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16:20 (토)
[현장스케치] 시간 기반 예술의 원형 ‘미디어 아트’...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 《더 셰이프 오브 타임 : 무빙 이미지스 오브 더 1960s-197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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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시간 기반 예술의 원형 ‘미디어 아트’...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 《더 셰이프 오브 타임 : 무빙 이미지스 오브 더 1960s-1970s》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12.2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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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더 셰이프 오브 타임 : 무빙 이미지스 오브 더 1960s-1970s》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시대의 흐름 속에서 예술이 가진 정의와 역할은 무엇일까. 현대카드는 지난 8일부터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전시 《더 셰이프 오브 타임 : 무빙 이미지스 오브 더 1960s-1970s》를 통해 비물질적 예술이자 시간 기반 예술의 원형을 이루는 미디어 아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의 미디어&퍼포먼스 아트 가운데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과 기록물을 선별해 보여준다. 미국 MoMA 미술관의 필름 부분 큐레이터가 선정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75점의 작품 중 22명의 아티스트의 작품 30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예술가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전후 이데올로기, 기술 혁신, 사회운동과 마주하면서 사회의 흐름 속에서 예술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통해 변해가는 과감하고 선구적인 영상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튜디오 밖에서의 예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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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첫번째 섹션에서는 스튜디오 밖에서의 예술 실천에 대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해당 공간에서는 비디오가 개념 미술의 등장과 함께 제스처와 언어에 대한 실험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즉, 비디오가 발전하면서 예술이 스튜디오를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하는데 개념미술이 시작되면서 비디오가 단순히 제스처, 언어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 각 대중들과 소통하는 매개로 활용된 것을 보여준다.

전시관에 입장해 첫번째 접하게 되는 작품은 미국의 개념 미술가 로렌스 와이너(Lawrence Weiner)의 작품이다. 작가는 언어를 조각적 개념으로 제시한다. 언어와 문법 그리고 관람객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관심을 영상으로 제작한다.
 

로렌스 와이너(Lawrence Weiner)의 작품 /윤미지 기자

전시된 영상 작품도 그의 작품 세계와 기본 개념은 비슷하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예술 조건들이 음성으로 나열되며, 그 다음에 사물이 동일한 동선을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자막을 살펴보면, 예술 조건에 대한 결정에 대해 무수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예술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반드시 예술작품이어야 하는 것이 아닌 단편적인 예를 보여준다.

전시 도슨트에 따르면 1968년에 로렌스 와이너의 어떤 선언, 진술에서 예술 조건에 대한 결정은 그것을 수용하는 수용자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해당 작품 역시 그의 작품 세계에 바탕이 되는 언어, 그 언어를 수용하는 관람자 사이의 상호 관계에 대한 관심을 영상화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여러 개의 작은 화면을 통해 보여지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각 작품은 화면과 함께 준비된 헤드셋을 통해 음성을 청취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작은 화면의 첫번째 상영되고 있는 작품은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퍼포먼스 기록인 <Past Future Split Attention>이다.
 

전시 《더 셰이프 오브 타임 : 무빙 이미지스 오브 더 1960s-1970s》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해당 영상에서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상대방의 미래 행동을 지속적으로 예측하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의 과거 행동을 기억에 의존해 되짚어서 회상한다. 결국 두 사람의 행동은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관람객의 인식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Past Future Split Attention> /윤미지 기자

다음 작품은 포스트 미니멀리즘 작가 린다 앵글리스(Lynda Benglis)의 작품이다. 녹화된 비디오 안에 또 다른 비디오를 중첩시키는 작업을 통해 제작된 영상으로, 화면 안에 또 다른 화면이 나타나며 그 안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시가를 피우는 작가의 가족과 친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린다 앵글리스(Lynda Benglis)의 작품 /윤미지 기자

해당 작품은 비디오의 중첩을 통해 인물들을 분리하고 뒤섞는 불연속적인 카메라 편집 기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는 초기 비디오 아트에서 주로 나타났던 일종의 주의 분산 미학과 관계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대지 미술가 낸시 홀트(Nancy Holt)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작품 <Sun Tunnels>는 작가가 미국 유타주 북서부의 사막에서 진행했던 조각 작품의 제작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본 작업은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이어지는데, 완성된 조각 작품은 길이 8피트, 지름 9피트의 콘크리트 관 모양의 터널 4개로 이뤄져 있다. 태양의 움직임을 계산해 터널 안에 빛이 비춰지는 조화로운 장면을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사람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광활한 공간에 큰 스케일을 가진 작품이 영상으로 기록 되고, 이를 많은 관람객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하면서 광대한 자연 속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낸시 홀트(Nancy Holt)의 작품 <Sun Tunnels> /윤미지 기자

플럭서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인 구보타 시케코(Shigeko Kubota)의 영상 작업도 전시된다. 작품 <Marcel Duchamp and John Cage>는 20세기 미술계와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작가인 마르셀 뒤상(Marcel Duchamp)과 존 케이지(John Cage)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영상에 사용해 구 작가의 유명한 체스 게임을 재해석했다. 영상 속에서는 존 케이지의 음악이 함께 재생되고 있으며, 추상화된 영상 이미지의 모습을 관람 가능하다.
 

구보타 시케코(Shigeko Kubota)의 작품 /윤미지 기자

인종과 국가 권력, 역사에 대해 주로 다루는 율리시스 젠킨스(Ulysses Jenkins)의 작품 <King David>도 눈길을 끈다. 해당 작품은 동료 예술가이자 흑인 예술가인 데이비드 헤먼스(David Hammons)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 예술가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본 작품에서 데이비드 헤먼스는 흑인 예술가로서의 커뮤니티와 자신의 예술적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율리시스 젠킨스(Ulysses Jenkins)의 작품 <King David> /윤미지 기자

또 바로 옆에서는 1970년대 초창기 비디오 아티스트 윌리엄 웨그만(William Wegman)의 작품 3개를 연달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 <Man Ray, Man Ray>는 초현실주의 예술가 만 레이를 대신해 ‘만 레이’라는 개가 등장한다. 예술가 만 레이의 전기를 서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영상에는 개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데, 전시 안내에 따르면 이는 만 레이가 취했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전략을 이용한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윌리엄 웨그만(William Wegman)의 작품 /윤미지 기자

다음 작품 <Accident>에서 웨그만은 동일한 사고를 목격한 세 명의 서사를 교차 편집해 보여주며, 마지막 작품 <Gray Hairs>는 자고 있는 개 만 레이를 가까이서 관찰한 작품이다.

공연과 퍼포먼스 기반, 신체 움직임의 기록

두 번째 섹션에서는 움직임과 무빙 이미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상영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무용과 퍼포먼스의 역사에서 필름과 비디오의 역할이 강조됐다. 그래서 해당 공간에서는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신체 움직임을 담은 영상들과 다양한 방식의 신체 실험을 했던 영상을 보여준다.

첫번째 모니터에서는 총 3개의 영상이 이어서 재생된다.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의 작품 <Dance or Exercise on the Perimeter of a Square (Square Dance)>는 사각형을 따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스튜디오 바닥에 마스킹 테이프로 정사각형을 표시하고,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정사각형 테두리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왼)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의 작품 <Dance or Exercise on the Perimeter of a Square (Square Dance)> /윤미지 기자

두 번째 영상은 댄 그래이엄의(Dan Graham) 작품 <Performer/Audience/Mirror>이다. 영상 속에서는 퍼포머가 먼저 앞으로 나와 관람객에 대해 조사를 한다. 그리고 잠시 뒤, 거울 쪽으로 몸을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관람객의 모습을 묘사한다. 관람객은 거울을 통해 비친 자신의 모습, 다른 관람객의 모습, 주변 환경 그리고 동시에 퍼포머가 묘사하는 관람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인식에 대해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작품 설명에 따르면 작가는 관람객을 작품의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인 행위자로 설정하고, 우리가 매 순간 타인과 상호 관계를 맺으며 지각하고 있음을 일깨운다고 전한다.
 

댄 그래이엄의(Dan Graham) 작품 <Performer/Audience/Mirror>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의 작품 <Baby Ikki>가 상영되며 영상 속에서 작가는 나이와 성별이 모호한 아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두 개의 작품이 연이어 재생된다. 먼저 처음 상영 되는 작품은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작품이다. 1970년부터 1974년까지 시골과 도시 풍경을 담은 다섯 점의 퍼포먼스 중 이번 전시에 상영되는 <Songdelay>는 그 중 네 번째로 선보인 <Delay Delay>의 일부를 16mm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맨해튼 강변에서 촬영됐으며,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작가를 비롯한 퍼모머들은 나무 조각을 쳐서 소리를 내거나, 바다에 원과 선을 그린다. 그리고 당시 관람객들은 이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람하게 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을 불일치시켰다.

이어서 재생되는 작품은 버라이어티 쇼 형식의 연극 장르인 보드빌 형태로 제작된 영상 <Antic Meet>이다. 작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은 어떤 동작도 무용이 될 수 있다는 예술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품에 우연성과 즉흥성을 도입했다는 전언이다.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의 작품 /윤미지 기자

아울러 전시관의 아래층으로 이동하면 한 대형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해당 전시의 포스터 이미지로도 활용된 작품으로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Left Side, Right Side>라는 영상이다. 작가는 1969년 세계 최초의 휴대용 비디오 카메라인 포타팩을 구입하고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퍼포먼스 및 비디오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Left Side, Right Side> /윤미지 기자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Left Side, Right Side> /윤미지 기자

해당 작품은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카메라와 그녀의 신체, 거울 이미지를 연극적 소도구이자 조각적 요소로 활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카메라와 거울 속 반전된 이미지와 비디오 속 정상적으로 출력되는 이미지 사이의 모호함을 통래 새로운 지각 경험을 보여준다. 본 작품은 초기 비디오 아트의 고전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무빙이미지’ 그리고 선구적 예술가들의 모습

세번째 공간에서는 무빙이미지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쳤던 1970년대 선구적인 여성 예술가들을 다룬다. 작가들은 비디오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기도 하고, 사회가 요구했던 여성의 역할에 대해 비판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눈에 띄는 작품은 퍼포먼스 예술가 캐롤리 슈니먼(Carolee Schneemann)의 영상 <Up to and Including Her Limits>이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나체로 밧줄에 매달려 신체의 움직임으로 드로잉하는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있다. 드로잉은 작가의 시선이자 흔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계속해서 움직이는 신체 에너지의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퍼포먼스 자체는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회화가 되기도 한다.
 

캐롤리 슈니먼(Carolee Schneemann)의 작품 <Up to and Including Her Limits> /윤미지 기자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작품에 직접 참여시키고 전통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어떤 예술 영역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투영시키면서 퍼포먼스를 완성 시킨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캐롤리 슈니만의 자서전과 같은 영상 3부작 중 하나가 상영된다. 작품 <Plumb Line>은 남편 테니와의 관계 해체를 다루고 있다. 다림줄은 공간의 수직 깊이 또는 기준점을 측정할 때 사용되는 도구다. 작가는 여기에 남편과의 관계의 해체 및 절망감을 빗대어 영상 콜라주로 보여준다.
 

순서대로 작품 <Plumb Line>과 <Semiotics or the Kitchen>, <My Father> /윤미지 기자

다음 작품은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Vertical Roll>이다.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수직으로 돌아가는 비디오 위에 오버랩 시켜서 분절된 형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퍼포먼스 오브제이자 비디오의 연극적 요소로 사용한다. 가면을 쓰거나 깃털 달린 머리 장식을 하고 밸리 댄서 의상을 입은 모습 또는 발, 상체, 팔, 다리와 같은 신체의 파편화된 이미지를 수직으로 끝없이 돌아가는 필름 롤 위에 오버랩한다.

마사 로슬러(Martha Rosler)의 풍자적 요리 시연을 보여주는 영상 역시 눈길을 끈다. 작품 <Semiotics or the Kitchen>은 작가에 따르면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반대항으로 설정된 한 인물이 조리 도구의 친숙한 의미를 분노와 좌절의 어휘로 대체”라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한다.
 

마사 로슬러(Martha Rosler)의 <Semiotics or the Kitchen> /윤미지 기자

부엌의 기호학이라는 의미를 담은 해당 영상 속에서 작가는 약간은 공격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조리 도구를 하나씩 들어 보인다. 이는 당시 사회가 요구했던 여성의 역할 그리고 억압된 가치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다.

구보타 시게코(Shigeko Kubota)의 또 다른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작품 <My Father>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을 담은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는 암으로 죽어가던 작가의 아버지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데, 텔레비전에 흘러나오는 팝 음악과 진부한 새해 축하 인사는 작가의 고통과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 작가의 작품 <Mouth to Mouth>는 언어가 표현하는 미묘한 이질감에 대한 작품이다. 작가는 1951년 한국에서 태어나 1961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해당 작품을 감상할 때 한국인이라면이 영상에 등장하는 입 모양이 한글 모음을 발음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작가는 영상과 사운드에 의도적인 노이즈를 더했으며, 이를 통해 잊혀져 가는 모국어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이를 잃지 않겠다는 작가의 욕구도 느낄 수 있다.

이미지 유통의 정치에 대한 고찰

마지막 공간에서는 텔레비전의 시각 언어를 사용한 영상들,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하며 이미지 정보의 저근이 사회와 권력, 시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고민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이어진다.

공간에서 보이는 큰 스크린에서는 총 5개의 작품이 이어서 상영된다.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Bill Viola)의 <Information>는 비디오 테이프 녹화기가 스스로를 녹화하려고 하는 기술적 실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개념적 작업으로 이목을 끈 크리스 버든(Chris Burden)의 작품 <The TV Commercials>는 텔레비전에 광고로 송출됐던 네 개의 전설적인 영상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빌 비올라(Bill Viola)의 <Information> /윤미지 기자

해당 작품을 통해 작가는 1970년 대 초 텔레비전 방송이 가진 전파의 지배력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방송국의 채널 광고 시간을 사서 다른 광고들 사이에 자신만의 파격적인 광고를 방영하기도 했다.

미국의 여성 비디오 아티스트 다라 번바움(Dara Birndaum)의 작품 <Technology/Transformation: Wonder Woman>은 1970년대 TV 시리즈 원더우먼의 이미지를 차용한 영상이다. 번바움은 현실 속 여성이 슈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상징적인 순간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다라 번바움(Dara Birndaum)의 작품 <Technology/Transformation: Wonder Woman> /윤미지 기자
다라 번바움(Dara Birndaum)의 작품 <Technology/Transformation: Wonder Woman> /윤미지 기자

또 다른 작품인 에드 에드 쉬일러(Ed Emshwiller)의 영상 <Sunstone>은 제작 기간만 8개월이 넘게 소요됐다고 한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대단한 영상 기술이 사용된 것 같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당시로서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했던 기술을 사용한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전자 언어, 전자 시굴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 시켰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율리시스 젠킨스(Ulysses Jenkins)의 작품 <Mass of Images> 속에서 작가는 미국 국기가 그려진 스카프, 보호용 안경을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어떠한 문장을 말하다가 망치를 들어 위협을 가하는 듯한 퍼포먼스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암시하는 대중 매체 속 영상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전시 안내에 의하면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인종차별적인 이미지에 노출되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동시에 대중 매체가 빠르게 이미지를 전파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중의 무의식을 통해 침투되는 과정 또한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은 독일 카셀에서 5년마다 개최되는 ‘도큐멘타(Documenta)’라는 중요한 전시에 관한 영상이다. 이는 동시대 예술을 보여주는 가장 크고 중요한 현대 미술 전시인데 1977년 개최된 ‘도큐멘타6’은 위성 생중계 기술을 이용해 백남준(Nam June Paik),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더글라스 데이비스(Douglas Davis)의 퍼포먼스를 25개국 이상의 국가에 라이브로 송출했다.
 

도큐멘타(Documenta) 영상 중 한 장면 /윤미지 기자

본 전시에서는 당시 행해졌던 퍼포먼스 영상을 선보이며 백남준이 샬롯 무어만과 함께 작업한 그들의 대표작인 <TV Bra>, <Tv Cello>, <TV Bed>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마지막 영상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백남준의 작품 <Global Groove>다. 일본 펩시 광고, 한국의 전통 춤을 추는 무용수, 북을 치는 인디언 등의 이미지를 다양한 편집 기법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왼) 도큐멘타 영상 중 한 장면 (오) 작품 <Global Groove> /윤미지 기자

작품 안내에 따르면 영상 이미지를 통해 글로벌 문화 특징을 통합하고 대중문화와 예술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생소한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 만나볼 기회

해당 전시는 내년 2월 4일까지 관람 가능하며 미디어 아트의 원형이자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가받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특히 대중에게 생소한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를 선보이는 전시로서, 관람객은 해당 전시를 통해 예술과 새롭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아울러 현대카드의 바이닐 샵 ‘바이닐앤플라스틱’의 2층에서 운영되는 아트라이브러리에 방문하면 현재 전시하고 있는 영상 작품 뿐만 아니라 총 75점의 영상 작품들도 관람 가능하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영상 작품 뿐만 아니라 총 75점의 영상 작품들도 관람 가능하다 /윤미지 기자

현대카드 회원은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비회원은 다이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평일 이용할 수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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