 열병을 시각화한 귀중한 상징이다. 

아프로디테와 크로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포토스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열망을 상징하는 존재다 에로테스 중 한 명이자 사랑의 화신이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또한 이상적인 사랑을 대변한다. 이 신의 성격은 기원전 5세기 문학과 철학에서 확립되었는데 특히 철학자 플라톤은 정복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을 그와 동화시켰다. 조형예술에서 포토스의 도상은 헬레니즘 시대에 정리되었다.

그는 주로 날개 달린 나체의 청소년으로 묘사되며 감상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지지대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이러한 자세는 거의 모든 포토스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데 나폴리 고고학박물관의 조각상도 예외가 아니다. 굴곡진 자세는 포토스라는 신이 지닌 성격 중에서도 그리스인들이 카리스라고 부르는 특질,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결합된 특질을 떠올리게 한다. 포토스는 올림피아 신들이 전형적인 엄격함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젊은 디오니소스의 거대 두상 /김서진 기자

신들의 사랑이나 신화 속 영웅을 표현한 이미지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들보다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술과 야생의 신 바쿠스/디오니소스 이미지다. 디오니소스를 둘러싼 숭배, 신화, 사상, 의례, 전설은 상호 연결되어 일종의 방대한 종교적 복합체를 만들어 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형예술에서 묘사된 디오니소스의 형상은 이러한 성격을 반영한다. 디오니소스는 그리스와 로마 문화가 만들어낸 가장 매력적이고 복잡한 존재다. 그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다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안에는 상반되는 특질들이 혼재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디오니소스는 남성성과 여성성, 광기와 지혜, 야만과 문명을 결합한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에게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포도나무를 주었다. 와인은 훌륭한 음료지만 동시에 알코올 중독이라는 파괴적인 면모 또한 함께 지니고 있다. 사티로스들과 마이나데스 사이에서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를 신부로 맞아 사랑스럽고 즐거운 결합을 이루는 장면은 다양한 작품들에서 재현되었다. 디오니소스가 손에 들고 있는 포도주는 그를 상징하는 요소이자 춤과 음악을 통해 성취되는 행복, 사랑, 황홀경으로 이끄는 도취의 도구다. 
 

술에 취한 디오니소스가 그려진 기둥형 크라테르 /김서진 기자

기둥형 크라테르라는 이름은 기둥처럼 생긴 손잡이의 형태에서 비롯되었는데 몸체와 입구 테두리를 연결하는 두 개의 원통형 막대가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오니소스와 관련된 장면이 적회식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연회 장면이 그려진 기둥형 크라테르 /김서진 기자

연회와 같은 특별한 행사에서 호사로움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연회는 사회적, 정치적 소통과 교류에 있어 무척 중요한 행사였으며 연회를 통해 집주인의 친족 관계, 협력 관계, 신뢰 관계 등이 강화되었다. 로마의 연회는 각종 음악과 오락거리가 가득한 지적이고 사교적인 모임이었다. 연회의 음식은 집주인의 사회적 지위, 교양, 부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포도주, 음악, 노래, 대화, 놀이 등이 함께하는 음식은 쾌락과 즐거움을 고양하고 과시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폼페이의 연회 분위기는 여러 그림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연회실로 들어가기 전 거치게 되는 전실에서는 종종 연극 장면이 묘사된 작은 그림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연회 중 공연된 연극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종 요리와 식재료를 표현한 정물화에서는 물고기, 사냥감, 채소, 과일 등이 자주 등장한다. 
 

무화과가 있는 정물 /김서진 기자

무화과와 복숭아를 표현한 프레스코화다. 아래쪽에는 턱이 하나 있고 화면의 오른쪽에는 무화과 다섯 개와 잎이 달린 가지가 턱 위에 놓여 있다. 화면의 왼쪽에는 복숭아 세 개가 표현되어 있는데 하나는 턱 위에 놓여 있고 나머지 둘은 상단에 매달려 있다. 배경은 전체적으로 갈색을 띤다. 
 

연회 장면이 그려진 암포라 /김서진 기자

암포라는 그리스 사회에서 액체를 담거나 운반하는 데 쓰였던 커다란 항아리로서 두 개의 손잡이가 양쪽에 수직으로 달려 있다. 그림은 흑화식 기법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는 적회식보다 더 오래된 기법이다. 
 

유리 주전자 /김서진 기자

고대 로마인의 식탁에서 사용된 식기는 매우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저렴한 점토부터 유리, 값비싼 청동과 은까지 재료의 종류에 따라 소유자의 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당시의 식기류는 크게 고체 음식을 담는 그릇과 음료를 담거나 따르거나 마시는 그릇으로 나뉜다. 음식은 주로 큰 접시에 담겨 나왔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컵이나 작은 그릇을 이용해 음식을 덜어 먹었다.

사람들은 주로 숟가락을 사용했는데 이 시기에 포크가 사용되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포도주를 위한 식기류도 다양했다. 암포라, 크라테르, 포도주를 섞고 덜기 위한 국자, 포도주를 소분해서 따르기 위한 주전자, 포도주를 마시는 데 필요한 컵과 잔, 여과를 위한 체 등이 있었다. 사모바르와 유사한 형태의 우아한 용기를 사용해 겨울철에는 물을 데웠으며 여름철에는 눈으로 와인을 차게 식히기도 했다. 
 

<아스코스>, <사슴 머리 리톤> /김서진 기자

아스코스는 기름 따위를 담아 두었다가 등잔처럼 작은 용기에 따를 때 사용하던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다. 주로 도기나 청동으로 만들었고 동물이나 사람 모양 등 형태도 다양했다. 청동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추상적인 모양의 아스코스로 가늘고 우아한 손잡이가 특징이다. 

리톤은 동물 머리 형태의 고대 그리스 술잔이다. 사슴 머리 모양을 한 이 청동 리톤은 포도주를 담는 용도로 썼으며 연회 중에는 특별한 지지대 위에 올려 두고 사용했다. 동물 머리 형태의 리톤은 뿔 모양의 술잔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뿔잔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리톤은 사슴 머리를 표현하고 있는데 갈라진 뿔과 가늘고 길쭉한 귀가 특징이다. 
 

사티로스와 님프 /김서진 기자

사티로스와 님프를 묘사한 대리석 조각상이다. 바위 위에 앉은 사티로스가 알몸의 님프를 왼팔로 감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마모된 부분이 많아서 인물들의 세세한 표정이나 동작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조각상이 가진 관능적 분위기와 율동감은 여전하다. 
 

스킬라가 조각된 정원용 수반 /김서진 기자

로마의 주택에서 정원은 무척 중요한 공간이었다. 로마인들은 꽤 많은 시간을 정원에서 보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거나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철학과 정치에 관해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다. 빼어난 건축 양식과 훌륭한 장식품으로 꾸며진 정원은 집주인의 문화적 소양과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실용적인 기능 또한 갖추고 있었는데, 혼잡한 도시 환경에서 정원은 빛과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정원의 꽃과 향기 나는 식물들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불쾌한 냄새를 가려주었다. 정원 장식은 대체로 신화나 연극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는데 특히 디오니소스와 관련된 주제가 인기를 끌었다. 야생과 자연, 전원생활의 즐거움, 트리페를 관장하는 존재인 디오니소스는 연극과 제전을 통해 추앙되었으며 이러한 주제는 정원 장식에서도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하르피이아가 조각된 라브룸 (수반) /김서진 기자

세 명의 하르피이아가 등으로 수반을 받치고 있는 형태의 대리석 라브룸이다. 반인반조인 하르피이아는 주로 날개와 날카로운 새의 발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삼각형의 튀어나온 부분에는 세로 홈이 나 있고 옆면 중앙에는 저부조로 된 장식이 있다. 상부 코니스에는 아스트라갈 프리즈가, 하부 코니스에는 이오니아식 잎사귀 프리즈가 있다. 
 

헤스페리데스 정원이 그려진 적회식 레키토스 /김서진 기자

레키토스는 목이 좁고 손잡이가 하나이며 나팔형 입구를 가진 길쭉한 용기다. 주로 향유나 연고를 보관하거나 따르는 데 쓰였다. 운동선수들이 많이 사용했으며 장레 의식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신화에 따르면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는 제우스가 헤라에게 선물로 준 황금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헤라클레스는 열두 가지 노역 중 하나의 과제로 이 황금사과 세 개를 따오라는 명을 받았다. 
 

대장장이가 새겨진 오스킬룸 /김서진 기자

오스킬룸은 양면이 부조로 되어 있는 대리석 원반으로 보통 정원의 기둥이나 나무에 매달아 사용했던 장식용 소품이다. 앞면에는 대장장이가 모루 위에 놓인 어떤 물체를 집게로 잡고 있는 모습이, 뒷면에는 대장장이가 모루 위에 놓인 물체를 망치로 두드리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헬레네와 메넬라오스가 그려진 적회식 스탐노스 /김서진 기자

"그는 불멸의 여신들과 놀라울 만큼 닮았어요", (일리아드 제3권 158행), 레다와 제우스의 딸 헬레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이란 신과 비슷해질 수 있는 신성한 선물이면서 동시에 불행을 가져다줄 수 있는 독이었다.

실제로 헬레네의 운명은 파리스의 선택에 의해 크게 달라졌다. 파리스는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자기들 가운데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결정하기 위해 선택한 젊은 목동이다.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온갖 선물을 약속하며 경쟁하고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네와의 결혼을 제안한 아프로디테의 선물을 받아들이고 헬레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파리스, 헬레네, 아프로디테가 표현된 부조 /김서진 기자

아름답게 조각된 이 부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인 파리스의 선택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잘생긴 청년 파리스는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 사과를 줄 것을 요청받는다. 고민하던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고 이는 다른 두 여신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트로이 전쟁을 유발하는 사건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크림 용기와 운겐타리움 /김서진 기자
자연 모티브 장식 거울 /김서진 기자

폼페이의 기록물과 유물은 당시의 자기관리 방법과 여성의 치장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다. 고대의 저자들은 좋은 화장품과 나쁜 화장품을 구별했다. 좋은 화장품은 타고난 신체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고 나쁜 화장품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로마인들은 마스크와 크림으로 피부관리를 했다. 또한 항아리에 담겨 판매되는 분말 형태의 메이크업 제품도 있었는데 원하는 만큼 덜어 쓰거나 다른 것과 혼합해 사용할 수 있었다.

가리비 껍데기 모양으로 만든 독특한 화장품 용기도 있었는데 한쪽에는 파우더나 크림을 담고 다른 한쪽은 덮개로 사용했다. 로마인들은 유리가 아닌 청동이나 은으로 만든 거울을 사용했다. 주로 손잡이가 달린 원형 또는 사각형 모양의 거울이었다. 빗이나 머리핀은 뼈나 상아로 만들었는데 좀더 복잡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장식이 있는 머리핀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시대 공주의 초상 /김서진 기자

베수비오 산 인근의 도시들은 엄청나게 풍부한 고대 세계의 벽화를 우리에게 남겼다. 그곳에는 신, 주인공, 사제, 하녀 님프 등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로 신화 속 인물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때로 일상과 관련된 현실적인 인물이 나오기도 한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로마 시대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은 무척 다양했다. 머리 모양은 외모를 꾸미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로마 초기부터 기원전 1세기까지 로마인들의 헤어스타일은 남녀를 막론하고 매우 단순했지만 기원전 1세기부터 패션을 주도하는 황실 여인들의 헤어스타일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 시대에는 굵은 웨이브 스타일이 유행했고 플라비우스 왕조 시대에는 좀더 복잡한 컬이 인기를 끌었다. 2세기에는 헤어피스와 가발도 널리 쓰였다. 
 

장신구로 치장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그려진 소용돌이형 크라테르 /김서진 기자

소용돌이형으로 말려 있는 손잡이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소용돌이형 크라트레의 손잡이는 독특한 형태 못지않게 장식도 화려한 경우가 많다. 이 작품에는 인물들이 장신구를 이용해 몸단장을 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왼쪽에 있는 인물은 운겐타리움을 들고 있는 듯 보인다. 운겐타리움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회에서 사용했던 작은 병으로 주로 유약이나 향유 등을 담는 데 사용했다. 
 

젊은 여성의 캐스트 /김서진 기자

화산재에 덮인 여성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 석고를 부어 만든 캐스트. 유독가스 때문에 사망한 여성의 시체 위에 화산재가 쌓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체는 부패해 사라졌다. 그러나 단단하게 굳은 화산재 때문에 여성의 실루엣이 그대로 남게 된다. 이렇게 남은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고대 주민들의 형태를 복원했다.
 

장옷을 걸친 여성을 표현한 조각상 /김서진 기자

폼페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도시였다. 1748년 한 농부가 우연히 밭을 갈다가 땅이 꺼지며 로마 유물을 몇 개 발견한다. 이후 해당 지역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1763년 폼페이라는 도시의 이름이 포함된 명문이 발굴되면서 다시 조명을 받게 된다. 헤르쿨라네움과 폼페이를 시작으로 이 지역 도시들의 발굴이 시작됐다. 급하게 떠난 이 고대 도시의 주민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다 해도 몇 미터 두께로 쌓인 화산재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그 무엇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폼페이는 버려졌고 로마와 같은 다른 도시들이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동안 2,000여년 전 모습 그대로 시간 속에 박제되었다. 폼페이의 건축물은 물론 수많은 프레스코화와 장신구, 갓 구운 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되었다. 이 점이 바로 고대 유적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폼페이만의 특징이다.

폼페이가 담아낸 시간은 아주 멀리에 있지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일상이다. 엄청난 양의 유물과 규모를 자랑하는 고대 도시 폼페이의 명성은 유럽 전역에 퍼졌고 이후에 신고전주의 같은 예술 사조가 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8세기 발굴 작업을 통해 폼페이는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와 로마인의 생명력과 사랑,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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