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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는 익숙한 수식어 너머의 세계···두손갤러리 백남준 《I never read 1984》展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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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는 익숙한 수식어 너머의 세계···두손갤러리 백남준 《I never read 1984》展 개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9.0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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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never read 1984》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두손갤러리는 백남준의 세계관을 조망하는 전시 《I never read 1984》를 10월 28일까지 개최한다.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백남준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세상의 지평이 확장될 것임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는 인간과 기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등 장르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혁신과 통합을 실천한 세기의 예술가다. 이번 전시 《I never read 1984》는 인간과 기술,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유토피아를 꿈꾼 백남준의 세계관을 조망하는 전시로 다양한 혼합매체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전시 제목《I never read 1984》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적 소설 1949년작 『1984』를 이용한 것으로 소설에서 1984년의 미래는 테크놀로지 기계에 의해 감시당하는 통제된 삶으로 묘사되나 1984년 1월 1일 백남준은 인공위성을 활용해 텔레비전 쇼인 <굿모닝 미스터 오월>을 선보이며 기계 문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수용하지 않고 테크놀로지를 통해 전세계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 주었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기술의 낙관적 공존을 주장했던 백남준의 사유와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I never read 1984》는 자연, 인간, 기술간의 조화를 작품의 기초에 두었던 백남준의 세계관을 조망하며 예술적 정체성이 담긴 다채로운 작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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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to the Highway (Rosetta Stone)> /김서진 기자

"미디어란 중세 신학의 개념으로서 신과 교류하는 수단과 매체를 의미하는 남말이다. 굿의 어원은 몽고어의 얼이니 미디어와 굿이란 거의 같은 말이다"

백남준이 주장한 "전자 초고속도로"의 개념을 작가 자신에게 적용해 만든 작품으로 나폴레옹 군대가 이집트 원정 당시 로제타 마을에서 발굴한 로제타석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로제타석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기원전 305년부터 기원전 30년까지 여러 차례 발표했던 법령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고대 이집트 민중문자, 고대 그리스 문자 등 세 가지 언어로 새겨 놓은 돌이다.

백남준은 작품을 한국어, 영어, 불어, 독일어, 일어를 섞어 사용하며 작품 중앙에는 백남준이 음악에서 비디오 아트로 관심을 돌리게 된 계기와 어떻게 플럭서스 예술 운동에 참여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 자신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예술가들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해> /김서진 기자

정우원 작가는 옹달샘과 같이 작은 우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바다를 표현했다. 바닥의 표면을 둘러싼 둥근 원은 바다의 입구고 수없이 존재하는 입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다'는 우주이며 무한을 표현한다. 그래서 작가는 스마트폰을 '현해'라 표현했다. 이 검은 바다를 AI에 의해 만들어진 물고기가 자유롭게 스마트폰의 경계를 넘어 세상을 유영하고 있다.

작가는 스마트폰을 단순히 하나의 물체로 바라보지 않고 이를 통해 퍼져나가는 에너지(정보)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그 형태의 크기를 우주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우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물고기는 바로 우리 인간이다. 이러한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백남준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브라운관 티비를 사용하듯 작가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이것은 시대의 발전(흐름)을 반영한 결과로서 작가는 백남준의 시대(1984)와 현시대(2023)의 간격을 보여주고자 했다. 

정우원 작가는 로봇공학을 전공, 이후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아트앤디자인을 수학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RCA(왕립예술대학)을 졸업 후 엔지니어링이란 도구를 활용해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엔지니어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시간의 흐름 또는 삶의 의미라는 주된 주제를 갖고 지속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엔지니어링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움직임이라는 요소를 통해 시적 표현을 진행하고 있다. 
 

<Cage in Cage> /김서진 기자

존 케이지는 현대 음악의 거장으로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백남준은 도쿄대학 졸업 후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정착했던 독일에서 존 케이지를 처음 만난다. 그는 케이지의 음악에 큰 영감을 얻었고 그들은 서로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음악 인생에 있어 큰 전환을 이룬다.

케이지는 동양적 사고에 심취해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침묵의 소리도 음악이라는 독자적 음악 세계를 펼쳤고 <4분 33초>를 선보이게 된다. 이 곡은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독특한 전달 방식에 대한 많은 주목을 받으며 그의 대표작이 된다. 
 

<휴먼 첼로> /김서진 기자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열린 백남준의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에서 퍼포머로 참여한 샬롯 무어만은 "오늘은 첼로가 세상에 태어난 지 400년만에 백남준이 혁명을 일으킨 역사적인 날"이라 말하며 "휴먼 첼로(인간 첼로)인 백남준의 몸에서는 과연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일종의 '바디 아트'를 통해 돈에 의해 성이 상품화되는 사회에서 백남준은 돈과 성에 놀아나는 것이 아닌 돈과 성을 가지고 자유자재로 놀 줄 아는 유토피아를 추구했다. 작품의 뒷면에는 당시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가 피터 무어,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 그리고 백남준의 서명이 기록되어 있다.
 

다양한 포스터들 /김서진 기자

전시 관계자는 "이 포스터들은 실제 백남준 선생의 지인이 직접 전달한 걸 우리가 이번 전시를 위해 받아 설치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1993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중 하나인 <The Mongolian Tent>도 보인다.
 

<Venice Biennale> /김서진 기자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아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출품작 중 <Marco Polo>는 1271년 원나라로 떠나 동방 여행길에 오른 역사적인 인물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를 TV 로봇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그의 삶을 엔진 대신 꽃으로 가득 찬 폭스바겐으로 표현해 글로벌 미디어 시대에 마르코 폴로의 변신을 추구했다.
 

<무제(랜덤 액서스)> /김서진 기자

백남준은 1963년 독일 부퍼탈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에서 <랜덤 액서스>를 선보였다. 마그네틱 테이프를 풀어내 여러 길이의 조각들로 잘라 벽면에 붙인 후 관람객이 재생장치에서 분리된 금속 헤드로 원하는 테이프 부분을 훑어 녹음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작품이다. 
 

<플럭서스(Fluxus)> /김서진 기자

플럭서스는 '변화',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어 전통적인 예술에서 벗어나 기존의 제도와 경향을 부정하는 운동이다.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걸쳐 일어난 반예술적, 반문화적 운동으로 미술, 음악, 공연, 영화, 디자인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탈장르적 형식을 추구했다. 백남준은 플럭서스를 자신의 예술 세계와 철학을 구축하는 데 중심에 두었으며 비디오 예술, 행위 예술, 행위 음악 등 실험적 예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작품 속에는 그와 협업했던 존 케이지와 샬롯 무어만의 모습도 보인다.
 

<NJP - at 1800 RPMS> /김서진 기자

1992년 제작된 백남준의 작품 <NJP - at 1800 RPMS>의 RPM은 <Revolution per minute>을 뜻하며 미래 세계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견해 1분에 1800번의 혁명적 사고를 한다는 백남준의 철학이 함축되어 있다. 보통 RPM은 자동차의 분당 엔진 회전수 또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하드디스크의 프래터가 1분당 회전수가 많을수록 저장 용량이 크고 콘텐츠를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백남준은 정보 저장 장치인 레이저 디스크에 동양의 오래된 지식인 고대 천문학의 28수와 음양의 지혜가 담긴 주역의 이미지를 7개의 일련 이미지로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오래된 동양의 지혜가 미래의 무궁한 콘텐츠가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네온 TV 연작> /김서진 기자
좌측부터 <Neon TV - Buttons>, <Neon TV - Love is 10,000 miles> /김서진 기자

<네온 TV>는 1990년대 제작되었으며 티비와 네온 사인, 페인팅, 초소형 티비 등을 활용해 백남준의 이상향과 철학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티비 위의 안테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티비 내부에 우주, 안경, 남녀가 마주보는 모습을 묘사해 내부에 우주, 안경, 남녀가 마주보는 모습을 묘사해 티비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타인의 삶을 볼 수 있으며 남녀의 사랑도 이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티비가 물리적 거리나 한계를 초월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을 예견한 것.
 

<TV Buddha TV 부처> /김서진 기자

이 작품은 불상과 텔레비전이 서로 마주보는 형식의 작품이다. 동양의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현대 문명의 상징인 텔레비전을 마주하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보여주며 명상적 상징성이 기술과 대비되는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1968년 처음 선보이며 서양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형식과 크기의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부처가 돌에 둘러싸인 모습이거나 흙 속에 부처가 묻히는 등 환경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고고한 부처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TV Rodin (Le penseur)> /김서진 기자

동양적인 명상의 상징이 부처였다면, 백남준은 서양적인 명상의 상징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 비디오 카메라 안에 담았다. 
 

<심 心> /김서진 기자

이 작품은 두 장을 겹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전시 관계자는 "마음 심자가 양면으로 두 개가 보이며 겹쳐지면 하나가 되는 작품이다, 일본의 아베 슈야라는 공학자가 있는데 백남준이 그를 위해 제작한 것"이라 밝혔다.
 

다양한 드로잉들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인간과 기술의 낙관적 공존을 주장했던 백남준의 사유와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I never read 1984》는 자연, 인간, 기술간의 조화를 작품의 기초에 두었던 백남준의 세계관을 조망하며 예술적 정체성이 담긴 다채로운 작업을 소개한다. 백남준은 디지털 시대로 인한 첨단 매체의 확장과 기술의 고도화를 예측했고 이는 모두 현실이 되었다. 

기술은 인간의 노동력과 지식을 대체함은 물론 감정과 감성을 기반으로 한 창작을 가능케 했고 편리함을 넘어 퐁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그는 기술을 자연에 포함시켜 유기적 관계를 통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창출했고 기술과 자연이 서로 순환을 이루며 인간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다. 백남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넘어 인간과 자연,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술의 소통까지 분야와 시공간을 초월해 인류가 하나가 되길 소망했다.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 /김서진 기자

두손갤러리 김양수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시는 아주 간단하다. 기술이 인간과 이원화되지 않고 기술이 자연과, 인간과 융합되어 앞으로의 세상을 이끌어가도록 하자는 그의 메시지로 차 있다"고 전했다. 

자연, 인간, 기술이 망라된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혼합매체, 설치, 회화와 함께 전시 포스터, 판화, 드로잉, 사진 등을 선보이는 것으로 백남준이 '소통, 분배, 공유'의 가치에 주목해 다양한 매체의 시도를 통해 완성한 예술관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백남준의 예견대로 AI기술, 1인 미디어의 시대 등 '기계의 인간화'가 현실이 된 지금, 백남준이 현존했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지 생각하고 미래의 유토피아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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