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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반적인 도자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한 현대도예, 《현대도예-오디세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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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반적인 도자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한 현대도예, 《현대도예-오디세이》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11.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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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도예-오디세이(Odyssey of Contemporary Ceramic Art)》展 /경기도자미술관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국도자재단이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2023 경기도자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Odyssey of Contemporary Ceramic Art)》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자미술관이 소장한 세계적인 현대도예 작품 전시를 통해 일반적인 도자기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해 온 현대도예의 변천 과정을 알리고 ‘도자’에 대한 도민의 인식 변화와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기획됐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전시는 ▲1부 ‘흙, 현대 도예의 서막’ ▲2부 ‘흙, 현대도예 모색과 탐구’ ▲3부 ‘흙, 현대도예 모색과 탐구’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현대 도예사의 시작과 뿌리가 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국, 미국, 일본의 선구자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한국도예는 해방 수 산업과 기술 측면의 전통 공예에서 창작표현의 미술 개념으로 이행 과정을 거치며 1950년대 중반 이후 전통 계승과 현대화를 위한 움직임 속에 현대도예가 형성됐다. 한편, 당시 한국도예뿐 아니라 세계 현대도예에 '점토 혁명'을 보여준 미국과 일본은 과거 도자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예술 매체로서 점토의 혁신적 작품 활동을 펼치며 현대도예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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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 중반 이후 한국도예는 '한국적 정체성 구축'과 '현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이 즈음 '한국조형문화연구소'와 '한국미술품연구소', '한국공예시범소'가 설립되었는데 이들 연구소는 한국도예의 회생과 새로운 기반을 다지며 전통에 대한 재현 의지와 전통 공예의 재인식을 바탕으로 현대도예의 창조를 표방했다.

이후 1960년대 전후로 대학에서 도예 교육이 시작되고 정규, 권순형, 김익영, 원대정이 미국 유학을 다녀오면서 이들이 경험한 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국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현대도예를 다음 세대로 이끄는 선구적 역할을 하게 됐다. 당시 작품은 한국 도자의 계승·발전을 바탕으로 제작 기술과 유약, 문양 등 표면의 표현 변화를 모색하며 현대성을 반영함으로써 한국의 '현대도예'가 이루어지는 초석을 다졌다. 

 

한창문 <분청사기철화당초문푼주> /김서진 기자

조선시대 분원 관요 사기장이었던 청담 4대로서 일제강점기부터 지속적으로 도자기를 제작했던 장인이다. 1967년 전국 도예전에서 대통령문화상을 수상했다. 1968년 경기도 광주에 산곡요를 설립, 분청자를 중심으로 작업했으며 인화, 박지, 귀얄기법 등을 활용해 문양을 표현하고 채색에도 변화를 주었다. 국내외 전시 활동을 통해 한국의 전통 도자를 재현해 알리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정담순 <벗어나고 싶은 심정> /김서진 기자

정담순은 한국 도예가 현대 도예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흙의 조형성에 집중하고 도자의 표현 확장을 시도하여 현대 도예의 기반을 마련한 작가다. 그는 흙의 본질을 탐구하고 재료 자체의 예술성을 발견하고자 했으며 새로움과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전통적인 도자기의 재현에서 벗어나 물레로 제작한 기물의 형태를 변형하기도 하고 인간, 땅, 하늘을 통한 인간의 생성원리를 주제로 표현하고자 했다. 

광복 이후 한국전쟁으로 산업기반이 무너진 역경 속 한국의 도예를 회생하고 기반을 다지고자 설립했던 한국조형문화연구소와 한국미술품연구소는 경영난으로 오래 운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의 소속 장인이었던 유근형, 지순택, 고명순, 김완배, 윤덕중, 윤석준 등은 1950년대 말부터 칠기 가마가 있던 경기도 이천 지역에 모여 작업을 이어갔다.

유근형의 해강청자요, 지순택의 고려도요, 조소수의 광주요가 1960년대 중반에 설립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천 일대에는 상당수가 전통 도자의 제작기법과 기술, 재현에 몰두한 전승 도자가 밀접된 지역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1965년 일본인들의 전통도예 수요증가로 도자기 생산과 수출이 증가했는데 당시 일본 수출에는 환일무역과 한국 조일물산 등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조소수의 역할이 컸다. 오늘날 이들을 비롯한 다수의 선구자들이 전통도자의 재현과 도자산업발전에 기여하며 한국근현대 도자개척과 이천 도자역사의 기반형성에 힘썼다. 
 

지순택 <백자청화진사동백문주산호> /김서진 기자

지순택은 1954년 대한민국 국립박물관 국보 복원사업에 참여했다. 1966년 이천에 고려도요를 설립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재현에 힘을 쏟았다. 198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호 분청·백자장 기 예능 보유자로서 전통 도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대중화에 힘썼으며 한국도예의 바탕과 이천시가 도자의 도시로 발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유근형 <청자버들문매병> /김서진 기자

500여년간 단절되어 잊혔던 청자 제작기술을 복원해 고려청자를 재현했으며 작고할 때까지 고려청자 전통을 계승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명장이다. 한국 근현대 도자 개척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고 198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호 청자장에 선정되었다. 85년 동안 오로지 고려청자 연구와 제작에 몰두해 고려청자의 전통을 현대에 연결해 준 도예가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조소수 <백자포도양각항아리> /김서진 기자

젊은 시절 일본에 건너가 동경에서 자수성가한 조소수는 해방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무역업으로 명성을 쌓았다. 1945년부터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 연구를 시작했고 홍재표, 지순택 등이 운영하던 수금도요를 인수해 경기도 이천에 광주요를 설립했다. 광주 관요의 유서 깊은 전통을 재현하고 알리고자 했던 조소수는 1971년 일본 동경에 광주요 상설전시관을 개관해 18년간 279회라는 기록적인 전시회를 일본 전역에서 개최했다. 

제2차세계대전 전후로 미국의 도예는 유럽에서 이주하거나 망명한 작가들과 동양의 도자 미학, 미국 미술계를 세계의 중심으로 전환한 추상표현주의 미학의 영향을 받으며 과거 인습으로부터 혁신과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예가 출현한다. 1950년대 피터 볼커스를 중심으로 한 오티스 그룹은 점토를 전통 공예의 범주가 아닌 예술 매체로 인식하며 무의식적 행위의 예술과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즉흥성, 우연성, 회화성 등을 조형예술로 표현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작품들은 당대 미국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미학적 개념 안에서 해석되어 추상표현주의 도자라 불렸다. 점토에 대한 혁신적 시각은 시대와 환경,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나 표현의 확장을 이끌었으며 1960년대 펑크, 1970년대 슈퍼 오브제, 극사실주의적 표현, 초현실적인 형상, 설치, 해프닝 등으로 다변화됨으로써 현대도예의 장르와 매체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 
 

피터 볼커스 <펜린> /김서진 기자

피터 볼커스는 19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도자에 접목해 '도예혁명'을 이끌며 도예를 예술의 범주로 견인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점토를 즉흥적으로 쌓아올리거나 자르고 뜯어 해체한 뒤 다시 조합하는 등 형태와 기술에 한계를 두지 않고 전통적인 제작기법에서 벗어나 흙을 창작자의 자유로운 사고를 표현하는 매체로 인식해 도예의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다. 오티스 미술대학에 도예과를 설립하는 등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 실험적 예술 활동을 보여주었다. 
 

마릴린 레빈 <페기의 상의> /김서진 기자

마릴린 레빈은 자신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을 흙이라는 물질 언어를 통해 표현했다. 특히 가죽은 사용자의 흔적에 따라 주름이 생기고 마모된 부분을 통해 시간의 축적을 표현하는 물질이라고 여겨 일상의 사물이 사용자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지를 가죽의 특징을 주목해 작업했다. 작품은 시각적인 요소와 촉각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의식과 무의식, 지각과 현실, 실재와 비실재, 용도와 무용성, 영원성과 비영구성 등에서 갈등하는 병치를 표현한다. 
 

켄 프라이스 <모라> /김서진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켄 프라이스는 독특한 조형 스타일과 독보적인 색채감의 추상작품을 선보이며 전후 도자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부드러운 선과 볼륨감을 가진 기묘한 유기체 덩어리 또는 기하학적 형태와 표면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아크릴 페인트를 수십 겹 칠한 뒤 다시 벗겨내 다채로운 색을 드러내는 독창적인 시도로 현대 도자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일본 현대도예 작가들의 작품 /김서진 기자

일본의 근대는 국가적 차원의 사회문화 변혁기를 거쳐 산업에서 예술로 변모한 과정과 작가들의 미의식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현상 속에 새로운 도예의 서막을 올린다. 특히 2차세계대전 이후 공예의 본질로 의식해 온 쓰임의 개념에서 벗어나 일본 전통도예와 상반된 입장에서 새로운 도예를 추구한 작가들의 모임이 결성되면서 새시대에 대한 담론이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1948년 교토 지역의 야기 가즈오를 중심으로 결성된 소데이샤 그룹은 이전 세대에서 벗어나 비정통과 비표준에 대한 가치 부여를 통해 자유롭고 새로운 도예의 방향을 선언했다. 소데이샤 작가들에 의한 전위도예는 도자기의 소재와 기법으로 도예가가 표현한 쓰임이라는 기능을 버린 도자 조형 작품으로서 일본의 근대도예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며 급진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도예의 특성인 소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도예 본질의 사고방식에 변혁을 이끈 순수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그 의미를 지닌다. 
 

니시카와 미노루 <은도금한 호형 사각 꽃병> /김서진 기자

독창적인 조형적 표현과 이라보유약을 사용해 주목받는 도예가다. 이라보유는 순수 자연유약으로 재를 매용제로 하는 재유약이자 철유약으로 소박하면서도 온화하고 부드러운 발색을 내 편안하고 깊이있는 색감과 질감을 드러낸다. 작가의 작품은 기의 다양한 형태 위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무늬를 만드는 이라보유와의 색 조화를 표현함으로써 단단하게 응축된 무게감을 보여준다. 
 

호시노 사토루 <변용-꽃> /김서진 기자

호시노 사토루는 1974년 일본의 전위도예그룹인 소데이샤에 합류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추상 조각을 실험했으며 소성 과정에서 연기를 먹여 제작하는 검은색 흑도는 호시노 사토루의 상징적인 스타일이 되었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점토 덩어리를 눌러 흔적이 뚜렷한 패턴으로 작은 그릇부터 벽면과 방을 가득 채우는 대형 조형물까지 다양한 크기로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20세기 중반 현대도예가 시작된 이래 21세기의 오늘날까지 현대도예가 펼쳐낸 다양한 표현 양상 중 '물질'의 개념을 바탕으로 나타낸 작품을 2부에서 살펴본다. 물질은 사전적으로 물체를 이루는 재료, 즉 물체의 본바탕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계의 구성요소의 하나로 다양한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실체이자 공간과 질량을 갖는다는 의미가 있다. 모더니즘이 시작되면서 예술의 순수한 자율성을 표출하는 한 방식으로 물질성이 부각되었다.

현대도예에서 물질성은 매우 추상적이며 즉물적으로 순수하게 재료의 물질성을 드러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점토는 도자의 가장 본질적인 재료적 특성과 제작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물질적, 화학적 변화를 통해 그 물질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매체와의 차별성을 내세운다. 또한 흙, 성형, 유약, 소성 등 작업과정에 있어 고정된 방식이 아닌 도자예술 고유의 재료와 기술, 일련의 제작 단계를 파헤치고 물질의 재발견을 통해 도자예술의 특성을 굳건하게 하도록 했다.

이러한 물질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도자예술은 완성된 작품을 단순히 하나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감상에서 탈피한다. 오히려 물질과 창작 주체의 시각적, 촉각적 경험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흙, 유약, 불 등의 원초적 물질로 변환되는 창작과정과 작가와 작품 사이의 감정적인 연결형성, 그 사이의 상상력에 주목한다. 
 

신상호 <상상의 동물머리 56> /김서진 기자

흙에 대한 자유와 혁신을 시작으로 한국현대도예의 확장과 다양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본 작품은 회화적 표현이 강한 분청으로 기물, 동물, 인물상 등 추상적 작품에서 시작해 1995년경 아프리카의 원시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이어진 '아프리카의 꿈' 시리즈 중 하나다.

아프리카를 처음 대면했을 때 무의식적 본능이 염원한 이상의 대지, 영혼의 고향을 발견한 듯한 충격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은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다. 각기 다른 상상의 동물 두상은 반복된 배치와 동일한 금속빛 색으로 구성된 대형설치작품으로 원초적 생명의 상징인 동물이 마치 주술에 걸린 존재처럼 강렬하고 원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손 오예칸 <치유하는 존재> /김서진 기자

로손 오예칸은 나이지리아인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나이지리아에서 응용화학을 공부하고 22세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도예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의 기후, 지역적인 특성, 그들의 삶을 압축해 표현한 작품으로 신비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흙으로 지은 집 또는 흰개미들이 인내해 완성한 안식처를 연상시키는 자연적인 형태는 흙이 가진 원초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수많은 구멍을 통해 인간 세상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어둠 속의 한줄기 빛처럼 외부로 표출해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엔리케 메스트레 <무제> /김서진 기자

<침묵의 기하학>으로 알려진 스페인 출신의 작가 엔리케 메스트레의 작품으로 점토판의 결합을 통해 안정적인 블록 형태를 제작한 후에 절단면이나 구조물을 더하여 견고한 표현적 기능주의 건축물을 연상케 한다.

적막한 무채색과 거친 표면 질감, 엄격한 형태를 통해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로부터 질서와 균형, 합리적인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기하학적 형태와 치밀하게 계산된 은밀한 구조를 가진 이 건축적 조각은 조용하고 차가운 인간의 고독한 삶과 함께 뭔가 숨겨진 스토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호기심의 공기를 포함하고 있다. 
 

나카시마 하루미 <분투하는 형태 0402> /김서진 기자

나카시마 하루미는 일본현대도예운동 '소데이사'에서 큰 영감을 받았고 피카소와 유럽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미학을 구현해내는 작가다. 선명한 푸른색의 점들로 뒤덮인 둥근 유기체 같은 형태가 계속 분열과 증식을 반복해 확장되어 간다. 구불구불한 몸체는 따로 정면이 없다.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어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것처럼 연결된 형태만이 존재한다. 작가는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3부에서는 자유로운 조형 언어의 획득 이후 작가의 주관적 사고와 감정, 내러티브 표현을 담은 3차원의 입체 조형과 다원화된 현대도예가 전개된다. 21세기에 나타난 현대도예의 다양한 표현 양상을 "새로운 형상과 회화성", "기 심미성의 탐색", "현대도예의 다원화" 섹션을 통해 선보인다. 20세기 초반 피카소, 호안 미로 같은 거장들은 도예를 발견한 사물처럼 매체로서 적극 활용하고 문화적 규약을 넘어 자유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점토를 캔버스로 인식한 도자예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점토를 3차원적인 물감처럼 다루거나 도자기의 형태를 캔버스처럼 사용하고 유약의 색을 통한 표면의 변화를 주어 도자예술만의 회화적 특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기는 실생활과 밀접한 도자 문화를 바탕으로 사용 목적과 미적인 창작표현이 담긴 기물로 공예적 탐구와 관념적 대상으로 나타났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들어 현대도예는 기술 발달과 복잡한 사회문화와의 관계 속에 다원적이며 해체적인 경향들이 시도되었다. 탈장르나 융합의 의미를 넘어 도자예술 장르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또다른 범주의 도자예술을 모색하고 탐구해 나가고 있다. 
 

패티 와라시나 <마일 포스트 퀸 연작-형상 C> /김서진 기자

패티 와라시나는 미국 워싱턴주 일본계 이민세대의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조각 전공으로 창작을 시작한 작가다. 50년 이상의 작업 경력을 인간 형상에 집중해 왔다. 인체와 인물상은 개인의 역사적 과거나 개인이 속한 문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기록지이기 때문이다. <마일 포스트 퀸>은 작가가 이탈리아에 머물 때 그리스와 이집트의 여인상 기둥에서 착안한 것이다. 아시아, 아메리카, 지중해와 관련된 심리학적 시간의 표시로서 일종의 안내 기둥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여성, 동양인, 페미니스트로서 또 미국과 일본 두 태생적 문화 환경과 유럽에서 받은 영향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계속해서 이동하고 변화하는 삶과 그 변화를 짊어지고 온 개인적 심리에 대한 조형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또한 인물상의 형태는 단순하고 추상화되었고 그가 과거에 사용했던 화려한 색채 대신 중채도의 흙 고유의 색으로만 표현해 특정 시간과 지역이 아닌 인간 본성의 보편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아네타 레겔 <감히 당신이> /김서진 기자

아네타 레겔의 작품은 울퉁불퉁하고 갈라진 표면, 여러 층의 유약이 선혈처럼 엉킨 강렬한 형상이 표현된 작품으로 작가가 살았던 자연 속에서 발견한 의인화된 형태 또는 물체를 모방한 추상 조각이다. 폴란드 공산정권 말기의 복잡한 근현대사를 체험한 작가는 비정상적인 형태의 변형, 갈등, 사람과 사회가 변화해 가는 혼돈스러운 양상을 주목해 왔다. 유약을 여러겹 덧바르거나 수차례의 소성을 거치고 화강암 등 암석 조각도 사용해 표면의 변화와 거칠고 복잡한 질감을 만들며 변형과 충돌,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본 섹션에서는 소장품 중 기 형식 안에서 쓰임, 그 이상의 무한한 확장성을 담은 작품과 차도구, 오브제 주전자 컬렉션을 한눈에 살펴보고자 한다. 기는 바닥을 딛고,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는 전형적인 그릇의 형태로부터 실용과 조형, 공예와 예술, 전통과 현대 등 경계를 넘어 시대의식을 반영한 공예의 가치와 미학적 관점이 녹아 있다. 용기라는 쓰임의 물리적 기능뿐 아니라 응용의 기능 즉, 하나의 실체로서보다는 현대공예 미학의 유연하고 확대된 개념으로 넓어지게 되었다.

실생활의 쓰임을 위한 그릇부터 감각과 사회문화, 정체성, 역사를 매개하는 역할로서 관념의 대상이 된 기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펼쳐내고 있다. 또한 차도구는 시대의 생활문화와 도자기의 발전을 가져오는 데 영향을 끼치며 작은 기물 안에 문화와 소통, 생활을 담아내 도자문화의 한 줄기를 만들며 이어지고 있다. 
 

랍 루이머 <공간공포> /김서진 기자

이 작품은 랍 루이머 작가가 작곡가 베리 콜만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사운드 퍼포먼스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공허함을 인간 목소리와 진동수 음을 끌어내 음의 과잉을 통해 발생하는 소리로 인간의 두려움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서로 마주보는 4개의 도자 오브제 설치물은 공간이 뚫려 있어 실행자는 머리를 집어넣은 공간 안에서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소리를 각자가 울려퍼지게 한다.

전시 공간에서 퍼지는 진동의 울림으로 주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공포감을 느낀다. 작품은 설치된 공간 안에서 이동과 방향의 움직임이 자유롭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과 소리로 관객과 관찰자는 공포감을 느끼게 되며 무지적이며 비자발적인 상황에 처한다. 공포는 늘 예기치 못한 모든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허감에 대한 공포를 도자기 오브제와 진동수의 배음으로 작품을 표현했다. 
 

아담 아벨 <잔치> /김서진 기자

이 영상 작품은 철도 도자기 절연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Labb 절연체 공장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도자기 절연체 공장은 연속되는 생산의 순환과 결점이 없는 완성품을 만들어 원래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의미와 미적 구성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직접 그곳에서 3주 동안 거주하면서 수백 개의 도자기 쓰레기가 주기적으로 배출되는 것을 관찰했다.

그는 매일 아침 도자기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고 이 소리는 전날의 생산 과정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부서진 도자기 절연체 파편들은 결국 쓰레기 더미 위에 쌓여 간다. 세라믹 조각과 디지털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하는 아담 아벨은 도자기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로 생각한다. 현대 문명의 기술적 혁신의 항연은 성경에 나오는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발타사르의 축제가 되어 종말을 예고하는 향연의 장면으로 표현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현대도예-오디세이》展은 전근대적 도자수공업에서 벗어나 예술로서 도자를 정립한 20세기 현대도예의 시작과 오늘날 현대도예의 다양한 표현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 관계자는 "흙이라는 도자예술의 이해와 특징을 한눈에 살펴봄으로써 내일의 현대도예를 향한 사고의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자미술관은 지난 20여 년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비롯해 다양한 현대도예 관련 국제 전시·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집한 총 2,466점의 세계 주요 작품을 주기적인 상설전 개편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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