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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생명력 가득한 남인도 미술 세계와 석가모니의 이야기…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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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생명력 가득한 남인도 미술 세계와 석가모니의 이야기…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12.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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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남인도 불교 미술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는 예술품들이 국내에 상륙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23년 마지막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남인도 고유의 문화와 불교가 만나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남인도 미술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다. 이국적인 공간 구성 속에서 그동안 국내서 볼 수 없었던 남인도 미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지난 7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 《Tree&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의 한국 전시로,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중에는 발굴된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 없던 유물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본격적인 전시 개최에 앞서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을 먼저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시 소개 전 국립중앙박물관 윤성용 관장은 “발굴된 이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 없었던 소중한 문화재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소개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약 2천년 전 스투파 장식들을 거닐며 새로운 신앙의 전파가 남인도 고유의 기술에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 살펴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기자간담회 중 윤성용 관장이 인삿말을 전하고 있다 /윤미지 기자

또 간담회에서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맥스 홀라인(Max Hollein) 관장의 축사도 이어졌다. 아쉽게도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맥스 홀라인 관장은 영상을 통해서 축사를 전달했다. 영상에서 그는 “이번 특별전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뿐만 아니라 대여기관에게도 기념비적인 사업이다”라며 “전시에 선보이는 진귀한 초기 불교 미술품 가운데 인도의 사원 유적에서 최근 발굴된 문화재를 비롯해, 대중에게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맥스 홀라인(Max Hollein) 관장의 축사 상영 /윤미지 기자

뉴델리박물관 붓다 라슈미 마니 관장의 축사는 정명희 전시과장이 대신 전했다. 전언에 의하면 붓다 라슈미 마니 관장은 “이번 전시는 불교가 고대 인도의 종교적 풍경에 기여한 특징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최고의 문화기관 두 곳에서 고대 인도의 유물을 전시하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두 기관을 통해 인도 미술이 전 세계의 관람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역시 큰 영광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신비한 이야기가 담긴 스투파의 숲

이어지는 기자간담회의 전시 소개는 국립중앙박물관 류승진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이번 특별전은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며 이를 두 가지 숲으로 구분해 ‘신비의 숲’과 ‘이야기의 숲’으로 나눠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연출도 마치 이국적인 숲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류승진 학예연구사는 “낯선 남인도의 미술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라며 “관람객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숲이라는 컨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류승진 학예연구사 /윤미지 기자

특히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지구의 숲과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친환경적인 전시 구성을 택했다. 본 전시는 작품 안내를 위한 종이 리플릿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모바일 전시 안내 프로그램을 제작해, QR코드를 찍어 누구나 쉽게 작품 안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전 전시에서 사용한 벽을 70% 재활용하여 전시실을 구성했으며, 전시의 도록 표지도 국제산림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생분해와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용지를 사용했다.

생명력 넘치는 남인도 문화 속 불교의 모습

전시에서 제일 처음 만나볼 수 있는 유물은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의 시종들>이다. 왕은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고, 양 옆에 시종을 거느린다. 또 신분이 높은 사람을 의미하는 햇빛 가리개 아래에 서 있다. 그는 2천년 전 인도 남쪽을 다스리던 왕으로, 관람객을 스투파의 숲으로 안내한다.
 

/윤미지 기자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의 시종들> /윤미지 기자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들을 선보이는데, 마치 스투파 조각들이 숲을 이루듯 서 있어서 관람객은 숲을 여행하듯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첫번째 공간인 ‘신비의 숲’은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 뿌리내린 남인도 고유의 문화에 어떻게 불교가 스며들었는지 보여준다. 남인도는 적도에 가까워 열대 계절풍 기후를 가지고 있다. 사시사철 덥고 습하며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려 토양을 적시고, 모든 생명들이 울창하게 자란다. 그래서 남인도 미술에는 풍요를 상징하는 자연물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기원전 2세기 후반에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유물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는 입구가 크고 둥근 항아리에 연꽃들이 뿜어져 나오는 조각을 볼 수 있다. 연꽃이 풍요롭게 자라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 항아리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 /윤미지 기자

그 위로는 새가 보이는데 새 두 마리가 입에 씨앗주머니를 문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 새는 인도 전설에 등장하는 ‘함사’다. 물이 가득 찬 항아리, 연꽃 넝쿨, 전설 속 새 함사가 물어온 씨앗 주머니 등은 생명력을 의미하는 소재들로, 해당 공간에서는 이러한 풍요의 상징물들이 스투파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꽃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다. 동아시아에서 이 연꽃은 연화화생, 즉 연꽃에서 만물이 신비롭게 탄생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단독으로 한 송이가 등장하는 사례가 많다. 인도에서는 이 연꽃은 조금 다르게 표현되고는 한다.
 

불교에서 중요한 상징인 '연꽃'을 남인도 미술에서는 어떻게 다뤘을까 /윤미지 기자

다음에 등장하는 유물에서는 여러 송이의 연꽃이 넝쿨을 이루면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에서 연꽃 넝쿨을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는 스투파를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의 각돌 부재로, 스투파를 한 바퀴 돌면 이러한 수천 송이의 연꽃과 함께 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이는 생명이 죽고 살아나고, 다시 죽고 살아나는 윤회를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생명이 다시 씨앗을 맺고, 다시 없어지고, 다시 씨앗을 맺는 생산의 과정, 풍요를 상징한다는 전언이다.

인도의 연꽃이 풍요를 상징한다는 것은 또 다른 스투파 조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유물 <보물을 쏟아 내는 연꽃>에서는 거꾸로 매달려 있는 연꽃에서 온갖 목걸이와 귀걸이, 보석 등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모습이 조각 되어 있다. 보석을 쏟아내는 연꽃이라는 점에서 풍요의 상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입에서 연꽃 넝쿨을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 /윤미지 기자
<보물을 쏟아 내는 연꽃> /윤미지 기자

풍요를 의인화한 조각들도 전시된다.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낸 여인의 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는 <풍요의 신, 락슈미>를 표현한 조각이다. 풍요의 항아리에서 나온 둥근 연꽃 위에 서 있는 그녀의 몸 뒤로 연꽃 줄기가 휘감아 올라간다. 조각의 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작새 두 마리도 눈에 띈다. 인도에서는 공작새가 울면 계절풍이 불어와 첫 비가 내린다고 한다. 비가 내리면 메말랐던 겨울이 다시 촉촉해지고, 모든 생명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생명의 상징 중 하나라고 보여진다.
 

<풍요의 신, 락슈미> /윤미지 기자

인도 신화에서 풍요로운 자연의 정령을 부르던 단어가 있다. 남성형으로는 ‘약샤’, 여성형으로는 ‘약시’라고 한다. 특히 자연의 정령들은 인도 특유의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가진 존재로 남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샤, 약시의 다채로운 얼굴과 그 의미를 보여주는 유물들을 선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다. 이 약샤는 엄청 큰 귀걸이를 하고, 머리에는 연꽃 송이를 엎어 놓은 모자를 쓰고 있다. 머리에서 쏟아지고 있는 것은 동전이다. 전시에서는 동전이 쏟아지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표현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윤미지 기자

당시 약샤, 약시의 권위는 상당히 높았다고 여겨진다. 유물 <보필을 받는 약샤>에서는 인도 신화 속 키 작은 신 ‘가나’에게 시중을 받는 약샤의 모습도 발견된다. 오른손에는 연꽃 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또 왕이나 부처가 쓰는 햇빛 가리개를 들고 있는 가나의 모습도 발견되는데 약샤는 깨달음을 얻어 다음 생에 부처가 될 존재로 여겨 지기도 했다고 한다.
 

<보필을 받는 약샤> /윤미지 기자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여러 나라와 교류했던 마우리아 왕조에 대해 다룬다. 인도 사람들은 기원전 훨씬 전부터 동남아시아나 유럽 등의 국가와 많은 교류를 나눴다. 국제적인 무역이 굉장히 많이 이뤄졌으며 이는 불교가 빠른 속도로 인도 대륙 남쪽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던 요인이 된다.

특히 해당 공간에서는 인도가 동남아시아와 교역을 나눴던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인 유물이 여러 점 소개되며, 이외에도 <로마에서 제작한 포세이돈상>이나, <큐피드를 장식한 손잡이> 등의 청동상 유물을 통해 얼마나 넓은 국제 무역을 해왔는가를 알 수 있다.
 

인도가 동남아시아와 교역을 나눴던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 /윤미지 기자
<로마에서 제작한 포세이돈상>, <큐피드를 장식한 손잡이> 등 청동상 유물 /윤미지 기자

또 서아시아와 그리스 등 다른 문화에서도 중요하게 여겼던 상징인 ‘사자’를 표현한 작품에서도 당시 인도가 주변국과 활발히 교류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사자를 모티프로 한 조각들 /윤미지 기자

석가모니의 가르침, 그 이야기

전시의 2부는 ‘이야기의 숲’이다. 류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으로부터 시작한 불교는 약 200년의 시간을 두고 인도 남쪽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당시 인도 남쪽으로 그의 사리와 함께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 공간에서는 이를 배경으로 한 영상과 유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사리’로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400년 무렵 석가모니가 죽고, 제자들은 그의 시신을 화장해 얻은 사리를 여덟 개의 스투파에 나눠 모셨다. 그로부터 150년 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랐던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사리를 꺼내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를 세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인도 전역에 불교가 전파된 것이다.
 

‘이야기의 숲'의 시작 /윤미지 기자

해당 공간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두 개의 스투파 부재는 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물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는 머리 위에 상자를 얹고 걸어가는 코끼리가 보인다. 당시 코끼리는 신분이 높은 사람만 탈 수 있었 다는 점을 생각하면 코끼리가 옮기는 물건은 아주 귀한 것이라는 점이 예측된다. 해당 조각은 인도 남쪽으로 사리가 내려올 때 모습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윤미지 기자

옆에 있는 스투파 조각은 <코끼리를 탄 사람들>이다. 이번엔 반대로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다. 어떤 책에서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었을 때 인도 곳곳에 그의 사리를 모셔가기 위한 사람들이 모였으나, 모든 사람이 사리를 가져갈 수는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맨 마지막에 도착한 사람들은 사리가 부족해 남은 재를 가져갔다고 한다.
 

<사리를 담았던 귀한 단지> /윤미지 기자

전시에서는 네팔과 국경을 맞댄 북인도 피프라와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도 전시하고 있다. 여기서 발견된 사리 단지 안에는 유골과 함께 금이나 진주, 꽃 모양으로 만든 보석이 섞여 있었다고 한다.
 

사리 단지 안에서 발견된 보석들 /윤미지 기자
사리 단지 안에서 발견된 보석들 /윤미지 기자

이렇게 사리가 남쪽으로 전해지며 남인도 사람들은 석가모니의 사리와 그 가르침을 즐거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다음 공간은 고다바리 강 인근의 스투파 유적이 모여 있는 곳처럼, 마치 관람객이 스투파 사이를 걸어가는 느낌을 받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스투파 조각을 만나볼 수 있다.
 

스투파 장식 조각들 /윤미지 기자

원형이 되는 <기본이 아름다운 스투파>도 눈길을 뜬다. 스투파는 무덤처럼 돔을 높이 쌓아 올리고 주변에 벽을 둘러 장식했다. 그리고 돔 가장 윗 부분에는 햇빛 가리개를 세우는데 이러한 모습을 조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스투파의 가장 기본 구조로서, 네모와 동그라미 등 단순한 모양이 돋보인다.
 

<기본이 아름다운 스투파> /윤미지 기자

실제 스투파의 모습은 유물 <머리 다섯 달린 뱀이 지키는 스투파>와 더 가깝다고 한다. 기본적인 원형의 모습이 아닌 화려한 장식이 눈에 띈다. 특히 이 유물에서는 머리가 다섯 달린 뱀 ‘나가’가 눈에 띈다. 나가는 본래는 물속에 사는 사나운 신이었으나,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라 불교를 믿고 스투파를 지키게 됐다고 한다.
 

<머리 다섯 달린 뱀이 지키는 스투파> /윤미지 기자

다음 유물인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스투파> 역시 나가 두 마리가 스투파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스투파 위로는 나무가 자라나는데, 물 속에 살던 나가의 보호를 받으며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이 형상화 되어 있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풍요의 상징물인 항아리, 연꽃 넝쿨 등이 보이는데, 사리를 담고 있는 스투파가 가진 생명령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스투파> /윤미지 기자

옛 인도인은 손에 동물의 피나 백단나무의 향을 묻혀 스투파에 손자국을 남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스투파 안에 모셔진 사리의 신비한 기운을 느끼기 위한 것인데 유물 <손 대고 싶은 스투파>에서도 이러한 형태가 눈에 띈다.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손자국이 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 대고 싶은 스투파> /윤미지 기자

다음 공간에서는 조각 속 빈 자리가 눈에 띄는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석가모니는 보드기아의 보리수 밑에서 오랫동안 생각한 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옛 인도인들은 석가모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는 것을 어려워한 시기도 있었는데, 이 시기를 무불상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의 작품들은 석가모니를 그리지 않고 자리를 비워 두지만 자리를 지키는 나가의 모습, 연꽃이나, 물고기, 거북 등의 상징들이 눈길을 끈다. 유물 <빈 자리를 향한 경배> 등을 통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빈 자리를 향한 경배>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해당 공간에서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바퀴를 모티프로 한 조각들을 다수 감상할 수 있다.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태양처럼 빛나는 모습을 가지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영원히 빛나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바퀴를 모티프로 한 유물들 /윤미지 기자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석가모니의 인생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물들을 선보인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인도인들은 석가모니를 주인공으로 한 많은 이야기를 전했다. 인도에서 샤카족의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 셀 수 없이 되풀이 된 석가모니의 전생 이야기를 ‘본생담’이라고 한다.

유물 <토끼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 <염소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와 사리 쟁탈전>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유물 <토끼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는 넝쿨 끝에 달린 연꽃에서 보석이 쏟아지는 모습, 그리고 옆으로 젊은 남성 2명이 토끼로 보이는 작은 동물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토끼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 /윤미지 기자
<염소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와 사리 쟁탈전> /윤미지 기자

그 중 한 남자 머리 위에는 ‘자타카’로 읽히는 글자가 적혀 있다. 자타카는 석가모니의 전생이야기, 즉 본생담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석가모니가 전생에 토끼로 태어나 자신을 희생하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 유물은 그 이야기를 그린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어서 석가모니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투파 조각도 만나볼 수 있다. 남인도의 스투파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조각 되어진 모습을 통해 석가모니의 인생 이야기를 여러 편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상당히 다양하다.

유물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는 석가모니의 인생 이야기를 한 화면에 한꺼번에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한 화면이지만 모든 조각은 각각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여준다. 유물에 옆에는 왜 왕자로 태어난 석가모니가 움직일 수 없었는 지, 유물이 담고 있는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자료도 상영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 /윤미지 기자
<움직이지 않는 왕자 이야기> /윤미지 기자

또 다른 유물인 <석가모니의 이번 생 이야기>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스투파를 장식하는 방식이 변하고, 석가모니의 인생을 담는 방법에도 변화가 생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동그라미 안에 하나의 시간과 장소가 표현되어 있으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석가모니의 인생을 살펴보도록 했다.
 

<석가모니의 이번 생 이야기> /윤미지 기자

전시의 마무리에는 주인공 석가모니의 불상이 등장한다. 실제로 석가모니가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불교 미술 발전에 있어서 의미가 깊다고 한다. 전시된 불상은 3세기부터 남인도의 아마라바티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불상 양식이라고 한다.
 

<석가모니의 상> /윤미지 기자

남인도의 생명력 넘치는 이국적 문화와 그 안에서 융화된 불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4년 4월 14일까지 관람 가능하며 유료 전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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