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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순백의 눈으로 만드는 달디단 국민 디저트, 메이플 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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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순백의 눈으로 만드는 달디단 국민 디저트, 메이플 태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9.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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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드는 디저트, 메이플 태피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창 제로 음료 열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설탕과 꿀 등을 활용한 약과나 개성주악 등 달달한 디저트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디단 디저트와 제로 음료가 동시에 열풍이 불고 있으니 항간에서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어쨌든 약과나 개성주악 등 설탕을 활용한 간식은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설탕이나 시럽을, 꿀 등 단 것으로 만든 약과나 한과처럼 국민 간식이 있다면 캐나다에도 이와 비슷한 국민 간식이 존재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으로 만드는 '메이플 태피'는 주로 겨울이 끝나 가는 3-4월에 많이 먹지만 여름에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메이플 시럽을 끓여서 졸인 후 눈밭에 뿌려 돌돌 말아 먹는 간식이다.
 

메이플 태피 /flickr

메이플 태피는 캐나다의 퀘벡, 온타리오주 동부 지방에서는 전통 문화의 일부다. 이 지역에서는 눈 위에 메이플 시럽을 부은 후 스틱이나 나무 막대기, 금속 포크로 둘둘 말아 먹는다. 수세기 동안 캐나다인들이 즐겨 온 이 겨울철의 별미는 신선한 메이플 시럽과 눈, 단 두 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진다. 메이플 시럽이 대체 언제 발견되었는지는 미스테리지만, 다람쥐가 나무를 물어뜯어 생기는 구멍에서 수액을 마시는 걸 캐나다 원주민들이 목격한 후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는 한 족장이 추운 겨울 단풍나무에 토마호크(원주민들이 쓰던 손도끼)를 던져 수액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음날 태양빛이 나무 안 수액을 따뜻하게 데워, 구멍에서 달달한 수액이 솟아났다는 것이다. 족장의 아내는 이 수액으로 고기를 요리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원주민들이 이 수액을 자신들의 생활에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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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의 단풍나무 수액 발견에 대한 이야기는 또 있다. 겨울철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나무에서 수액이 나오는데, 이 수액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원주민들이 이 고드름을 먹고 단풍나무에 숨겨진 놀라운 맛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이 설탕 같은 '달달한 물'은 식량을 보존하는 데 필수품이 되었고 원주민들은 사슴고기 같은 육류를 삭혀 식량이 부족했던 겨울철에 고기를 저장하고 먹었다.
 

메이플 태피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 /flickr

원주민들의 전통이었던 이 시럽은 캐나다 동부, 특히 단풍나무 숲이 울창한 퀘벡 지역의 사람들이 주로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퀘벡과 단풍나무는 꽤 깊은 관계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1536-1542년 사이, 한 탐험가 일행들이 호두나무라고 생각한 커다란 나무에 관심이 생겨 나무를 베어 버린다. 그런데 사실 이 나무는 슈가메이플 나무였고 나무를 베자 수액이 대량으로 나오게 된다. 이 수액을 맛본 이들은 마치 좋은 와인 같다고 생각했다고.

단풍나무 수액에 대한 이야기는 프랑스의 여행가이자 작가인 마크 레스카르보가 아카디아(캐나다 최동단에 있는 노바스코샤주의 옛 이름)로 여행을 갔을 때에도 언급이 된다. 그는 원주민들이 단풍나무 수액을 수확하고 증류하는 방법에 대해 기록했고, 선교사인 가브리엘 사가드 또한 원주민들의 단풍나무 수액 사용을 다시금 확인하며 이것을 '강화 음료'라 불렀다고 한다. 기력을 회복할 때 마셨던 이 음료는 1634년 사람들이 기근이었을 때 단풍나무 껍질을 먹었으며, 수액이 마치 꿀처럼 달콤한 설탕 같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단풍나무 수액에 대한 기록은 1600년대 들어 늘어났고 단풍나무 수액의 사용 또한 많아진다. 단풍나무 수액은 일종의 식재료로써 프랑스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1750년경에는 뉴프랑스에서도 단풍나무 수액과 메이플 슈가가 널리 소비되었다. 심지어 루이4세도 퀘벡산 메이플 슈가로 코팅된 아몬드를 즐겼다고 한다. 제2차세계대전 때에는 캐나다 농업부가 설탕이 부족해지자 군인들의 식사에 메이플 시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시 요리법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메이플 태피를 만드는 사람들 /flickr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 한 병을 집에 항상 구비해 두는 게 흔하다고 한다. 즐겨 먹는 팬케이크에 시럽을 뿌리거나, 파티를 할 때 신선한 눈 위에 시럽을 부어 메이플 태피를 만들어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2%가 캐나다의 퀘벡 주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눈 위에 뿌려진 뜨거운 메이플 시럽을 스틱에 싸 먹으면 진하면서도 향긋한 메이플 향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쫄깃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봄이 다가오면 원주민들은 단풍나무 근처에 지금의 슈거 쉑((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해 메이플 숲속에 지어진 작은 목조 건물)을 만들고 채비를 했다. 이들은 나무의 줄기를 잘라 화분이나 병에 수액을 모으고, 수액을 담은 용기에 뜨거운 돌을 넣어 수액을 끓이곤 했다. 이제는 단풍나무에서 신선한 수액을 채취해 시럽을 끓이는데 3월부터 4월까지의 약 한 달간이 이 진미를 맛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한다. 또한 단풍나무는 지역마다 토양이 달라 각기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단풍나무 수액은 98%가 물이라 1리터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약 40리터의 수액이 필요하다. 메이플 태피를 만들 경우 우선 메이플 시럽을 끓여 농도를 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메이플 시럽은 첨가물을 넣지 않으며 특히 메이플 시럽은 캐나다에서도 여러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라이트 시럽은 사탕 제조에, 미디엄 시럽은 팬케이크와 메이플 태피에, 다크 시럽은 산업용에 쓰인다.
 

눈을 파내고 시럽을 뿌려 돌돌 말아 먹는 형태 /flickr
슈가 쉑 /flickr

단풍나무는 늦겨울과 초봄에 본격적으로 수액을 채취하며, 수액을 양동이에 모아 끓여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다. 특정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가열하면서 수분을 증발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 달고 끈끈한 시럽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3월이 되면 사람들은 숲속의 소박한 오두막인 슈거 쉑에 지인들을 초대해 시럽을 시음하고, 메이플 태피를 만들어 먹으며 봄이 오는 것을 반긴다.

몬트리올이나 퀘백 근교에는 봄에 찾을 수 있는 슈거 쉑만 100개 이상이라고 하며 봄이 오기 전 사람들은 눈이 쌓인 단풍나무숲에서 단풍나무와 메이플 시럽에 대해 배운다. 유명한 슈거 쉑은 연중 식사를 제공한다고 하며, 식탁에는 메이플 도넛과 메이플 태피를 비롯한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음식과 음료를 올려 사람들에게 대접한다. 
 

집에서 만드는 메이플 태피 /flickr

메이플 태피는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 중 하나라고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캐나다 퀘백 시골의 한적한 오두막집에서 만드는 메이플 태피를 먹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사람들은 눈이 한가득 쌓인 날이라면 집에서도 쉽게 메이플 태피를 만들 수 있다. 우선 신선하고 깨끗한 눈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길거리에 일반적으로 쌓여 있는 눈이라면 쉬이 깨끗하단 생각을 할 수 없겠지만 의외로 캐나다에서는 눈을 깨끗하고 신선한 것으로 생각해서 별 상관이 없다고 한다. 도시의 문명이 닿지 않은 한적한 시골 들판에 쌓인 눈이라면 괜찮겠지만 도시의 눈이라면 눈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선 깨끗한 눈을 모아 트레이에 담고 냉동실에 담아 녹지 않도록 한다. 이후 냄비에 메이플 시럽 반 컵 정도를 붓고 중불보다 조금 더 센 불에 끓인다. 섭씨 114.5도가 최적의 온도라고 하며, 온도계를 사용해 해당 온도 정도에 도달할 때까지 확인하며 끓이면 된다. 온도계가 없다면 시럽을 찬물에 조금만 떨어뜨려 테스트를 해 보자. 단단한 공 모양으로 굳으면 된 것이다. 다만 액체가 걸쭉해지면서 결정이 형성될 수 있으니 냄비 안을 저어서는 안 된다. 태피 하나당 메이플 시럽을 2큰술 정도 떠 약 10㎝ 길이로 가늘게 눈 위에 붓는다.
 

눈과 메이플 시럽의 조합 /flickr

액체를 눈 위에 부으면 시럽이 급속하게 굳기 시작한다. 만일 시럽을 눈 위에 부었을 때 굳지 않고 흘러내린다면 충분히 끓이지 않은 것이다. 약 5초 정도 식힌 후 스틱으로 감싸면서 눈에서 떼어내 녹기 전에 먹으면 된다. 태피는 밀폐용기에 담아 최대 이틀까지 보관 가능하다.
 

포장된 메이플 태피 /flickr

우리나라에서 약과가 유행했을 때 단순히 약과만 유행하는 것이 아닌 약과 마카롱, 약과 브라우니, 약과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가 유행했던 것처럼 최근 캐나다에서도 단순한 메이플 태피뿐만이 아닌 베이컨 태피, 호박 태피, 옥수수 태피 등 다채로운 디저트가 나오고 있다. 축제가 있을 때는 아예 상인들이 메이플 태피를 캔디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메이플 태피를 즐기는 사람들 /flickr

얇게 깔린 눈 위에 시럽을 부으면 사람들은 스틱을 들고 몰려든다. 굳어버린 시럽은 막대기 끝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맛있고 끈적거리는 덩어리로 변한다. 사람들은 슈가 쉑 옆의 눈밭에 서서 장작불을 바라보며 지인들과, 가족들과 함께 농담을 하며 메이플 태피를 먹는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봄을 맞이하는 첫 번째 의례나 다름없다.

쿼벡의 아이들에게 메이플 태피는 겨울이 곧 지나가고 슈가 쉑에 갈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메이플 태피는 집에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쉽게 만들 수 있는 간식이기도 하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 1년 중 가장 달콤한 시기에 매년 지역의 슈가 쉑에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며 봄의 도래를 축하할 때 빠질 수 없는 음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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