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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아담한 한옥에서 일곱 작가들의 인연이 예술로 맞닿다, 《관계로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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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아담한 한옥에서 일곱 작가들의 인연이 예술로 맞닿다, 《관계로그》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1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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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그》展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회화, 조각, 설치, 가구, 도자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영옥, 김재용, 박선기, 이혜미, 잭슨홍, 정영도, 한정현 작가 7인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호젓한 한옥에서 ‘예술’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전시 《관계로그》展이 이달 30일까지 서울 팔판동에 위치한 한옥 ‘호호재(蝴蝴齋)’에서 개최된다.

하균학술문화재단과 체어스온더힐의 한정현 작가가 총괄 기획한 전시 《관계로그》展의 키워드는 ‘아토포스(Atopos)’다. 롤랑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에서 사랑하는 대상을 아토포스라 인지했다. 플라톤의 책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그를 아토포스라 부르곤 했던 것처럼 그 어떤 상투적인 것에 포함될 수 없는 독창성으로 인해 분류될 수 없는 대상. 즉 내가 사랑하고 나를 매혹하는 사람이 '아토포스'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정상급 작가 7명이 모여 회화, 조각, 설치, 가구, 도자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공간인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건축가의 설계로 탄생한 팔판동 한옥 호호재는 삼청동 길에서 조금 들어가 자리한 아담한 이층 한옥이다. 
 

한옥 호호재 /김서진 기자

기존에 있던 한옥 마당의 아늑함을 누리면서 전체적인 공간을 단순하고 기능적으로 계획해 지금에 어울리는 모더니티를 부여했다. 예를 들면 대청은 한 칸을 일반적인 크기보다 크고 단순하게 구성해 그 안에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쓰임과 전개가 가능하게 했다. 마당을 바라보고 크게 열리는 시스템 창호를 두어 투명함과 개방성이라는 현대적 공간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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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층을 올려 변화하는 도시환경의 다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했다. 계단으로 이어진 2층 공간에 올라서면 마당과 기와지붕 위로 삼청동 가로수가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으며 지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도시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김영옥 <Light Play 2023> /김서진 기자

"나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에 기인한다. 달항아리와 청자의 친숙하고도 고전적인 형상들을 분해하고 조합해 현대적인 기법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불어넣는다"

<Light Play 2023>는 점과 선이라는 본질적 기호로 이루어져 있으며 빛을 통해 금속의 물성과 기하학적 조형을 극대화하도록 했다. 이들은 해체와 결합이 가능한 천여 개의 알루미늄 볼과 길고 짧은 금속선들로 연결되어 있다. 반복되어 늘어선 볼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의 파편과 반사된 잔상들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넘나들어 마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이 투영된 공간을 느끼게 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하나의 건축이 된다. 
 

잭슨홍 <Heimlich (하임리히)> /김서진 기자
잭슨홍 <Rhodesign Insignia (로디지아 공군 기장)> /김서진 기자

잭슨홍 작가는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중첩된 영역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설치미술, 조각과 장식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물리적 대상들과 그 이면의 역사적 맥락, 추상적 질서를 고안하고 제작해 왔다.
 

한정현 <Unordianary series-S> /김서진 기자
전통 소재와 컨템포러리 디자인의 결합 /김서진 기자

한정현 작가의 가구는 고전적 가구 디자인 문법을 초월하는 비틀림과 꺾임, 끼워맞춤 등을 통해 비정형성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며 동시에 시적이고 함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언오디너리 시리즈는 전통 가구의 '창의적 새활용'을 통해 전통의 소재를 컨템포러리 디자인에 융합시켜 시간, 정신, 물질의 상호교감을 유도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전통 물건을 해체해 그 쓰임새를 정리하고 그 기억과 이야기를 현대의 가구(사물)에 전이시킨다. 언오디너리 시리즈는 평범하지 않은 비대칭적 구조에, 전통 자개장의 문짝을 길이 방향으로 조각내어 목재에 채워넣어 완성했다. 과거의 재료가 가진 이야기들이 현재에 영감을 주며 단순한 더하기 대신 창조적 새활용을 도모한다.
 

정영도 <Here, we stand for you> /김서진 기자
정영도 <비상> /김서진 기자

"같은 것을 경험해도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는 상이하기에 다름을 공유하는 무대로써 내 페인팅이 위치했으면 좋겠다"

정영도 작가에게 내면의 소리를 이야기의 요소로 끄집어낸 것을 관람객들과 공적인 장소에서 나누며 이것이 어떻게 귀결되어야 한다는 목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좀더 직설적으로, 때로는 좀더 우회적으로 개인의 선택이 가미될 뿐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지기존의 맥락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미 보는 사람의 것으로 해체되고 새로 조립된다. 이 과정을 거쳐 작가는 소통의 목소리를 나누고 싶으며 공감을 통해 타인과의 거리를 메우고 싶어한다. 
 

김재용 <DONUT fear to shine 2023> /김서진 기자
김재용 <Tiger and Magpie with Donut A012> /김서진 기자

김재용 작가는 반짝이는 페인트를 입히고 글리터와 크리스탈로 장식된 도넛 모양의 세라믹 조형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8년 개인적으로 우울했던 시기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세라믹으로 제작한 도넛 조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들은 뉴욕의 금융계에서 목격한 탐욕과 식탐에 대한 작가의 반응으로도 볼 수 있다.

김재용 작가의 '맛난' 디저트는 2005년 작품 <Donut Rush>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다층의 글레이지로 코팅되어 있으며 크리스탈, 글리터 등을 이용한 강렬한 패턴과 다양한 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작가는 테디베어의 두상을 재현한 것처럼 보이는 귀를 부탁한 도넛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선기 <An Aggeregation 20231112> /김서진 기자

"숯은 그 자체로 실재이면서 동시에 그 원형이었던 식물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견고성 저 너머에 있는 부서지기 쉬움 즉,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존재의 나약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부서지기 쉬운 형태가 실재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실재의 본질에 대해 사색할 수도 있다.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형태와 설치된 장소를 이러한 생각하는 장소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실재 너머의 개념적 실재까지 넘나들게 만드는 통로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박선기 작가는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에서 유학하였다. 숯을 공간에 매달아 동양과 서양의 정서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영 등을 주제로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해 오고 있다. 
 

이혜미 <Silver moonjar> /김서진 기자
이혜미 <Silver line> /김서진 기자

이혜미 작가의 작업은 과일이나 식물을 담아내는 쓰임을 가지기도 하고 오브제 자체가 하나의 조형이 되어 훌륭하게 공간을 채우기도 한다. 풍경과의 조우는 오브제를 더 영롱하게 만들며 마침내 놓여진 자리에서 작업의 완성에 이른다. 작가는 선조들의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존경한다. 소박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절제된 형태의 미감이라 생각하며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간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기 위 은채로 작업하는 주된 기법은 시간을 존중하는 작가의 의도를 함축한다. 작가는 매 작업 직접 흙을 만져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뒤 그 위로 은을 켜켜이 쌓아올린다. 이는 행위를 통해 온전히 시간을 쌓는 것이며 응축된 아름다움과 유연한 우아함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그의 작업은 정제된 조형 안에 풍경을 끌어안는 넉넉함을 담으며 세라믹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다양한 요소들이 각자 아름다움을 지니며 그 아름다움에 반한다. 사랑의 담화에서 7명의 대상자(아토포스)들은 함께 어떤 범주에 고정되지 않고 이탈하면서 조각나고 이어지며 대화를 이어간다. 또한 이들 관계의 날갯짓이 기이한 끌개가 되어 바깥 공간을 향해 움직이며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채우도록 한다. 

전시를 기획한 한정현 작가는 “이번 전시는 모던과 전통이 중첩된 한옥 공간에서 다양한 장르의 상상력이 포개진 작품이 펼쳐진다”며, “작가에게는 아찔한 영감을, 관람객에게는 행복한 예감을 나눠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관계로그》展의 전시 공간인 호호재는 전시 종료 후에 공간 임대 서비스를 제공해 각종 클래스 및 예술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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