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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통하는 몽환 동화… 임시내 작가의 세계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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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통하는 몽환 동화… 임시내 작가의 세계관 속으로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6.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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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내 작가 /윤미지 기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밤하늘을 달리는 백마, 노란 차를 운전해 어디론 가 향하는 늑대, 두 눈을 가린 소녀들. 임시내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티브들이다. 동화적인 상상력을 뿜어내는 작품 뒤, 실제 작가의 모습은 어떨까.

인터뷰를 위해 직접 찾은 작업실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그 너머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털털하고 정겨운 임시내 작가가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뜻, 임시내 작가와 동화 같은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착각을 하게 되지만,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이내 둘러본 작업실에는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귀여운 소품들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임시내 작가는 얼마 전 인사아트센터에서 이혜영 작가와 2인전을 마치고 현재 피렌체와 바르셀로나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은 아티스트 그룹 디부한도알파와 함께한다.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시각으로 그림을 그리길 원하는 임시내 작가의 작품과 전시 여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임시내 작가 / 윤미지 기자

지난 2월, 디부한도알파와 함께한 첫 기획전시회를 성료 했다. 소감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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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가 열심히 사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 동안 그림 작업을 하다가 적당히 그림이 쌓이면, 적당한 공간을 섭외해서 작품을 선보이는 활동을 해왔는데, 이번에 디부한도알파와 함께 하게 되면서 감사하게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덕에 저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전시를 준비했고요. 그런 점에서 만족할 만한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평단의 의견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저는 일반 관람객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타입이예요. 그래서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같이 나가 관람객들 사이에 섞여 감상평을 몰래 듣곤 했는데요. '그림이 참 밝다', '편하다', '밝은 그림이라 걸어두고 싶다' 이러한 얘기를 관람객들에게 직접 듣게 되어서 감사하고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 디부한도알파의 기획전시 전경 /디부한도알파 제공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 디부한도알파의 기획전시 전경 /디부한도알파 제공

한 번 더 짚고 넘어간다면, 지난 2인전은 어떤 전시였나

저는 산업미술을 그리고 함께 전시한 이혜영 작가는 순수회화를 전공한 친구예요. 서로 작가이자 친구이기도 한데, 그래서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 공간에서 산업미술과 순수미술을 같이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이를 같이 비교해서 보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채로운 작품과 라이브 페인팅, 음악, 맛있는 케이터링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진 특별한 전시였다고 생각해요. 볼거리도 많았고요. 저는 예술이라고 해서 딱딱하게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진 않아요. 어떤 활동이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전시 역시 그렇게 구성되길 원했어요.

무엇보다 이혜영 작가와는 같이 전시를 참여하는 입장에서 서로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아요. 각자 작품 활동에 있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작품 세계관에서 동화적인 상상력이 느껴진다는 관람객 평이 많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경력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실제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작품 활동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경력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동화 속에는 의인화된 동물들, 물건들이 많이 등장하죠. 제 작품에서도 쉽게 의인화된 동물과 물건을 찾아볼 수 있어요. 사실 이런 점들이 외부적으로는 저의 작업을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약간 개념이 달라요. 저는 오히려 동물이나 물건이나 이런 분류에 대한 경계가 어느 정도 무너져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 나무, 동물… 이런 것들을 구분하지 않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제가 동화를 그리면서 얻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드라이브(Drive), mixed media /디부한도알파 제공
내가 보여?(Do you see me?), mixed media /디부한도알파 제공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업과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차이점이 있다면

20년 동안 동화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타인이 완성한 글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 작업이 쉽지 않기도 했지만, 재미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에 대한 욕심을 가지다 보니까 점점 더 저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일에 열중하는 면이 있었어요. 특히 클라이언트를 만족 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정과 마감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을 겪으면서 지친 점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진짜 내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됐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업은 요청에 따라 그린다는 점, 현재 작업은 내가 원하는 것을 그린다는 점이 달라요.

또 캔버스의 크기도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일러스트를 그릴 땐 스캐너에 돌려야 하니까 작은 그림을 위주로 작업했다면, 본격적인 그림 작업을 시작한 후로는 100호 캔버스에 큰 그림도 그리게 되었어요.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에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에 이야기를 담는 임시내 작가 / 윤미지 기자

작품 속에서 동물, 자연, 소녀 등의 등장이 인상적이다.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소재를 찾는 방식이 궁금하다

여전히 동화책을 즐겨 읽어요. 그리고 이건 저만의 특별한 방식일 수도 있는데, 어렸을 적 아들이 그림을 그렸던 스케치북에서도 영감을 얻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페루에 함께 살았던 적이 있어요. 당시 남편은 출근을 하고, 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업에 몰두하곤 했는데, 그때 아이가 저를 보면서 자신도 같이 그림을 그리곤 했거든요. 그 때 아들의 스케치북을 지금도 종종 펴서 봅니다.

피카소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라파엘처럼 그리기 위해서 4년이 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평생을 바쳤다”라고요. 아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스케치북에 항상 무언가를 그리지만, 7살을 기점으로 자신의 천재성을 잃어버리게 되곤 하는데요. 어린아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림의 균형을 찾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는 이 이야기를 항상 안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른이 되면 결국 자꾸만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작업실 곳곳 동화같은 스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작업실 곳곳 동화같은 스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윤미지 기자

다시 전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간 여러 번의 전시를 해오고 있다. 지난 국내 전시부터 앞으로 해외 전시까지, 아티스트그룹 디부한도알파와 함께 하는 전시 여정은 어떠했나

저는 단순해요. 제 그림이랑 똑같은 성향을 가졌어요. 그림이 국내에 있으면 ‘국내 관람객을 만나는 구나’ 생각하고요. 그림이 해외에 있으면 ‘해외 관람객을 만나는 구나’ 생각할 뿐입니다. 다만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만족스러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도와 주신 분들도 많기 때문에 다같이 즐겁게 그림을 선보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피렌체와 바르셀로나 전시를 앞두고 있는데, 소감은

역시 큰 감흥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내 그림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해외 관람객에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레는 정도.

그래도 세계적인 무대에 발걸음을 내딛는 만큼 부담도 될 것 같다

그간 그림을 그려오면서, 성향 자체가 긴장이나 부담을 가지는 타입이 아니예요. 그래도 조금 기대가 되는 건, 사실 피렌체나 바르셀로나 모두 밝고, 흥미롭고, 컬러나 캐릭터가 확실한 그림을 좋아할 만한 베이스가 완성 되어 있는 장소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 그림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가지고 있어요.
 

작가의 작업실에서 포착한 작업 중인 그림. 다양한 색채, 작가의 개성이 돋보인다./윤미지 기자
다양한 색채, 몽환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 임시내 작가의 개성이 돋보인다/ 윤미지 기자

작품 얘기를 더 해보자.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림이라는 영역이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게 맞닿아 있으면 좋겠어요. 어려워하지 않고요. 저 역시도 그림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그려요. 평소에 딱히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생각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팝콘처럼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림을 그립니다.

예를 들어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작품은 갑자기 백마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백마가 밤에 달리면 참 좋겠다. 또 하늘을 날면 더 좋겠다. 제일 큰 별을 보고 달리면 좋겠다. 그냥 미친 말처럼 달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달리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생각난 소재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그림을 그리는 거죠.

<우린 어쩌면…>이라는 작품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 ‘빨간 두건을 쓴 소녀’의 이야기를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각색해봤어요. 어느 날 갑자기 만난 소녀와 늑대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두고 그린 그림이예요. 이런 식으로 갑작스레 튀어 오른 상상력 속에서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어디까지나 그림을 그리는 것, 보는 것 모두 재미있고 행복한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림에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에 집중하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부분에 많이 신경을 써서 그리고 있어요.
 

별이 빛나는 밤에(In a starry night), mixed media /디부한도알파 제공
우린 어쩌면... (We maybe...)mixed media 디부한도알파
우린 어쩌면... (We maybe...), mixed media /디부한도알파 제공

관람객이  작품 속에서 발견했으면 하는 것이 있는가

제 그림이 밝잖아요. 그림 그릴 때 어두운 스토리가 없는데, 예전에 어떤 분이 그림을 보시다가 우시더라고요. 아마도 그림에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해서 그림을 보셨던 것 같아요. 저는 제 그림을 몰입해서 감상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완성해서 벽에 거는 순간 작가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완성은 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잘 그린 그림, 못 그린 그림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바람이 있다면 각자의 취향대로 그림을 바라보길 원해요.
 

작업실 곳곳 아기자기한 소품들. 임시내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윤미지 기자
작업실에서 발견한 귀여운 작품들 /윤미지 기자
동화 같은면서도 밝은 색채가 소품에서도 느껴진다 /윤미지 기자

해외 전시에서 또 다른 신작이 공개되나

사실 국내 전시와 해외 전시 사이의 텀이 짧았어요. 그럼에도 신작을 선보이게 됐는데요. 일단 현장에서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생각해 보니 새롭게 보여드릴 그림이 꽤 되네요.

특히 이번 피렌체와 바르셀로나 전시에서는 일반적인 그림 작품 외에도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생성형 AI인 달리(DALL·E 2)와 협업해 완성한 작품도 있고요. 이 작업에는 한동규(HANQ) 전시 기획자가 함께 참여해 특정 프롬프트를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했어요. 말하자면 작가와 전시기획자와 생성형 AI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한 작품인 셈이죠.

그리고 증강현실을 작품에 접목하는 방식 역시 새로운 시도였고요. IT를 활용해 작품을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이를 하나의 종합 예술로 다뤘다는 점에서 볼거리가 많은 전시가 될 것입니다.
 

디부한도알파의 바르셀로나 전시 도록 중 AI와 협업 부분 /윤미지 기자 

지난 전시에서는 작품을 의자나 자켓 등의 상품에 적용하는 작업도 했다 

평면 작업은 그림을 보기 위해 전시관까지 가야 하잖아요. 하지만 상품으로 작품이 구현되니까 이를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여겨졌어요. 작품이라고 하면 흔히 어렵게 생각하지만, 작품이 자켓이나 의자 등 일상적인 소품에 그려져 있으니까 스스럼없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치지 않아 (Do not hurt), art leather jacket /디부한도알파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해외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여기에 몰두할 생각이고요. 앞으로도 해외 전시를 지속해서 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사이사이 여러 가지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이야기가 논의되고 있어서 앞으로의 활동이 저 역시도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핸드메이커 DB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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