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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레고로 표현한 한국 문화…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 개인전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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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레고로 표현한 한국 문화…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 개인전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10.1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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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가 진행 중인 모리함 전시관 외부 전경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알록달록한 레고로 한국의 문화를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의 개인전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담은 아기자기한 레고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 11일부터 진행된 해당 전시는 레고와 K문화의 이색적인 조화를 감상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특히 알록달록한 레고 블록이 재현해낸 한국 문화의 모습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관람객들이 신기하게 들여다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의 첫 개인전… ‘K-레고’가 가진 의미

레고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난감이지만 이를 통해 한국 문화를 표현한 작품은 쉽게 만나보기 어렵다. 레고 블록을 통해 만든 작품들은 대부분 서양의 문화를 담고 있거나, 동양에서는 주요 건축물 정도가 레고 예술의 주제가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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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레고를 통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형상화 한다. 물론 일상에서 사용하는 실용적 차원의 물건을 레고로 재현하기도 하지만, 그는 다양한 레고 블록들을 조립해 한국의 전통문화유물이나 이미지를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전시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 내부 전경 /윤미지 기자
'포구락'을 레고로 표현한 작품 /윤미지 기자

콜린진 작가는 본지에 “현재 K-컬쳐는 전 세계적으로 호응 받고 있다”라며 “이 모든 것에 대한 시작이 아마도 조금은 잊고 있던 우리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설명은 전시 서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서문에 따르면 그는 서구인의 시각으로 만든 한국 문화와 관련된 레고 작품의 경우 디자인 완성도가 일정 부분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언급한다. 그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레고로 제작할 때, 보다 완성도 높은 작업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욕을 담아 K-레고 작품을 선보이는 시도를 이번 개인전으로 보여준다.

레고로 표현된 ‘종묘제례악’의 모습

이번 전시는 레고로 표현한 다수의 한국문화를 만나볼 수 있어 특별하다. 국가 무형문화재 1호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부터 신라시대 유물인 사천왕사 출토품 ‘녹유 용얼굴무늬 기와’ 등을 레고로 표현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작업은 역시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을 레고로 완성한 작품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 왕조의 역대 국왕 및 왕후의 신위(神位)를 모신 종묘에서 종묘 제례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음악 외에도 무용과 노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조선시대 악기 연주와 함께 노래, 춤이 어우러져 있는 종합 예술인 만큼 현대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무형유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을 레고로 완성한 작품 /출판사 백설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섬세한 레고 조립을 통해 종묘제례악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궁중 악사들의 모습이다. 한국 전통 악기의 모습도 실감나게 연출했다. 나무틀에 각각 다른 음을 내는 돌을 매달아, 이를 채로 쳐서 소리 내는 악기인 ‘편경’이나 활로 켜 소리를 내는 ‘아쟁’, ‘해금’ 그리고 ‘장구’ 등을 모두 레고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종묘제례악을 실감나게 표현한 레고 작품 /윤미지 기자
편경, 해금, 장구 등 다양한 악기가 보인다 /윤미지 기자
레고로 제작한 '편경' /출판사 백설기

악기 연주가 이뤄지는 앞에서는 전통 무용을 선보이는 무관과 문관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 역시 레고로 만들어졌으며, 자세히 보면 종묘제례악 작품 속 레고들이 입고 있는 의복의 색과 디자인에도 차이가 있다. 제일 앞에 위치한 무관의 옷과 가운데에 문관이 입고 있는 옷의 색 역시 달라더 디테일하다. 열을 맞춰서 선보이는 군무를 레고로 재현하는 중에 손에 들고 있는 장대 역시 눈에 띈다.

의복을 표현한 방식도 재미있다. 레고는 비교적 직선적인 블록이 많지만 작가는 그럼에도 한복의 아름다운 곡선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레고 머리 위에 쓰고 있는 조선시대 복두 역시 실감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처럼 섬세한 묘사를 통해 레고로 그려낸 종묘제례악의 모습은 장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은다.

알록달록한 색동 한삼을 입고 있는 블록들도 눈길을 끈다. 해당 작품은 ‘포구락’이라는 궁중 무용을 레고로 재현한 작품이다. 고려사에 기록되어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온 유희무로 포구문을 가운데 놓고 동과 서로 편을 갈라서서 노래하고 춤추며 공을 던지는 놀이다. 문에 공을 넣으면 꽃을 받고, 넣지 못하면 얼굴에 먹점을 찍는다.
 

레고로 제작한 '포구락'의 모습 /윤미지 기자

작품은 이러한 포구락의 모습을 역시 실감나게 표현한다. 가운데 위치한 화려한 ‘포구문’은 물론 꽃을 주는 역할인 ‘봉화’와 얼굴에 먹점을 찍는 역할인 붓을 든 ‘봉필’을 레고로 재현하고 있으며 그 양 옆으로는 색동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시 직선적인 레고 블록을 사용해 색동 한삼이 물결치듯 움직이는 곡선의 형태를 완성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가운데 '포구문'부터 '봉화', '봉필'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작품 /윤미지 기자 

하늘색의 의복을 입고 있는 레고들도 보인다. 이 작품은 1828년 <진작의 궤>에 기록된 정재도로 ‘보상무’를 형상화하고 있다. 보상반이라고 하는 둥근 반 위에 연화항을 올려 놓은 모습과 무원 6명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레고로 만들었다.
 

레고로 제작한 '보상무'의 모습 /윤미지 기자
레고로 제작한 '보상무'의 모습 /윤미지 기자

국가무형문화재 27호 ‘승무’를 레고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휘날리는 흰색의 장삼 표현이 눈길을 끌고 고깔모양의 모자도 완성도가 높다. 특히 작가는 버선코의 날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레고에서 호랑이 송곳니로 쓰이는 블록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레고로 제작한 '승무'의 모습 /윤미지 기자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레고로 표현한 작품은 또 있다. 작가는 생황과 단소의 2중주인 ‘생소병주’로 ‘수룡음’을 연주하는 모습을 레고로 만들기도 했다. 관악기인 생황과 우리에게 익숙한 단소 역시 레고를 통해 재현했다.
 

작품 '생소병주 수룡음' /출판사 백설기

이 외에도 판소리 명창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비녀와 갓, 부채 등이 레고를 통해 완성도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회탈을 변형한 작품과 제자각시탈 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으며 다리 모양이 호랑이 다리 모양과 흡사한 ‘호족반’, 문방사우가 올려진 선비의 ‘책상반’을 레고로 만든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비녀와 갓 그리고 한복의 기품을 표현한 작품 /출판사 백설기
레고로 재현한 호족반의 모습 /윤미지 기자
레고로 재현한 문방사우가 올려진 선비의 ‘책상반' /윤미지 기자

레고로 재현한 한국의 아름다움

놀라운 점은 콜린진의 작업에서 사용된 블록들은 특별히 제작된 것이 아니다. 레고를 조립할 때 필요한 설계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기존의 제한된 레고 블록만을 활용해서 18개월에 걸쳐 해당 작품들을 완성했다. 그렇다 보니 블록의 독창적인 사용도 눈길을 끈다. 기존 블록에서 오리발로 쓰였던 블록은 콜린진의 작품에서 모자가 되는 등 다양한 활용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특별히 제작한 블록이 아닌 기존의 블록을 가지고 설계도 없이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작가는 “곡선의 표현 등이 가장 어려웠다”라며 “(곡선이 가진)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는데 저만의 방식을 찾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곡선으로 표현된 색동한삼 /윤미지 기자
종묘제례악 중 문과과 무관의 의복도 곡선으로 표현된 모습이 발견된다 /윤미지 기자

실제로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곡선을 설계한 방식이 독창적이다. 블록의 고정적인 결합방식을 벗어나 느슨하고 여유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블록과 블록 사이에 숨구멍을 주어 전통적인 곡선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콜린진 작가만의 전통적 곡선을 표현하는 방식인 셈이다.

레고로 만든 ‘일상적 오브제’ 모습도 전시

한 층을 올라가면 아래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책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스탠드부터 서류를 담아 둘 수 있는 파일 꽂이, 전화기, 안경, 필통, 스테이플러 등 다양한 일상적 소품들이 레고로 만들어져 전시되어 있다.
 

레고로 제작한 다양한 일상적 오브제들 /윤미지 기자
레고로 제작한 파일 꽂이와 스탠드, 스테이플러 등이 눈길을 끈다 /윤미지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니멀한 디자인의 스탠드다. 몸체는 흰색의 레고로 만들어졌으며 윗 부분은 각각 다양한 색감의 레고로 제작됐다. 이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도 높다. 실제로 관람객 중에서는 일상에서 실사용이 가능한 레고 스탠드나 스테이플러를 구매하고 싶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레고로 제작한 오브제를 판매할 계획이 있는지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레고 스탠드 /윤미지 기자
미니멀한 디자인의 레고 스탠드 /윤미지 기자

작가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기쁨을 전하는 장이라 생각해 특별한 상품 판매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를 원하시는 분들이 문의가 많아 현재 고민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는 판매에 대한 계획이 미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오래된 컴퓨터나, 타자기를 레고로 만든 피규어 작품도 있었다. 타자기의 자판이나 전화기의 숫자 다이얼 등을 디테일하게 구현한 모습에서 높은 완성도가 느껴졌으며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보는 듯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이 느껴졌다.
 

레고로 제작한 오브제들 /윤미지 기자
레고로 제작한 오브제들 /윤미지 기자

증기기관차 등 여러 종류의 미니카를 블록으로 만든 작품도 전시됐다. 또 재봉틀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나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귀여운 동물이나 커다란 꽃 화분, 악기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전시를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특히 높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레고로 제작한 오브제들 /윤미지 기자
레고로 제작한 오브제들 /윤미지 기자

그렇다면 작가가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러한 일상적 오브제를 레고 작품으로 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작가는 “3층에 전시되어 있는 오브제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며 같이 놀고 만들어 주었던 역사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좋아하고 원했던 것을 블록으로 만들었고, (테마를) 결정하는 특별한 기준보다는 아이와 저와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쉽고 재미있게 ‘우리의 것’ 표현할 예정

콜린진 작가가 어렸을 적 장난감 회사를 운영한 아버지 덕에 그는 신기한 장난감을 가장 먼저 가지고 놀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그렇게 성장한 그는 스물 다섯부터 자신만의 레고 디자인 작업에 꾸준히 몰두했고 이러한 시도는 결혼 이후에도 이어졌다. 전시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는 그가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으로서 몰두하며 완성한 여러 레고 작품들을 공개하는 첫번째 개인전인 만큼 의미가 깊다.

그는 “첫 전시에 많은 부담감을 가졌지만 용기 내어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라며 “다행히도 많은 관람객들이 공감하고 호응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첫 전시 소감을 전했다.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의 작업 모습 /출판사 백설기

콜린진 작가는 인간의 역사와 진화를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이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우리 것을 주제로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레고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는 모리함 전시관 2, 3층에서 진행 중이며 오는 25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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