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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서울한옥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 체험, 공연까지 모두 한 자리에 '2023 서울한옥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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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서울한옥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 체험, 공연까지 모두 한 자리에 '2023 서울한옥위크'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9.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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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한옥위크’ /서울시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건축을 넘어 K-주거문화로 진화와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한옥’이 올가을 시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동안 담장 넘어 볼 수밖에 없었던 한옥을 직접 방문해 마당, 사랑방 등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서울시는 9월 18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흘 간 북촌·서촌·은평한옥마을 일대에서 ‘2023 서울한옥위크’를 개최한다. ‘서울한옥위크’는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로 서울한옥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 체험, 공연 및 투어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진행된다.

한옥과 관련된 전시·체험·공연도 다양하게 열린다. 일러스트 작가 긴숨, 재단법인 아름지기, 국립수목원과 함께 옛것의 가치를 조명하고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및 변주한 작품 전시를 선보인다.

▲ 서울한옥위크 X 국립수목원 <북촌, 정원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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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정원을 만나다> /김서진 기자

국립수목원은 <북촌, 정원을 만나다>를 주제로 북촌 한옥청(9.18.~10.3)과 배렴가옥(9.22~9.30)에서 민가정원과 전통식생에 대한 전시를 연다. 또 재단법인 아름지기는 안국동 한옥에서 기획전시 <블러링 바운더리(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의 팝업 전시(9.18~9.27)를 진행하고 전시연계 상품을 비롯해 아름지기가 제작한 다양한 문화상품을 전시·판매한다.
 

북촌 한옥청 /김서진 기자
<북촌, 정원을 만나다> /김서진 기자

민가는 백성의 집이다. 궁궐, 관아, 사찰, 향교 등 공공건축과 구분되는 사적인 건축을 말하며 넓은 의미에서 상류주택, 중류주택, 서민주택을 포함한다. 민가정원은 가옥의 외부 공간을 뜻한다. 뒷산이 집을 아늑하게 감싸안은 곳에 집터를 잡고 담장을 둘러 공간을 구분했다. 집은 채와 마당으로 이루어지는데 마당은 밝게 비워두어 다양한 생활 공간으로 활용하고 아름다운 식물을 심고 점경물을 둔 정원을 가꾸어 감상했다. 
 

검양 옻나무 /김서진 기자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우리 선조들은 정원을 조성할 때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연 본연의 멋과 사람에 대한 배려를 담아내려 했다. 병풍처럼 드리워진 뒷산의 소나무숲과 대나무숲이 아늑하게 집을 감싸안은 풍경, 경사지에 자리한 크고 작은 바위와 자연에서 자라난 소나무의 자태를 그대로 정원으로 끌어들인 풍경.

한국의 민가정원 곳곳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겼던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백나무숲을 살려내고 자라나는 나무의 가지를 함부로 쳐내지 않으며 물의 흐름을 이용해 경관을 조성했다. 
 

고택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김서진 기자
남원 몽심재 고택 축소모형 /김서진 기자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살린 우리의 민가 정원에는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깃들어 있다. 조선시대 건축물읜 전라북도 남원 몽심재 고택의 요요정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하인들이 기거하던 대문채 동쪽 끝칸에 자리한 정자와 같은 공간으로 그 앞에는 연꽃 향이 그윽한 지당이 펼쳐져 있다.

당시 정자는 양반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신분이 낮은 하인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누리며 휴식을 취할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점이다. 외에도 우리나라 민가에서는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다양한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우리 선조들은 꽃과 나무를 벗삼아 일상 속에서 운치를 즐기기도 했지만 다양한 유실수와 약용식물을 심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했다. 여인들이 주로 생활한 안채 후원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철쭉, 모란, 작약 등을 경사지에 심어 화계, 즉 꽃계단을 조성했다.

더불어 매실나무, 앵도나무, 석류나무, 감나무, 모과나무, 대추나무와 같은 과실수를 심어 열매를 얻기도 했다. 전라북도 남원의 죽산 박씨 종가에는 조선 헌종기에 사당을 지은 기념으로 심은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다. 마을에서는 혼례를 치를 때마다 이 집 정원의 동백꽃으로 혼례상을 장식했다고 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외부의 정원 또한 절경이다 /김서진 기자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었다. 오동나무는 딸이 자라 혼례를 치를 나이가 되면 가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자랄 뿐 아니라 목재가 가볍고 단단해 혼수 가구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강원도 정선의 상유재 고택에는 20그루 이상의 오동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딸을 낳을 때마다 심은 나무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수를 더해 갔고 딸들이 모두 혼인한 이후에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오동나무를 사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늦가을 고향 집을 생각하면 담장 너머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이 붉게 읽어가는 풍경이 떠오른다. 죽산 박씨 종가 안채에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커다란 감나무가 있다. 각지의 친척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며 며칠 동안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간혹 배탈이 나는 사람이 생겼는데 이 감나무의 열매를 꿀과 함께 달여 먹으면 배앓이가 곧 가라앉았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 고유의 멋과 사람들의 일상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공간이 바로 한국의 민가정원이다.

▲ 서울한옥위크 X (재)아름지기

(재)아름지기 전시 /김서진 기자

한옥청을 지나 내려오다 보면 (재)아름지기의 사옥인 안국동한옥이 보인다. <블러링 바운더리(Blurring Boundaries): 한복을 꺼내다>의 팝업 전시와 함께 한옥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옥 뒤로 주방의 모습이 보인다 /김서진 기자

안국동한옥은 (재)아름지기가 한옥을 새로 짓거나 낡은 한옥을 개보수하려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사례를 만들고자, 2003년 윤보선 생가의 행랑채를 개보수한 한옥이다. 2023 서울한옥위크 기간 동안 아름지기 소장품 팝업 전시와 함께, 전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 생활의 편리함을 더한 한옥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재)아름지기의 문화 상품들고 한옥 인테리어 /김서진 기자
한복 /김서진 기자

전시의 참여 작가인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세상과 사물, 그리고 사람을 순수하게 바라보며, 관습이나 규정, 이분법적 사고에서 자유로운 창작자이자 예술가다. 작가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시간과 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조차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모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노동과 시간, 정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작가는 여러 나라의 전통 공예 장인들과 협업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각 나라마다 고유의 전통이 수작업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 왔다.
 

스카프(먹)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에서 크리스티나 김과 아름지기는 오방색을 구성하는 황, 청, 백, 적, 흑을 중심으로 가장 우리다운 한국의 색을 찾고자 했다. 전통 혼례복인 원삼의 색동 소매와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기와, 숯과 같은 다양한 한국의 먹색들을 탐구했다. 우리 색 연구를 통해 완성된 색동과 먹색동의 스카프는 원삼 소매의 비율을 따랐다.
 

노리개 /김서진 기자

노리개는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차는 장신구다. 다양한 색상, 재료, 문양을 사용해 우리나라 의상에 화려하고 섬세한 미를 더해 준다. 크리스티나 김은 '제로 웨이스트'의 일환으로 전시 작품을 제작하고 남은 원단 조각을 사용해 액운을 막아 주는 의미가 담긴 전통 괴불 노리개를 제작했다. 손바느질로 하나하나 만들어진 작품은 모두 다른 디자인과 형태를 띄고 있어 하나뿐인 노리개로 재탄생되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현재 진행 중인 《blurring boundaries : 한복을 꺼내다》전시 팝업과 연결되어 있다.  《blurring boundaries : 한복을 꺼내다》展은 전통을 재현하는 장인의 손과 새롭고도 친근한 시각을 구현하는 의상 디자이너가 만나 긴밀하게 공명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여정을 담은 전시로 이번 <서울한옥위크>가 진행되는 북촌, 서촌, 은평한옥마을 일대에서도 가까운 아름지기 통의동사옥에서 구경할 수 있으니 같이 관람해 보는 것도 좋다.
 

<북촌, 정원을 만나다> /김서진 기자

‘서울한옥위크’의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조향 체험과 한옥토크, 음악회 등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을 받은 후 추첨을 통해 참여자를 선정하며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대와 공간, 세대를 초월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서울한옥’의 새로움과 매력을 만끽하는 시간을 누려보시기 바란다”며, “한옥마을은 훌륭한 문화자원이기도 하지만 주민에게는 삶을 이어나가는 주거 공간인 만큼 정숙을 유지하며 배려하는 관람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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