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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건축 기둥에서 흔히 보이는 여인상의 매력, 카리아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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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건축 기둥에서 흔히 보이는 여인상의 매력, 카리아티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11.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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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아티드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그리스 아테네의 최후의 걸작이라 불리는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포세이돈 에레크테우스를 주신(主神)으로 하고 그 외의 제신을 위하여 건축된 것으로 이오니아식의 대표적인 신전으로 꼽힌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디테일과 장식은 그 아름다움이 매우 빼어나다는 극찬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남쪽면에는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여신상이 보이는데, 고대 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여신상을 카리아티드라 부른다. 카리아티데스라고도 부르며, 일종의 건축 용어다. 여인상으로 된 이 돌기둥은 대개 카리아티드라 칭한다. 로마 및 르네상스 시대 이후의 건축에서도 카리아티드는 자주 보이는 요소다.

건축물을 지지하는 기둥이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조각된 여신상, 카리아티드는 그리스어로 펠로폰네소스반도의 고대 도시국가 ‘카리아이(Karyai)의 여자들’이란 뜻이다. 카리아에는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헌정하는 신전도 있다고 하며, 여성들은 갈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춤을 췄다고 한다. 물론 여성뿐이 아닌, '아틀라스' 또는 '텔라몬'이라는 이름의 조각된 남성 동상도 존재한다. 
 

카리아티드 /flickr

대개 대리석 조각상을 떠올린다고 하면 밀로의 비너스나 다비드상처럼 홀로 우뚝 서 있는 조각상을 생각할 수 있다. 장식적인 예술품 외에도 고대 카리아티드는 기능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상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건축의 한 요소이기도 한 카리아티드는 수천년 동안 건축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특히 많이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도 카리아티드는 예술과 건축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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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어는 로마의 건축가 비톨비우스가 라틴어로 'caryatides 카리야티드'라 처음 기록했다고 한다. 비톨비우스는 기원전 1세기 저술한 『건축학(De architectura)』에서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카리아티드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당시 페르시아 편에 서 아테네를 배신하고 노예가 된 카리아이의 여성들을 처벌하는 '형벌'의 상징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페르시아 전쟁 이전에도 그리스와 고대 지역에서는 여성상을 장식으로 사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톨비우스의 설명에 대해 문화비평가 카밀 팔리아는 오류라는 평을 남겼으며, 그는 이 용어가 카리아이의 아르테미스를 숭배하는 젊은 여성들을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고전학자 메리 레프코비츠는 이 용어가 카리아이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역사가 버나드 서전트 또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카리아티드 /flickr

고대 도시국가인 카리아이의 여성들은 특히 아름답고 강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제물 광주리를 머리에 인 처녀라는 뜻의 카네포라는 아테나와 아르테미스 여신을 숭배하는 축제에 사용되는 신성한 물건을 운반하는 여성들을 가리킨다. 따라서 고대 아테네 신에게 헌정하는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카리아티드는 카리아이의 아르테미스 여성 사제들을 상징한다는 뜻도 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왜 신전의 카리아티드가 아르테미스 여신을 섬기는 여성 사제들과 동일시되냐는 의문이다. 여성들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민속춤을 추었는데, 이 이미지가 카리아티드의 미학에 영감을 주었다는 설이 지금까지는 제일 유력하다. 신화학자 칼 케레니는 '아르테미스 신이 카리아이 여성들의 춤을 보고 기뻐했다.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황홀한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식물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카리아티드의 초기 사례들은 시프노스섬에서 발견된 델포이 신전의 카리아티드 두 개가 있으며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델파이 사람들은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서 중요했던 아폴로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고 하며 당시 카리아티드는 제물을 보관하기 위한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두 개의 카리아티드는 델파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카리아티드가 보인다 /flickr

여성 모양의 지지대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서도 발견된다.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가장 많이 모방된 예는 역시 이전에 언급되었던 에레크테이온 신전에 있는 여섯 개의 카리아티드다. 19세기 초 약탈로 인해 신전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바람에 원래의 여섯 인물상 중 하나는 런던 대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카리아티드는 키와 체격도 같고, 옷차림과 머리 모양도 비슷하다. 그러나 각각 따로 조각된 동상이고, 좌측 세 개의 카리아티드는 오른발로 서 있다면 우측 세 개의 카리아티드는 왼발로 서 있는 등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복잡한 모양의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가장 약한 부위인 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카리아티드 /flickr

카리아티드는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으며 고전 조각의 주요 특징을 보여준다. 모든 카리아티드는 허리띠가 달린 페플로스라고 불리는 두꺼운 모직물로 만든 폭이 좁은 튜닉을 입고, 한 장의 큰 모직물 천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남녀가 두루 입은 겉옷을 뜻하는 히마티온을 입었지만 각기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다.

고전적인 모습의 카리아티드는 두 다리가 모두 꼿꼿하거나, 또는 한쪽 다리가 앞으로 나와 있다. 손은 옆이나 아래를 향하고, 때로는 한 손에 공물을 들고 있는 모습도 있다. 특히 옷의 주름은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러움이 표현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카리아티드는 고대에 다양한 색상으로 그려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색이 바래졌다.

안타깝게도 카리아티드의 팔은 사라져 있지만 오른손엔 술을 따르기 위해 얕은 그릇인 피알라이를 들고, 왼손을 겉옷을 살짝 들어 올린 모습일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학자들은 이 카리아티드를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인 페이디아스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알카메네스의 공방에서 여러 예술가들이 조각한 것으로 추정한다. 
 

카리아티드 /flickr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카리아티드가 놀라운 이유는, 그리스 고전 조각의 핵심인 많은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옷 천의 복잡한 주름, 마치 옷이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감, 콘트라포스토(인물상을 만들 때에 신체에 율동감과 곡선미를 주기 위한 S자형 자세)등이 있다.

당시 여성의 누드 조각상은 그리스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조각가들은 누드 없이도 여성의 몸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따라서 카리아티드는 여성의 몸을 사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에레크테이온은 신화 속 아티카 최초의 왕, 케크롭스 왕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곳에 서 있다. 아마 카리아티드와 그들이 들고 있는 술병은 축제 기간 동안 죽은 자에게 바치는 제물의 뜻으로, 술을 땅에 부어 헌사한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추측한다. 현재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카리아티드는 사본이며, 원본의 다섯 개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고 나머지는 런던 대영박물관에 있다.
 

건물 외관에 보이는 아틀라스 /flickr

문 정면, 처마 장식, 지붕 등에 쓰이는 여성상을 카리아티드라고 한다면 지붕을 지탱하는 남성상은 아틀라스 또는 텔라몬이라 부른다. 특히 도리스식 구조에서 남성상 형태를 선호했다고 한다. 카리아티드는 양손이 자유롭고 머리에 구조물을 얹은 채의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만 아틀라스는 어깨와 등, 손을 사용해 무게를 지탱하는 인상을 준다.
 

영국 런던 성 판크라스 신교회의 카리아티드 /flickr

카리아티드는 중세 시대엔 별로 유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대에 대한 관심으로 촉발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은 카리아티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각가들은 건물 외관에 카리아티드를 조각하는 대신, 인테리어에 카리아티드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수세기 동안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카리아티드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19세기 건축가들은 박물관 건물에 카리아티드를 추가하기도 했다.
 

로댕 <Fallen Caryatid Carrying Her Stone> /flickr

현대 예술가들도 작품에 카리아티드를 모티브로 사용했다. 1880년대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단테의 신곡 '지옥의 문'에 나오는 이야기를 묘사한 거대한 조각품 <Fallen Caryatid Carrying Her Stone>을 조각했다.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수세기가 지난 후 로댕은 소녀가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이 너무 무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 기둥을 지는 것에 실패하고 쓰러진, 작고 가여운 카리아티드가 있다"며, "이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돌에 깔려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돌을 들어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카리아티드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구현하고, 고전 조각의 주요 요소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 그리스 건축계 전반에 걸쳐 보편화되면서 그 시대 예술의 고전적이며 주요한 표현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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