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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지금은 ‘팝업스토어’ 시대…친환경적 운영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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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지금은 ‘팝업스토어’ 시대…친환경적 운영 필요해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9.1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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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팝업스토어 안내판.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flickr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최근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팝업스토어(이하 팝업)들을 만나게 된다. 직접 내부로 들어서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으며 MZ 세대를 중심으로 팝업을 방문하고 이를 촬영한 사진을 SNS에 올려 인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팝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각 기업과 브랜드 별로 다양한 신규 팝업을 기획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다수의 브랜드에서 MZ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특별한 팝업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화려한 볼거리와 포토존 등을 선보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팝업 스토어가 끝나고 발생하는 다량의 폐기물들이다. 소비자의 관심도를 높이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팝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성수’에만 44개 팝업 진행

본지 취재에 의하면 지난 8월 힙스터들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에서 열린 팝업은 최소 44개다. 삼성물산에서 수입, 전개하는 일본 대표 브랜드 ‘바오 바오 이세이 미야케’의 ‘바오 바오 보이스’, ‘LG전자의 스타일러X세컨핸드’의 ‘스타일러 그라운드’ 등 굵직한 브랜드들의 팝업부터 MZ 세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여러 소규모 팝업까지 다채로운 공간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물산 패션
일본 대표 브랜드 ‘바오 바오 이세이 미야케’의 팝업 '바오 바오 보이스’ /삼성물산 패션
LG전자의 스타일러X세컨핸드’의 ‘스타일러 그라운드' /LG전자

성수 외에도 MZ 세대들이 다수 방문하는 번화가나 복합 쇼핑몰도 상황은 비슷하다. 근래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더현대 서울’에서는 확실히 많은 팝업들이 열리곤 했는데 다수의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김창섭 더현대 서울 점장은 “이슈가 될 만한 아이템을 빠르게 유치하며 이틀에 한 번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양한 팝업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더현대서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 윤미지 기자

실제로 최근 MZ 세대들은 각 기업이나 브랜드가 선보이는 팝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만남을 가질 때 근처에서 열리는 팝업을 미리 검색해보고 방문하거나, 혹은 팝업이 열리는 장소 자체가 이들의 외출 목적이 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브랜드에서도 팝업에 대한 기획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일반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고 있더라도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팝업 공간을 내놓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팝업’ 대체 뭐길래, 일반 매장과 차이점은

젊은 소비자 층을 사로잡은 이 팝업은 대체 뭘까. 흔히 어떤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웹사이트 외부에서 갑자기 생성되는 창을 ‘팝업창’이라 부른다. 팝업창은 임시화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엑스를 눌러서 꺼버리면 금방 사라져 버린다. ‘팝업스토어’는 이러한 의미를 담아 금방 열었다가 닫는 임시 매장을 의미한다. 지속적으로 일정시간 운영하는 일반 오프라인 매장과는 다르다.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는 특성을 가진 팝업스토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flickr

팝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얼마나 특별하고 흥미로운 공간을 형성 했는 지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존재감을 인식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체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반 오프라인 매장도 이와 비슷하게 소비자 체험을 중심으로 기획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팝업이 훨씬 화려하고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팝업스토어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존재감을 인식시키기 위해 운영 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flickr

팝업은 주로 신제품 등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일반 매장 보다는 더 강렬한 경험을 필요로 한다.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팝업을 접하고 브랜드나 제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한 관점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종종 어떤 팝업에서는 물건을 전혀 구매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만, 모든 팝업 자체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만 운영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주말에는 3~4시간 웨이팅도… 팝업의 인기 요인은

팝업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주 방문 층인 MZ 세대는 더 바빠졌다. 평일에는 비교적 입장이 수월하지만, 주말 팝업 방문을 하기 위해서는 ‘오픈런’에 나서야 한다. 주말 방문객이 평일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문을 열기도 전에 도착해 미리 대기하다가 입장하는 방문객이 적지 않다.

주말 오후께를 넘어가면 팝업을 찾는 인파가 더 늘어난다. 성수 거리나 강남, 홍대 거리 등 번화가에 마련된 팝업의 경우 3~4시간의 웨이팅은 기본으로, 팝업이 열리는 장소 부근에서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인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웨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리 대기를 걸어 두고 근처를 둘러본 후, 입장 순서에 맞게 현장에 나타나는 이들도 있다.

팝업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새로운 개성을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대게 같은 운영 시간 내에 언제든 방문할 수 있으나, 임시로 문을 여는 팝업은 정해진 기간 내에만 경험할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SNS 문화와 연관 지을 수 있다. 개인 계정을 통해 이른바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신제품에 대해 강렬하게 인지시켜야 하는 팝업의 특성 상 사진을 찍을 장소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서 팝업 현장 내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을 따로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콘센트에 따라 꾸며진 한 팝업스토어의 모습 /윤미지 기자
콘센트에 따라 꾸며진 한 팝업스토어의 모습 /윤미지 기자

이외에도 팝업 현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나 이벤트를 찾아 방문하는 이들도 있으며,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 이뤄지는 콜라보 팝업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 등을 접하기 위해 찾기도 한다. 식음료와 관련이 있는 브랜드는 팝업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팝업이 끝나고’

실제로 팝업 문화로 인해 각 기업이나 브랜드가 고객에게 새롭고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팝업이 끝나고 나서다. 임시 매장인 만큼 철거하게 되면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팝업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 구조물이 많은 팝업 현장은 더 많은 폐기물을 방출한다.
 

다양한 규모와 형태를 가진 팝업 스토어. 기획에 따라 가벽이나 대형 구조물들이 설치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flickr

5월 열린 ‘2022 전시디자인트렌드 국제 포럼’에서 건축·인테리어 기업인 가보샵 김혜련 대표는 팝업과 유사성을 가진 전시회 폐기물에 대해서 9m² 당 270kg에 달하는 폐기물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팝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이 적지 않음을 유추 가능하다.

성동구 성수동의 카페 거리를 걷다 보면 낮이고 밤이고 빈번하게 팝업 철거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순 늦은 저녁께 약 3시간 동안 성수동 카페 거리를 무작위로 걸으며 마주친 철거 현장만 두 곳. 좁은 길거리에 정차되어 있는 덤프 트럭 위로 철거로 인해 발생한 대형 폐기물이 높게 쌓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폐기물은 재활용될 수 있을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하나의 팝업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건축 재료 등은 재활용이 어렵다는 업계의 전언이다. 대부분 특정한 콘셉트와 목적을 위해서 제작되며 이를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팝업 전성기가 열리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팝업 진행과 철거가 반복되니 재사용할 수 없는 폐기물들이 무한 생성되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팝업 폐기물 처리에 관해서는 현재로서 특정한 기준은 없다. 일반적으로 건설 폐기물의 경우 이와 관련해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만 팝업의 경우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특정한 목적으로 인해 공간이 재구성되어 내부가 꾸며지는 팝업은 가벽 등 대형 폐기물 발생이 만만치 않지만, 별도 기준이 없어 이는 결과적으로 일반 생활폐기물을 기준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한 보도에서 확인되는 환경부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폐기물이 기준치 이상일 경우에는 사업장 폐기물로 별도 구분된다는 설명이 있다.

해외에서도 팝업 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별도의 기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팝업 폐기물을 건설 및 철거 폐기물의 일부로 간주하는 곳도 있다. 각 국가와 지역의 기준에 따라 팝업 폐기물이 다르게 처리된다고 볼 수 있다. 임시 구조물 및 건설 재료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건설 폐기물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국가도 있으나, 어떤 곳은 국내와 비슷하게 이를 일반 생활 폐기물로 취급하고 있다.

다만,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일시적으로 운영한다는 맥락에서 팝업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전시회의 경우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에서 대부분 지속 가능성 평가 정보를 공개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확인 가능하다.

인테리어 최소화한 팝업 ‘등장’ 중

국내외로 각 기업이나 브랜드가 팝업을 운영하는 사례는 늘고 있으나 팝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을 별개의 범주로 분류한 구체적인 처리 규정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팝업의 친환경적인 운영을 각 기업의 판단과 방침에 기대하는 수밖에는 없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팝업 운영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보다 친환경적인 인테리어를 기획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매일유업은 친환경적인 팝업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인테리어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매일유업이 진행한 팝업 ‘어메이징 오트 카페’는 성수동 공장에서 버려진 폐가구를 일부 활용해 인테리어에 이용했으며 의자는 볏짚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팝업에서 사용했던 가구의 경우 따로 폐기 처분하지 않고 본사에서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일유업
매일유업의 ‘어메이징 오트 카페’ /매일유업

LG생활건강의 비욘드 역시 최소한의 인테리어와 친환경적인 소재 선택을 통해서 팝업을 열었다. 해당 팝업은 ‘Less plastic, Paper is enough’ 캠페인을 위한 것으로 실천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체험하고 확산하는 경험을 통해 ‘행동하는’ 클린 뷰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운영 됐다.
 

LG생활건강
Less plastic, Paper is enough’ 캠페인을 위한 비욘드의 팝업 /LG생활건강

실제로 해당 팝업 매장은 종이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것이 만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대부분의 공간을 종이로 인테리어 했다. 다양한 페이퍼 굿즈와 가구, 소품들로 공간을 꾸민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적인 팝업 운영을 위해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와 소품을 선택하는 것이 환경오염을 줄이는 하나의 방안이 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팝업을 환경적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팝업 전성시대가 열리고 관련 산업이 커지는 만큼 이를 기업의 운영 방식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재활용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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