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3:55 (일)
옛날과자 7만 원 판매 논란··· 지역 축제 '바가지 요금' 개선되나
상태바
옛날과자 7만 원 판매 논란··· 지역 축제 '바가지 요금' 개선되나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6.1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마트에서 판매하는 옛날 과자들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넷상에서는 '과자 7만원'이라는 검색어가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에서 경북 영양군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예능 프로그램 ‘1박2일’(KBS2) 출연자들에게 한 상인이 옛날과자 한 봉지(1.5kg)를 7만원에 판매한 장면이 전파를 탔다.

출연진들은 가격이 비싸니 흥정을 했고, 결국 과자 세 봉지를 14만원에 구매했다. 이 장면이 방송되고 나서 과자 한 봉지에 7만원이라니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항의가 빗발쳤고, 계속되는 '바가지' 논란에 결국 해당 상인은 사과문을 내놨다. ‘영양 산나물 축제에서 과자 팔던 상인’이라고 밝힌 A씨는 6일 영양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변명하지 않겠다"며, "코로나로 인해 먹고살기 힘들어 과자 단가를 높게 책정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상인 여러분과 1박2일 관계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사과문을 올리기 전 한번 더 올린 글에서과자 무게당 가격은 씨앗강정 100g당 4,499원, 젤리 100g당 2,999원, 전병 100g당 2,999원이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된 방송 장면에서는 한 봉투를 저울에 올렸을 때 1.5㎏ 6만 8,569원이라는 가격이 나왔다. 이것은  씨앗강정 100g당 4,499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여러 과자를 선택해 담았는데 결국 제일 비싼 음식을 기준으로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긴 것이다. 또 6만 8천 원대의 가격을 7만 원으로 높여 부른 점도 문제가 됐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두 번째로 올린 사과문 /영양군청

영양군은 바가지 논란에 5일 첫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첫 사과문에서는 “판매한 상인은 외부 상인으로, 영양전통시장 상인들과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해명해 오히려 누리꾼들의 공분만 샀다. 결국 영양군은 6일 재차 사과문을 올리고, "이번 일을 마치 외부 상인만의 문제인 것처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며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적었다. 

또 지난 4월, '함평나비축제'를 찾은 한국에 거주 중인 일본 유튜버 '유이뿅'은 자체 예산을 8,000원을 책정하고 먹거리를 사러 갔지만, 이 돈으로는 먹거리를 사기에 역부족이었다. 고둥 한 컵은 5,000원, 돼지고기 바베큐는 4만 원, 어묵 한 그릇은 1만 원이었다. 심지어 어묵은 5,000원 어치 만 살 수도 없었다. 결국 해당 유튜버는 4,000원짜리 번데기 한 컵과 소시지 한 개로 끼니를 때웠고 이 모습의 영상이 업로드 되면서 지역 축제의 높은 음식 값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역 축제가 활발해지고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만큼 이런 형태의 터무니없는 바가지 요금 또한 항상 문제가 되어 왔다. 그런데 이 현상을 지켜보던 누리꾼들의 여러 의견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백화점 푸드코너에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 음식들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었다. 백화점 식품관의 몇 음식들은 대개 소비자가 한 상자나 용기에 퍼담은 만큼의 무게를 재고, 무게만큼 책정된 금액을 판매하는 식이다.

식품관의 음식들은 100~200g이 기준으로, 소비자가 한 상자에 음식을 얼마나 담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백화점 식품관의 몇 음식들이 마치 지역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가지 씌운 요금처럼, 별로 많이 담지도 않았는데 금액이 비싼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많았다. 
 

무게 재는 중 /김서진 기자
닭강정 한 상자 /김서진 기자

그래서 한 백화점의 식품관을 직접 찾아 닭강정 한 상자를 구매해 보았다. 혹시 100g만 구매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작은 2-3조각 정도의 양이었다. 그래서 2인분 정도의 양을 담아 가격을 매겨 봤더니 20,600원이 나왔다. 실제로는 2인분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아쉬운 양이긴 하다. 2만 원이면 대개 닭강정 한 박스를 살 수 있는 가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이 양도 원래 담으려던 것에서 몇 조각 덜은 것. 
 

새우 5개 /김서진 기자

새우를 판매하는 이 곳은 무게보다는 아예 음식에 가격을 매겼다. 총 새우 5마리에 12,000원을 내고 구입했다. 무게로 재는 경우에는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담는다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 차라리 이렇게 몇 마리당 얼마라는 가격을 책정해 놓고 판매하는 게 납득이라도 되는 형태다. 이렇듯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무게에 따라 금액이 매겨지는 것과, 아예 품목에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끌리는지는 차이가 있다. 

이번 1박2일의 '7만원 과자'처럼 논란이 된 것은 해당 물품에 매겨진 가격만큼의 양이 걸맞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다. 대개 바가지 요금이라는 건 물건을 적정 가격이라 생각하는 것보다 비싸게 샀을 때 나오는 말이다. 특히나 관람객들이 한때 대규모로 몰리는 지역 축제들은 물품의 정확하고 적절한 가격 공시보다는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게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 왔다. 
 

2019 강릉단오제 모습 /강릉단오제 공식 홈페이지

이번 '과자 7만 원' 사건은 다른 지역 축제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강릉단오제위원회는 난장 입주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강릉 단오제의 대규모 난장은 약 300여 개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란 말이 있을 정도. 음식을 파는 곳은 약 20%가량으로, 위원회는 우선 음식 가격부터 잡기에 나섰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축제 대표 음식인 감자전(2장 1만 2,000원)과 단오 막걸리(한병 6,000원)의 가격을 정했다. 또 어묵·꼬치 등을 파는 상가에선 가격을 공시하도록 해 바가지 요금 논란을 차단하기로 했다. 강릉단오제위원회 관계자는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상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바가지 요금 논란 없는 깨끗한 단오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23 실향민 문화축제 /속초시

강원 속초시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2023 실향민 문화축제' 먹거리장터에서 오징어순대와 젓갈 등 여러 메뉴를 판매하는 업체를 지역 업체들로 참여를 제한했다. 또 1인분보다 적은 맛보기 소용량으로 구성해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아무래도 축제에서는 한 종류를 많이 먹는 것보다, 다양한 종류를 적게 먹는 쪽이 소비가 많으니 적절한 변화인 셈이다.

바가지 요금 같은 잡음을 아예 차단한 축제들도 있다. 강원의 '화천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 명이 넘게 찾아오지만 바가지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2017년 같은 음식이어도 가게마다 가격을 다르게 받거나, 비싸게 판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난 후 표준 가격을 지키지 않는 업체는 입점자격을 박탈하고, 상점 주인들에게 호객행위를 자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최근 '무주 산골 영화제'를 연 무주군도 바가지 요금을 끊어내기 위해 강수를 뒀다. 축제에 참여하는 간식 부스는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 무주군은 지난달 1일부터 10일까지 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영화제 간식 부스 운영권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음식 단가는 1만 원 이하 책정과 함께 가족 단위,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최종 업체 7곳을 선발했다. 또한 7곳 모두 주류 가격은 3,000원으로 통일했다.

축제 기간 간식 부스를 운영한 업체 7곳은 삼겹살과 수제 소시지, 김밥, 떡볶이 등 메뉴 30여 개를 선보였다. 지름 26㎝ 접시에 담긴 삼겹살과 숙주나물은 1만 원, 500㎖ 식혜가 1,500원, 20㎝길이 수제 소시지와 야채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3,000원에 판매됐다. 무주군 관계자는 "그간 산골영화제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젊은 세대와 여성이어서 매년 음식 가격은 1만 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축제가 입찰을 통해 부스 운영권을 가져가니 투자 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일부 상인들이 '바가지 요금'을 매긴다고 지적한다. 즉 무주군처럼 직접 상점을 개별로 계약해 관리해야 바가지 요금 논란이 나오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과자인 뻥튀기 하나를 한 마트에서 샀다. 가격은 3,000원 /김서진 기자

관람객들은 여행을 떠나 지역 축제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이 만드는,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음식들을 먹고 싶어한다. 그러나 바가지 요금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되면 그 지역 시장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게 된다. 관람객들은 그 축제에 모인 상인들이 지역 상인인지, 외부 상인인지를 알 길이 없다. 결국 그 피해는 지역 시장과 상인들이 입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어도 음식에 대한 적절한 가격 고지만 똑바로 되어 있어도 바가지 요금이라는 오명을 쓰진 않을 것이다. 관람객들은 어차피 가격이 비싸면 가지 않는다. 그 동안 지역 축제에서 흔했던 바가지 요금 논란은 암암리에 있어 왔지만 제대로 개선될 기미도 없었고 도마 위에 오를 일이 없어 비일비재했지만, 이번 1박2일의 '7만원 과자'로 인해 뜻하지 않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온 셈이다. 

핸드메이커 DB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