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0:10 (일)
[작가탐구] 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영리하게 생각하다, 프란시스 케레
상태바
[작가탐구] 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영리하게 생각하다, 프란시스 케레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5.1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케레 /african_futures_institute 공식 인스타그램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하얏트 호텔의 창업주인 제이 A. 프리츠커와 신디 프리츠커 부부가 1979년에 제정한 프리츠커상은 노벨상과 수상자 선정 과정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상의 권위에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한다. 프리츠커상은 매년 40여 개국의 500명 이상이 후보자로 지명되며 자격증이 있는 건축가라면 자기 자신을 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

2022 프리츠커상은 부르키나파소 출생의 프란시스 케레가 선정되었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 건축가로는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 양식을 추구하며, 기존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고 자신만의 건축 스타일을 세우고 있다. 
 

프란시스 케레 /flickr

프란시스 케레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간도 마을에서 태어났다. 마을 촌장이었던 아버지는 장남인 아들이 글을 읽고 번역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학교를 보냈다. 다만 간도에는 학교가 없어 케레는 7살이 되던 해 가족과 헤어져 도시에 있는 삼촌과 함께 살며 학교를 다녔다. 간도 마을은 공공 수도나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문맹률은 전국 평균인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프란시스 케레가 살았던 마을 /TED 유튜브

당시 간도는 수돗물과 전기 공급 없이 진흙 오두막에서 약 3,0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2011년 UN인간개발지수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는 최빈국 국가 순위 7위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며 10월부터 6월까지는 비가 오는 날이 드물고 낮 기온은 45°C에 달한다고.

학교 교육을 마친 후 목수가 된 그는 칼 뒤스베르크 재단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저녁 수업을 들으며 지붕을 건설하고 가구를 제작하는 방법을 배우고,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공부하는 동안 그는 자신을 지원해 준 가족,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다음 세대에 자신의 발자취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 생각했다.

1998년, 케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 초등학교 건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그는 유럽에서 공부해 얻은 지식과 부르키나파소의 전통 건축 기법을 결합하는 일이었다. 그는 2004년 간도에 첫 번째 학교를 세웠고 자신의 건축 사무소인 '케레 아키텍처 kerearchitecture'를 열었다. 
 

간도 초등학교 /kerearchitecture 공식 인스타그램

케레는 부르키나파소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고국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다. 그가 건설한 첫 번째 건물인 간도 초등학교는 2001년 간도 주민들에 의해, 또 간도 주민들을 위해 지어진 것이다. 구상부터 완공까지 지역 주민들이 학교의 거의 모든 부분을 손수 지었고 자신들의 의견을 내기도 했으며 노동력과 자원을 제공했다.

간도 초등학교는 지역의 부족한 학교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지어졌으며, 이 지역의 많은 교육용 건물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했다. 열악한 조명과 환기 문제. 케레는 비용, 기후, 자원, 시공 가능성 등등 여러 기준을 두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계도를 구상했다.

케레는 문맹이었던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래 위에 예비 설계도를 그렸고, 많은 주민들이 직접 개선 사항을 제안하는 등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간도 주민 전체가 학교 건설에 참여한 것과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건설에 대한 현장 교육을 받았고, 간도 마을의 조직력과 간도 초등학교라는 성과를 본 인근 마을들도 자체적으로 학교를 짓는 일이 생겼다고. 
 

건설중인 학교 /kerearchitecture 공식 인스타그램

부르키나파소는 점토가 풍부했고, 점토를 전통적으로 주택 건설에 사용했다. 케레는 점토와 시멘트를 혼합한 벽돌을 사용해 구조적으로도 견고한 벽돌을 만들었다. 처음 점토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지역 주민들에게 점토가 신뢰할 수 있고, 튼튼한 재료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케레는 점토로 벽돌을 만들어 물통에 넣고 5일간 그대로 두었다. 5일 후 꺼내 보니 블록은 단단해져 있었고, 주민들 또한 설득할 수 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학교는 보통 콘크리트로 지어지는데 콘크리트는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에너지 소비도 많으며, 내부가 많이 뜨거워져 현지 기후에 적합하지 않았다. 케레는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원했고, 완성된 건물은 기존의 콘크리트 학교 건물보다 더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했다. 간도 초등학교는 처음에는 150명의 학생들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약 700여 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확장되었다.
 

자연과 건물 /kerefoundation 공식 인스타그램

부르키나파소의 건물 지붕은 직사광선을 바로 흡수해 건물 내부를 과열시키는 단점이 있어, 케레는 간도 초등학교의 지붕을 내부의 교실과 간격을 두었다. 지붕과 내부 교실 사이에는 건식 벽돌 천장을 설치했고 내부에 있는 창문을 통해 시원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게 했다. 또 점토 지붕을 통해 더운 공기가 배출될 수 있는 환기 기능까지 갖추었다. 자연히 에어컨의 사용도 적어 탄소발자국도 크게 줄였다.

간도 초등학교의 건립은 건축 과정에 있어 지역 주민의 긴밀한 참여가 있었다는 게 큰 의의다. 케레는 지역 사회의 지원과 케레 재단을 통해 모금한 돈으로 자신의 첫 번째 건물을 설립할 수 있었다. 간도 초등학교는 케레 건축의 탄생, 그리고 간도 지역 사회와 케레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바닥을 다지는 마을 주민들 /TED 유튜브

또한 케레는 간도 초등학교 건설에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흡수해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의 목재를 건축에 사용했고, 나무를 벤 자리에는 망고나무를 심었다. 망고나무는 유칼립투스 나무보다 물이 덜 필요하고 열매를 맺으면서 그늘을 더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망고나무의 그늘 아래 쉬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케레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의 그 이상이다. 나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한 것을 바탕으로 마을 전체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다"며, "마을 아이들은 진흙과 돌을 운반했고 여성들은 점토 가루를 만들었다. 바닥을 다지는 일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리세 쇼르게 초등학교 /kerearchitecture 공식 인스타그램

부르키나파소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에 위치한 리세 쇼르게 초등학교는 상징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현지 건축 자재를 적용했다. 학교는 안뜰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배치된 9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중앙 공간을 바람과 먼지로부터 보호한다. 광장은 마치 원형 극장을 떠올리게 하며 학교를 포함한 지역 사회를 위한 행사를 열 수 있다.
 

학교 내부 /kerearchitecture 공식 인스타그램

각 모듈을 구성하는 벽은 현지에서 조달한 라테라이트성 석재로 지어져 눈에 띄게 짙은 붉은색을 보인다. 라테라이트는 땅에서 채취해 잘라 벽돌 모양으로 만든 다음 햇볕에 두면 굳어, 건축 재료로 사용 시 낮의 뜨거운 열을 흡수하고 밤에는 열을 방출한다.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든 부차적 요소인 파사드는 교실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기다릴 수 있는 그늘 공간을 교실 사이 사이에 만들어 준다.
 

서펜타인 파빌리온 /flickr

서펜타인 갤러리는 2000년부터 매년 런던 켄싱턴 가든스에 있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을 설계하기 위해 국제건축사무소에 의뢰를 하는데, 2017년에는 프란시스 케레를 선택한다. 케레는 그의 고향인 간도의 큰 나무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이 모여 하루를 되돌아보는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나무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나뭇가지 그늘 아래서 사람들의 일상이 흘러간다.

그의 디자인은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반한다. 케레는 "나무의 그늘처럼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사람들이 모여 일상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소가 된다"고 말한다. 강철로 만든 커다란 돌출형 지붕 캐노피와 투명한 외피가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전체 공간을 덮고 있어 햇빛이 안으로 들어오면서도 비를 피할 수 있다. 햇볕이 내리쬐면 방문객들은 캐노피 아래에서 그늘을 찾거나 안뜰에 앉아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곡선형 벽은 네 개의 독특한 출입구로 이루어져 있다.
 

실내 모습 /flickr

중앙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하늘과 바로 연결된다. 비가 오면 구조물의 중심부로 비가 흘러내려, 마치 '장엄한 폭포'의 효과를 연출한 후 땅 밑에 숨겨진 배수 시스템으로 인해 땅으로 빠져나간다. 이 빗물 수집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근본적인 자원인 물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

케레는 "2017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디자인은 내 고향인 부르키나파소의 문화와 실험적인 건축 기술을 융합했다. 외딴 사막 마을에서 자란 내 경험은 디자인의 사회적, 지속가능한 기능을 일깨웠다"며, "건축이 커뮤니티, 생태, 경제와 같은 중요한 측면에서 모두를 놀라게 하면서도 통합을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저녁의 파빌리온은 조명으로 인해 하나의 등대가 된다. 간도에서 밤에 축제가 열리면 그는 높은 지대로 올라가 주변에 깔린 어둠 속 반짝거리는 빛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할수록 그 빛은 점점 더 커진다. 이런 식으로, 서펜타인 파빌리온 또한 등대의 역할을 하면서도 화합의 상징이 된다.
 

'TEDTalks'에서 강의 중인 프란시스 케레 /TED 유튜브

"현지 기후 및 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우아함, 따뜻함, 세련미가 돋보이는 구조다. 이 건물은 지역 사회에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희망을 심어주며, 민족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간도 초등학교에 대한 아가 칸 건축상 심사위원단의 이 찬사는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건축가가 현지 자재를 사용해 설계하고 건축한 마을 학교의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그는 겨우 7살이 되던 그 날, 가족이 자신을 학교에 보내 주었을 때부터 책임감이란 것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케레는 "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아이디어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이 새로운 세대에 영감을 주길 바란다. 건축가 프란시스 케레의 신념은 그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을 때의 성명에서 나타난다.

"모든 사람은 좋은 품질, 고급스러움,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