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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태평양도서국의 전통을 현대의 직조물로 재현하다, 《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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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태평양도서국의 전통을 현대의 직조물로 재현하다, 《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6.30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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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展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인사동에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갤러리에서《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展을 진행 중이다.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기념하여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태평양도서국들의 자연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지역 여성들과 공예에 집중하여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열린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의 주제는 '공동번영을 향한 항해 : 푸른 태평양 협력 강화'였다.

푸른 태평양 대륙, 각국의 인구와 국토는 작지만, 광활한 해양 영토로 이어진 태평양도서국 (나우루, 뉴질랜드, 뉴칼레도니아, 니우에,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 바누아투, 사모아, 솔로몬제도, 쿡제도, 키리바시, 통가, 투발루,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피지, 호주)들을 부르는 별칭이다. 이들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천연자원, 그리고 지정학적 중요성 등이 부각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더불어 이 지역은 수십 년째 악화하고 있는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반은 침식되고 국토가 수몰되고 있으며, 이상 기후와 해양오염은 어업, 농업, 관광업과 같은 전통적인 지역 경제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푸른’과 ‘대륙’이 지워질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 푸른 태평양 대륙이 직면한 현실이자, 전 지구인들의 앞에 놓인 공동의 위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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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경제활동의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들이 수공예품을 만들고 판매하여 얻은 수익이,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중요한 경제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을 포착한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며 첫 섹션 '바다의 여성'은 다양한 경제 활동의 주체로 가족을 지켜 온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태평양도서국에 사는 여성들의 모습 /김서진 기자

태평양도서국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지역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다. 이를 통해 가족을 돌보는 'Care Giver'이자 다양한 경제활동의 주체로 가족을 지켜 온 태평양도서국 여성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타파 /김서진 기자

타파는 벽이나 바닥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전통 직물이다. 나무껍질을 두들겨 부드러워진 조직들을 결합해 제작한다. 
 

거북이 목공예품 /김서진 기자
마스크 목공예품 /김서진 기자

거북이 목공예는 태평양 지역에서 번영, 장수 등을 상징하며 피지 등 여러 국가에서 제작된 전통 목공예품이다. 마스크 목공예 또한 사랑과 번영, 힘과 풍요, 행복과 행운 등 다양한 이상향을 나타내기 위해 피지, 사모아 등 여러 지역에서 제작되어 온 전통 목공예품이다. 
 

스틱 차트 /김서진 기자

스틱 차트는 마셜 제도 사람들이 개발한 항해 도구로, 코코넛섬유와 껍질을 사용해 만든다. 바다에서 만나는 해류나 파도를 나타내기 위해 직선, 곡선의 작은 막대기를 묶어 구성했다. 선들이 만나는 지점, 뼈대에 묶인 조개 등으로 섬의 위치를 표현한다. 바다를 기반으로 한 태평양도서국의 삶을 보여주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마셜 제도의 스틱 차트가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키에키에 /김서진 기자

키에키에는 허리에 두르는 장식으로 사용한 통가의 전통 드레스다. 2018년 영국의 해리 왕세자 부부가 통가를 방문한 당시 키에키에를 착용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고.
 

살루살루 /김서진 기자

살루살루는 향기로운 화환이란 뜻으로, 피지 등에서 원주민들이 전통 춤을 출 때 착용하는 장신구다. 피지의 결혼식과 종교 행사에서 매케 춤을 출 때 꽃으로 만든 장식인 살루살루를 목에 두른다.

두 번째 섹션 '변화와 도전'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경제 활동의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들의 수공예품을 만들고 판매하며 얻은 수익이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중요한 경제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을 포착한다. 전시된 공예품들은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을 넘어 가정을 지키는 태평양도서국 여성들의 치열한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매트 /김서진 기자

매트는 벽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과거부터 제작되어 왔으며 현대에 들어 다양한 색상과 문양을 활용해 재해석되고 있다. 
 

친환경 지갑 /김서진 기자

재생지로 만든 이 지갑은 바나나껍질을 활용한 미크로네시아의 친환경 제품이다.
 

장신구 /김서진 기자
장신구 /김서진 기자

여성들이 착용한 화려한 장신구들. 목걸이와 화환 등 종류도 다양하며 화려한 모습이 눈에 띈다.
 

빌룸 /김서진 기자

빌룸은 태평양도서국의 여러 국가에서 널리 쓰이는 직조물의 형태로 특히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이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대표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빌룸 직조 기술은 파푸아뉴기니 전통의 핵심으로 수 세기에 걸쳐 다양한 부족과 지역에서 전승되었다.

그들의 선조들이 고안한 짜기 기술이 할머니, 어머니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현재 이 수공예 기술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 및 경제활동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빌룸 가방 /김서진 기자
빌룸 가방 /김서진 기자

여성들에 의해 주로 제작되는 빌룸 가방은 직조공들에게 경제적인 자립을 가능하게 하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통의 빌룸 가방은 섬유를 주재료로 해 강황과 같은 천연염료를 이용한 염색으로 제작된다.

근래에는 빌룸의 현대화와 대량 생산으로 빌룸 의상과 가방이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전통 기술을 보존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빌룸 작품을 만드는 것이 빌룸 문화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빌룸 제작 영상물 /김서진 기자
'바다의 부름'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빌룸 의상은 파푸아뉴기니 디자이너 플로렌스 자우카에 카멜에 의해 제작되었다. <바다의 부름>은 디즈니 영화 <모아나>의 모티브가 되는 폴리네시아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모아나는 추장의 딸이자 바다의 선택을 받아들여 신의 선택을 받은 마우이와 함께 테피티 여신의 심장을 되돌리는 운명적인 모험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빌룸에 나타난 문양 역시 테피티 여신의 심장에서 차용했다.
 

'어부의 아내' /김서진 기자

<어부의 아내>는 이스트픽의 어부와 그의 아내에 대한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부의 아내는 바다에 나가 어업을 하는 그의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는데 어느날 남편이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빈 카누만 돌아오자 그 카누를 끌고 바다로 나간다. 열심히 찾아 헤맷지만 결국 남편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바다를 저주하고 돌아와 남편을 대신해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플로렌스 자우카에 카멜의 빌룸은 태평양 지역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고 있다. 

마지막 섹션인 '새로운 시작'은 지역을 넘어 전지구적인 현안인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독려한다. 마셜 제도 출신의 시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케이시 제트닐 키지너는 그들이 직면한 환경 문제가 태평양도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 
 

케이시 제트닐 키지너, 아카 니바나 '일어나라: 섬에서 섬으로' /김서진 기자

<일어나라: 섬에서 섬으로>는 케이시 제트닐 키지너와 함께 그린란드 시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아카 니이바나가 합작한 시로, 두 여성은 마셜 제도와 그린란드를 오가며 시를 낭독한다. <일어나라: 섬에서 섬으로>는 마셜 제도와 그린란드 양 끝단에 위치한 섬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해빙이 초래한 극단적인 재해의 위험에 처해 있음을 처연한 영상을 통해 알린다. 낮게 읊조리는 두 여성의 음성은 지역을 전 지구적인 연대만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결단을 담았다. 
 

'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 /김서진 기자

태평양도서국에서 여성의 수공예는 가족 중심의 사회를 지탱하는 오랜 전통의 소산이다. 태평양도서국 주민의 중요한 정체성의 일부인 공예의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하고, 공예품에 깃든 여성들의 가족을 이끄는 주체로서 가지는 책임감과 애정을, 또한 기후 변화에 직면한 두려움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시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전지구인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지구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바다를 엮으며: 태평양도서국의 여성과 공예》전시는 7월 2일까지 진행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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