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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매년 함께 쌓아 올리는 문화사적의 가치, 젠네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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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매년 함께 쌓아 올리는 문화사적의 가치, 젠네 모스크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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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네 모스크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젠네 대모스크는 수단-사헬 건축 양식의 대형 진흙 벽돌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젠네 모스크는 고대 무역 도시였던 말리 젠네 중앙시장 광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첫 번째 모스크는 13세기경에 지어졌지만 현재의 젠네 모스크 형태는 여러 번 재건축을 거쳐 20세기에 지어졌다. 젠네 공동체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다. 

젠네 모스크는 젠네 구시가지와 함께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젠네에 최초의 모스크가 건설된 정확한 날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적어도 14세기 즈음으로 추정한다. 모스크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기록은 초기 역사를 알려주는 알사디의 『타리크 알수단(Tarikh al-Sudan), 수단의 역사』로, 17세기 중반 이전 이미 구전으로 이 모스크의 존재가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쿤부루 술탄이 무슬림으로 개종을 하면서 왕궁을 부수고 그 자리에 모스크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모스크 동쪽에 새로운 왕궁을 지었고 그의 후계자가 모스크의 첨탑을 짓는다. 이후 그 후손들이 주변을 둘러싸는 벽을 지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탐험가 르네 카일리에(René Caillié)가 1828년 젠네를 처음 방문하면서 서양에도 이 모스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다. 그는 "젠네에는 흙으로 만들어진 모스크가 있는데 두 개의 커다란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으나 첨탑은 보이지 않는다. 그 규모는 매우 크지만, 정교하게 지어진 건물은 아니다. 이 모스크는 현재 버려진 상태로 수많은 제비들이 그 속에 둥지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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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네 모스크 /flickr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젠네는 바니 강의 범람 지대에 위치해 있다. 젠네는 곧 수단 사막과 기니 열대우림에서 온 상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발전한다. 16세기에는 말리의 가장 중요한 무역 중심지로도 알려진다. 특히 위치 자체가 금 광산, 소금 광산으로 이어지는 무역로였기 때문에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건물 중 하나인 젠네 모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으로 지어진 구조물이다. 젠네는 13세기 초부터 이어져 온 상업, 학문, 이슬람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이후 대모스크는 지역 주민들을 포함해 말리를 장악한 프랑스 식민 세력의 상징이 된다. 수 세기에 걸쳐 젠네 모스크는 말리의 종교 및 문화 생활의 진원지이자 진네 공동체를 대변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젠네 대모스크는 세 번째로 재건축된 건축물이다. 사하라 사막을 비롯, 사헬 지역에서는 대모스크와 같은 진흙 건물을 매년 재도장을 해야 한다. 미장을 하지 않으면 장맛비에 의해 구조물의 외부가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모스크가 옛 몇년 간 다시 칠이 되지 않으면서 여러 번의 우기를 거쳐 회반죽이 모두 씻겨 나가고 진흙 벽돌이 마모되었을 거란 의견도 있다. 
 

젠네 모스크 /flickr
내부 모습 /flickr

젠네 대모스크는 흙으로 만든 지붕이 건물을 덮고 있으며 기둥들이 구조물을 지탱한다.지붕에는 테라코타로 덮인 여러 개의 구멍이 있어 한여름에도 내부는 시원하다. 낮에는 벽이 따뜻해지고, 밤에는 다시 차가워져 하루 종일 내부에 있어도 쾌적한 느낌을 준다.

벽의 두께는 높이에 따라 다양하며, 거대한 벽은 높은 구조물의 무게를 지탱하고 단열 기능을 제공한다. 대모스크 지붕에는 통풍구도 있으며 환기 기능을 한다. 대모스크의 정면에는 세 개의 기둥이 있고 기둥 꼭대기에는 말리 지역의 다산과 순결을 상징하는 타조알 모양의 장식이 달린 기다란 구조물이 보인다. 

전체 구조물은 바니 강이 범람할 때를 대비해 높은 언덕에 세워져 있다. 벽은 진흙 석고로 코팅되어 있어 매끄럽게 보이는 효과를 얻는다. 지붕으로 덮인 기도실과 개방형 안뜰이 특징으로, 90개의 나무 기둥이 지붕을 지탱하고 있다.
 

건축물을 재도장하는 사람들 /flickr

벽은 야자나무 기둥(toron)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대략 60cm 길이로 박혀 있다. 또한 이 기둥은 매년 이루어지는 벽의 보수를 위한 발판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도자기로 만들어진 반원통형 구조물이 지붕으로부터 돌출되어 있는데,이는 빗물을 진흙벽으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젠네 대모스크는 이슬람 세계 전역의 모스크에서 볼 수 있는 건축적 요소들이 있지만, 젠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미학 또한 반영되어 있다. 진흙과 야자나무 같은 지역 재료의 사용, 전통 건축 양식의 통합, 서아프리카의 더운 기후에 대한 적응 등은 지역 환경과의 조화를 꾀한다. 말리 전역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흙 건축물은 정기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 
 

진흙 구덩이에서 해맑은 아이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젠네 모스크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학자들은 젠네의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길드가 인접 지역 마을의 노예들과 함께 현재의 젠네 모스크를 건설했다고 추측한다. 노동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드럼과 피리를 연주하는 음악가도 제공되었다고 하며 노동자들 중에는 진흙과 모래, 왕겨와 물을 섞어 벽돌을 만드는 석공들도 포함한다. 

젠네 공동체는 독특한 연례 축제를 통해 모스크 유지 관리에 힘쓴다. 매년 4월 열리는 '크레피사주' 축제에는 음악을 연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있지만 지난 한해 비로 인한 침식이나 습도 변화로 인한 균열 등의 손상을 복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축제를 앞둔 며칠 동안 사람들은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석고를 만든다. 굳는 데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꾸준히 저어 줘야 하는데, 이 작업은 보통 이 혼합물 속에서 재미있게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의 몫이다. 
 

회반죽을 만드는 사람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지역 사회의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건축 자재를 혼합하는 작업을 맡는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음악가들은 일하는 동안 노동자들을 즐겁게 하고, 여성들은 건축 혼합물에 쓸 물을 나른다. 젠네 모스크의 벽돌은 진흙, 물, 시어버터, 바오밥나무 가루, 왕겨 등을 혼합해 진흙을 형성하는 방코(점토와 진흙 등의 혼합물)로 만들어진다. 

진흙은 강에서 채취해 마을로 가져와 집앞 거리에 구덩이를 파 만들거나 커다란 통 안에 넣어 만든다. 이 혼합물이 3주 동안 발효되면 벽에 석고를 칠할 준비가 된다. 모든 작업은 사람들의 손으로 진행된다. 남성들은 야자나무로 만든 사다리에 올라가 모스크에 석고를 바른다. 또 다른 남성들은 모스크의 인부들에게 석고를 운반하는 일을 맡는다. 축제가 시작하면 누가 가장 먼저 회반죽을 모스크에 빨리 운반하는지 경주도 열린다.
 

물을 가지고 가는 여성들과 아이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여성과 아이들은 축제 전 구덩이로 물을 나르고 축제 기간 동안 모스크 인부들에게도 물을 운반한다. 제네의 석공들이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이미 여러 번 축제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노인들은 시장 광장에 마련된 명예의 자리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며 훈수를 둔다.

이 엄청난 재건축 축제로 인해 젠네 모스크는 매년 조금씩 모양이 바뀌어도 우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 크레피사주 축제는 젠네 모스크의 벽이 갈라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유지관리 행위를 하는 날일 뿐만 아니라 젠네의 공동체와 신앙, 문화유산을 그들끼리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석고를 바르는 사람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재도장하는 모습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수년에 걸쳐 젠네 주민들은 모스크를 두고 이루어지는 축제를 바꾸려는 외부의 압력에도 버텼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축제 기간 동안 음악을 연주하게 못하게 하려 했으며, 외국인 무슬림 투자자들은 젠네 모스크를 콘크리트로 재건축하고 모래 바닥을 타일로 바꿔 버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젠네의 공동체는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의지와 함께 젠네 모스크의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젠네 모스크는 중세 시기부터 아프리카의 가장 중요한 이슬람 교육기관 역할을 해 왔으며 수천 명의 학생들이 쿠란을 배우기 위해 젠네의 마드라스(쿠란 학교)로 몰려들었다. 1988년 유네스코는 많은 유서깊은 모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리와 젠네를 상징하는 탁월한 상징물"이라는 이유로 젠네 모스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하지만 주변이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어 지금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오늘날 축제를 비롯해 젠네 모스크 자체는 인구 감소와 도시 젊은이들의 참여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어린 소년들이 관광 가이드로 돈을 버는 것을 선호하며, 말리의 수도로 성장 중인 바마코로 이동하는 등 젠네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젠네 모스크와 주민들 /instruments4Africa 유튜브 캡쳐 

오늘날의 젠네 모스크는 세계문화유산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무력충돌, 도시를 떠나는 시민들, 자연재난, 도시개발 등 모든 요인들이 젠네 모스크를 언제든지 훼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젠네 공동체의 노력은 전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의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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