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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만일 누군가 '흑역사를 지워주겠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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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만일 누군가 '흑역사를 지워주겠다'고 한다면
  • 박정민 기자
  • 승인 2023.07.1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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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발전의 명암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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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박정민 기자] 만일 누군가가 다가와 인생의 흑역사를 지워줄테니 어느 시기를 지우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인생의 언제를 지우고 싶을까. 어떤 이는 인생의 특정한 시간을 꼭 지우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테고, 간혹 어떤 이는 그 어떤 것도 지우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가 두 달 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 사업'을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는 만 24세(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 연령 상한) 이하 국민이다.

개보위에 따르면 가장 신청자 수가 많았던 나이는 중학교 3학년인 15세로 652건이 접수됐다. 이어 17세(501건), 16세(498건), 14세(478건)가 뒤를 이었다. 게시물 삭제 요청이 가장 많은 사이트는 유튜브(26.7%)에 이어 페이스북(17%), 네이버(17%), 틱톡(14.8%), 인스타그램(13.5%)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언뜻 생각했을 때 중장년층이나 X·M세대들은 학창 시절에 남긴 디지털 기록이 많지 않아 뭔말인가 싶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런 것을 세대 차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중장년층을 형성하고 있는 60, 70년대생들이나 80년대 초중반 생들만 해도 이렇게 디지털로 흑역사를 남겨 놓았다는 말이 다소 생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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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SNS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 그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pc통신 천리안, 나우누리 채팅 시절까지 올라가야 하니 디지털 흑역사를 만들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현재 디지털 소통 시스템의 주된 이용자라고 할 수 있는 Z세대나 알파세대들은 디지털로 자신의 흔적(?)을 남길 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로,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의 특징이 있고, 알파세대는 어려서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라나는 세대로 2010~2024년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며 기계와의 일방적 소통에 익숙한 이들을 말한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만일 어떤 사람에게 흑역사가 있어도 유명인이나 셀럽이나 연예인이나 엄청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아닌 이상 살아가는 데 그리 큰 영향은 없지 않을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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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

그렇다면 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인간의 육체와 반대 개념으로서의 정신을 형성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통 강사로 알려져 있는 김창옥 강사는 자신의 강연에서 "부자는 돈이 많지만 행복한 사람은 추억이 많다"고 말했었다. 한 인간의 정신이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은 추억일까. 본 기자는 '기억'이나 '경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이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이라고 본인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까지는 무수한 기억과 경험이 쌓인 산출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심각한 나르시시즘 환자나 정신적인 이상자, 옛날 말로 공주병(?) 걸린 사람이 아닌 이상 본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모르면 바보 취급 당한다는 mbti 테스트의 경우에도 자신의 기억 속에 '그래 나는 이랬지, 저랬지, 이런 사람이지 저런 사람이지' 하는 기억을 더듬어 문항에 표시를 하는 것이지 않은가. 사람을 처음 볼 때 첫 느낌도 중요하겠지만 mbti를 참고하는 젊은 층이 많다고 하니 말이다. (반면에 mbti가 자주 바뀌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며 mbti 맹신을 경계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필름카메라/ fixabay
필름카메라/ fixabay

디지털 세대와 그 전 세대

80년대생인 본 기자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를 쉽게 접하면서 커 온 세대에 속하지는 않는다.

카메라를 예로 들면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필름 카메라로 찍고 사진관에 가서 현상하는 것이 당연했고, 중학교 때 디지털 카메라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그 '디카'라는 것은 매우 좋지만 비싸다더라. 그런 소문(?)을 접하고 컸으며 중고등학교 때 디지컬카메라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접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그게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 때는 DSLR(전문가용 카메라)라는 것이 보급되면서 웬만한 가정에 DSLR 한 대 정도는 있는 정도로 카메라 기기를 접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은 휴대전화에 내장돼 있는 카메라의 성능이 워낙 좋으니까 DSLR의 인기도 시들해진 듯 하다.

지금은 폰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도 초등학교 때 워크맨, 중학교 때 CD플레이어, 고등학교 때 MP3플레이어 이렇게 발전해 온 과정을 겪은 세대이다.
 

dslr/ fixabay
dslr/ fixabay

요즘 일상 생활에서 일고 있는 레트로 열풍 또한 쉽고 편리해진 디지털 기기 홍수 속에서 이전 시대에겐 옛날 것, 학창 시절의 향수, 조금 불편하지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요즘 세대에겐 또 다른 아날로그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디지털 세대와 그 전 세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세대가 더 좋다 나쁘다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디지털 문명이 이렇게까지 발전해 온 것은 분명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노력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온 현상이지만, 그 속에서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천천히 가는 여유도 부려 보고 걸어온 길도 되돌아보고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꽤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빠름이 익숙한 사회

최근에 한 지인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상을 볼 때 몇 배속으로 빠르게 해서 보더라"라는 말을 했다. 영상을 일반적인 속도로 보는 사람과 몇 배속으로 빠르게 보는 사람으로 MZ세대냐 아니냐를 나눌 수 있다나 뭐라나. 개인적으로 일반 속도로 본다(웃음) 실제로 본지 MZ세대 기자들이 프로그램을 몇 배속으로 빠르게 보는 것을 본 적이 있는 터라 아예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웃음)

우리 어린 시절엔 안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인들의 자녀들을 접할 기회가 있어 가끔 보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보는 유튜브 등의 영상에 빠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같은 것. 집중력은 또 대단해서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컸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뛰놀면서 자라는 게 교육 상 가장 좋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또 특징 중 하나가 인스턴트 식품을 너무 좋아라 해서 비교적 엄격한 엄마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 탄산음료, 라면 같은 것을 못 먹게 하는 것은 거의 포기한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기도 했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는 영상 속 간접 경험이나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해 지다 보면 나중엔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국에는 삶이 허무해 지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지점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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