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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장인의 깊은 고민이 화각과 흰 백자로 거듭나다, 《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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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장인의 깊은 고민이 화각과 흰 백자로 거듭나다, 《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9.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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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재단법인 예올은 지난 해에 이어 샤넬과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올해의 장인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 전수교육조교 화각장 한기덕’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도자공예가 김동준’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예올은 우리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전통 공예의 가치를 올바르게 성찰하여 미래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비영리재단이다. 《우보만리 : 순백을 향한 오랜 걸음》 전시는 9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올 북촌가와 한옥에서 진행된다.

올해 프로젝트에는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AD)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100대 디자이너에 선정된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시 총괄 디렉팅 및 작품 협업에 함께 참여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우보만리는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 만 리를 가 끝까지 인내하고 노력하면 결국 그 뜻을 이룬다는 의미다. 2023년 올해의 장인과 젊은 공예인은 각각 화각과 백자라는 매개를 통해 우보만리의 자세로 우리에게 공예의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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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 공예란 소의 두꺼운 뿔을 펴낸 후 갈고 또 갈아 순수한 각지로 상태로 만들어 내어 그 표면 위에 도안을 그리고 채색해 가구 또는 소품을 장식하는 데 쓰이고, 오랜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또 올해의 젊은 공예인인 김동준 작가의 백자는 오랜 역사를 거쳐 도자기의 장식성과 색상을 비워내어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 공예다. 위의 두 공예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졌지만 갈아내고 비워내어 본질성을 찾는 '순백'을 향한 오랜 정진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백자 작품들 /김서진 기자

도자공예가 김동준은 미술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고 2007년부터 약 4년간 조선시대 관요 백자를 제작한 분원이 있던 경기 광주시 남종면에서 도제식으로 도자를 수학했다. 김동준 작가는 조선백자에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이상과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여기며, 무문의 외관과는 달리 속이 깊고 생동하는 백자에서 한민족의 신명과 미적 성취의 감정을 느꼈다.

작가는 시각적, 감정적으로 느껴 왔던 스스로의 미적 근원을 긴 세월의 감정이 묵직하고 깊게 담긴 조선 백자에서 찾았으며 그가 꿈꾸는 이상을 작업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 
 

백자 항아리 /김서진 기자

작가의 말 

"백자항아리가 오랜 세월로 인해 지니게 된 상흔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살아가며 받은 고난과 상처를 담담히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듯 이미 모든 것을 초탈한 구도자의 모습으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오랫동안 해갈하지 못했던 감정의 갈증을 조선의 항아리가 채워 주었다.

안료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목적의 백자와는 달리 무문의 백자는 자연의 재료에서 얻을 수 있는 순수한 백색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집중하여 작업을 할 수 있다. 백자는 그 자체로도 사치스럽고 화려하다. 내가 원하는 백자는 본연의 화려함을 숨기지만 품위를 잃지 않고 안으로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속이 깊고 생동하는 기물이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완숙해지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였다. 물론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노력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끌어내는 것은 그것을 행하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에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결국 작업은 작가의 삶을 담는 것이다"
 

백자 작품들 /김서진 기자

올해의 젊은 공예인인 도자공예가 김동준은 ‘조선 백자’의 시각적, 감성적 미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작가는 관요 백자의 산실인 경기 광주 남종면에서 수학하며 익힌 도자 기술을 활용해 그의 이상과 한국의 미를 백자에 담아낸다. 금번 프로젝트 작품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연마한 도자 기술의 결실로, 지난 시간 동안 작가가 고민해 온 아름다움이 백자로 표현되어 있다.

김동준 작가는 자립하는 화각의 형태에 대한 연구로 엮기, 세우기, 말기, 오리기, 쌓기와 같은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변화에 도달할 수 있는 재료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확장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3 예올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선정된 김동준 작가의 백자와 이 변주들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태와 조합을 눈여겨볼 수 있다. 
 

좌측부터 <화각 간이의자>, <화각 이층장>, <화각 협탁> /김서진 기자  

올해의 장인 화각장 한기덕(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 전수교육조교)은 얇게 켠 쇠뿔 너머로 화사한 빛깔을 그려내고 있다. 화각(華角) 공예는 쇠뿔을 얇게 갈아 각지(角紙)를 만들고, 그 위에 도안을 그리고 채색하여 가구 또는 소품을 장식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전통 공예기법이다. 장인은 부친인 故 한춘섭(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의 뒤를 이어, 현재 경기도 성남에서 공방과 온라인 홈페이지 화각닷컴을 운영하며 가업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화각 정원> /김서진 기자
<화각 정원> /김서진 기자

소의 뿔로 만들어진 각지 위에 도안을 그린 후 목가구에 부착해 완성되어 온 전통 화각 공예를 각지만을 사용해 제작한 화각 꽃정원을 통해 그 자립 가능성을 공유하고자 했다.

화각꽃들은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친숙한 야생화들인 진달래꽃, 매화, 사과나무꽃, 도라지꼴의 모습을 단순화하고 각지를 그 모양대로 오려 내어 꽃의 고유한 색상을 그 위에 채색해 제작되었다. 봄이 오면 스스로의 힘으로 피어나는 야생화의 모습과 같이 화각 그 자체로도 완성도를 지니고 자립할 수 있는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화각 갓 조명>, <화각 함> /김서진 기자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된 한기덕 장인은 동양 문화권 중 한국에서 특히 독보적으로 발전한 예술인 화각의 맥과 선친의 명성을 잇기 위해 꾸준히 작품에 몰두하고 있으며 화각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한기덕 장인은 전통적 화각공예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길이라고 여기며 오늘도 공예에 정진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화각 공예가 특징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가구 중에 색으로 나타낼 수 있는 특징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 재료인 한우 황소 뿔만 사용한다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예라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화각 받침과 백자 그릇>, <화각 뚜껑과 백자 합>, <화각 도시락통> /김서진 기자
<화각 뚜껑과 백자 합> /김서진 기자

올해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를 통해 한기덕 장인의 화각 공예에 대한 오랜 행보를 기념하는 동시에 기존 화각공예에 21세기의 현대적인 미학과 방법을 더해보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로서의 각지가 아닌 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취지로 소의 성장 과정에 형성된 얼룩이나 패턴을 살리거나 옻칠을 통해 본연의 톤에 채도를 더하며 모던하게 화각을 표현하는 시도를 보이고자 했다. 

금번 프로젝트에서 장인은 공예와 디자인을 아우르는 디자이너 양태오와 협업을 진행, 소재 본연의 색상과 질감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스툴, 조명과 같은 생활 가구들과 옻칠 마감을 더해 사용성을 높인 화각 도시락 등 생소할 수 있는 화각을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전시 관계자는 "천천히 꾸준하게 자기 완성을 향해 걸어가는 장인과 작가의 행보를 통해 '우보만리'의 여유로운 깊이를 느껴 보고, 이번 프로젝트의 다양한 시도들이 앞으로 펼쳐질 화각과 도자 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이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예올의 김영명 이사장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샤넬과 함께하는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를 통해 장인들의 노동의 결실을 선보이게 되어 감격스럽다”며, “소중한 우리의 아름다움이 우리 모두의 평범한 일상에서 빛나는 그날까지 한국 공예를 꾸준히 아끼고 지켜내겠다”고 전했다.

한편, ‘예올 X 샤넬 프로젝트’는 예올의 전통공예 후원사업의 핵심으로 ‘예’- 과거와 현재를 잇고(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올’- 현재와 미래를 잇는(예올이 뽑은 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한다. 본 프로젝트는 선정된 장인 및 공예가의 지속가능한 전통 공예품 기획, 개발, 모델링, 생산 및 배포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공예의 미래를 장려하고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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