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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관람객과 아티스트를 책으로 연결하는 특별한 전시 《넘기고, 펼치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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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관람객과 아티스트를 책으로 연결하는 특별한 전시 《넘기고, 펼치는》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7.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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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기고 펼치면 UNFOLDED》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교보아트스페이스는 8월 30일까지 여름 기획전 《넘기고 펼치면 UNFOLDED》전시를 개최한다. "요즘의 미술가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번 전시는 삶에서 채집한 감각과 감정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의 회화 작업들과 작가들이 읽어 온 책들을 함께 소개한다.

전시 제목 '넘기고 펼치면'은 책을 읽는 움직임의 동작을 간단히 묘사한 말로써 '다음 페이지로의 이동'을 제목에 함축했다. 마치 '덮여져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넘겨서 펼친 후 발견하는 흐름'같은 것. 이를 상상하는 《넘기고 펼치면 UNFOLDED》전시는 책을 통해 작가들의 시각적 관점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이자 관객들이 이미지와 텍스트의 연결 지점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이에 이번 전시는 각 작가들이 치열한 삶을 이어 나가며 작업한 그림들을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시각적 요소만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전시에 참여하는 8명의 작가들은 '예술가'의 정체성과 관련한 책들은 물론 보통의 일상을 온전히 만들어 준, 말하자면 그림 작업은 물론 사적인 삶과 얽힌 책들도 소환한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삶을 지탱해 주며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예술가들의 이러한 책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책들마저도 새롭게 인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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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영의 책들

최가영 <A Hawaiian Summer Dream> 시리즈 /김서진 기자

「도연명 산문집」 도연명

"도화원기가 묘사하는 무릉도원은 현실 속 이상에 대한 가장 오래된 우화이자 밈이 아닐까? 현실과 이상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회화에 빗대어 작업하는 나의 그림에 생각과 상상을 보태어 주는 글이다. 복숭아 꽃나무 숲을 따라간 어부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무릉도원을 찾아가려 복숭아나무를 쫓은 후대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의 나에게로 향하는 질문을 만든다. 내가 지금 바라고 그리는 것이 과연 이상일까, 복숭아 꽃잎일까?"
 

최가영 위<Survival in Fantasy 13>, 아래 <A Hawaiian Summer Dream 3>/ 김서진 기자

「극한 식물의 세계」 김진옥

"도시 속으로 옮겨져 이국 정서와 낭만을 연출하게 된 열대 식물에 비유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인간을 묘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근래에 읽은 책이다. 살아남기 힘든 극한 환경 속에서 생김새, 향기, 심지어 자신의 온도까지 바꿔 가며 끊임없이 진화에 도전하는 식물들의 생존기로부터 삶을 배우며 이해하고 있다. 특히 위대한 돌연변이들의 탄생을 통해 식물들이 멸종에 이르지 않고 현재의 다양성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인간과 나 자신, 그리고 나의 그림을 돌아보게 된다."

최가영의 책들 /김서진 기자

「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가본 적 없는 곳,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은 얼마나 낭만적이며 어째서 그리워지는지. 나는 문학 작품 속에서 미지의 시공을 탐험하는 누군가와 함께 헤매는 것을 좋아한다. 2013년도에 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입주해 작업하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문으로 된 아이슬란드 가이드북 한 권을 찾을 수 없던 10년 전 어느 여름날의 교보문고에서 빈 손을 대신해 이 책을 사서 들어왔다.

1864년에 집필된 소설이기에 첫 방문을 앞둔 여행자를 위한 참고 도서로서는 적당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상상했던 풍경과 목격하게 된 실제를 포개어 봤을 때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하은의 책들 

이하은 <이름 없는 바다> /김서진 기자

「스페이스 (논)픽션」 정지돈

"설계된 도시 속에서 우리가 공간의 사용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 놓은 책. 구체적인 지역과 영화관, 극장, 카페와 같은 공적 공간을 시간, 이동, 기억, 역사와 함께 꿰면서 공간에 대한 담론을 건든다. 공간 속에서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여러 층위의 이야기로 나와 내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책."

「색맹의 섬」 올리버 색스

"색맹과 신경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색맹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으로 떠난 올리버 색스의 여행기. 흑백의 세계를 보는 섬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또 다른 풍성한 감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두터운 주석에서도 자연과 섬사람들의 교류에서 보인 그의 따뜻한 태도가 이어져 인상적이다." 
 

이하은 <Re: 바닥에 부서진 노을> /김서진 기자
이하은의 책들 /김서진 기자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섬 풍경의 냄새가 물씬 나는 시집. 시 곳곳에서 등장하는 자연의 표정과 모습을 머릿속에 풍성하게 그리며 화자의 감정을 가까이서 더듬어 보기도, 또 담백한 문장에 멀어지기도 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일상에서 사소하게 벌어지는, 혹은 다뤄지는 차별과 혐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일이 사람마다 다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책. 작업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깨달음-기존의 인식과 나를 둘러싼 상황에서 당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겼던 것이 뒤틀리는 순간을 책에서 맞이해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라1(솔로몬의 날개)」 에스터&제리 힉

"요즘 들어 자주 생각나는 학창 시절에 빠져 읽던 소설책, 올빼미 '솔로몬'과 소녀 '사라'의 알쏭달쏭한 대화에 빠져들면서 삶, 행복, 죽음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본다. 이따금 순수한 마음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는 책."

윤미류의 책들

윤미류 <Buzzcut> /김서진 기자

「사랑의 현상학」 헤르만 슈미츠

꿈 속의 A가 나에게 "#^$&*@"라고 하자마자 가슴 중앙에 뜨거운 게 생기는 감각을 느꼈다. 살면서 느껴본 적이 있는지 의심되는 그런 온도였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내 말의 진위를 따지진 않았지만 그러한 경험이 일으킬 수 있는 마음 상태에 갸우뚱하는 듯 했다.

이렇게 생생한 나의 감각에 맞는 정당성을 주지 않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지만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의 주관성과 혼동할 수 없는'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신체적 동요'이다 보니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대충 짐작만 할 수 있을 것이다.슈미츠가 말하는 '정동적 놀람의 신체성'이라는 것도 당연하게는 들리는데 의외로 그런 경험은 손에 꼽는다. 내 귀를 통해(사실은 머릿속으로?)들어온 언어가 탁구공만한 뜨거운 무언가로 변해 잠을 깨우는 일이 몇 번이나 가능할까."
 

윤미류 <Black Water> /김서진 기자

「이것이냐 저것이냐」 쇠안 키르케고르

"모 작가는 자기는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했다. 그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첫째는 나는 당시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세상의 많은 다른 가치와 즐거움, 성취와 동등하게 그림도 순위를 차지하는 항복이 될 수 있다는 점, 셋째는 그것을 남 앞에 내보일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네 번째까지 말하자면 '화가라면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키르케고르는 실존의 가장 낮은 단계로 미적 실존의 예를 들면서 '윤작'을 이야기한다. 권력을 장악하고 정복욕에 마음을 불사르는 것, 객관적 진리 탐구에 몰두하는 것, 사회생활에 자신을 내맡기고 통용화폐와 같은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것 따위 이 모두가 윤작의 삶이다."
 

윤미류의 책들 /김서진 기자

「원인」 토마스 베른하르트

"4년 전쯤 어느 날, 내가 사는 이곳을 떠나지 않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업 때문에 상경한 후로 쭉 서울에 살면서 그동안 대충 넘겨 왔던 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는 서울을 좋아했다. 언제 가던지 좋은 장소가 있었고 성인이 되어 가장 오래 머문 곳인 서울이 내 고향인 것도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서울에 사는 게 아니라 서울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극도로 혐오했다. 겉보기엔 살기 좋고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실제로 그 도시는 그에게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다. '위선이야말로 이 도시의 기반이며 생각없음이야말로 이 도시의 가장 큰 열정이다' 나에게는 서울이 그랬다. 그가 말하는 '결정적인 시점'이 지금이라 생각해 거의 돌아오지 않을 결심으로 짐을 싸서 떠났다.

하지만 어디서든 붕 뜨게 되는 나를 보며 애초에 어디에 만족한다는 게 환상이고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로 다시 돌아온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음험한 건물의 앞면'과 같은 곳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베른하르트가 과장된 욕설로 잘츠부르크를 묘사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난다. '이 도시는 단지 일체의 질병과 천박함에 개방되어 있는 차가운 죽음의 박물관일 뿐이다'와 같이 작정하고 쓴 문장들에 실소가 터진다. 그의 잘츠부르크를 떠올리며, 서울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속으로는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해 본다. 그러면 나도 살짝은 힘이 난다."
 

윤미류 <I Don't Know If It's Just Me / Right Eye> /김서진 기자

「아이 러브 딕」 크리스 크라우스

"작년에 이래저래 응원하고 감사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편지의 형식으로 복수의 수신자에게 전할 일이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편지를 쓰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편지가 상대에 관한 질문이 아닌 결국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처럼 나의 편지라는 것도 대부분 상대는 관심도 없을 말을 털어놓는 독백이 된다. 따라서 편지를 통한 상대와의 소통이라는 목적보다는 그저 편지쓰기라는 과정에서 혼자 겪는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 러브 딕」에서 주인공인 크리스는 딕이라는 남자에게 반해 남편과 합심해 미친 듯이 편지를 쓴다. 혼자 또는 남편 단독으로, 또는 노트북을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며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써내려가면서 어떤 대목은 멋진 일격이라고 생각하며 들뜨고 도취되기도 하고, 이런 걸 보내려 했다니 미친 짓이었다며 후회하기도 하고, 대답 없는 상대에게(편지를 부치지도 않았으면서)화를 내기도 하고, 이젠 총구를 마주하며 처형을 기다리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전송해 버린 말을 폐기하고 싶은 마음에 시달리면서도 금세 다시 쓰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히기를 반복하는 것, 그걸 잘 알기에 이 연애편지 대목을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내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구체적인 인물을 데려다가 사진을 찍어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이 사람들을 두고 무얼 보고 싶었던 건지, 그림을 다 그린 이후에야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친동생을 그린 몇몇 그림은 마치 '지금까지 며칠 동안 당신이 존 웨인의 미소를 띤 채 멀리서 무리를 지켜보며 조작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실제로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아무튼 이야기할 만한 그때와 지금 사이의 진동을 재생하는 것이 편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공통으로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걸 좋아한다."  

이수진의 책들

이수진 <흰 케잌>(위) <초능력 연습>(아래) /김서진 기자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치밀하고 집요한 묘사에 빠져들다 보면 주인공이 꼭 아는 사람 같아서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우아하게 폐부를 지르는 칼처럼 안으로 슥 들어온다."

「어떤 그림」 존 버거, 이브 버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 속에서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에 대해 순수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수진 작가의 작품들 /김서진 기자
이수진의 책들 /김서진 기자

「소소한 사건들」 롤랑 바르트

"말 그대로 소소한 일들을 스냅사진처럼 기록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사건, 사고들과 넘치는 이미지들이 가득한 시대를 살면서 나도 이렇게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끝나지 않는 불안의 표출이 되려 안정을 가져다 주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며 오래 읽을 수 있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강지혜, 김상혁

"개와 가족으로 함께 지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느 쪽을 펼쳐도 금방 눈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필히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

「비밀기지 만들기」 오카다 타카히로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고 어딘가 숨어 있는 걸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리타케 그림 덕분에 언뜻 그저 귀여운 책인가 싶지만 들여다보면 꽤나 진지한 내용들이라 지나칠 수 없다." 

최모민의 책들 
 

최모민 <잔과 여자> /김서진 기자

"내 서재엔 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읽어 온 적지 않은 책들이 있다. 그 책 중에서 내 작업에 더 많은 영향을 준 책을 선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상깊게 읽은 책들은 많지만 내 작업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고려해야 했다. 우선 내 작업의 몇 가지 주요 키워드를 정하고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책들을 분류해 보았다. 내 작업은 도시 안에 인물의 정체성, 행위성, 공간의 장소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계적으로 이것을 분류해 캔버스에 나열해 놓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이미지들이 갖고 있는 함의에 주목한다. 그들을 재구성, 재맥락화하는 작업이 내 작업의 주된 과정이다. 한 예로 자본주의의 무대인 도시 안에서 어떠한 역할도 없이 가능하지 않은 잉여적 존재로서의 청년들의 초상과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의미 없는 행위들을 그렸다. 이들을 도시의 저개발 풍경에 그려넣음으로써 한 사회 안의 규정된 역할과 행위들을 전복하고 새로운 의미를 모색하는 작업을 해 왔다. 이 과정에 영감을 주거나 바탕이 된 책들이다."
 

최모민 <비 내리는 어느 바>, <오래된 그림> /김서진 기자

특별한 행위로 영감을 준 책들 (반복해서 전복하는)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공간과 사물에 대한 사유로 가득한 책들(사물과 공간에 대한 섬세하고 고집스러운 사유)
「사물의 체계」 장 보드리야르
「사물들」 조르주 페렉
「장소와 장소상실」에드워드 렐프

 

최모민 <종이꽃> /김서진 기자
최모민의 책들 /김서진 기자

시대성과 시대 안의 개인에 대해서 다룬 책들(시대를 관통하는 거대 서사와 한 개인의 미시 서사, 그리고 그것에 관한 이론서)
「대심문관의 비망록」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필립 로스
「일상생활의 사회학」 미셸 마페졸리 

예술가의 태도에 대해 다룬 책들(거부당하거나 소외되어도 자신의 철학과 예술을 관철하려는 의지)
「고백」 장 자크 루소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애나한의 책들

애나한 <Asteroid 153> <Asteroid 173> /김서진 기자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성인이 된 이후에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모든 장면이 과거보다 더욱 선명한 풍경으로 읽혔다. 이번 《넘기고 펼치면 UNFOLDED》전시에 소개되는 <Over a Glass Globe>그림은 「어린 왕자」의 장면 중 유리 덮개 속 장미꽃을 떠올리며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장미는 빨간색으로 표현되지만 나에겐 열정이 떠오르는 빨간색이 아닌 불시착한 여린 꽃 하나가 외로이 유리관에 있을 법한 느낌에 집중하여 핑크색을 주된 색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소행성이라는 뜻의 <Asteroid>시리즈는 역시 「어린 왕자」속의 행성들 위에서 멀리 보이는 다른 행성들을 상상하며 작업했다. 그것은 누군가가 별이라 불렀을 것이며 멀리서 보면 금빛처럼 반짝였을 것이다. 소설의 내용으로 영감을 받아 직접적으로 작업한 첫 시리즈 중 하나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Art and Fear」 데이비드 베일즈, 테드 올랜드

20대 후반에 방황하는 시기에 미술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 책이다. 예비 예술가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정의와 직접적으로 관련한 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고민해 볼 문제를 제시해 주었던 책이다. 더 좋은 작가란 무엇인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하며 살 것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한 책이다."
 

애나한 <Wait For Me> /김서진 기자
애나한의 책들 /김서진 기자

「두 개의 한국」 돈 오버도퍼, 로버트 칼린

"한국의 교육과 미디어에서 배운 한국과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 근대사의 비교가 아주 흥미로웠다. 한국인으로서 잘 모르던 근대사를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예술을 하는 일상의 불안이 늘어갈 때 읽었는데 불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하고 이해시켜 주어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나 있을 불안의 심리도 소개한다."

「노견일기1」 정우열

"소중한 존재와의 헤어짐 준비, 그 과정 속 유연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책 속 주인공의 태도에 영감을 받은 책이다."

양하의 책들

양하 <A Drawing for Blowing Up_22> /김서진 기자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작고 가벼운 따뜻한 문체를 가진 이 책은 저의 작업 태도와 가장 맞닿아 있다. 보솔보솔한 문장들을 읽으며 '소라' '나나' 나기'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소하고 일상적이지만 그래도 삶을 이끌어 가듯이."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비극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배치하는 작업을 할 때 아픔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책임감의 실마리를 준 책이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이 책을 통해 제 자신이 이 사회에서 '사람'일까? 혹은 주변 사람들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품을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매년 한번씩 들춰보는 책이다."
 

양하 <Well, It's a Scene Made to Cry, so I Will_25> /김서진 기자
양하의 책들 /김서진 기자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코로나 팬데믹이 제일 심할 때 읽었다. 과연 모두에게, 혹은 나에게 방이 있을까? 그 방은 나만의 것인가? 라는 의문을 준 책이다. 작업 소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의 유쾌하고 솔직하고, 담백함이 좋다."

이미솔의 책들

이미솔 <2022년 10월> /김서진 기자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 김보라

"어떻게 전시를 하고 미술계 사람들과 교류하며 작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 막연함 때문에 그리기조차 어렵고 내 그림들의 가치를 의심하던 때가 있었다. 작업을 너무 잘하고 싶어 열정이 욕심이 되어 나를 괴롭히던 때도 있었다. 강제되는 일과가 없기에 나태해지는 자신을 경멸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계속 쓰는 것, 계속 달리는 것, 계속하기 위해서 무리하지 않고 좋은 리듬을 유지하는 것. 먼 곳을 보기보다 말 앞의 몇 미터만 보며 가는 것.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을 구축하는 것, 집중력과 지속력을 가지는 것.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소설을 쓰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에 소설가의 삶에서 많은 것을 공감하며 배운다. 재능보다는 태도가, 그리고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하루키의 성실한 생활을 보는 것이 좋았다. 꾸준히 매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미솔 <팥배나무 5월> /김서진 기자
이미솔 <2월부터 11월까지> /김서진 기자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박보나 

"삶을, 세상을,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지 않은 작가. 그 태도가 작품에 스며드는 작가가 있다. 성소수자, 유색인종, 여성...소수자로서의 삶이기에 탄생할 수 있는 예술이 있다. 삶은 예술로, 예술은 삶으로 이어진다. 회화 작가로서 나도 이미지를 제작하는 차원을 넘어 나의 태도가 묻어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붓을 들기 전 나의 생활, 나의 시선을 채우고 정돈하는 일이 중요하다.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왜 우리는 다른 여러 종류의 삶을 희생해면서까지 한 가지 삶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어떠한 철학이나 윤리의식 없이 계속되는 개발로 망가진 지구, 미래를 위해 오늘을 소진하느라 탈진한 사랑하는 사람들, 그림 하나 전시 하나에 일희일비,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를 보며 소로우의 말들이 더 깊이 마음에 박힌다. 도시의 가공된 숲을 걷고 네모난 건물 속 작은 공간에서 살며 그림을 그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곳에서 작은 마음으로 작은 것들에 연연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언젠가 용감한 마음으로 여기를 벗어나 늘 그래왔던 방식이 아닌 더 나은 방법으로 삶을 실험해 보고 싶다."
 

이미솔의 책들 /김서진 기자

「식물생활2」 안난초

"식물과 사람, 다양한 모습으로 식물을 애정하고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식물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이 소소한 글과 부드러운 그림을 즐거이 보았다. 작업하기 전 뒷동산을 산책하고, 작업하다 집중이 안 될 때 베란다의 식물을 본다. 나보다 훨씬 큰 나무 사이를 걷고 충만한 풀과 흙의 냄새를 맡는 것, 작은 화분 속 식물의 잎을 닦고 흙의 마른 정도를 확인하는 것은 차분한 기쁨을 준다. 명상하는 것처럼, 감각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하여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저마다의 책을 읽고 떠올린 이미지를 기록한 곳 /김서진 기자
모든 삶은 흐른다 /김서진 기자

'읽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던 책의 제목을 적는 곳'이다. 전시에 참여한 8명의 작가는 작업과 일상에 얽힌 책들을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우리는 작품을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관람객들 역시 질문에 답하며 책과 이미지를 연결짓는 발상을 통해 창작을 위한 존재로서의 '책을' 새로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간.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그림과 연결된 책이라는 존재성을 넘어 '책이란 창작을 위해 무엇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생각해 보게 한다. 관객들은 그림을 관찰하고 같은 공간에 놓여진 책들의 페이지를 넘기고 펼쳐보며 책과 그림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게 된다. 전시 관계자는 "관객들은 작가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들을 발견할 것이며 '보고, 읽는' 행위를 통해 뜻밖의 시점 전환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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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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