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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에 밀렸어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레이더호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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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에 밀렸어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레이더호젠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11.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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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호젠을 입고 있는 한 남성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바이에른 지역의 여성복을 대표하는 옷을 '던들'이라 한다면 바이에른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알프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복은 '레이더호젠'이라 부른다. 레이더호젠과 던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바이에른을 대표하는 의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에른 지역에서 처음 소개된 지 아주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더호젠은 독일인들의 일종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옥토버페스트를 비롯해 독일 문화를 기념하는 여러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이지만 대부분 옥토버페스트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의상이다. 
 

남성이 입고 있는 레이더호젠 /flickr

레이더호젠이라고 하면 요들을 연주하는 연주자, 민속 무용수 등 전통적·문화적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 시간 동안 가난한 노동자들의 필요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포인트다. 바지는 짧은 길이로 주변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움직일 수 있었고, 길이가 짧다는 건 반바지가 다른 의류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걸 의미했다. 

레이더호젠은 독일인들의 생활 방식과 함께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원래 레이더호젠은 전통 의상을 만드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전부터 독일인들은 가죽을 사용해 부츠 같은 의류를 만들었다. 가죽은 노동자나 농부들이 힘든 일을 할 때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우수한 내구성을 가진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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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가죽 소재로 만들어진 레이더호젠은 힘든 하루 일과 후 쉬운 빨래가 가능했고, 먼지와 오물 등을 쉬이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따라서 레이더호젠은 독일어권 문화에서 특정한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노동 계급을 대표하는 의류였다.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 라이더호젠 /flickr

16세기에는 프랑스의 퀼로트(짧은 바지처럼 생긴 스커트)가 유럽 전역에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퀼로트를 귀족이 입는 바지로 썼기 때문에 부드러운 직물로 만들었다. 18세기 들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노동자들은 입기 편한 형태의 치마바지 스타일을 채택한다. 다만 프랑스처럼 부드러운 원단이 아닌 튼튼한 가죽을 사용했다. 문자 그대로 '가죽 바지'로 해석되는 레이더호젠은 가죽으로 만든 치마바지에 가까웠다.

막시밀리안 1세는 귀족, 기사, 하급 귀족, 상인, 농부 등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 복장 규정법을 제정한다. 이 법은 농부들이 수입 의류나 비싼 보석류를 장식으로 쓰는 것을 금지했다. 자연히 순위가 높은 귀족과 상류층은 비싼 옷과 비싼 보석을 착용할 수 있었다. 17세기에 들어서 복장 규정법은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다양한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후 레이젠호더도 지역적인 변형이 나타난다. 

레이젠호더는 기본적으로 산악 지방 및 시골에 사는 농민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독일 상류층들은 승마나 사냥과 같은 야외 활동에 입기 위해 레이더호젠을 착용했다. 덧붙여 18세기에는 귀족들이 농민들이 입는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다. 레이더호젠은 곧 독일인들의 보편적인 복장이 되었다. 
 

라이더호젠 멜빵의 스티치가 눈에 띈다 /flickr

노동자 계층은 기능성을 위해 단순한 레이더호젠을 입었다면 상류층과 귀족들은 레이더호젠을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했다. 하층민과의 차별화를 두고,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알리기 위해 정교한 자수와 장식을 더했다. 부유층들은 사슴 가죽으로 만든 레이더호젠을 입었는데 염소가죽이나 양가죽으로 만든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편안했다. 

19세기 들어 판탈롱(허리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여성용 긴 바지)이 퀼로트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귀족들은 새로운 유행에 따랐고 레이더호젠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다. 레이더호젠은 다시 농민들과 노동자들이 입는 의류로 간주되었다. 이후 레이더호젠은 독일 이민자인 리바이 슈트라우스가 새롭게 만든 청바지에 의해 점점 관심이 밀려났다. 

청바지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젋은 세대들도 청바지를 핫한 패션 트렌드로 생각했기 때문에 레이더호젠은 독일 생활에서 필수였던 의복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특히 19세기는 역사상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졌던 시기로,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이 유럽 전역에서 절정을 이루던 때였다. 도시 생활은 높은 가치가 있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시골 생활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다. 전세계에서 시골 생활은 자연히 별로 주목받지 못하게 됐다. 
 

바이에른의 전통 의상이 된 레이더호젠 /flickr

그러나 19세기 후반 뮌헨이 바이에른 문화 보존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한 후, 레이더호젠과 던들이 공식 복장으로 지정된 옥토버페스트에서 부활한다. 오늘날에도 이 규칙은 계속 적용된다고 한다. 자연히 레이더호젠을 전형적인 바이에른 의상으로 보는 관점 또한 이 부흥 운동에서 시작했다. 

바이에른에서 전통 의상을 보존하고, 바이에른 민족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이 노력은 큰 지지를 받았다. 루트비히 3세는 이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알프스를 여행할 때 레이더호젠을 착용하기도 했다고. 오스트리아에서도 바이에른과 마찬가지로 지배 계급층이 알프스를 방문할 때는 레이더호젠을 입곤 헀는데, 레이더호젠 보존에 대한 지지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조화를 꾀하기 위해서도 있었다고. 
 

레이더호젠 패션 /flickr

전통적인 레이더호젠은 무두질한 사슴 가죽을 수작업으로 제작해 부드럽고 가벼우면서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측면 포켓이 2개, 엉덩이 쪽 포켓이 1개, 나이프를 넣는 포켓 1개 및 코드피스(남자 바지 앞의 샅주머니, 고간 주머니라고도 부른다)로 구성된다. 오늘날의 목수들이 입는 바지와 유사하며, 칼과 작은 도구를 보관할 수 있는 여러 주머니가 달린 게 특징이다.

색은 갈색, 짙은 녹색 또는 검정색 가죽 바지로 'V'자 또는 'H'스타일의 멜빵이 보인다. 상의는 흰색 또는 밝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는다. 양말은 크림색이나 회색을 신고 검정색 또는 갈색의 하펄 구두를 신는 것이 보통이다.

레이더호젠은 화려한 스티치와 사슴뿔로 만든 단추 외에도 다른 유럽 바지와 비교되는 점이 있는데, 다름아닌 길이다. 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일상적으로 입는 레이더호젠의 길이는 대부분 무릎 정도로 짧다. 아무래도 노동자나 사냥꾼들이 알프스의 가파른 경사면을 쉽게 이동하기 위해서라고 추측한다. 정확한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이 길이를 최초로 언급한 건 아우구스트 레발트가 1835년 오스트리아의 턱스를 여행할 때 쓴 기록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패피로도 어울리는 레이더호젠 /flickr

레이더호젠은 일반적으로 수세기 동안 일관된 특징을 유지해 왔지만 요즘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의류를 구경할 수 있다. 요즘의 레이더호젠은 지속가능한 소재와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소재를 포함, 가죽 이외의 소재로도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물 가죽 사용을 피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합성 가죽으로도 만들어진 의상들이 출시되고 있다.
 

던들과 레이더호젠을 입은 여성과 남성 /flickr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사람들 /flickr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거친 환경에서 일과 운동을 하며 레이더호젠을 입었다면 여성들은 '던들'이라는 바이에른의 전통적인 의상을 입었다. 꽉 끼는 드레스에 화려한 앞치마가 눈에 띄는 의상이다. 이 의상은 제1회 옥토버페스트가 열렸을 때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여러 지역에서 레이더호젠과 함께 유행하던 옷이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상류층과 귀족들이 노동계급 남성·여성들의 패션을 발견하면서 레이더호젠과 던들 모두 다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버전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옥토버페스트 기간 동안 던들을 입은 여성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던들은 상류층과 중산층에 의해 본격적인 패션 스타일로 채택되었다. 
 

던들을 입은 여성 /flickr

바이에른에서 던들이라고 하면 젊은 여성의 의류라는 뜻이 있다. 던들 또한 시골 지역에서 여성들이 입는 드레스에서 유래했으며 요즘의 의상보다 더 튼튼하다. 던들은 드레스 앞치마가 특징이며 이와 유사한 드레스는 16-18세기 유럽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알프스에 살던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면서 바이에른, 오스트리아 지역으로 던들이 퍼지고 결과적으로 던들은 오스트리아 여성 하인들의 작업복으로도 널리 쓰였다.

던들도 레이더호젠과 마찬가지로 농촌 주민들의 전통 의상을 연구하고 보존하려는 운동이 일어난다. 던들을 포함한 민속 의상을 연구하고 홍보하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 민속 의상 부흥 운동은 19세기 초 널리 퍼졌던 낭만주의 운동의 일부를 차지했다.

던들은 소매가 달린 반팔 블라우스에 무릎 길이까지 내려오는 풀스커트, 앞치마로 구성된다. 앞치마의 리본은 매는 방향에 따라 여성의 현재 상태를 알려준다고 하며 리본이 오른쪽에 있으면 기혼, 왼쪽에 묶여 있으면 미혼을 의미한다.
 

레이더호젠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flickr
던들과 레이더호젠을 입은 사람들 /flickr

오늘날 축제 복장으로서의 레이더호젠이 차지하는 부분은 꽤 크다. 옥토버페스트를 비롯, 독일의 소규모 맥주 축제와 같은 주요 행사에 들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레이더호젠과 던들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독일 남성들은 전통적인 축제 외에도 교회에 갈 때나 공휴일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도 레이더호젠을 입는다.

옥토버페스트의 레이더호젠은 바이에른 문화의 지속적인 보존 및 자부심을 나타낸다. 축제를 보러 간 사람들에게 레이더호젠을 입는 것이 필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레이더호젠과 던들을 차려입고 모이는 것을 보는 건 아마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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