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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장에 연이은 낙서 테러, 문화재 훼손 어떤 처벌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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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장에 연이은 낙서 테러, 문화재 훼손 어떤 처벌받나?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12.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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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가림막이 설치된 문화재 훼손 현장 /시민독자 이정훈 씨 제공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반달리즘’이라 일컫는다. 이 반달리즘은 다양한 이유로 나타나게 되는데 무지로 인해 공공 유산을 망가뜨리거나, 낙서를 하고 때로는 환경 운동, 지역 개발을 이유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반달리즘에 관한 처벌은 어떻게 될까. 국내에서 일어난 문화재 훼손 사건의 범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토) 오전 1시 50분경 경복궁 담장 일대에 스프레이를 사용한 낙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는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담장에 벌어진 일로 우리 문화유산 사적을 고의적으로 훼손한 사례라 이에 대한 대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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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스프레이 낙서 범위는 영추문 좌측과 우측,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좌측과 우측으로 총 44m에 달하는 길이이며 ‘영화 공짜’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현재 이에 대해서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의미하는 문구 등으로 추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 가림막이 설치된 문화재 훼손 현장, 현재 낙서는 보이지 않은 상태 /시민독자 이정훈 씨 제공

경찰은 이를 중대한 범죄로 판단하고 문화재를 훼손한 신원미상의 용의자를 잡기 위해 폐쇄회로TV(CCTV)를 토대로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용의자는 2명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인근 CCTV에 찍힌 범행 장면에서는 어두운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경복궁 담벼락 앞을 서성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또 범행 장면에서 용의자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스프레이를 꺼내 담벼락에 낙서를 했으며 스마트폰으로 추측되는 물체를 꺼내 인증 사진을 찍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담벼락에서도 붉은색 스프레이의 비슷한 낙서가 발견된 만큼 동일인의 소행일 수도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복원 중 추가 테러도

서울 종로경찰서는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경복궁에 또 다른 낙서 테러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두 번째 낙서 테러는 경복궁 서쪽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며 이번엔 길이 3m에 걸친 붉은색 스프레이 낙서라고 한다.

현재 종로경찰서에서는 낙서 추가 훼손사건 발생 이후부터 경복궁 담장 외부 전 구역에 경찰을 배치했다는 전언이다. 또한 경복궁을 포함한 4대궁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고 한다.
 

서울종로 경복궁 영추문 외면
서울종로 경복궁 영추문 외면 /국립중앙박물관

추가된 낙서는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이 쓰여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이전 낙서 테러와 동일범 소행이 아닌 모방 범행이라는 것에 무게를 두면서도 두 사건의 연관성을 고려해 용의자 검거를 위해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8일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주말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어려워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금명간 두 건 모두 신속하게 범인을 특정해 검거하고 검거 이후엔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담장 복원에 20명 투입될 예정

현재 훼손 현장은 임시 가림막이 설치된 상태이며 복구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명이 투입되어 낙서를 세척하고 복구하는 작업이 재개됐다고 한다.
 

문화재 보존 처리를 위해 현장을 찾은 전문가의 모습 /시민독자 이정훈 씨 제공

먼저 전문가들은 경복궁 담벼락의 낙서를 모두 지우고 복구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낙서가 발견된 처음은 스프레이를 없애는데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는 낙서가 더 추가된 상황.

관건은 스프레이 자국이 굳어 석재 표면에 흡수되기 전에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문화재청은 갑작스러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바로 전문가를 투입해 화학약품처리, 레이저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
 

복원 작업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 /시민독자 이정훈 씨 제공

그렇다면 자세한 복원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경복궁관리소에 문의했으나 현재 이를 담당하고 있는 모든 인원이 현장에 있다는 답변과 함께 자세한 복원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볼 수 없었다.

이미 나온 보도에 의하면 담벼락 복구 작업은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도들락 망치를 이용해 담벼락 면을 곱게 다듬거나, 시너를 솔에 묻혀 낙서를 지우는 초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또 모래로 벽면을 두들겨 표면을 벗기는 샌드 블래스팅(sandblasting)도 적용되고 있다.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복궁 담벼락 현장 /시민독자 이정훈 씨 제공

문화재청은 초벌작업이 끝나면 지워지지 않은 낙서까지 제거하기 위해 레이저 세척 작업과 도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처벌은?

경복궁은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역사와 규모 면에서도 5대 궁궐 중 앞서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으며,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임금이 거처하는 대표 궁궐)이기도 하다.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으며, 이번 테러가 가해진 영추문의 좌, 우측 부분 등 담장 전 영역도 이에 포함되어 낙서범 처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허가 행위 등의 죄’를 규정한 법령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92조 3항에 따르면 문화재청 허가 없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화재 훼손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시민독자 이정훈 씨 제공

앞서 경복궁관리소 측은 사적으로 지적된 경복궁을 무허가 현상 변경 법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와 복원 비용 청구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역시 이번 낙서 테러에 대해 어떠한 허가 없이 문화유산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준 행위로 보고 관련 법률과 처벌 기준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첫 낙서 사건의 용의자들이 서울경찰청 담벼락에도 낙서를 한 것에 대해선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 모방범행 용의자 ‘자수’

경복궁 담벼락이 낙서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 가운데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첫 번째 낙서의 모방범행으로 새로운 낙서 테러를 범한 용의자는 지난 18일 자수를 했다고 한다.

모방범행 용의자는 20대 남성으로 밝혀졌으며 약 6시간 동안 조사받고 오후 5시 50분께 귀가 조치했다는 전언이다. 자진 출석해 조사받은 낙서범은 현장을 찾은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범행을 한 이유에 대해 평소 특정 가수의 팬이었고, 이에 따른 팬심에 의해서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문화재 훼손, 처벌 사례는

그렇다면 우리나라 문화재 훼손 처벌 사례들은 어떻게 될까. 문화재 훼손 사례 중 아직까지 우리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사건은 국보 1호 숭례문의 방화로 인한 화재다. 실제로 이번 경복궁 낙서 테러 사건을 접한 대중들 중 다수는 여러 SNS와 커뮤니티, 기사 댓글을 통해 숭례문 방화 사건이 떠오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회자될 만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인 것이다.

2008년 2월에 일어난 숭례문 방화 사건은 2층 누각에서 발생한 화재가 점차 번지며 숭례문이 전소하고 마는 결과를 남긴다. 당시 소방차 32대와 소방관 128명이 출동하여 진화 작업을 할 만큼 큰 화재였으며, 많은 국민은 전소하는 대한민국 국보 1호의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이를 기리며 추모하기도 했다.
 

복구된 숭례문의 모습 /윤미지 기자

숭례문 방화범은 70대 남성 채 씨. 이유는 채 씨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경기도 고양시 땅이 도로 건설을 위한 부지로 확정되면서 이에 따른 토지 수용 보상금이 적다는 것에 불만을 가져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600년 역사 동안 수도 서울을 지킨 상징적인 문화재 숭례문을 방화로 인해 전소하게 하고 채 씨가 받은 처벌은 징역 10년 형이다. 일각에서는 문화재를 훼손한 피의자에 대한 처벌로서 약하다는 여론도 존재했으나, 다른 문화재 훼손에 비해서는 형량이 높은 편에 속한다. 숭례문이 가진 역사성과 문화적 상징성을 고려해 비교적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번 경복궁 낙서 사건과 비슷한 낙서로 인한 문화재 훼손에서의 형량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09년 사적으로 지정된 전북 전동성당 출입문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2명은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바 있다. 또 2017년 사적인 울산 언양읍성에 마찬가지로 스프레이를 사용해 낙서한 1명은 징역 2년이 선고됐다.

그렇다면 숭례문 방화 사건 이전의 문화재 훼손에 관한 처벌은 어땠을까. 2006년 4월에 일어난 창경궁 문정전 방화 사건의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다. 놀랍게도 방화범은 2008년 숭례문 화재를 일으킨 채 씨. 숭례문 화재를 일으키기 전에 먼저 창경궁 문정전 방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같은 해 5월에는 수원화성 서장대 방화 사건이 있었다. 당시 20대 남성은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으며, 11월에는 일제의 잔재라며 한 30대 남성이 덕수궁 물개상을 쇠망치로 수차례 내려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문화재 훼손, 엄벌 필요해

일부 대중들은 이번 경복궁 담벼락 낙서범들에게 중한 처벌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화재를 훼손하면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본보기를 보여야 모방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시 가림막이 설치된 문화재 훼손 현장 /윤미지 기자

특히 특정한 정치적, 환경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피치못할 범행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고의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 행위라 생각되는 만큼 그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보여진다.

현재 경복궁이 역사적으로 높은 중요성을 가진 문화재임을 생각할 때 이번 낙서범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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