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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마의 핸드메이드, 사랑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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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마의 핸드메이드, 사랑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1.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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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무엇이든 어림짐작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는 직접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듯하다. “너도 너 같은 자식 낳아 키워봐”라는 관용구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출산율 0.7명의 저출산 시대라지만, 여전히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 엄마가 될 사람, 엄마가 된 사람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엄마들이 보여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Pexels (Polina Tankilevitch)
Pexels (Polina Tankilevitch)

본 기자도 엄마가 되고 되돌아보니, 하기 힘든 것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어떤 것도 대신 해줄 수 없고, ‘손’으로 해줘야 하는 것이 많다. 씻기고, 먹이고, 입히는 단순한 것들 말고, 엄마이기에 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가 은근히 많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엄마들의 핸드메이드, 배냇저고리

배냇저고리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엄마라면 해왔던 대표적인 핸드메이드다. 요즘이야 만들어진 기성복을 사입히는 것이 많지만, 아기의 건강과 엄마의 태교를 위해, 손바느질이나 재봉틀로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로 판매되고 있어 요즘 엄마들도 많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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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으로 만들어진 배냇저고리 /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면으로 만들어진 배냇저고리 /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배냇저고리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 입는 옷에 있다. ‘한국일생의례사전’에 따르면, 생후 사흘째 되는 아침에 인간이 처음으로 목욕하고 입는 옷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전통 한복처럼 깃과 섶은 없지만, 태어난 지 3일 만에 목욕재계하고 입히는 옷이기 때문에 의례복으로써 갖춰 입어야 하는 옷이었다. 때에 따라 7일이 지나고 입히기도 했다.

지역마다 명칭이 달랐다고 하는데, 널리 알려진 의미는 ‘무병장수’였다. 그만큼 영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무명실로 만들어 실처럼 오래오래 살거나, 염색하지 않은 흰색의 천으로 만들어 귀신이 해코지 못 하게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만드는 시기로 정해져 있었다. 출산이 가까워질 때나 해산 후에 만들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미리 준비하면 삼신할머니가 심술을 부려 출산을 더디게 하거나 불상사나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게 만드는 사람도 엄마 본인이나 친정어머니, 할머니, 시어머니였다고 하니 배냇저고리는 역시 엄마들의 ‘핸드메이드’다.
 

본 기자가 태교로 만들었던 배냇저고리 세트 / 전은지 기자
본 기자가 태교로 만들었던 배냇저고리 세트 / 전은지 기자

과거엔 배냇저고리가 정해진 의미와 의례, 어떻게 보면 틀에 맞춰진 것이었다면, 요즘은 다르다. 아이의 성별에 따라서, 어느 계절에 태어나는지, 태어나는 해의 띠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과 재질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모양에 맞게 재단해 주거나 아이의 태명을 새기거, 일부분만 바느질하면 금세 완성할 수 있도록 편리해졌다.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배냇저고리 만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일하는 여성들도 많고, 바느질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요즘 배냇저고리는 다양한 색과 디자인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 전은지 기자
요즘 배냇저고리는 다양한 색과 디자인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 전은지 기자

본 기자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쪽에 속해서, 주변 지인들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작은 솜씨나마 발휘해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바느질 자체가 집중해야 하므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곤 했다. 그래서 태교할 때도 바느질을 정말 많이 했었다.
 

배냇저고리 외에도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손수건 자수와 걸음마 신발, 딸랑이 / 전은지 기자
배냇저고리 외에도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손수건 자수와 걸음마 신발, 딸랑이 / 전은지 기자

이외에도, 턱받이, 손싸개, 발싸개, 모자, 보닛, 걸음마 신발 등 아기가 태어났을 때 필요한 것들을 함께 만들 수 있도록 키트가 판매되고 있어 편하다. 몇 년 전에는 내가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내 아이에게도 입히는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을 정도니, 요즘 엄마들의 핸드메이드 리스트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배냇저고리다.

덧붙이자면, 배냇저고리 다음으로 엄마들이 많이 만드는 것은 백일한복, 돌 한복이다. 배냇저고리처럼 돌 한복을 입으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배냇저고리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직접 만든 한복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엄마들의 SNS를 종종 볼 수 있다.

요즘 금손 엄마들의 핸드메이드
- 탯줄 도장부터 장난감, 귀여운 소품까지

요즘 엄마들의 핸드메이드는 더 다양해졌다. 배냇저고리 키트처럼 재료만 사면, 집에서 만드는 방법을 보고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의 놀잇감이나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소품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탯줄 도장 / 독자 제공
탯줄 도장 / 독자 제공

독특한 아이템이 있다면, ‘탯줄 도장’이 있다. 아기의 첫 통장을 만들거나 탯줄을 기념으로 간직하기에 좋은 것이 ‘도장’만 한 것이 없다. 물론, 이름을 직접 새기는 것은 육아하면서 틈나는 시간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적인 부분은 업체에 맡기지만, 탯줄을 직접 넣어서 완성하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탯줄 도장 DIY 키트도 있다.
 

도장 속 비어있는 홈에 탯줄과 드라이플라워, 레진을 넣고 굳히면 된다 / 독자 제공
도장 속 비어있는 홈에 탯줄과 드라이플라워, 레진을 넣고 굳히면 된다 / 독자 제공

보통 탯줄 도장을 만들려면 아이의 탯줄을 직접 택배로 보내야 하지만, 그 부분이 꺼려진다거나 기념으로 직접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탯줄 도장 DIY다. 새겨진 도장 안에 탯줄과 꾸밀 수 있는 드라이플라워 등을 넣고, 레진을 넣어 굳히는 방식이다. 그래서 크게 어렵지 않다.
 

인스타그램 @montessori_cho님의 엄마표 교구 만들기를 보고 만들었던 장난감. 물티슈 캡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이소에서 구매한 것들로 만들었다 / 전은지 기자
인스타그램 @montessori_cho님의 엄마표 교구 만들기를 보고 만들었던 장난감. 물티슈 캡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이소에서 구매한 것들로 만들었다 / 전은지 기자

아이의 개월 수 발달 과정에 필요한 장난감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실제 교구는 고가인 경우가 많아 다이소, 쿠팡 등의 마켓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재료를 활용해 만들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의 공감대라고 할까. 모든 정보는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서 공유된다. 본 기자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놀잇감을 만들어서 아이에게 주었는데, 지금도 굉장히 잘 가지고 논다.
 

아기들이 어릴 때부터 돌 지난 후까지 잘 보는 병풍도 직접 만들기도 한다 / 전은지 기자
아기들이 어릴 때부터 돌 지난 후까지 잘 보는 병풍도 직접 만들기도 한다 / 전은지 기자

또한, 아이들이 뒤집기를 시작한 후부터 돌 이후에도 꾸준히 잘 보는 ‘아기 병풍’도 만들기 좀 한다는 금손 엄마들이 한 번쯤 만드는 핸드메이드 중 하나다.

이 역시도 DIY 키트가 판매되는데, 완제품을 직접 마스킹 테이프로 이어 붙여서 만드는 간편한 방식이 있는가 하면, 낱말 카드와 우드록, 아크릴 거울 등 재료를 활용해 직접 만드는 일명 ‘엄가다(엄마+노가다, 엄마가 직접 일일이 만든다는 의미)’ 병풍이 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을 아이가 잘 보고 놀아준다면, 그것만큼 성취감은 없기 때문에, 힘들어도 뿌듯한 마음에 만든다.
 

작은 소품도 DIY 키트가 잘 나와서 만들기가 쉽다 / 전은지 기자
작은 소품도 DIY 키트가 잘 나와서 만들기가 쉽다 / 전은지 기자
직접 그렸던 돌 케이크 디자인. 엄마라서 가능했던 것들이다 / 전은지 기자
직접 그렸던 돌 케이크 디자인. 엄마라서 가능했던 것들이다 / 전은지 기자

이 외에도 여자아이라면 하나씩 꽂아주는 머리핀을 만들기도 하고, 집 한구석을 포토 존으로 만들 수 있는 팁을 공유하는 육아 인플루언서도 많다. 요즘 엄마들의 핸드메이드를 정의하자면, ‘내 아이 잘 키우고, 예쁘게 꾸미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Pixels (Ivan Samkov)
Pixels (Ivan Samkov)

사실, 이 글을 읽을 엄마 중 일부는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육아는 ‘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틈이 생기면 미뤄둔 집안일을 하기에 바쁘다. 아이 중심으로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이라는 시간이 돌아가기 때문에, 핸드메이드를 꿈꿀 수 없다.

그러나 이야기하고 싶은 본질은, ‘엄마의 핸드메이드’는 잠시 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만드는, 아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사랑으로 만들어질, ‘엄마의 핸드메이드’에 격려와 함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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