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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문제, 트위치 철수’로 다사다난 통신 업계… 피해는 소비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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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문제, 트위치 철수’로 다사다난 통신 업계… 피해는 소비자 몫?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4.01.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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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BI /트위치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지난 해 통신 업계는 망 사용료 문제로 끊임없는 잡음을 겪었다. 특히 지난달 6일 트위치가 한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네트워크 수수료(망 사용료)에 대해 언급하며 해당 논란은 다시 한번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물론 통신 업계는 트위치의 사업 철수 이유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과 국내 통신 업계는 여전히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 트위치 이용자들은 2024년 2월 27일 이후로 유료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며, 스트리머들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망 사용료를 두고 첨예한 대립 속에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 국내 통신사와 콘텐츠 기업에 의해 소비자의 피해가 가시화 된 사례다.

트위치, 한국 운영 비용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

아마존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인기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트위치는 지난달 6일 공지사항을 통해 “2월 27일부로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으며, 최고경영자(CEO)인 댄 클레시는 직접 방송을 키고 한국 이용자들에게 한국 사업 철수에 대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트위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다”라며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가 발생해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트위치는 지난해 9월 망 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국내에서 최대 영상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축소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VOD 서비스 역시 중단했다.
 

국내 철수 이유를 밝히고 있는 트위치 공지사항 /트위치 공식 블로그

망 사용료로 인해 플랫폼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는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트위치가 감당해야 할 비용 역시 높아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망 사용료가 높아지면 더 높은 비용이 청구되고 이는 기업 운영에 큰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망 사용료 문제, 왜 불거졌을까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망 사용료라는 개념 자체는 모호하다. 주로 국내 통신 업계에서 사용되는 말이며 접속료나 서비스 이용료 등 전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망을 이용한 콘텐츠 기업(CP)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망 사용료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터넷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CP는 1차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사용료를 지불한다. 그리고 최종 인터넷제공사업자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는 구조다.
 

모호한 망 사용료의 개념, 일반적으로는 망 접속료가 적절한 용어다 /픽사베이

결과적으로 CP가 하나의 ISP와 계약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를 만날 수 있으니 이는 망 사용료가 아닌 망 접속료가 더 적당한 이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사용자가 늘어나고 사용 경험이 증가하면서 트래픽이 과도하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월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사 샌드바인이 작성한 글로벌 인터넷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빅테크 기업의 주도 하에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트래픽 양이 23% 증가했다고 한다. 역시 주요한 원인은 온라인 동영상 시청이 증가했다는 데 있다.

특히 메타, 아마존, 구글, 애플,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 양은 전 세계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구글과 넷플릭스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전언이다.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하게 하는 콘텐츠 기업들 /픽사베이

트래픽이 늘어난다는 개념은 익숙한 표현이다. 웹 사이트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주고받는 데이터 양이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이에 따라 서버가 불안정해지거나 접속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트래픽 양 급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네트워크 운영 및 처리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망 사용료? 망 접속료? 통신 업계와 빅테크 기업의 입장 차

이를 정리하자면 늘어나는 트래픽으로 인해 ISP의 망 유지 및 서비스 품질에 드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니, 이를 사용하는 CP 역시 일부 금액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 통신 업계의 입장이다.

실제로 콘텐츠 기업에 해당하는 네이버 등은 이미 국내 ISP에 높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네이버·카카오 등의 국내 빅테크가 모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비용을 내지 않는다면 이는 무임승차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높은 트래픽으로 인해 망 유지보수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픽사베이
높은 트래픽으로 인해 망 유지보수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픽사베이

현재 국내 CP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에 대해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진 않은 상황이나,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700억 원, 300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는 2016년 지불한 망사용료에 대해 734억 원이라고 2017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해외 CP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압도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국내에서 발생한 트래픽 중 구글과 넷플릭스는 각각 27.1%, 7.2%를 차지했다고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1%, 1.2%에 불과하지만 몇 백 억에 달하는 높은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 빅 테크 기업은 이미 망 접속료를 자국의 ISP에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추가로 비용을 낼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국내 CP인 네이버의 사용자가 해외에서 폭증한다고 해도 네이버가 해외 ISP에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

망 사용료라는 용어는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용어이며 세계적으로 망 접속료를 지불하는 것이 관행인 만큼 추가적인 이용료를 낼 필요 없으며, 특히 망 사용에 관해 자국의 ISP에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한국에서 이중 부과할 권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자국의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콘텐츠 기업들,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사베이

특히 일각에서는 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ISP의 몫이라는 의견도 있으며, 이미 사용료에 대해 소비자에게 비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CP에게도 부과한다면 이 역시 이중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비용 요구는 누구나 인터넷 망을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다.
 

누구나 공평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망 중립성은 주요한 원칙이다 /픽사베이

하지만 국내 통신사의 경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CP는 물론, 메타와 아마존 등 일부 해외 CP에게 이미 망 사용료를 받고 있다. 입장 차에 따라 일부 기업에만 망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이는 역차별이 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지난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망 이용대가)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를 보고 소송전을 취하하기도 했다. 양사간의 소송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2021년에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해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으며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한 바 있다.

합의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상응하는 비용의 일부를 SK브로드밴드에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로써 SK브로드밴드 소비자는 향후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모바일과 IPTV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볼모로 잡은 통신사와 기업들

ISP와 CP의 망 사용료를 두고 발생하는 대립은 단순히 양측의 이익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양측에서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소비자는 누가 이기든 손해를 보는 것이 유력하다.

만약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면 통신사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망 유지·보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콘텐츠 사용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여지도 있다. 또 트래픽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기업들에 망 사용료를 부담시킨다면 어떨까. 이는 트위치가 국내에서 철수하게 된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트위치는 철수를 결정하기 전 방송 화질을 풀HD에서 HD로 낮춰 제공한 바 있다. 이는 1080p와 720p의 차이인데, 트위치 사용자들은 하루 아침에 약 10년 전 이상으로 품질이 떨어진 방송을 시청한 셈이다.

이외에도 콘텐츠 기업에 부과된 망 사용료는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경우 이미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망 사용료 문제가 더해지면 구독료가 인상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망 사용료를 바라보는 관점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트래픽 증가를 겪고 있는 현재 망 사용료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일부 일리가 있는 만큼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국회에서는 망을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개가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된 상태다.

유럽에서도 공정 분배(Fair Share)라는 표현을 통해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망 인프라와 관련한 운영 비용을 콘텐츠 기업에서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망 사용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들에게도 망 인프라 관련 운영 비용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사베이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최 ‘모바일360’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담을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빅테크들이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에 공정한 대가를 내도록 만든다면 소비자들이 부담할 네트워크 비용은 더 저렴해지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통신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한 통신망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는 빅테크들이 별다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 불균형을 고치지 않으면 인터넷 생태계는 망가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공정 분배 법제화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유럽위원회는 공정 분배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통신업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또 유럽통신규제기관인 BEREC 역시 “(공정 분배로) 인터넷 공급이 부족한 곳에 추가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미 서비스가 잘 공급되는 지역의 ISP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으며 “소규모 ISP와 소규모 CP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망 사용료, 진짜 문제는?

실제로 국내 업계 전문가들 중 일부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존재한다. 국내 소규모 CP가 높은 망 사용료 지불로 인해 성장하지 못했으며, 이는 콘텐츠 제작의 창의성과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망 사용료, 자유로운 콘텐츠 제작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 /픽셀스

특히 소규모 CP의 경우 접속자가 늘어날수록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는 오히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트래픽을 낮추기 위해서 화질을 내리는 처사는 사용자 역시 여러가지 품질 저하로 인한 불편을 겪게 한다. 이는 플랫폼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고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대 빅테크 기업 보다도 소규모 CP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 위한 상생 방안 마련해야

이처럼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입장 차에 따라 여러가지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해외 일부 국가에서도 망 사용에 관련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법이 마련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망 사용료 법제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신업계와 콘텐츠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입장차를 줄이고 상생할 수 있을까 /픽사베이

현재 트위치는 과도한 운영비를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극적 합의를 통해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구글 등 일부 콘텐츠 기업과 통신사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에는 통신업계와 해외 콘텐츠 기업이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 차를 줄이고 소비자를 위한 상생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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