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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극지에 간 예술가들이 세상의 끝에서 경험하고 느낀 건,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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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극지에 간 예술가들이 세상의 끝에서 경험하고 느낀 건,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6.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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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극지연구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예술위)는 다음달 7일까지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에서 극지 레지던스 성과보고전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에 참여한 시각예술분야 작가 7명의 작품은 7월 26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극지 레지던스 성과보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협력 운영하는 극지 레지던스 13주년을 기념해 그간 극지 레지던스에 참여한 15명(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첫 전시다.

0.1cm는 극지의 변화와 예측을 상징하는 수치이다. 과거 수십 년간의 기록이 담긴 빙하의 두께이면서, 수천 억 톤의 빙하가 녹아서 바다에 유입됐을 때 상승하는 해수면의 높이이다. 예술가들도 극지현장에서 0.1cm의 작지만 큰 변화를 목격하고 작품에 담아냈으며, 이런 의도는 전시명에도 반영됐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입구에서 받을 수 있는 엽서 /김서진 기자

0.1cm는 환경 위기에 직면한 해수면의 상승을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다. 과학자들은 1㎜도 되지 않는 해양시료들로부터 빙하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그렇다면 지난 12년간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은 0.1cm의 어떤 변화를 목격하고 발견했는가. 이번 전시는 그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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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작가의 영상물 작업 /김서진 기자

이상과 현실의 첨예한 대립이 양가적으로 존재하는 땅인 남극은 우리의 실재하는 현재와 미래의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디스토피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남극에서 수집한 영상을 활용하여 남극이 가진 허구성과 실재성의 간극을 묘사한다. 
 

한창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김서진 기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는 아직 못 본 영화다. 이 항해가 그렇다.
그동안 작가는 먼 항해를 서쪽으로만 했다. 이번 항로는 북쪽으로, 그곳에 북극해가 있다.
 " 작가는 북극을 탐험하는 아라온호에서 생활하며 집필한 항해기를 책으로 냈다. 
 

김주연 작가의 작품 /김서진 기자

남극에서 목격한 가장 인상적인 풍경 중 하나는 눈과 얼음 결정체의 변화로 형성된 빙벽이다. 녹고, 부서지고, 갈라지면서 만들어진 형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 "진화하는 풍경"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적 풍경과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조명한다. 

 

김승영 작가의의 영상물과, 실제 얼음이 놓여 있다 /김서진 기자

극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거대한 자연에 대한 숭고함을 전한다. 남극의 얼음은 눈이 쌓이면서 무게에 눌려 만들어진다. 그런 과정에서 그 안에 공기 기포가 생겨나는데, 기지 쪽으로 떠내려 온 얼음이 녹으면서 수천, 수만년 전 공기를 담고 있는 얼음 안의 기포가 터지면서 소리가 난다. 수만년의 시간이 만들어 준 생경한 이 소리는 이곳을 더욱 더 신비한 곳으로 만든다. 
 

천운영, 정지우 작가의 영상물 /김서진 기자

남극의 여름은 밤이 되도 해가 지지 않는다. 겨울은 하루종일 밤이다. 남극의 식물들은 여름에 손톱만큼 자라고 겨울에는 죽은 듯이 잠을 잔다. 두 작가는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연구 활동을 묘사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였다. 
 

손광주 작가의 영상물 /김서진 기자

한 달 가량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돌아보며 작가는 자신이 상상했던 북극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북극은 이미 죽어가고 있고, 작가는 다시 「파이돈」을 떠올린다. <파이돈>은 손광주 작가가 2019년 극지연구소의 협력 하에 예술위에서 기획한 쇄빙선 아라온호 승선 및 극지탐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북극해를 탐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 중 하나인 『파이돈』을 영상화한 작업이다.

아라온호 항해기이자 낭독극의 형식을 빌린 <파이돈>은 기후 변화와 자원 개발의 각축장으로 사라짐의 위기에 처한 북극해의 현재를 ‘죽음이 철학적 삶의 완성’임을 논증한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모습에 빗댄다.
 

조광희 작가의 영상물 /김서진 기자

남극 어디에서도 쉽게 주울 수 있는 얼음 한 조각, 그 속의 기포를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보존되어 고스란히 밀봉된 남극은 작가에게, 또는 우리의 문명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영상에 담긴 서서히 녹는 남극의 얼음과 얼음 속 기포가 터지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작가는 기포의 소리로 기후변화에 직면한 인간의 위기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은 "하얀색과 파란색뿐인 극지에서 예술가들은 과학자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에 주목,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놀라운 마법을 보여줬다"며 "이번 전시회가 극지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는 자리이자, 과학계와 예술계의 모범적인 만남 사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예술위와 극지연구소는 2011년부터 매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남극과 북극에 파견하는 극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계와 예술계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예술가에게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매년 1회 공모를 통해 참여 예술가를 선정하며, 선정된 예술가는 남극 세종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서 약 30일간 과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창작 활동을 진행한다. 올해는 시각예술분야 유비호 작가가 선정되어 8월 북극으로 향하는 아라온호에 동행할 예정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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