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05:30 (일)
[현장스케치]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흐름 보여주는 현대미술 소장품 대거 출품...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CHAPTER FOUR》 개최
상태바
[현장스케치]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흐름 보여주는 현대미술 소장품 대거 출품...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CHAPTER FOUR》 개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6.0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PMA, CHAPTER FOUR – FROM THE APMA COLLECTION’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FOUR – FROM THE APMA COLLECTION》을 개최한다.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이번 전시는 7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된다.

《APMA, CHAPTER FOUR》는 2019년 2월 시작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시리즈의 네 번째 전시다. 2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소장품 특별전에서는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대형 회화와 조각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특히 2000년 이후 제작된 작품을 중심으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새롭게 수집한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이를 통해 최근 20년간 펼쳐진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흐름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총 7개 전시실에서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7점이 걸린다. 
 

윌리엄 켄트리지 '카붐!' /김서진 기자

켄트리지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프리카너 주도의 극우국민당 정권에 의하여 1948년에 법률로 공식화된 인종분리 즉,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정권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을 말한다)이 남긴 공화국의 역사와 현재를 그린다.

이 작품은 제1차세계대전 당시 운반 인력으로 강제 징용되었던 수백만 아프리카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작가가 감독한 대규모 퍼포먼스 <머리와 짐>의 축소판으로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에 그림자놀이, 텍스트, 옛 문헌 자료, 연극 영상을 결합해 극적인 무대를 재현했다.  
 

애니 모리스 〈스택 8, 울트라마린 블루〉 /김서진 기자

유산이라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조각으로 불규칙한 크기의 구가 위태롭게 배열되어 있다.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 구의 형태는 임신한 여성의 부푼 배를 상징한다. 작가는 조각,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성의 신체를 심리적인 장소로 탐구해 왔다. 불안정한 정렬은 신체의 취약성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연약함과 강인함, 중력을 이기는 가벼움, 슬픔을 뛰어넘는 탄생 등 상반된 개념들이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빈 로드 〈지그재그〉/김서진 기자

이 작품은 연속되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총 12개의 사진으로 구성되며 좌측 상단부터 차례로 이어진다. 작가는 '데 스틸' 신조형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네덜란드의 가구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의 의자를 활용한 '스톱 앤 무브 애니메이션'을 도시 벽면에 재현했다. 의자의 형태와 좌측에서 우측으로, 상단에서 하단으로 움직이는 시선의 움직임에 의해 〈지그재그〉라는 제목을 가지게 되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라인강 Ⅲ> /김서진 기자

황량한 라인강의 풍경을 포착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대형 사진은 색면과 선이 도드라지는 추상적 이미지로 사진의 회화적 감성과 가능성을 실험해 온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거스키의 유명한 1999년작 <라인강 Ⅱ>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작품이다. 두 사진 모두 여름에 촬영했고 동일한 배경과 구성을 보여준다.

생기롭던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뀐 <라인강 Ⅲ>에서는 잿빛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2018년의 가뭄으로 강 수위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감에 따라 살아남기에 가혹한 환경이 된 현실을 반영한 이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은 기후 변화에 대한 최근 논의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안네 임호프 〈구름 Ⅲ〉 /김서진 기자

화면을 가득 메운 구름이 불안정하게 중첩된 안네 임호프의 회화는 여러 층의 경계가 공존하는 입체적 이미지로 평면의 회화 위에 3차원적인 효과를 부여한 작업이다. 작가가 최근에 도입한 기법을 적용한 작품으로 하나의 도상을 두 개의 색상으로 겹치게 배치함으로써 여러 층의 경계가 공존하는 입체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처럼 평면의 회화 위에 3차원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작가는 최근 추상 작업에서 벗어나 자연과 비자연, 인간과 비인간 등의 대비를 탐구한 구상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로즈마리 트로켈 〈덤불은 곰이다〉 〈'덤불은 곰이다'를 위한 연구〉 /김서진 기자

일견 단색 추상회화로 보이는 이 작품은 뜨개질로 짠 후 나무 틀에 엮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작품의 표면은 붓의 획을 연상시키며 불규칙적 질감을 드러낸다. 큰 패널은 사방이 나무틀로, 작은 패널은 두 면만이 나무틀로 감싸져 있어 각각 다른 리듬감을 형성한다. 초록색 울의 풍부한 색채는 포근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전달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 주도로 흘러 온 추상 회화의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로버트 야니츠 〈쉘부르의 우산〉 /김서진 기자

무지갯빛이 펼쳐지는 배경 위로 파이프 형태의 굵은 선이 지나간다. 투박한 공업용 붓과 혼합 재료로 표현된 선들은 서로 연결 혹은 분리된 듯 조화를 이룬다. 야니츠가 작품의 중요한 구조적 요소라 언급한 대각선은 직선과 곡선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다섯 점의 회화를 연결한다. 프랑스 영화 「쉘부르의 우산」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의미가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가'를 묻는 로버트 야니츠는 흔들리고 끊어진 적나라한 붓질의 흔적을 통해 표면 너머의 의미들을 추적해 볼 수 있는 틈새를 제시한다. 
 

스티븐 해링턴 〈매직 아워〉 /김서진 기자

자신의 불안을 투영한 각종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스티븐 해링턴의 회화에서는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 위로 낙하하는 캐릭터 '멜로'가 하나의 패턴처럼 캔버스를 장식한다. 

작품의 제목인〈매직 아워〉는 해가 지고 어둠이 오기 전 어스름이 깔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하루의 이 짧은 순간을 모티브로 한 회화 연작을 선보여 왔다. 낮과 밤의 경계에 자리한 이 시간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의 감정을 표현한다. 작가 스스로를 상징하는 캐릭터 멜로는 공중을 떠다니며 끝없이 여행하고 배경에 위치한 꽃들의 줄기는 이리저리 휘어지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매튜 데이 잭슨 〈나무(CDF를 따라서)〉 /김서진 기자

정물 및 풍경과 같은 고전적 화풍을 산업용 재료와 디지털 제작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의 〈CDF〉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약자로 그의 〈눈 속의 떡갈나무〉를 5배에 달하는 기념비적인 크기로 재현했다. '나무'라는 도상의 반복을 통해 19세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작가는 재질과 물성의 변형을 통해 작품을 새롭게 재현하며 '저자'라는 개념에 내포된 복잡성을 탐구한다. 
 

엘름그린&드라그셋 〈화가, 도판2〉 /김서진 기자

엘름그린&드라그셋은 오늘날 '신체'의 물리적 현존이 마주한 복합적 현실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캔버스와 역동적인 실물 크기의 사람 조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조각상은 앞으로 몸을 숙인 채 팔을 뻗어 큰 획을 긋는 듯한 회화적 행위를 구현한다.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듯 매끄러운 흰색 표면으로 처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황동으로 만들어진 조각이며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된 점이 특징이다. 캔버스 위에 획을 긋는 행위는 프란츠 클라인 등 1960년대 뉴욕 액션 화가들의 몸짓을 연상시킨다. 
 

드 웨인 발렌타인 〈장밋빛 원〉 /김서진 기자

작가가 1970년대부터 시작한 〈Circle〉연작에 속하는 작품으로 거대한 산업용 거푸집을 사용해 제작했다. 작품은 주변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과정을 통해 고유의 물성을 벗어나 공간의 영역으로 스며들게 된다. 빛은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산업혁명의 중요한 도구이자 산물이기도 하다. 투명한 구조물과 이를 통해 산란하는 빛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의 작용으로 끊임없이 작품과 공간을 변화시킨다. 
 

라킵 쇼 '조지 스터브스를 따라서 "두 인도인과 치타와 숫사슴"' /김서진 기자

맨체스터미술관 소장품인 조지 스터브스의 <두 인도인과 치타와 숫사슴>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하늘을 나는 앵무새들이 원숭이 떼를 공격하며 물어뜯고, 원숭이들은 고통에 차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금색 도료로 밑그림을 그린 후 애나멜 안료를 채우고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탈로 표면을 장식하는 노동집약적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으며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의 이면에 어둡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는다. 
 

바바라 크루거의 대형 텍스트 작품 /김서진 기자

이 전시실은 '텍스트'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규모 작품들을 선보인다. 정면 벽에는 멀리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바바라 크루거의 대형 텍스트 작품이 위치한다. 건축적 스케일로 확장된 크루거의 설치에서 '당신'으로 시작하는 텍스트는 관람객을 압도하고 통제한다. 
 

조셉 코수스 〈유제(개념으로서의 예술이라는 개념)[아무것도]〉 /김서진 기자
조셉 코수스 〈유제(개념으로서의 예술이라는 개념)[아무것도]〉 /김서진 기자

작가는 1960년대부터 언어와 차용에 기반한 작품들로 개념미술의 발전에 주요 역할을 하였다. 1960년대 말 시작된 <유제(개념으로서 예술이라는 개념)>연작 중 하나로 단어 'nothing'의 사전적 정의 열 개를 사전에서 잘라낸 뒤 확대 복사해 전시한 것이다. 작가는 작품과 전시 방식을 통해 시각예술의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고 예술의 지위와 관습적 개념들을 해체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 
 

이반 나바로 〈포스트〉 /김서진 기자

놓치지 않아야 할 작품. 화장실을 가는 과정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거울과 일방투시 거울 시아에 조명을 넣어 빛이 무한히 반사되도록 한 작품. 연속되는 빛을 통해 공간의 깊이에 대한 시각적 환영을 구현하며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안쪽으로 끝없이 반사되며 이어지는 이미지는 복도나 문틀 밖으로 확장된 공간을 상상하게 하지만 실제 작품의 두께는 30.5㎝에 지나지 않는다. 거울을 통해 공간을 끝없이 확장시키는 작품은 자유에 대한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실 외에도 미술관 곳곳에 작품을 배치해 일상적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다채로운 동시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예술의 여정에 동참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쾌적한 관람을 위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문필 학예팀장은 “공간을 압도하는 대규모 현대 미술 소장품들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핸드메이커 DB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