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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타임스퀘어 카운트다운, 수많은 시민들을 감쌌던 콘페티는 '사람'이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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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타임스퀘어 카운트다운, 수많은 시민들을 감쌌던 콘페티는 '사람'이 뿌린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1.0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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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에 흩뿌려지는 콘페티 /limelightdocs 유튜브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2024년에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누군가는 정동진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고, 누군가는 TV로 카운트다운을 세는 것을 보고, 또 누군가는 새해라고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잠에 든다. 이번에도 미국 타임스퀘어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형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또 다가온 한해를 반겼다. 

여기서 타임스퀘어 앞 사람들의 2024년을 맞는 설렘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이 있다. 바로 2024년 1월 1일이 되자마자 사람들의 환호 소리를 아름답게 덮어 버리는 콘페티다. 매년 타임스퀘어에 뿌려지는 이 수많은 콘페티는 사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타임스퀘어에에 모인 모든 관중들에게 뿌리는 마법이나 다름없다.

 

콘페티 /unsplash

형형색색의 색종이 조각, 콘페티는 일반적으로 축하 행사, 퍼레이드, 결혼식을 비롯해 기쁜 날에 뿌리는 작은 조각들이다. 소설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서문에는 '게다가 압축통에 책들과 폐지를 넣을 때 나는 그 안에 반짝이 가루와 색종이 조각을 뿌릴 것이다. 최종적인 압착이 있기 전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순간이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폐지를 모아 압착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은 자신과 마주할 아름다움을 축복하기 위해 색종이 조각, 콘페티를 뿌린다.

고대 문명에서는 곡물, 씨앗, 꽃잎과 같은 작은 물건을 결혼식이나 행사에서 던지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는 사람들이 신혼부부에게 다산과 번영을 기원하며 밀, 쌀, 보리를 던졌다. 중세 시대에는 이 전통이 꽃, 허브, 향신료와 같은 천연 재료를 포함하면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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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신혼부부에게 라벤더, 장미 꽃잎을 던지며 귀신을 퇴치하고 행운이 오기를 빌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뭔가를 뿌리는 것을 두고 일종의 선물을 주는 관습에서 나온 것이라 보는 의견도 있다. 결혼식이나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관람객들은 축하하는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뭘 주거나 다가갈 수 없으니 대신 뭔가를 던지며 축하한다는 얘기다. 
 

결혼식에서 흔히 보는 콘페티 /flickr

콘페티의 기원은 과자에서 유래했는데, 이탈리아어 'confetto(사탕을 바른 당과)'의 복수형이라 한다. 중세 시대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카니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군중들에게 주로 진흙으로 만든 공, 계란, 동전 또는 과일을 던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전통은 이브레아의 오렌지 전투 축제(Battle of the Oranges)처럼 다양한 형태로 일부 도시에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축제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은 팀을 9개로 나누어 오직 오렌지만을 사용해 전투를 벌인다.

퍼레이드에서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14세기부터 파리 밀라노에서 확인된다. 귀족들은 퍼레이드를 하는 동안 사탕과 꽃을 던졌고 부인들은 에센스와 향수를 뿌린 달걀 껍질을 던졌다고 한다. 시민들은 대신 썩은 계란을 던지며 귀족들을 조롱하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도시 간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1597년 이후 계란 던지기를 포함해 거리에 액체 뿌리기 등 부도덕한 행위들은 금지된다. 이 관습은 약 100년 동안 사라졌다가, 1700년대 설탕으로 코팅된 작은 사탕이 출시되며 부활한다.
 

이탈리안 콘페티 /flickr

1400년대 유럽에서 설탕이 널리 보급되고, 제과점에서는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에 설탕을 발라 판매했다. 사탕의 씨앗은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리앤더(고수의 씨)였다. 이탈리아어로 코리안돌리라 부르는 이 사탕은 종종 미인에게 던져졌다고 하며, 그 의미는 '당신은 아주 괜찮고, 나는 당신을 더 잘 알고 싶다'라는 의미가 있었다고.

그러나 이 사탕 가격이 워낙 비싸 시민들은 종종 작은 분필 공을 사용했다. 1808년 밀라노 칙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퍼레이드 중 던질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긴 했지만 1800년대 들어 이 분필 공을 이용한 전투의 규모가 너무 커져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이 분필 공도 사용이 금지된다. 그러자 사람들은 진흙 공을 만들어 금지령을 피했다.

1875년, 밀라노 출신의 한 사업가는 다가오는 축제에 쓸 색종이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당시 밀라노는 실크 제조를 주로 하던 곳으로, 이 사업가는 누에 사육에 쓰이는 누에 침구에 관심을 뒀다. 그는 누에 침구에 쓰이고 부산물로 남은 작은 종이들을 수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조각난 색종이들은 이전의 물건들보다 공격적이지도 않으면서 뿌리기에 재미있고 무엇보다 저렴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퍼레이드 속 콘페티 /flickr

누군가에게 뭔가를 던지려면 악의적이지 않고 무해한 것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사업가 덕분에 이후 밀라노를 포함해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옛 관습들이 빠르게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 색종이는 맞아도 멍이 들지 않고, 색도 다양하고, 사탕과 달리 끈적임도 없으며 쓸어내기도 쉬웠다. 1885년 파리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에서 색종이 콘페티가 처음 쓰였고, 콘페티는 수십년 후 유럽 지역에서는 보편화되었다. 1893년 3월 뉴욕타임즈는 '콘페티는 마치 그림처럼 보이며 참신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한 해동안 콘페티가 가장 많이 뿌려지는 때라고 하면 새해를 맞이할 때의 미국 타임스퀘어일 것이다. 1991년, 트레브 헤닝은 새해 전야 뉴욕 타임스퀘어 볼드랍 행사에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자원봉사자 100명을 꾸려 '색종이 눈보라'를 만들어 타임스퀘어 옥상에서 콘페티를 직접 손으로 뿌렸다. 그리고 32년간 이 행위는 이어지며 그는 2024년 1월 1일에도 뉴욕에 마법을 뿌렸다.
 

트레브 헤닝 /limelightdocs 유튜브

그는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사이 엄청난 추위에도 엄청난 양의 색종이를 뿌리는 자원봉사자들을 이끌고 있다. 가디언지는 타임스퀘어의 볼드랍 행사와 헤닝에 대해 몇 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언급했다. 1980년대 타임스퀘어에 존재했던 지저분한 환경을 청소하고, 새 사업을 유치해 관광객을 늘리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가족들이 자녀를 데리고 볼드랍 행사를 볼 수 있는 연례 행사를 만들길 원했고, 그 가정에서 헤닝이 합류한다. 이미 헤닝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취임 200주년, 헌법 200주년 기념행사, 슈퍼볼 등 다양한 행사에서 활동 중이었다.

헤닝은 이들과의 작업을 두고 "처음 타임스퀘어를 둘러볼 때 이들이 상상했던 유토피아를 상상하긴 어려웠으며, 효과가 있을지 불확실한 이 작업에 착수했다"며, "하지만 처음으로 색종이를 떨어뜨렸을 때 말 그대로 타임스퀘어가 변화하는 것을 보았고, 그 색종이는 마치 케이크 위의 화려한 장식 같았다"고 회고한다. 2024년 1월 1일 정오에도 그는 어김없이 색종이 조각들을 끊임없이 가능한 한 세게, 멀리 던졌다. 그는 "사진만으로는 그 느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Auld Lang Syne(올드 랭 사인)'을 연주하는 것을 듣는 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라고 평한다.
 

사람들이 직접 뿌리는 콘페티 /limelightdocs 유튜브
타임스퀘어, 콘페티 /limelightdocs 유튜브

타임스퀘어 옥상에서 새해에 콘페티를 뿌리는 건 미국에서도 유서 깊은 전통이 된 지 오래며 헤닝도 이를 자신의 특별한 경력으로 인식한다. 헤닝은 다큐에서 "지난 12년간 아무에게도 우리가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엄청난 양의 색종이를 뿜어내는 것이 기계 대포가 아닌 사람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의외라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는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색종이가 담긴 상자를 들고 타임스퀘어의 위층과 옥상으로 올라간다.

헤닝은 "기계로는 그런 효과를 낼 수 없다. 손으로만 많은 색종이를 집어들어 즉흥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년 새해 전야,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놓고 한 시간 정도의 교육을 통해 색종이를 뿌리는 올바른 방법을 가르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로 인해 재활용이 가능하며 생분해성인 색종이로 만들어 뿌린다고. 누군가를, 또는 나를 축하하기 위해 뿌려졌던 콘페티는 더이상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닌 형형색색의 색종이로 그 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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