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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버마에 세워진 가장 완벽한 수직과 수평, 아난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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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버마에 세워진 가장 완벽한 수직과 수평, 아난다 사원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1.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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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다 사원 /unsplash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1105년 이교도 왕조 짠시따 왕의 통치 기간 동안 지어진 아난다 사원은 십자형으로 되어 있으며,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입상 불상이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몬족과 인도 건축 양식이 융합된 경이로움으로 찬사를 받는 건축물이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현재는 복원되었고 1990년 건축 900주년을 기념해 사원 첨탑에 금을 입혔다.

아난다라는 이름은 부처의 사촌이자 주요 제자 중 하나였던 아난다에서 유래되었다. 한때는 '아난타 사원'이라고도 불렸는데 산스크리트어로 '끝없는 지혜'라는 뜻의 'ananta pinya'에서 유래했다. 아난다라는 말은 불교와 힌두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말로 '행복'을 의미한다. 
 

아난다 사원 /flickr

인도는 힌두 불교 문화였지만, 인도의 서부 국경을 아프가니스탄의 가즈니에서 일어난 투르크계의 이슬람왕조인 가즈니 왕조가 끊임없이 공격을 해 왔다. 결국 13세기 초 델리를 중심으로 인도를 지배한 델리 술탄국이 세워진다. 인도 갠지즈강 평지의 마하비하라(수도원)대다수가 짧은 시간에 파괴되었다. 부다가야, 사르나트, 쿠시나가르 등 신성한 불교 유적지들이 약탈되거나 훼손되고 버려졌다. 유적지의 손실이 심해지고 우상 숭배자들의 표적이 된 불교는 인도에서 점점 쇠퇴해 갔다.

이 사원에는 전설이 하나 있다. 건축가들이었던 승려들에게는 비극인 전설이다. 이슬람의 박해와 함께 후원도 끊기며 불교도들은 인도를 떠나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쪽의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로 도망치듯 쫓겨갔다. 탁발을 위해 짠시타 왕에게 다가간 여덟 명의 승려들에게 왕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다. 이들은 간다마다나라고 대답했는데, 이 곳은 스승도 없이 스스로 깨달아 고독을 즐기며 설법도 하지 않는 불교의 성자인 별지불들이 깨달음을 얻은 붓다를 기다리는 땅이라고 한다. 승려들은 자신들이 명상을 했었던 히말라야의 난다믈라 동굴을 왕에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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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내부 /flickr

왕은 이 설명에 매료되어 약 3개월간 이들을 대접한다. 어느날 왕은 난다믈라 동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이들을 궁으로 초대했는데, 승려들은 자신들의 영적 기술을 동원해 그곳의 풍경을 왕에게 생생하게 묘사하며 난다믈라 동굴을 직접 왕의 눈앞에 가져다 두었다고 한다. 왕은 이들의 능력에 놀라 바간 평야 한가운데에 난다믈라 동굴을 본딴 사원을 지어 주기로 한다.

승려들이 사원 건축을 마쳤을 때, 왕은 이 사원의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름아닌 건축가(승려)들을 죽여 다른 곳에서도 같은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도록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일을 왕 스스로 저지른 셈이다. 결국 이 사원은 바간에서만 볼 수 있는 사원이 됐다. 
 

완벽한 수직과 수평의 조화 /unsplash

이 완벽한 대칭의 사원은 짠시따 왕의 능력이 컸다. 아난다 사원은 초기 바간 시대의 종말과 동시에 중세 시대의 시작이라 불린다. 사원에 있는 불상은 부처의 가르침을 정확하고 진실되게 국민들에게 전하는 것이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버마를 하나의 깃발 아래 통합하여 대중들에게 '종교적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동기를 부여했다.
 

거대한 불상 /unsplash

왕은 아난다 사원을 통해 불교 교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대중에게 전하고 싶어했다. 특히 아난다 사원의 대칭적으로 계획된 구조에서 보이는 석상과 불상은, 짠시따 왕이 대중에게 생생한 시각적 형상을 통해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추측한다. 아난다 사원으로 인해 실제로 짠시따 왕은 불교 건축 분야에서 꽤 이름을 날렸다고. 
 

빛나는 시카라 /flickr

사원의 구조는 단순한 복도 형태로 되어 있다. 사원의 전체 길이는 약 88미터로, 두 개의 주각과 네 개의 테라스가 있다. 균형 잡힌 그리스식 십자가형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황금색의 첨탑 주변에는 여러 탑이 보이며 탑 위에는 티(hti)라 불리는 황금색의 화려한 장식이 눈에 띈다.

사원 건물 중앙에 배치된 가장 높은 탑은 높이가 약 51미터로, 금박을 입힌 시카라(첨탑)는 우주의 신을 상징한다. 이 탑의 구조는 북인도에서 유래했으며 아난다 사원에 인도 문화가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준다. 금박을 입힌 이 첨탑은 수십 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며, 날이 어두워지면 자연스레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친테스 석상 /flickr

테라스에는 버마 전역의 불교 사원들을 지키는 신화 속 버마 사자인 친테스가 배치되어 있다. 중앙 성소에 들어가면 그 끝에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한 네 개의 불상이 있다. 동쪽에는 꼰냐가마나 붓다(Konagamana Buddha, 구나함모니불), 서쪽에는 고따마 붓다(Gautama Buddha, 석가모니불)가, 남쪽에는 깟싸파 붓다(Kassapa Buddha, 가섭불), 북쪽 성소에는 까꾸산다 붓다(Kakusandha Buddha, 구류손불)가 각각 모셔져 있다.
 

북쪽의 구류손불 /flickr

네 개의 불상은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북쪽과 남쪽을 향해 서 있는 불상은 부처의 첫 설법을 상징하는 손의 자세인 다마차카 무드라(왼손의 검지와 엄지 끝을 연결해 원을 만든 모양)를 묘사하고 있다.
 

동쪽의 구나함모니불 /flickr

동쪽을 향한 불상은 오른손 엄지와 가운뎃 손가락 사이에 작은 견과류 모양의 허브를 쥐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 허브는 부처가 고통과 괴로움을 치유하는 법으로 담마(깨달음의 진리)를 제시하는 걸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서쪽의 석가모니불과 두 개의 불상 /flickr

서쪽을 향한 불상은 두려움 없이 오른손을 편 채로, 왼손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는 아바야 무드라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부처의 발치에는 경건하게 앉아 있는 짠시타 왕과 소승 불교를 전파한 승려인 신 아라한의 모습이 실물 크기의 조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 두 개의 불상은 화재로 원본이 소실된 후 새로 복원된 불상이다. 관광객들은 이 곳에 오면 두 개의 불상에 금박지를 붙여 입힌다.
 

남쪽의 가섭불 /flickr

특히 남쪽의 깟싸파 붓다는 가까이에서 보면 슬픈 표정으로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웃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보이는 점이 흥미롭다. 불상을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인자한 부처의 모습을, 불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는 엄숙함을 보이는 부처를 보여주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네 곳의 성소에 배치된 이 불상들은 부처의 '시공을 초월한 편재성'을 보여준다.
 

내부 모습, 어렴풋이 빛이 들어오는 게 보인다 /flickr
플라크 /Wikimedia Commons

내부는 사원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경건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아주 약간의 햇빛만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고대 인도의 불교 설화집인 자타카를 묘사한 플라크(Plaques, 명판)는 유약을 바른 테라코타 타일로 만들어졌다.

사원 벽과 테라스에는 수많은 플라크를 발견할 수 있으며 남쪽에서 서쪽으로 뻗은 구조물 바닥에는 부처를 공격하는 전사들과 신의 행렬을 묘사한 플라크가 552개, 서쪽에서 북쪽을 향하는 입구에는 부처가 초자연적인 힘으로 전사를 정복하는 모습들이 묘사되어 있다. 
 

감실에서 보이는 불상 /flickr

사원 내부에는 약 1,500여 개의 석상이 있지만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마모로 정확한 숫자는 불분명하다. 새겨진 각각의 이미지들은 부처의 일생 중 80여 개의 에피소드를 묘사했다. 싯다르타 왕자가 궁전을 떠나기 전 그의 배우자인 야쇼다라와 아들 나후라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태피스트리 사이의 틈으로 엿보는 장면에서부터 부처의 마지막 생애까지의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아난다 사원의 야경 /flickr

바간에는 고대 사원이 약 3,000여 개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아난다 사원은 몬족 건축의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사원은 바간의 모든 사원 중 단연코 가장 크고, 아름답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평을 받는다.

사원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며, 약 3일간 천 명의 승려들이 낮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경을 외운다. 이 모습은 불교 전반에 대해, 특히 미얀마의 불교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사원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은 꽃이 가득 꽂힌 꽃병을 구입해 불상 주위에 놓는다. 때로는 불상 밑에 촛불을 켜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한다. 

수많은 전쟁과 자연재해에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난다 사원은 정사각형 모양의 건축물과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은 회랑에서 나타나는 균형과 대칭으로 인해 사원 건축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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