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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치지 마세요”…추석 ‘간편 차례상 차림’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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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치지 마세요”…추석 ‘간편 차례상 차림’ 어떤 모습일까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9.2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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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차례상 차림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최대 6일의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이를 손꼽아 기다리는 현대인들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추석이 오면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바로 추석 차례상을 준비해야 하는 가족 구성원들이다.

‘차례상 차림’에 대한 논란은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떠오르는 뜨거운 감자다. 대량의 전부치기와 음식 만들기 그리고 뒷정리까지. 이를 책임져야 하는 가족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겨우 연휴를 맞이했지만 또 다른 업무가 생겨버린 셈. 또 물가가 오르면서 차례상 차림에 대한 비용 문제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논란을 없애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실용적인 차례상 차림 방법 역시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불필요하게 많은 음식을 만들거나, 정성을 담는 다는 이유로 직접 만든 음식을 올려야 한다는 인식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며 이와 관련해 식품·유통가에서도 ‘간편 차례상’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10명 중 4명, 차례 ‘간소화’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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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 표준안’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제례문화 바로알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추석을 앞둔 9월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례 전문가와 협의한 차례상의 표준화 방안을 전했다.

그간 전통 명절인 추석과 설날에 차리는 차례상의 경우 정확한 기준을 따르기 보다, 가정에서 지내던 제사상 차림을 기준으로 해오다 보니 여러가지 부담과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위원회에서 부담스러운 차례상 준비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는 성별과 세대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막기 위한 시도로 해석 된다.
 

차례상 차림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포털사이트 오픈톡 대화 내용 갈무리

지난해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회견문을 통해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으로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 불화가 초래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차례상 표준화’는 위원회에서 여론 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20세 이상 국민과 유림 관계자를 구분하여 실시한 제례문화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먼저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10명 중 4명이 ‘간소화’를 꼽았다.
 

제례문화 인식조사 인포그래픽
제례문화 인식조사. 약 40%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간소화'를 꼽았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차례음식 가짓수’에 대한 답변이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응답자 2명 중 1명이 ‘5~10가지’를 선택했다. 특히 차례의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서 ‘간소화’라고 응답한 이들의 82.3%가 ‘5~15가지’라고 답했다. 이에 위원회는 차례 간소화의 핵심이 음식 가짓수에 있다고 봤다.

‘추석 차례상 표준안’…전 안 올리고, 음식 가짓수 9개 정도

위원회는 위 설문 자료와 별도로 진행한 유림 관계자 대상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의례전문가의 협의를 거쳐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를 공개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음식 가짓수가 9개 정도이며, 흔히 명절 때 준비하는 전 역시 차례상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지방이나 전통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지만 현재 가장 정석이라 일컬어지는 차례상은 1열부터 5열까지 다양한 요리가 올라간다. 1열에는 술잔과 떡국 등 식사류가 올라가고 2열에 생선이나 고기 로 만든 구이나 전 요리가 오른다. 3열에는 주로 탕류가 놓이며 4열에는 포와 식혜 그리고 나물 같은 밑반찬류, 5열에는 각종 과일들과 강정 등이 자리한다. 정성과 노력을 담은 상이지만 종류도 많을 뿐더러 식사부터 구이나 전 요리, 탕을 모두 준비한다는 점에서 노동 강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례상 차림 /픽사베이

지난해 위원회에서 공개한 차례상 표준안에서는 큰 변화가 보인다. 상에 기본으로 올라야 하는 음식은 총 9가지다.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4종류 ▲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간소해 보이지만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나 예로부터 풍요와 건강을 상징하는 여러 음식들이 올라가 귀중한 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조금 더 음식을 올리고 싶다면 육류나 생선, 떡 등을 놓는 것도 가능하다. 음식을 더하는 것은 가족과 상의 하에 결정할 수 있으며, 평소에 조상이 선호한 음식을 올릴 수도 있다.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
지난해 공개된 '추석 차례상 표준안' 진설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또 과일을 놓는 방법 역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흔히 차례상에 과일을 올릴 때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과일을 올리는 ‘조율이시’ 같은 예법 등이 잘 알려져 있으나, 성균관에 따르면 이러한 표현들은 예법을 다룬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전을 꼭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언급도 눈에 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데, 조선시대 예학 사상가 김장생이 쓴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의하면 오히려 기름이 들어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에 맞지 않는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 조선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 선생은 ‘유밀과’를 올리지 말라는 유훈을 남기기도 했다. 유밀과는 밀가루를 꿀과 섞어서 기름에 지진 과자로 만들기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당시 고가의 음식이기도 했다.
 

유밀과의 한 종류인 약과. /픽사베이

기름을 사용한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지 말라고 전한 이는 또 있다. 조선시대 학자인 명재 윤증 선생 역시 기름으로 조리한 전은 상에 올리지 말 것을 언급한다.

이외에도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의 ‘악기’에서도 대례필간, 즉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의례를 너무 화려하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추석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라는 예법에 대한 근거는 다양하다. 위원회 역시 차례상을 차리는 데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마음이라고 강조하는 만큼, 복잡한 절차나 음식 가지수를 따지기 보다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가도 ‘간편 차례상’에 집중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간편 차례상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가족 구성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중적으로도 점차 차례상 문화가 변화하는 상황. 이에 유통가도 이를 위한 간편 제수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간편 제수용품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조리가 어렵지 않고 간편하게 차릴 수 있는 형태가 특징이다.

이마트는 추석 대목에 맞춰 간편 제수용품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29일까지 명절 인기 상품 중 하나인 ‘피코크 제수용품’ 결제 시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한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송편부터 명절에 빠질 수 없는 다양한 전이나 떡갈비 등의 간편 제수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피코크 간편 제수용품 1
피코크 간편 제수용품 /이마트

롯데마트도 내달 4일까지 ‘요리하다’, ‘오늘좋은’ 등 PB 간편 제수용품 30여 품목을 할인한다. 동태전이나 동그랑땡, 고기깻잎전 등 전을 간편하게 완성하고 싶다면 유용하다. 또 뜨거운 불에 오래 조리해야 하는 갈비탕 메뉴 역시 간편식으로 출시됐다. 이러한 간편식의 경우 추석 제수용품 비용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을 가지며 이외에도 모듬 전이나 모듬 나물 역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 상을 차릴 수도 있다.
 

[롯데쇼핑-롯데마트]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요리하다 제수용품을 홍보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
 '요리하다'의 제수용품을 홍보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 /롯데마트

명절 음식들로 구성된 상차림 세트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진행됐다. 지난 22일 컬리는 추석을 맞아 명절 상차림 세트를 소개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컬리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에서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에서는 전, 나무, 잡채, 갈비찜 등 명절 음식들로 구성한 상차림 세트 상품이 준비됐다. 상품은 5종으로 컬리의 대표 반찬브랜드인 ‘진실된손맛’과 ‘진가네반찬’의 상차림 전과 잡채 세트, 소용량 상차림 등 다양한 구성과 용량을 구성했다. 특히 모두 별도 조리 없이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간편식이라 눈길을 끌었다.
 

컬리_명절상차림_라이브커머스
지난 22일 진행된 컬리 명절상차림 라이브커머스 /컬리

완제품 차례상 제품도 눈길을 끈다. 동원디어푸드가 운영하는 집밥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은 완제품 차례상과 함께 소단량 간편식 등 40여 종의 명절음식으로 구성된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기획전은 총 16종의 제수 음식으로 구성된 완제품 차례상과 9종으로 구성된 간편 차례상을 선보였다. 동원디어푸드에 따르면 간편 차례상은 지난 설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해 간편한 차례상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늘어나고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보도자료] 더반찬&, 추석 명절음식 기획전 진행… “완제품 차례상 한정 판매”_230912
더반찬&의 추석 명절음식 기획전 '완제품 차례상 한정 판매' /동원디어푸드

간편 차례상 차림을 반찬 가게나 대행업체에 주문하는 이들도 있다. 상을 통째로 배달 받을 수 있다는 대행업체부터 상에 올릴 음식을 완제품으로 조리해 포장 배송하는 반찬 가게들도 있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상차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은 ‘간편 차례상 차림’이 대세

시대가 변화하며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뉴노멀(New Nomal)’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간편 차례상 차림’이 뉴노멀로 변화하는 추세다. 음식의 가지수가 적다고, 혹은 직접 조리한 음식이 아니라고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 없다. 성균관에서 공개한 ‘추석 차례상 표준안’은 김치와 술을 포함해서 9가지 음식만이 올라가지만 정갈한 상차림에서는 옛 조상들의 청빈한 모습이 그려진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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