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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바다를 섬기고, 바다와 공존하는 제주 해녀들의 일상 《바당수업水業》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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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바다를 섬기고, 바다와 공존하는 제주 해녀들의 일상 《바당수업水業》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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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수업水業>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서울역사박물관은『서울시-제주도 교류 강화 업무 협약(2023.2.3.)』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과 《바당수업水業》전시를 7월30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두 박물관은 지난 4월 6일 공동전시 개최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경관의 제주 이면(裏面)의 모습인 생업을 위한 현장으로서의 제주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38년간 수집해 온 소장품 중 100여 점을 통해 보여 준다. 다양한 어구를 비롯해 바다와 관련된 제주 민속 예술품까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남테 /김서진 기자

전시는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도입부는 제주의 지형과 토양을 다루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제주 특유의 농기구인 ‘남테’ 실물을 전시하여 제주 지형과 현무암질 토양 관련된 농업 활동을 다룬다. 

남테는 조를 파종한 후 좁씨가 흙에 잘 묻히도록 흙을 단단히 다져 주는 농기구다. 보통 소나 말, 사람이 남태를 끌고 다니면서 발을 다져 준다.
 

파호이호이 용암, 아아 용암 /김서진 기자

제주도는 약 180만 년 동안 수많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섬이다. 제주도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마그마의 성질, 분출할 당시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마그마가 지하수, 지표수 또는 해수 등과 만나면 격렬한 폭발이 발생하게 되고 다양한 해산쇄설물이 형성된다. 현무암질 용암류는 유동성이 큰 파호이호이 용암과 유동성이 작은 아아 용암으로 구분한다.
 

포작인들이 썼던 도구들 /김서진 기자

두 번째로 ‘여다女多의 섬’으로 알려진 제주에 배를 부리고 고기를 잡았던 ‘포작인’이라 불렸던 제주 해남에 대해 조명하였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제주의 바닷일을 '포작인'이라는 제주 해남들이 최고 수심 20미터 정도에 서식하는 전복을 따거나 배에서 고기를 잡는 등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수군에 동원되는 일을 했다. 포작인이라는 단어 뜻 역시 전복을 채취하는 사람을 말한다.
 

문어단지 /김서진 기자

포작인은 배를 부리고 고기를 잡았다. 조선 초기 포작인은 해변에 장막을 치고 일정한 거처 없이 배에서 살면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업으로 했다. 특히 제주도에서만 나오는 진귀한 특상품(전복 등)을 임금에게 바치는 등의 공납 제도는 제주도를 고역의 섬으로 만들었다. 고된 역을 피해 도망치는 포작인들이 많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에서 표류, 익사하거나 부역을 피해 다른 지방으로 도망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포작인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후 제주도에서 어업의 주체는 남자에게서 여자로 이양되었다. 
 

물적삼과 물소중이 /김서진 기자

세 번째로, '제주 사람’이라 하면 바다와 공존하는 삶을 살았던 어멍(어머니)를 떠올리기 쉽다. 조선 초기 포작인(제주 해남海男)의 활동이 왕성했던 시기 해녀는 미역과 청각 등 비교적 얕은 수심의 해산물을 주로 채취했다. 하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노역과 군역 공납의 폐단을 견디지 못한 수많은 포작인들이 제주섬에서 도망치거나 해적질을 하며 포작인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그들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해녀들이 채워야 했다.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고된 물질(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따는 일)로 해산물을 짊어지고 나오는 제주 해녀는 바다와 공존하는 법을 전수해 온 해양 전문가이자 제주도를 지키는 제주인의 어멍(어머니)이다. 이들의 전통 작업복인 ‘물적삼’, ‘물소중이’와 기량이 뛰어난 상군해녀가 사용했던 ‘소살’도 전시해 눈길을 끈다. 
 

여러 소살 /김서진 기자

소살은 비늘이 달린 쇠창살에 대나무 자루를 달고 고무줄을 메어 추진력을 가해 바닷물고기를 잡는 작살과, 울룩불룩한 나무 자루에 한쪽 끝은 낚시모양, 한쪽 끝은 두 개의 비늘 돋은 날이 달려 바닷물고기를 쏘아 잡는 작살 등 다양하다. 
 

다양한 해신당 /김서진 기자

포작인과 해녀 등 어업 종사자와 그 가족, 마을 사람들에게 노역과 공납을 위해, 혹은 생계를 위해 제주 바다에 나가는 것은 큰 고통이자 걱정거리였다. 목표량이나 할당량만큼의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도 그랬겠지만 무엇보다 무탈하게 돌아오는 무사안녕에 대한 것이 가장 컸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바다에서의 무사한 귀가는 자연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으며 당연하게도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자연을 관장하는 신에게 정성스럽게 기원하고 이를 모시는 방법이 유일했다.

제주도 마을에서는 마을 전체의 수호신을 모시는 본향당과는 별도로 해신당 계통의 당이 따로 있는 곳도 있고, 본향당이 따로 있지 않고 해신당 계통의 당신을 마을 전체의 본향당신으로 모시는 마을들도 있다. 이러한 해신당신들은 해상의 일들을 관장하고 수호하는 것으로 여겨져 바닷일에 종사하는 집에서는 이 신들을 중시하고 해상의 안전과 풍어를 신들에게 빈다.
 

신들에게 바친 상을 재현한 모습 /김서진 기자
공싯상 /김서진 기자

연출을 통해 무구류를 포함한 ‘잠수굿’ 상차림과 배방선을 재현했다. 공싯상은 제주도 굿에서 심방의 무조신을 위해 차려놓는 것으로 심방의 무구를 올려놓는 상을 뜻한다. 공싯상에 올려 두는 무구는 멩두와 바랑이다. 멩두는 '신칼'과 '산판', '요령'을 말한다. 심방은 단골의 의뢰를 받으면 자신의 당주에서 조상인 멩두를 들고 굿을 하러 간다. 당주에서 모시고 온 멩두는 굿당의 공싯상에 놓인다.
 

배방선 /김서진 기자

배방선은 영등신을 배에 태워 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재물을 실은 짚배를 바다로 보내는 행위에 사용한다.
 

제주를 주제로 한 평면 작품들 /김서진 기자

마지막으로는 제주섬과 제주 풍경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섬과 제주 바다 풍경을 주제로 하는 평면 작품들은 더없이 평화로운 바다와 담담하게 표현된 일출, 제주섬의 신비로운 느낌 등 각자의 개성을 가진다.
 

『효제문자도』 /김서진 기자

특히 전통 회화인 제주의 『효제문자도』는 수종이 매우 다양한 제주에서 사계절 색상들이 다르게 바뀌는 제주만의 토착적인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색감이 백미다.
 

상단에 보이는 나무와 꽃 /김서진 기자

『효제문자도』는 '효제충신예의염치', 여덟 글자의 3단 구도 양식의 제주도 문자도다. 유교를 국교로 한 조선에서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도덕을 의미한다. 문자도 상단 다섯 개의 연속 반원형은 오름을 표현한 것으로 그 위에 큰 나무나 꽃을 그린 것은 제주 문자도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거북모양바둑판 /김서진 기자

조각은 입체이기 때문에 질료의 실체가 분명해 촉각적인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십장생 중 하나인 거북을 모양으로 한 목재 바둑판, 물고기 모양 백자 청화 연적, 어피안경집 등도 전시된다.
 

남방큰돌고래들의 모습 /김서진 기자

제주 근해에 서식하는 다양한 포유류 중에서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서울시에서 서울대공원 돌고래쇼 중단 결정을 내리자 자연 방사하면서 관심을 받아 왔다. 작년 ‘비봉이’를 적응 훈련시키고 방류함에 따라 8마리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과정을 담은 영상도 같이 소개한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김용석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바당수업水業》전시는 서울 시민들에게 제주 고유의 민속자료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제주도의 이야기와 민속문화를 서울 시민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갖는 동행 차원에서 마련됐다”며, “여름박물관에서 푸른 바다, 때로는 거칠었던 바다와 공존해야 했던 ‘제주 어머니’들을 만나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 관계자 측은 "이번 교류 전시로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38년간 수집한 소장품을 만나 보고 제주의 바다 민속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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