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18:35 (일)
[현장스케치] 쓔이써60과 헬베티카를 통한 서체의 문화적 교차 탐구, 《한글 헬베티카 서밋》 展 개최
상태바
[현장스케치] 쓔이써60과 헬베티카를 통한 서체의 문화적 교차 탐구, 《한글 헬베티카 서밋》 展 개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9.2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글 헬베티카 서밋》 /KF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와 주한스위스대사관(대사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H.E. Dagmar Schmidt Tartagli))은 10월 27일까지 서울 중구 수하동 소재 KF갤러리에서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한글 헬베티카 서밋(The Hangul Helvetica Summit)》을 공동 개최한다.

당신은 서체 헬베티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스위스에서 만들었으며 기업 로고에 자주 적용되는 중립적인 느낌의 서체이자 장식이 배제된 대표적인 로마자 서체인 산세리프 중 하나라는 걸 안다면 이미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한 헬베티카의 존재감을 재발견하고 서체가 지닌 특유의 표정을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 마중물이 되어줄 전시가 찾아왔다.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주한스위스대사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함께 선보이는 전시 《한글 헬베티카 서밋》은 서체 헬베티카를 주제로 출발한다. 1957년 스위스에서 처음 디자인된 이래 지금까지 이토록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서체는 아마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서체 헬베티카는 그래픽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며 서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에드와르드 호프만의 노이에 하스 그로테스크(헬베티카) 개발 기록 노트 /김서진 기자

전시는 다섯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헬베티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시작으로, 1960-70년대 미국 디자인계에서 헬베티카가 각광받게 된 경위, 그리고 전세계에 확산되며 발휘한 디자인 문화사적 영향력과 그 이후의 유산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헬베티카는 원래 노이에 하스 그로테스크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납활자로 처음 제작되었으며 미디엄으로 우선 제작되었고 나중에 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며 인쇄술의 모든 기술 공정을 거쳐 오늘날의 헬베티카가 만들어졌다. 이에 더해 헬베티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중요하다. 전후 스위스 국제양식은 헬베티카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중요한 디자인 사조다.
 

헬베티카 서체 샘플 홍보물 /김서진 기자

미국 광고 시장의 전성기인 1950-60년대에서 헬베티카가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코카콜라, 뉴욕 지하철 공사에서 헬베티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루아침에 인기는 절정에 달한다.
 

기업 아이덴티티 /김서진 기자

헬베티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아마 브랜딩일 것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들 로고나 전용서체로 헬베티카를 사용했고 그에 힘입어 헬베티카에 부여된 이미지는 모던하고 심플하지만 기업 이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서체다. 
 

쓔이써60체 /김서진 기자
쓔이써60체 /김서진 기자

두 번째 섹션에서는 헬베티카로부터 영감을 받아 개발한 한글 폰트 「쓔이써60」의 제작 과정을 최초로 공개한다. ‘쓔이써60’은 국내의 대표적 한글 디자이너이자 이론가인 이용제를 중심으로 2022년 초반부터 연구가 시작되어, 헬베티카와 한글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개발된 한글 서체다.

이 과정에서 큐레이터로도 활동 중인 디자이너 박경식과 주한스위스대사관의 논의를 통해 헬베티카와 쓔이써60에 관한 담론이 확장되었고, KF와의 협력 전시를 계기로 양국의 서체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프로젝트가 가시화되었다.
 

다양한 서체 /김서진 기자

‘쓔이써’는 스위스를 서사국(瑞士國(상서로운 선비의 나라))이라 불렀던 우리나라의 고유 표현과 발음을 떠올리며 스위스의 서체를 현대 한글로 재해석한 서체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여기에 양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숫자를 덧붙여 양국의 활발한 문화적 교류를 염원하는 미래지향성을 동시에 담았다.

하나의 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한글 문자를 헬베티카에 대응시켜 나가는 디자인적 방법에 대한 소개, 그리고 ‘쓔이써60’에 대한 전세계 디자이너들의 코멘트까지 전시를 통해 두루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디자이너들의 작품들 /김서진 기자

세 번째 섹션은 양국 교류의 상징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한글-헬베티카 포스터 20 섹션」을 소개한다. 국내 디자이너 10명(팀), 스위스, 미국, 이집트, 일본,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활동중인 해외 디자이너 10명(팀)에게 ‘헬베티카’와 ‘한글’ 서체를 바탕으로 한 포스터 작업을 의뢰한 결과, 다양한 관점과 견해, 해석이 담긴 20점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국제 디자인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감각과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더윈 구달 (토론토, 캐나다) /김서진 기자

토론토에 거주하는 캐나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인 그는 평생 교육을 옹호하고 창의성이 진공 상태에서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더 넓은 예술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지적으로나 창의적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거나 문학, 미술, 정치 및 심리학에 대한 담론,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등 창의성에 대한 광범위하고 인본주의적인 접근 방식은 그의 삶과 실천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더윈은 35년 동안 디자인과 20년의 고등교육 경험을 가진 캐나다 공인 크리에이티브 아트디렉터 및 디자이너다. 기억에 남고 변하지 않는 그래픽 디자인은 의미적으로 풍부하고 의도적으로 명확하게 전달된다. 시각적으로 강력하지만 기능적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기능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아름다움의 개념은 더윈 구달의 디자인 작업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발머 할렌 (로잔, 스위스) /김서진 기자

프리실라 발머와 이보 할렌이 설립한 발머할렌은 4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2013년부터 스위스 로잔에서 활동하고 있다. 설립 이후 이 스튜디오는 특히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및 종이 세공인과의 협업에 참여해 왔고 이러한 탐방을 통해 좀 더 독특한 인쇄, 디지털 또는 섬유매체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작품은 스위스와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전시되며 특히 중국, 우크라이나, 스코틀랜드 등에서 선보였다. 발머 할렌은 인쇄 퀄리티에 집중하며 아름다운 인쇄물과 종이를 '숭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병록 (서울) /김서진 기자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2014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CBR 그래픽을 운영해 왔다. 일본 타마미술대학에서 사토 코이치의 지도 아래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그 시기에 시각 언어의 본질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포스터라는 매체를 통해 개념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일종의 시각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 단체나 기업과 협업 활동하고 있다. 작품 활동과 더불어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리 오플라텍 (베른, 스위스) /김서진 기자

1976년 브르노(구체코공화국)에서 태어났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바젤 디자인학교에서 수학하고 졸업했다. 그는 바젤극장, 카제르네 바젤, 스위스 건축박물관, 팅겔리박물관 등 주로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2년부터 HGK 바젤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수많은 국내 및 국제 개인전 및 그룹전에 수상했고 2018년부터 AGI의 회원이다.
 

영상물과 작업물 /김서진 기자

네 번째 섹션에서는 2023년 2월부터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교(L'école cantonale d'art de Lausanne; ECAL) 서체디자인 석사 과정 학생들이 한국의 시(詩)를 연구하여 진행한 서체 포스터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래픽 포스터 1종과 서체견본 포스터 1종 /김서진 기자

지난 2월에서 6월까지 ECAL Master Type Design 두 번째 학기에 진행된 수업에서 13명의 학생들이 한글을 그렸다. 그들이 개발한 글꼴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시 한 편을 포스터로 만들었고 서체견본 포스터까지 제작했다. 이 포스터들은 수업에서 진행되었던 작업스케치 및 현장 사진이 짧은 영상으로 기록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고전 문서를 복사하는 수도사들은 때때로 라틴어 단락 내에서 그리스어 구절을 마주했는데 그리스어 문자와 언어를 모르는 수도사들은 원문 대신에 '그리스어이므로 읽을 수 없다'라는 문구를 대체해 기입했고 고전 문서 속 담긴 귀중한 정보는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한글 시 포스터 /김서진 기자

이 수업은 다른 문자 체계에 집중하는 수업이다. 매년 전혀 다른 문자를 선택하는데 학생들이 읽을 수 없는 문자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그 문자의 구조 및 시스템을 분석하기 시작해 다른 언어에 대한 자신들의 편견을 다시 생각하고 고찰해 오히려 익히 알고 있는 자신들의 모국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이렇게 걸음마 수준에서 그들은 새로운 문자 시스템에 대해 점점 더 많이 배우고 주어진 문자를 바탕으로 하나의 서체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생소한 형태를 다루는 방법론과 미지의 영역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전문 기술 습득보다 디자인 프로세스에 집중하는 수업이라 할 수 있으며 점점 다국어로 변하고 있는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좌담 영상 /김서진 기자

마지막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2023년 2월 16일 서울에서 개최된 공개 좌담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좌담에는 한글 디자이너 이용제, 서체 디자이너 김기창, 삼성디자인교육원 교수 김현미, 디자이너 박경식 등이 참여했다. 헬베티카 서체의 다양한 활용법 비교, 그로테스크와 네오그로테스크, 한글과 알파벳의 문자 구조 비교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본 전시는 헬베티카 서체의 유래와 발전사, 쓔이써60 서체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비롯한 다섯 개의 섹션을 통해 스위스와 한국의 문자적 특징을 헬베티카라는 특수한 렌즈로 조명해 본다. 국제적인 디자이너들과 차세대 서체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포스터 작품도 만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매체에 적용된 헬베티카와 한글의 역동적인 변주 및 상호 관계성을 엿볼 수 있다. 

김기환 KF 이사장은 “디자인 강국 스위스의 서체 역사와 문화를 국내에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창의력과 혁신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한글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우리 한글의 고유한 우수성과 창의성도 보여줄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전시《한글 헬베티카 서밋》展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KF 공식 웹사이트(kf.or.kr) 및 공식 SNS(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채널을 통해 KF갤러리 관련 소식과 전시 영상 및 현장 프로그램 개최 일정 등의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