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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깨달음과 헌신의 기능을 동시에, 탕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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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깨달음과 헌신의 기능을 동시에, 탕카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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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탕카가 걸려 있는 모습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면화나 실크, 비단에 거대한 부처의 모습을 그린 탕카는 전통적으로 틀을 짜지 않고 돌돌 말아 직물 뒷면에 그림을 부착하고 앞면에 비단 덮개를 얹는 형태로 제작된다.

잘만 보관하면 오래갈 수 있지만, 섬세한 성질 때문에 비단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더 오래 간다고들 한다. 예로부터 탕카는 부처와 여러 영향력 있는 라마들, 그리고 다른 신들과 보살들의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육 도구로 쓰였다. 
 

탕카 /flickr

티베트의 탕카 탄생과 관련해 두 가지 전설이 있다. 하나는 싱갈라의 한 공주가 부처의 초상화를 원했고, 의뢰를 받은 화가는 막상 부처의 성스러운 빛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처는 성스러운 빛을 천에 반사해 자신의 형상을 만들었고 화가는 이를 보며 부처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탕카가 빈파사라왕 통치 기간에 만들어졌다는 설이다. 빈파사라왕이 우타라야나 왕에게 부처 그림을 의뢰했는데, 화가들이 부처의 기운에 눈이 멀어버린다. 이후 부처가 자기 모습을 호수에 비추었고 부처의 형상이 만들어져 화가들이 이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 설은 부처의 신성한 에너지 중 일부가 탕카에 담겼으며, 이에 따라 탕카에는 신의 영적인 에너지가 들어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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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카라는 단어는 고전 티베트어로 '사람이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탕카는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티베트 불교 벽화의 전통과 함께 발전했고, 초기 역사는 네팔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탕카는 개인이 예술가들에게 작업을 의뢰했다고 하며 탕카를 제작함으로써 공덕을 얻는다고 믿었다. 또 탕카는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거나, 위탁자의 사용을 위한 보관용으로도 쓰였다.
 

탕카 /flickr

대부분의 탕카를 만드는 예술가들은 승려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금속공예처럼 일반 예술가들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탕카의 제작을 맡긴 의뢰인들은 예술가에게 값비싼 재료를 제공했고, 예술가들이 받는 보상은 수수료가 아닌 '선물'로 취급되었다. 탕카에는 서명이 거의 없으며, 승려에게 탕카의 그림은 꽤 중요한 업적으로 여겨졌다.

탕카는 불교 부흥 후 11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구성은 부처가 불타는 후광에 둘러싸여 있거나, 중앙의 인물과 양옆에 앉아 있는 작은 인물들이 보이는 형태다. 그림 뒤에는 하늘을 포함해 풍경이 많지만 아예 하늘이 없는 경우도 있다. 중앙의 인물은 부처나 신, 아라한 등으로 여러 인물이 배경을 빽빽이 구성한다. 
 

네팔의 탕카 /flickr

탕카는 티베트의 여러 지역과 탕카가 그려진 기타 지역에 따라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 15세기 이후 네팔의 탕카에는 점점 밝은 색이 그림을 뒤덮기 시작한다. 탄트라 숭배의 중요성이 커지며 시바나 샤크티 신의 다양한 모습이 전통적인 포즈로 그려졌다. 만주슈리(문수보살), 마하칼라 등 기타 신들도 후대의 탕카에 종종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네팔 스타일의 탕카는 가는 선과 섬세한 디테일, 생생한 색이 특징이다. 배경을 가득 채운 복잡한 문양과 디자인으로 불교 신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탕카 /flickr

벽이나 탕카에 그려진 티베트 회화는 불교가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인도-네팔 회화와 한족 회화 사이의 균형을 이루며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해 나간다. 티베트 회화는 한족 회화의 많은 요소를 통합했고, 18세기 정점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네팔 회화에서 티베트와 중국의 영향은 탕카에서 볼 수 있으며, 네팔 양식 또한 티베트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승불교가 네팔을 통해 티베트로 들어온 건 7세기로, 티베트 전역에 수많은 사원이 세워지며 불교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티베트에서는 수많은 작품과 벽화를 제작한 네팔 예술가들이 탕카를 제작했다. 티베트에서 종교적 신화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깨달은 예술가들은 승려 및 상인들과 함께 네팔에서 금속 공예품뿐만이 아닌 불교 관련 작품들도 들여왔다. 티베트의 예술가들도 다른 나라의 회화에 대해 연구 하며 이미 발전된 탕카 예술을 다듬기 시작했다.

탕카에 등장하는 의상이나 도구, 장식품은 대부분 인도 양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인물은 네팔 양식, 배경은 중국 양식인 것들이 많았다. 여러 나라의 전통들이 합쳐진 티베트의 탕카는 꽤 독특한 예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복잡한 패턴, 대담한 색상, 표현력이 풍부한 붓놀림이 특징인 티베트 탕카의 이미지는 꽤 명상적인 느낌을 준다.
 

탕카 /flickr

수년에 걸쳐 티베트 예술가들이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 개발하면서 탕카는 정교한 예술 양식으로 나아갔다. 탕카는 대개 티베트 불교의 다양한 측면을 묘사하며, 수행자들의 부처의 가르침을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탕카는 부처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용도로 교사들이 교재처럼 쓰기도 했다. 불교 신자들은 탕카로 인해 신과 연결될 수 있으며 불교의 가르침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탕카가 그림에 묘사된 신들의 축복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다만 탕카에 묘사된 신들은 외부 존재로의 단순한 숭배가 아닌, 우리 내부의 깨달은 마음으로 경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탕카는 면이나 비단에 그려지며 일반적인 것은 40~58cm 정도의 폭으로 만들어진 느슨하게 짜인 면직물이다. 그림을 그리는 페인트는 광물성 안료와 유기 안료 모두 쓰인다. 네팔에서는 24캐럿의 금을 탕카에 일부 도금해 작품을 조금 더 비싸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오래된 탕카는 뒷면에 비문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묘사한 건 신의 진언(석가의 깨달음, 진실한 불교의 주문)이다. 예술가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 소유자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는 것도 있다. 때때로 X-ray를 통해 그림 앞면, 페인트 아래 새겨진 비문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대칭으로 시작하는 스케치 /Surendra's Tibetan Thanka Treasure 유튜브

불교 예술들이 그렇듯이 탕카의 구성도 아주 기하학적이면서 체계적이다. 인물의 팔다리부터 시작해 눈, 콧구멍, 심지어 그림에 나타난 여러 의식 도구까지 스케치부터 일일이 선을 그어 정확한 대칭이 되도록 그린다. 이로써 신들은 가장 아름다운 탕카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작품의 아름다움은 미적인 요소가 아닌 그림 속 인물과 배경의 배치가 얼마나 정확한지, 제작자의 의도가 얼마나 잘 표현되어 있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숙련된 탕카 아티스트는 동물부터 시작해 인물의 눈, 코, 입술 모양과 크기, 각도까지 맞춰 그린다고. 이 과정은 단순하게 보면 체계적이지만 부처라는 인물과 불교라는 것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탕카에는 네 가지의 목적이 있다. 공덕과 좋은 카르마를 쌓는 용도, 환생하는 동안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용도, 명상할 때 쓰는 용도, 탄트라 수행에 쓰는 용도 등이다. 티베트 불교는 총 4개의 종파로 겔룩파, 사캬파, 까규파, 닝마파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동일한 목적으로 탕카를 쓴다.
 

한 사원의 거대한 탕카 /flickr
탕카를 제작하는 예술가의 모습 /flickr

일반 승려와 라마승(티베트를 비롯하여 만주·몽골·네팔 등지에 퍼져 있는 불교의 한 갈래인 라마교의 승려)들은 신성한 존재와 긴밀한 관계를 공유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그리는 그림 또한 가장 성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 특히 예술가는 탕카를 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탕카 자체가 상징과 암시 투성이인 그림이고, 종교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그림에 담긴 상징과 암시는 불교 경전에 씌어 있는 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탕카를 만들기 위해 기초적인 훈련을 받고, 불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티베트 예술은 부처, 신의 형상을 그리기 때문에 예술품 또한 부처나 신을 올바르게 의인화해야 하며 비율, 모양, 색상, 자세, 손의 위치까지 불교 경전에 명시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율이 제대로 맞지 않는 인위적인 탕카 그림 또한 티베트와 네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장식 목적으로 쓰이지만, 실제 티베트 탕카로 취급하진 않는다고. 대부분의 정통 탕카는 승려들이 만들며, 이들이 그림에 쏟는 시간과 노력은 그림에 영적 의미를 더한다.  
 

탕카 /flickr

탕카는 원래 공덕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졌지만 오늘날 상업적인 사업으로 발전하며 본래의 의도가 훼손되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일부 예술가들은 탕카가 고귀한 전통 그대로 오롯이 남아 있길 바라지만 다른 예술가들은 탕카가 전통 예술과 현대 매체를 혼합하면서 티베트 문화 관습을 세계와 공유하는 식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원래 탕카가 만들어진 목적은 중생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주어진 전통적인 구조 안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예술적 자유와 깨달음을 주는 것도 바람직한 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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