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유럽을 화폭에 담았던 반 고흐가 서울의 한강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시선으로 그려낸 한국의 이미지가 한국관광 바이럴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반 고흐가 한국을 방문했다면(’What If [Vincent Van Gogh] Visited Korea)’을 테마로 하고 있는 이 영상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첫 한국관광 홍보영상이다. 관광공사가 공개했으며 반 고흐 외에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작품을 남긴 11인의 거장의 필치로 한국 관광지를 그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 거장들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

영상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장소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모습이다. ‘Seoul, Vincent van gogh(서울, 빈센트 반 고흐)’라는 프롬프트 입력과 함께 탁 트인 ‘서울 한강’의 모습이 등장한다. 뒤로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높은 여의도의 건물들과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화면은 서울의 아름다운 밤을 반 고흐의 화풍으로 구현한 영상으로 변한다.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모티브로 한 듯 보이는 장면은 아름다운 서울 밤 하늘 속 별과 달을 물결치는 소용돌이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파란 하늘과 짙은 건물의 음영이 노란 빛깔과 어우러지면서 반 고흐 특유의 보색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구현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한강의 다리를 달리는 차들의 모습 등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보여준다.

화면이 전환되면서 최근 MZ세대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을지로’가 나타난다. 이번에 입력한 프롬프트는 ‘Euljiro, Seoul, Henri de Toulouse-Lautrec(을지로, 서울,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다.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앙리의 화풍을 통해 표현된 을지로 한 골목의 모습이 조화롭게 연출된다. 힙한 간판들 역시 서울 힙스터들의 감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볼거리다.
 

특히 영상 속에서는 연회 차림을 한 신사가 걸어 나오며 그를 중심으로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가는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신사의 볼이 발갛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화려한 벨 에포크 시대 속에서 압생트에 취해 있는 신사의 모습이 담긴 듯 보인다.

그다음 펼쳐지는 영상은 한반도 첫 인공연못이라고 알려진 ‘부여 궁남지’다. 이 장소에는 작품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의 화법을 적용했다. 드론으로 항공 촬영한 듯 부여 궁남지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은 점차 집중되며 연못 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연꽃을 주목한다. 부여 궁남지는 매년 천만 송이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영상에서는 연못 한가운데 있는 정자인 포룡정을 보여주면서 마치 영상을 시청하는 이가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카메라 워크를 보여준다. 아울러 이를 뭉크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표현법인 자유로운 형태의 붓 터치와 색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전환한다.
 

포룡정에 이어 ‘삼척 미인폭포’의 절경이 펼쳐진다. 미인폭포는 국내 젊은 세대 여행객들에게 ‘밀키스 폭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물색이 깨끗하고 맑은 옥색을 가지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는 젊은 여행객들이 많다고 한다.
 

웅장하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미인폭포의 풍경은 조선시대 화가 정선의 필치를 담아 표현했다. <인왕제색도> 등 다수의 명작을 남긴 정선은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사실적인 묘사를 주로 선보이는 화가다. 특히 여행을 즐기며 전국의 명승을 찾아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긴 인물로 유명하다.
 

다음 소개되는 여행지는 ‘부산 감천 문화마을’이다. 부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해당 마을은 계단식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 아름다운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걷다 보면 마을 속 골목길의 고즈넉한 정취도 느낄 수 있어 많은 국내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영상 속에서 동화 같은 감천 문화마을의 모습은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화풍이 적용됐다. 앙리 마티스는 특유의 색채로 유명해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특색을 감천 문화마을과 접목해 마을 자체를 활기 넘치고 아름다운 색감의 전경으로 표현했다.

부산을 찾으면 꼭 가봐야 하는 명소도 소개된다. 영상에는 알록달록한 감천 문화마을을 지나 탁 트인 ‘부산 광안대교’의 모습을 조명한다. 광안대교는 해상 복층 다리로 국내 최대 규모를 보여준다. 밝을 때 다리를 지나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점도 특색이지만 이곳은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인기다.
 

광안대교를 소개하는 부분에는 프랑스의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의 화법이 적용됐다. 라울 뒤피는 바다를 주제로 한 그림을 다수 그린 화가다. 지중해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화가인 만큼 그의 화풍을 통해 구현되는 광안대교의 모습 역시 웅장하면서도 경쾌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영상 작품으로 완성됐다.
 

힐링할 수 있는 또 다른 국내 여행지도 영상 작품으로 구현됐다. 휴양지로 손꼽히는 ‘담양 죽녹원’은 대나무 정원으로 죽림욕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는 장소다. 도시의 복잡한 인파를 벗어나 곧게 뻗어 있는 대나무 숲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요하게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어 세대를 불문하고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죽녹원은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화풍이 반영됐다. 그는 이국적인 숲의 모습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화가다.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그렸던 그의 특색을 담아 영상에서는 빼곡하게 늘어선 대나무 숲에 붉은빛 의상을 입은 여인이 서 있다. 언뜻 앙리의 작품 <이국적인 숲속을 걷는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어서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익숙한 ‘경주 불국사’가 등장한다. 불국사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교 사찰이다. 신라시대에 건립되어 한국 불교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장소인 만큼 내국인에게도 유명하다. 불국사가 있는 토함산의 아름다운 전경 역시 볼거리다.
 

영상에서는 불국사 연못에 서 있는 다리가 등장한다. 10월이면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 이곳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화풍으로 표현됐다. 모네 특유의 빛에 따라 달라지는 화려한 색감이 반영되어 불국사 연못의 가을 전경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경주에 가면 꼭 보고 와야 할 문화유적인 ‘첨성대’도 소개된다. 첨성대는 삼국시대 신라 시기 지어진 천문대로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워 국내 여행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다수 찾곤 한다. 특히 가을에는 들판에 펼쳐진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들이 많다.
 

첨성대는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빛 색채로 표현됐다. 생성형 AI를 통해 영상으로 구현된 해당 작품은 실제로 첨성대가 반짝이는 듯한 화려한 표현이 담겨 눈길을 끈다.
 

한옥의 아름다운 운치를 보여주는 ‘전주 한옥마을’도 등장한다. 역사적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 풍경이 돋보이며 먹을거리나 즐길거리도 많아 이미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을 찾으면 한복 체험을 하며 한옥을 풍경으로 한 인생샷을 찍는 여행객들이 많다.
 

한옥마을의 모습은 프랑스 화가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의 화풍이 어우러져 표현됐다. 모리조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따뜻한 풍경들을 주로 화폭에 담았던 화가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한옥마을의 특징을 화가만의 따뜻한 색채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영상에서 소개하는 마지막 장소는 ‘단양’으로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이 많이 체험하는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광활한 자연과 하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당 풍경은 한국 첫 여성 서양화가로 유명한 나혜석의 화풍으로 표현됐다.
 

특히 패러글라이딩 체험으로 감상할 수 있는 단양의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모습은 나혜석의 거침없는 필치와 부드러우면서도 알록달록한 색채 표현을 통해 그려져 눈길을 끈다.

테크놀로지와 아트 접목한 ‘한국관광 홍보영상’

해당 한국관광 홍보영상에서는 세계적인 명작을 완성한 화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 어땠을지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생성형 AI의 활용을 통해서다. 공사는 이를 구현해 내기 위해 1,100장이 넘는 화가의 작품들을 각 작품당 8만 회 이상 학습 시켰으며, 한국 사진 1,600장 이상을 직접 촬영해 AI 데이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디지털마케팅기획팀 담당자는 “거장의 작업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스타일 소스를 통해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국내 관광지의 모습을 왜곡 없이 표현하는데 중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각각의 관광지 특성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화가를 매칭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언급했다.

명작으로 잘 알려진 서구의 화가 9인과 한국을 대표하는 산수화가인 정선,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화풍을 생성형 AI를 통해 구현한 이 영상은 지난 24일 공개된 이후 이틀 만에 358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움직이는 작품의 모습이 몰입감을 더해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거장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여행지라는 흥미로운 테마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기술과 예술을 접목해 이를 한편의 광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해당 기획은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국내외로 알릴 수 있는 기획인 만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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